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센티미터 숲 (양장본 Hardcover)

1센티미터 숲 (양장본 Hardcover)

$12.58
Description
뽕 뀌고 나면 퐁 빠져나가는 슬픔
톡 건드리면 토도독 열리는 축제
“이 동시집은 가만히 쪼그리고 앉아 귀를 환히 열고 읽어야 해요.
이 책에 실린 동시들은 괭이밥 씨앗만큼이나
작고 낮고 가만한 마음의 움직임을 담고 있으니까요.”
_이안(시인, 『동시마중』 편집위원)

변은경 시인의 첫 동시집으로, 2015년 『어린이와 문학』에 추천 완료된 「첫눈」 「바코드새」 「개똥 쉼표」, 2019년 『창비어린이』 동시 부문 신인문학상을 수상한 「어디로 날아야 할까?」 「슬플 땐 방귀를 뀌어 봐」 「혼자 걷다」(발표 당시 제목 「사춘기」)를 비롯한 49편의 작품이 실렸다. 시인은 오랫동안 어린 ‘나’와 같이 쪼그리고 앉아 작은 존재들의 말을 기다려 왔다. 뜻깊은 대상을 발견하는 밝은 눈, 대답을 재촉하지 않는 느긋한 자세, 슬픔도 퐁 날려 버리는 단단한 태도가 입을 꾹 다물고 있던 존재들을 이야기하게 했다. 이가 빠진 접시(「접시」), 높다란 벽을 마주하고 선 나무(「나무와 그림자」), 바닥에 떨어진 깃털(「날아라, 깃털」) 들이 조용조용 꺼내는 놀라운 이야기들은 듣는 이가 움츠렸던 “어깨를 펴고 천천히 걸어 볼까/ 눈부신 하늘도 올려다볼까”(「고양이와 작은 아이」) 기운을 내도록 이끈다. 시인을 따라 가만히 귀를 기울이고 찬찬한 마음으로 살피면 누구나 “세상에서 가장 작은 동시 축제의 마당”(이안)에 들어설 수 있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축제가 열려요
얼마나 조그맣고 빠른지
안 보일지도 몰라요

보이지 않아도
축제는 열린 거예요
괭이밥이 꼬투리를 마구마구 열거든요

_「괭이밥 축제」 부분
저자

변은경

2015년『어린이와문학』에동시추천이완료되며작품활동을시작했습니다.2019년『창비어린이』동시부문신인문학상을수상하였고,2020년아르코문학창작기금에선정되었습니다.거꾸로가는시계를선물받고부터빼빼마른어린나를자주만납니다.같이쪼그려앉아들꽃보는걸좋아합니다.

목차

시인의말

1부바람에흔들리고있어
난지금열두살|꽃병|괭이밥축제|개똥쉼표|자전거와벚나무|슬플땐방귀를뀌어봐|
봄해바라기|나무와그림자|숨바꼭질|접시|마중빛|1센티미터숲|감꽃

2부내가와서반가웠을까
버드나무야,안녕|인공폭포|아기모과|새똥과자|수박바사이|빨간가발|그림자공룡|바코드새|갈매기일기|달팽이가|깻잎장아찌|벽지바다

3부분홍빛낙타구름에올라타서
날아라,깃털|할머니와앨리스|혼자걷다|빗물웅덩이|난다|나이테파일|꽃갈피|키다리크레인씨|고양이와작은아이|저녁놀|분홍낙타를타고

4부잘나는방법을연구중이야
겨울바람|보리방귀|먼지꼬리|어디로날아야할까?|자줏빛벨벳의자|어쩜좋니|힘센밥|
걸어서갈래|그림자폴더|ㄹ|신발새|눈이폭폭내리면|첫눈

해설_이안(시인,『동시마중』편집위원)

출판사 서평

흔들려도제법멋진그림자의세상

어린이의마음에도그늘이있다.높다란벽을마주하였을때(「나무와그림자」),몸안에슬픔이가득찼을때(「슬플땐방귀를뀌어봐」),괜히짜증부린다고혼났을때(「혼자걷다」),그럴때마다조금씩그림자가드리운다.변은경시인은움푹파인빗물구덩이에“나무도하늘도찾아와서/한참동안있어”(「빗물웅덩이」)주는것처럼속상한아이곁에가만히앉는다.그러고는살짝고개를들어보라고속삭인다.흔들리는그림자는생각보다꽤멋있으니까.긍정의온기가그림자까지폭껴안아위로한다.

