패신저

패신저

$20.99
저자

코맥매카시

CormacMcCarthy
미국현대문학을대표하는소설가.‘서부의셰익스피어’라불리며,윌리엄포크너와허먼멜빌,어니스트헤밍웨이의정신을계승한작가로평가받는다.개성적인인물묘사,시적인문체,대담한상상력으로유명하다.저명한문학평론가해럴드블룸은코맥매카시를필립로스,토머스핀천,돈드릴로와함께미국현대문학의4대작가로꼽은바있다.
1965년첫소설『과수원지기』로문단에데뷔한이래『바깥의어둠』『서트리』등의작품을꾸준히발표하며작가로서의입지를다져갔다.매카시에게본격적으로문학적명성을안겨준작품은1985년작『핏빛자오선』이다.이작품은〈타임〉지에서뽑은‘100대영문소설’로도선정되었다.서부를모태로한국경삼부작『모두다예쁜말들』『국경을넘어』『평원의도시들』을발표하며서부장르소설을고급문학으로끌어올렸다는평가를받은매카시는이후『로드』『노인을위한나라는없다』등을출간하며미국현대문학을대표하는작가로자리매김했다.평단과언론으로부터코맥매카시최고의작품이라고평가받은『로드』는2007년퓰리처상,2006년제임스테이트블랙메모리얼상을수상했으며,미국에서만350만부이상판매되는성공을거두었고영화로도제작되었다.
2006년극형식의소설『선셋리미티드』를발표했으며,2009년에는“지속적인작업과한결같은성취로미국문학계에큰족적을남긴”작가에게수여되는펜/솔벨로상을받았다.2022년맨해튼프로젝트에참여했던물리학자아버지를둔남매의이야기를다룬연작형식의장편소설『패신저』와『스텔라마리스』를출간했다.2023년89세를일기로세상을떠났다.

목차


패신저
옮긴이의말

출판사 서평

추락한비행기.아홉구의시체.사라진승객한명.
잃어버린존재를안고불가해한세상을떠도는여행자.

『패신저』는웨스턴남매의오빠보비가이끌어가는이야기로,여동생얼리샤가죽고약10년이지난1980년을배경으로한다.과거촉망받는물리학도였던보비는얼리샤를마음에묻은채바닷속에잠긴화물이나각종유실물을탐사하고건져내는인양잠수부로일하고있다.어느날새벽그는동료잠수부와함께바닷속으로추락한비행기를조사하게되는데,일곱명의승객과조종사와부조종사의시체가함께발견된비행기내부에는수상하게도조종사의운항가방과블랙박스가사라지고없다.얼마지나지않아보비의집에정장을입은요원두명이찾아오고,보비가없는사이이미집을수색한두남자는비행기에대한질문을던지며승객한명이실종되었다는사실을전한다.보비는비행기추락사건에모종의음모가얽혀있다는느낌을받고,함께잠수를했던동료이자친구오일러가베네수엘라에일하러갔다가사망하면서사건에대한의혹은더욱짙어진다.

추락한비행기와거기에얽힌미스터리가소설의뼈대를이루고있다면작품에살을붙이고풍성함을더하는것은주인공보비웨스턴이등장인물들과나누는대화다.코맥매카시가어린시절의대부분을보낸녹스빌과작가가된뒤거주한적있는뉴올리언스프렌치쿼터의레스토랑과술집들을배경으로동료잠수부,동네친구들,사설탐정등과나누는대화는다채롭고광범위한화제를넘나든다.대학에서물리학을전공하고자동차경주선수로활동하다현재는잠수부로일하는보비의인생과관심사를반영한이야기부터20세기중후반세계를완전히바꾸어놓았고남매의아버지가개발에일조한원자폭탄에관한이야기까지,작가가평생관심을기울이고파고든주제가반영된이대화들은독자로하여금죽음과삶,신과우주에대해깊이숙고하게만든다.

