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전·장끼전 - 문학동네 한국고전문학전집 33

토끼전·장끼전 - 문학동네 한국고전문학전집 33

$14.67
저자

정출헌옮김

저자:정출헌

부산대학교한문학과교수.고려대학교국어국문학과를졸업하고,동대학원에서고전문학으로박사학위를받았다.고려대학교민족문화연구원연구교수,부산대학교점필재연구소장을역임했다.현재한국고전번역원부산밀양분원을맡고있다.조선전기유교지식인의시대정신과동국문명의변화과정,일제강점기유교지식인의대응양상과만주망명의여정을탐색하는데관심을갖고있다.저역서로『조선후기우화소설연구』『고전소설사의구도와시각』『조선최고의예술판소리』『고전문학사의라이벌』(공저)『김부식과일연은왜』『추강집』『남효온평전』등이있다.

목차

머리말

토끼전
용왕의잔치와발병
도사의출현과처방
수궁신하들의갑론을박
별주부의자원과작별인사
별주부의육지구경과모족회의
별주부의위기와호랑이퇴치
토끼와의만남과산중흥취
토끼의세상팔난과별주부의수궁흥미
별주부의유혹과토끼의결심
토끼의수궁행과위기모면
토끼와별주부부인의동침
토끼의생환과별주부의최후

장끼전
장끼와까투리의고단한삶
콩을둘러싼장끼부부의논란
콩을먹으려던장끼의죽음
과부가된까투리의수난
과부까투리와홀아비장끼의결합

원본『토끼전』
원본『장끼전』

『토끼전』해설|동물우화로담아낸봉건국가의해체
『장끼전』해설|동물우화에담은유랑민부부의비극적삶

출판사 서평

사람대신동물을내세우다

조선후기에는민간에서전승되던동물우화를소설적편폭으로확장시킨우화소설이유행했다.조선후기향촌사회에서구성원사이에벌어진갈등과대립을다루는작품이대부분을차지한다.우화소설에서는토끼와자라,장끼와까투리를비롯해별별동물이다투고경쟁한다.그저그런부류들이서로잘났다고으스대는꼴이라든가부패한수령과결탁해재물을탈취하려는모습을그려세태를희화화했다.
실제로조선후기에는향촌사회의주도권을장악하려는각축이치열하게벌어졌다.부유한평민과실세한사족사이에서심상치않은갈등이발생하기도했다.우화소설은그같은사회의급속한변화상을비판적시각으로포착했다.

최하층유랑민을주인공으로발탁한판소리열두마당중두편

『토끼전』과『장끼전』은미천한신분의광대가판소리로다듬어수많은청중을대상으로넓은공간에서선보이며열렬한사랑을받았다.판소리야말로조선후기최고의연행예술로꼽히는데,열두마당가운데우화소설이두편이나들어있다는사실에주목하지않을수없다.고전소설작가들은주인공을으레영웅적인물또는재자가인으로설정해왔다.하지만판소리광대들은그런관행에서벗어나평범한인물을주인공으로발탁했다.그런판소리광대들이길짐승토끼와날짐승꿩의삶에까지눈길을 주었다.꿩과토끼야말로힘없는존재들이다.향촌주변논밭을전전하며곡식낟알을주워허기를채우던장끼와까투리,조정미관말직에있으면서하찮은존재로취급받던자라,목동·포수·매등에게쫓기며살아가던토끼는조선후기최하층의부류인유랑민의모습과비슷하다.판소리광대들은유랑민이고난에찬삶을살아가면서엄혹한시련을어떻게헤쳐나가는지를우화를통해보여주고자했다.

『토끼전』:꾀많은토끼와또다른주인공자라

봉건국가의군주로상징화된용왕의죽을병을고치기위해육지동물토끼를잡으러가는소동을벌이는『토끼전』은참으로문제적이다.평소에는거들떠보지도않던자라에게위험한육지에가서토끼를잡아오라는임무가부과되는과정도그렇지만,수궁과전혀상관없이살아가던토끼에게희생을강요하는것은어처구니없다.용왕의부당한요구를받아들이지않을수없던자라와,용왕의요구를거부하고달아나버린토끼의엇갈린행보라는놀라운결말은충절이란명분으로백성의희생을당연시하던봉건국가의부당한요구앞에선개인의선택을보여준다.

