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를써줘……편지가오면내마음에도봄이와”
생텍쥐페리와그의아내콘수엘로,
그들의열정적이고도파란만장했던운명속으로
앙투안드생텍쥐페리가운명의여인콘수엘로를만난것은1930년9월부에노스아이레스의,프랑스문학을주제로한강연장에서였다.생텍쥐페리는자유로운영혼의소유자인콘수엘로에게서시적이고창조적인분신을발견하고첫눈에매료되었고,석달간의동거끝에1931년결혼식을올린다.앙투안은콘수엘로를‘황금깃털’‘병아리’‘오이풀’등의애칭으로,콘수엘로는앙투안을‘파푸’‘토니오’등의애칭으로부르며그들만의“몽상적영토”(갈리마르편집자,알방스리지에)를공유하기에이른다.
하지만첫만남이후얼마지나지않아앙투안이보낸편지에서자신을‘보물을품지못하는우울한아이’에빗댄것처럼,둘의결혼생활은순탄치못했다.북아프리카부터남아메리카까지세계의상공을누비던그의불안정한생활탓도있지만,두사람의기질차이도한몫을했다.엘살바도르출신으로자주고립감을느꼈던콘수엘로는친구들과자유로운교류를원한반면,긴비행에지친앙투안은그녀가안정적인보금자리역할을해주길바란것이다.때로이런갈등은격화되어앙투안은『어린왕자』를인용해가며“‘꽃은언제나어린왕자탓을했다.그래서어린왕자는떠났다!’이게바로내가불평하는이유야”(204쪽)라고쓰기도했다.그럼에도불구하고둘은서로의처지를이해하는유일한안식처였으며―“앙투안은용암처럼들끓는알제에서외롭고,콘수엘로는밀림같은뉴욕에서외롭다.세상천지에오로지둘뿐이다”(생텍쥐페리의증손자올리비에다게,22쪽)―서로의창작활동을독려하는동반자관계였다.비행으로평탄치못한일상을보내는남편에게콘수엘로는끊임없이글쓰기를독려하고,전작들의반응을전하며심정적지지를놓지않는다.
“토니오.소설열심히써서,아주아름다운작품을완성해봐.우리의이별,절망,우리사랑이흘린눈물이당신이사람들의마음을,사물들의신비를꿰뚫는데도움이되지않을까?”
_「콘수엘로가앙투안에게」,49쪽
“계속해야해.허튼생각하면안돼,남편.난당신이그책을끝내야한다고굳게믿어.책이당신에게가장중요한전투야.글을써,절대피하지말고.가능하면지금있는곳에서,안전하게있다면(나는신경쓰지마)꼭쓰도록해.”
_「콘수엘로가앙투안에게」,316쪽
“『어린왕자』는당신의뜨거운불길속에서태어났지”
길들여진한송이꽃과의사랑을담기까지,
서간집으로만나는『어린왕자』의기원
관계에대한시적인통찰을담은책이자‘세계에서가장많이읽히는책’으로꼽히는『어린왕자』.놀랍게도『생텍쥐페리와콘수엘로,사랑의편지』에서는이아름다운이야기가시작되는장면이펼쳐진다.앙투안은‘어린왕자와길들여진한송이꽃의사랑’이라는있을법하지않은사랑을우수에찬마음으로떠올리면서콘수엘로와함께시를누렸고,그시는부부를이어주는끈이었다.앙투안이아직『어린왕자』(1943)를한줄도쓰지않았고그림한점도그리지않은1940년,콘수엘로가쓴편지에는이미여인이장미로변하는이야기가나온다.또한콘수엘로와함께한초기부터그녀를‘오이풀’이라고불렀던앙투안은이야기초반에꽃을오이풀모양으로그린바있다.이이야기의마지막장에서어린왕자가한그루나무가쓰러지듯서서히쓰러진것역시콘수엘로가앙투안을나무에비유하곤했기때문이다.
다른데서날아든씨앗,멋부리는꽃,그꽃을위해서라면목숨이라도내어놓을어린왕자,어린왕자에게한마디도지지않지만바람을무서워하는꽃,기침을하고―콘수엘로에게는천식이있었다―가시로자기자신을보호하면서다정함을감추는꽃……『어린왕자』속왕자와꽃의모습은서간집속앙투안과콘수엘로의모습과겹치며,혼란스러웠던부부의삶이앙투안을이이야기로이끌었으리라짐작게한다.
“난곧오이풀이될거야.(...)나는예쁜오이풀이될거야.오이풀은길을잃었어.죽었어.그예쁜오이풀을초록풀밭으로데려가서꽃과노래로옷을입혀줘.더는누구도그오이풀에상처주지못하게.오이풀은파푸의시가될거야,파푸가흘린그많은피로쓴시!
_「콘수엘로가앙투안에게」,153쪽
“난어린왕자의세계를사랑하고,그세계속을거닐어……거기선아무도날건들지못하지……비록가시는네개뿐이지만,당신이그가시를보아주고,세어봐주고,기억해주니까……”
_「콘수엘로가앙투안에게」,298쪽
문학독자들의허기를채울충실한아카이빙
갈리마르출판사·생텍쥐페리재단의협업으로작가의삶과시대를복원하다
스타부부의가려진삶과『어린왕자』의탄생배경을전하는것외에이서간집이가진미덕은또있다.‘생텍쥐페리재단’과갈리마르출판사의협업을통해육필원고,작가가직접그린어린왕자삽화(434쪽)등풍성한자료를수록한것은물론,편지가쓰인당대의맥락을상세한각주로복원했기에생텍쥐페리의삶과시대를입체적으로조망할수있다는점이다.가령앙투안이당대문화계를지배한초현실주의자들(앙드레브르통,막스에른스트등)과교류한점이나이를통해초현실주의시의언어유희를시도했다는점은흥미롭다.또한오랜비행경력을자랑하는그가상공이나이국에서의풍광을묘사한부분은독자들에게도새로운시공간을경험하게할것이다.
“날씨가나빴어.쉼없이바람에얻어맞았지.때로푸른하늘이나타나면3천피트고도에피해있었어.먼지하나섞이지않은바람이세차게일면그차가운기운에땀이마르지.그런바람은위험하진않아.하지만얼음같이차가운공기의흐름이너무세서앞으로나아가기힘들지.그러면부동의황금빛휴식을멈추고다시지상의무질서와흔들림과참을수없는열기속으로들어가야해.탕헤르,죽어있는작은도시.”
_「앙투안이콘수엘로에게」,79쪽
무엇보다제2차세계대전시정찰병으로참전한바있는그가전쟁을바라보는시각도가감없이드러나는데,당대전쟁을둘러싼지식인들의입장가운데하나로서참고할만하다.실상앙투안은비시정부의수반페탱도,런던에서‘자유프랑스’를이끌며독일에맞선드골도지지하지않았고이런태도로인해뉴욕에머물던시기,비시정부협력자로비난받았다.하지만그는어느쪽도아니었고,다만그가택한것은‘양심’에충실하기위해전쟁터에출격해비행을마다하지않는실천이었다.정치적외로움과전쟁의불안속에서앙투안을위로하는것은끝내그의다정한별,콘수엘로였을것이다.
“그래도난떠나.서류작업도아니고전투비행을하러간다고.그쪽으로지원했어.난전쟁을하러떠나.나는굶주리고있는사람들에게서멀리떨어져있을수없어.내가아는한,양심에거리낌없이평화로울수있는방법은하나뿐이야.최대한고통받는것.가능한한많은고통을찾아나서는수밖에없어.”
_「앙투안이콘수엘로에게」,22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