『패신저』와『스텔라마리스』를연결하는
그리움과상실감,그리고고통스러운슬픔

간밤에눈이가볍게내려얼어붙은머리카락은황금색수정같았고두눈은차갑게얼어붙어돌처럼단단했다.노란장화한짝은벗겨져몸아래눈밭에서있었다.던져놓은코트는눈에살짝덮여형태를그대로드러냈고그녀는하얀원피스만입은채겨울나무의헐벗은잿빛기둥들사이에서고개를숙이고두손을약간틀어손바닥을드러낸모습으로매달려있었다.어떤성당조각상들처럼자신의역사를생각해달라고청하는자세였다.세상의깊은토대를,세상이그녀의피조물들의슬픔속에서존재를얻게되는그곳을생각해달라는자세.본문에서

『패신저』는보비를중심으로펼쳐지는소설이지만,이소설의시작을알리는장면은다름아닌『스텔라마리스』를이끌어가는여동생얼리샤의죽음이다.춥고황량한어느크리스마스날,스무살의나이에눈덮인숲으로들어가스스로목숨을끊은얼리샤는보비의남은삶에지울수없는상실감과고통스러운슬픔을남긴다.무자비한시간의흐름속에서도,그애를죽게했다는보비의자책과후회는깊어져만가고,보비는“내인생에서너를제외하면모든게사라졌다”고읊조리면서스스로이해조차할수없는어둠속으로가라앉는다.

얼리샤의존재는『패신저』에서또다른방식으로계속해서드러난다.총열개의장으로구성된소설은마지막장을제외한아홉개의장에특별한도입부를가지고있는데,바로조현병진단을받은얼리샤가열두살때부터장기간겪어온환각에대한것이다.‘키드’라불리는존재와그가이끄는무리는얼리샤의삶에아무때고등장해현실과환상의경계를흐리게만들고,이장면들은『스텔라마리스』에서얼리샤가의사와나눈대화와연결되며두소설을눈부시게아름다운방식으로순환시키면서하나로엮어낸다.

인생이란수수께끼야.그거알고있었어?
그게내가정말로알고있는유일한사실인지도모르지.

보비는깊은물속으로들어가어둠을뚫고움직이며그안에있는것이무엇이든그것을탐사하고인양하는일로먹고살지만실은심해에대한공포를품고있다.정체를알수없는것과언제든맞닥뜨릴수있는캄캄한물밑은보비에게알지못한다는데서오는두려움에도불구하고견뎌내야한다는면에서마치인생과도같이느껴진다.좋은작가란“삶과죽음의주제를다루는작가”라고말한바있는매카시는『패신저』에서죽음은물론이고삶과이세상에대한문장을여러번쓰고있는데,그핵심은결국“세상이무엇으로만들어졌는지절대알지못할거”라는사실이다.“인생이어떻게될지아무리상상해봐도그걸정확하게알가능성은크지않”고우리는어떻게해야할지를모르는것뿐아니라심지어어떻게하지말아야할지조차알지못한다는것.
이책을옮긴정영목교수가옮긴이의말에서쓴것처럼,『패신저』와『스텔라마리스』가공유하는기반이자작품세계를떠받치고있는현대물리학은“우리가이전에알던세계의확실성을무너뜨리는이론들을생산하는동시에마음만먹으면확실하든확실하지않든그세계전체를물리적으로무너뜨릴수있는폭탄도생산했”다.그불확실성과불가해함속에서보비는어두컴컴한물속을가르고나아가듯홀로,오로지홀로살아간다.때때로두려워하고종종자책하며늘슬퍼하면서.

여기이야기가있다.주위가어두워지는동안우주에홀로서있는모든인간가운데마지막인간.하나의슬픔으로모든것을슬퍼하는인간.한때그의영혼이었던것이소진되고남은애처로운찌꺼기에서는이마지막날들을안내해줄신비슷한존재라도만들재료는전혀찾지못할것이다.본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