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라는것에대해잘모릅니다.
1985년8월경기도동두천에서태어나국민학교시절앞으로는논밭,뒤로는산이있는마을에살았습니다.워낙조용한동네라떠들썩한것이라곤새울음소리풀벌레소리흙바닥에떨어지는빗소리가전부인곳이었습니다.
신발가방을발로차며걸었던논두렁길,마을입구를지키는아카시아나무아래누워가로등없는길위로더반짝이던밤하늘을보면서신비로운감정을느꼈습니다.
무식한머릿속에선설명되지않았던것들이하나하나의단어들을끄집어내어조립하면글이되었고,어린시절저는혼자만의행복한놀이에빠져들었습니다.
마흔살이다가오는지금도
신비로운감정은불쑥불쑥찾아옵니다.
_서문에서
“웃기기위해많은생각을합니다.
하지만때론이런생각도합니다.”
이시집이출간되어세상에나가기시작하는12월4일은공교롭게도암투병끝에돌아가신그의아버지의생신이다.이시집엔아버지에대한시들이유독많다.아버지를향한깊은그리움이이시집의어느부분들을태어나게했을것이다.“아빠가해주는삼겹살김치볶음먹고싶어요”라고투정을부려보다가,하루는아버지의옛전화번호로문득전화를걸어본다.“지금거신번호는없는번호입니다.확인후다시걸어주시기바랍니다”라는차가운목소리만매번돌아오지만,영원히지울수없는전화번호가있다.(「아빠번호」,38쪽)
방송과무대에서재치있는장면들을만들어내는그의일상과머릿속을엿볼수있는재미있는시들도눈에띈다.그의하늘엔아무도보지못하고궁금해하지않는공룡과불사조가나타나고,고단한하루끝엔벗어놓은양말이‘세탁기와벽틈사이를오르다지쳐’멍하니세탁바구니를바라본다.
보산국민학교운동장/나에게만보였던/하늘의거대한공룡구름은//디지털미디어시티광장에서도/역시나나에게만보인다.//부리부리한눈과/날카로운발톱의/거대한공룡이나타났는데/아무도궁금해하지않는다.//제발누구라도봤으면좋겠다./오늘은공룡뒤로/불사조도나타났기때문이다.(「고개들어하늘봐요」전문,98쪽)
얼마나외로웠을까./한쪽양말/서랍깊숙이어두운곳에/울다지쳐/엎드려잠들어있다.//짝짝이양말들속/한쪽양말/얼마나서러웠을까./얼마나부러웠을까./얼마나그리웠을까.//얼마나힘들었을까./한쪽양말/세탁기와벽틈사이/오르다지쳐/세탁바구니멍하니본다.(「양말」,108쪽)
“지치고괴롭고웃고울었더니
빛나는별이되었다.”
양세형작가의시엔유독‘별’의심상이많이등장한다.돌아가셔서하늘의별이된아버지,관객석에서반짝거리는눈으로코미디언들을향해박수치는사람들,가끔초라하고슬프지만아침마다자신의삶을꿋꿋하게시작하는사람들,그러다다시퇴근길지하철에서흔들리는사람들,세상의모든반짝거리는사람들,남몰래울고싶은어른들,이모든사람들이그에게와서‘별’이된다.
마냥웃겨보이고행복해보이는사람에게도눈물과그리움이있고,누구의삶에나“넘어가는길긁힌팔꿈치에서느꼈던아픔그리고웃음”이있다.
그래서양세형은계속쓴다.
“아픔을닦으면내일은웃음이다.”(「1909호」,174~17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