바람에흔들리는내가
꽤괜찮아보여

해가뜨는내일을기다리는
버릇도생겼지뭐야

그게다내앞에
높다란벽이생기고부터야

_「나무와그림자」부분

『1센티미터숲』곳곳에서시인의단단한태도가빛을발한다.현실에굴하지않고“빛나는소용의시간이지나고난뒤에도이어지는빛의시간을우리앞에”(이안)불러온다.“이가빠져서구석에있다가/화분받치는일을시작”한접시(「접시」)는날마다음식담던시절을그리워하지않는다.화분밑에서나무뿌리를토닥이고꽃을기다리며주어진하루를충실히살아간다.접시의마음은“꽃이춤출수”(「꽃병」)있기를바라는꽃병의마음과다르지않다.시인의세상에서길거리의개똥은학원가는아이의쉼표가되고,(「개똥쉼표」),바닥에떨어진깃털은“날기전/호흡을가다듬는”(「날아라,깃털」)가능성의존재가된다.“살짝윙크를”(「빨간가발」)날리는명랑함으로나와너의가장멋진면을비춘다.

어디든갈수있고,무엇이든될수있는시

잠이오기를기다리던은택이가
쪼금쪼금뜯는푸른벽지

며칠전등장한뱀장어가
조금길어졌다
아기상어도태어나고
뿔달린도깨비해파리도나타났다

_「벽지바다」부분

“선을그으면좁아지고선을지우면”넓어지는것은“물리적공간뿐아니라마음의방도마찬가지”(이안)라서,벽의경계를넘는순간은택이의조그만방은뱀장어와아기상어,도깨비해파리가헤엄치는마술적공간으로변모한다.시인은자유로운상상으로현실의경계를훌쩍뛰어넘어마음을더멀리,더자유로운곳으로데려간다.‘나’의테두리에갇히지않고새로운‘나’를꿈꾸는용기도상상에서나온다.아기모과는“매끈하고둥그렇게커볼까?/오이처럼길쭉길쭉크는건어떨까?”골똘하고,인공폭포는“돌멩이를넘고/물고기배”(「인공폭포」)를간질이며바다로가기를꿈꾼다.“난걸어서가볼래/까짓것지구한바퀴”하고용기를내면“세상모든것이돼”(「ㄹ」)볼수있는곳이변은경시인의세계이다.때이른성장을재촉하는어른들(「난지금열두살」),깜깜한책속에갇힌듯한마음(「꽃갈피」)들은시인이어린이의세계에발붙이고사려깊게관찰하였기에만날수있었던장면들이다.시의토대가단단하기에현실을딛고힘차게마음껏나아갈수있었다.

느리게느리게,라르고의리듬으로
모두를안아주는귤빛노을의시간

크레인씨,
긴팔이부럽군요

높은건물짓는것도멋지지만
노을을지휘하다니요

크레인씨,
오늘따라쓸쓸해보여요
흐린날은나도그래요

오늘저녁은환한귤빛이면좋겠어요
라르고로부탁해요

_「키다리크레인씨」전문

분주하던하루를마무리하는저녁,높은건물짓느라바쁘던크레인도한숨을돌린다.이제긴팔로노을을지휘할시간이다.크레인이손짓하자환한귤빛이세상을부드럽게감싸고,모두의움직임이느려진다.『1센티미터숲』에는“하루일을마친해가/마지막남은빛을바알갛게부풀려/이세상모두를한번더안아”(「저녁놀」)보는따스한온기가가득하다.이온기는낯선존재에대한공감과환대로이어진다.전학온친구에게내미는수박바(「수박바사이」),꼼짝못하는공룡그림자가배고플까봐피자랑치킨을그려주는아이(「그림자공룡」),온가지를흔들며인사를건네는버드나무(「버드나무야,안녕」)의다정함이마음을편안하게한다.
이윤희화가는『1센티미터숲』을더욱안온하고활기찬곳으로꾸몄다.섬세하게쌓아올린공간이시의세계에깊이를부여하고,찾아온이들을명랑하게안내한다.

사랑으로부르고싶은대상이있을때마다어린나는같이쪼그려앉아작은존재들의말을기다려주었다.말을고르고그말이나아가게길을내어주는것또한어린나에게기대서가능한일이었다.사랑이란이름이잘어울릴때까지,가보지않은길도깜깜한길도가볼참이다._변은경‘시인의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