『토끼전』은이본의양상이흥미롭다.어떤작품은결말까지사뭇다르게난다.어떤이본에서는토끼를놓친자라가바위에머리를부딪쳐자결하자용왕이약을구하지못하고죽는가하면,어떤이본에서는도사가나타나자라에게불로초를주어용왕이살아나기도한다.이처럼결말에차이가나는까닭은『토끼전』이제기한문제에대해합의된결론을도출하지못했기때문이다.어째서결말에대해합의를보지못한것일까.

딜레마에봉착한캐릭터는자라다.『토끼전』에서는자라역시주인공이다.그런사실을반영하듯,『토끼전』은이본에따라『별주부전』도있고,둘의이름을나란히드러낸『토별가』또는『별토가』도있다.19세기중반송만재는『토끼전』을읽으며토끼못지않게자라에게도깊은관심을보였다.많은사람은자라를조역으로취급하거나용왕과함께비판받아마땅한존재로치부하지만,실제로자라의작중역할은막중하고도흥미롭다.토끼와자라는온갖위험을무릅쓰고서로의목숨을노릴정도로치열하게맞서지만사실그둘은진정한적대자가아니다.진짜토끼의목숨을노리는자는토끼의간을필요로하는,곧무고한서민의생명을빼앗으려는용왕이다.『토끼전』에서토끼는지혜를발휘해끝내자유를찾고,용왕은절대권력을휘두르지만,이러지도저러지도못하는자라는어쩌면가장현실적인인간의초상아닐까?그가직면한애환이문제적으로다가오는이유다. 

『장끼전』:다섯번의장례식과이후의삶

『장끼전』을읽다보면안뜻연애리얼리티프로그램‘돌싱’특집이떠오른다.까투리는다섯번결혼하고서도또다시가장을잃어버려야했다.
작품의현실적인핵심사안은굶주림의문제다.콩을먹을수밖에없었던장끼는덫에걸려비명횡사하고까투리는아홉아들열두딸을혼자키워야하는과부신세로전락한다.떠돌이로서궁핍하고불안정한삶이그들부부앞에놓인최대문제였다.장끼의죽음으로까투리는험난한세상에또다시혼자남게된다.앞으로모든고난은연약한까투리홀로헤쳐나가야하는데,장끼의죽음이후이어지는숱한잡새의구혼으로그시련은현실화된다.

그러나까투리의생명력은질기다.다섯번째남편이죽는데서이야기가시작되는데,끝끝내까투리는좋은짝을찾게될까?
과부를차지하려는수컷들의회유와겁박에맞서까투리는수절과개가라는선택의갈림길에놓인다.정절이목숨보다중하다고여기던봉건사회에서까투리가개가를선택한다는결말은결코허투루보아넘길수없다.

조선후기유랑민이겪은고난과그로부터비롯된비극적인삶,그러나그냥웃어넘길수없게만든다.이를꿋꿋하게이겨내는까투리의모습을통해조선후기하층여성의전형을볼수있다.그리고봉건국가의침탈에시달리던토끼의생기발랄한모습을통해지배층의끝없는탐욕과허위의식을풍자하고있음을발견하게된다.이때문에판소리계우화소설이이룩한고도의사회의식과정치의식은과거의유산으로만읽히지않는다.바로지금우리에게도그런부조리한요구와회유가끊이지않고있고,그때마다어떤선택을내릴지결단하지않을수없다.어쩌면지금이런시대야말로판소리계우화소설의두주인공인토끼와까투리의결단과선택이더없이밝은빛을발하는순간이지않을까.부익부빈익빈의사회현상이점차심해지며재물의위력이힘없는사람의희생을강요하거나인간으로서의존엄성을무시할때어떤결단이필요한가를생동하게보여주기때문이다.고전소설『토끼전』과『장끼전』이오늘날까지읽히는이유다,-머리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