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그때 말했던 거 있잖아

우리 그때 말했던 거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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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우리는 사랑을 위해 꾸려진 프로젝트 그룹 같다”

사랑도 일상도 버거운 우리가
서로라면 다시 살아갈 수 있다고,
‘우리’라는 이름을 되새기는 첫 속삭임
문학동네시인선 206번으로 류휘석 시인의 첫 시집 『우리 그때 말했던 거 있잖아』를 펴낸다. “부단한 실패와 실종을 겪은 자만이 그려낼 수 있는 우리 시대의 음화(陰畫)”(2019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심사평)라는 평과 함께 데뷔한 류휘석은 밀레니얼 세대 청년들이 일상에서 느껴온 좌절과 곤욕에 대해 오래 천착해왔다. 하루의 일과를 쌓아올려 미래를 꿈꾸는 것이 밀레니얼 세대가 바라는 아주 작은 희망일 것이다. 허나 내일을 장담할 수 없는 시대에 ‘선택과 집중’이라는 말로 포장된 포기와 체념은 밀레니얼의 시대정신이 되었고, ‘우리’라는 이름의 연결조차 버거워지고 말았다. 그런 ‘우리’와 시대를 예민하게 느껴온 류휘석은 이번 시집에서 우리가 서 있는 현실의 질감을 생생히 느끼게 하는 동시에, 홀로 떨어져 있던 우리가 비로소 서로에게 다다를 도약을 시도하는 59편의 잰걸음을 선보인다.

별일 없었어요?

그가 내 고개를 들고 뜨거운 미역국을 후 불어 천천히 밀어넣을 때

아마도요

고백하듯 뱉은 대답에서 물비린내가 날 때

총천연색의 빛과 함께
거대한 해일이 밀려오고요

나는 더 울 수도 없이 불어터진 얼굴로

사랑한다고
_「조화에도 물을 주시나요」에서

시집은 생존을 미션처럼 필사적으로 획득하되, 그 과정 전체를 게임처럼 즐겨야만 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처지를 서두로 열어젖힌다. 현실을 버티지 못하고 떠나간 친구들을 상기하는(「김의현 장례식」) ‘나’에게도 미래는 “인류의 멸망과 우리는 비슷한 처지에 있”다고 여겨지는 것이고, 남은 ‘나’는 매일 당면하는 “위험에는 명랑한 태도로 대처하게 된다”(「우리가 상상했던 저녁은 옥상에 없겠지만」). 류휘석의 시집 속 화자들이 “있잖아 나 이제는 누가 죽어야 쓸 수 있을 것 같아 (…) 다음에는 죽어서 만나자”와 같이 서로에게 위악적인 말을 건네거나 자학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죽음으로 시작되는 가능성을 나열하며 시간이 빨리 지나가버리길 바라”(「유기」)는 안간힘일 것이다.
그러나 비참한 심경의 가운데서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보고 싶어”(「유기」) 말하는 ‘우리’ 또한 사랑하는 사람을 잘 사랑하려는 존재임은 분명하다. 분노도 사랑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우리에겐 어떤 것이 필요할까. “모두 잠드는 이곳에서 왜 죽고 사는 문제가 시작되는 걸까” 절실히 생각하는 류휘석의 ‘나’는 “죽은 식물을 들어내고/ 화병을 닦고/ 다시/ 순두부를 사러 나가는”, 일상을 아주 작은 것부터 회복시키려는 “연습을 오래 해왔다”. 그러나 그 “싱그러워 보”(「Zoomb:e」)이는 순환적이고 자족적인 태도로부터 활력은 찾아보기 어렵다. 1부의 마지막 시 「이 글에는 옮긴이만 등장한다」는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막다른 길에 다다른 우리의 초상이 선언처럼 읊어지고 있다.

우리의 탄생화는 조팝나무다. 조팝나무의 꽃말은 선언이다. 우리는 탄생처럼 선언하고 다니길 좋아한다. 그러나 요즘에는 할 수 있는 말이 없어서 입 다무는 연습을 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올해 안에 꼭 치료받을 거라는, 건강해지겠다는 선언 따위나 하고 다닌다. 아무것도 아니게. 그렇게 살아야지. 우리는 매일 다짐하고 그게 우리를 천천히 죽인다.
_「이 글에는 옮긴이만 등장한다」에서

우리가 맞닥뜨린 막막하고 곤란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흔히 사랑이 대안으로 들어지곤 했다. 마치 우리가 사랑을 모르고, 사랑을 하지 않아서 외로워지고 미래가 불투명해졌다는 것처럼. 하지만 류휘석의 시는 우리에게 사랑이 그렇게 쉬운 것이었는지 되돌아보게 한다. “엄마는 다시 건강을 말하고 나는 다시 열심히 산다고 말하고/ 우리는 사랑한다는 말을 못하는 오래된 연인 같고”(「역할극」). 실로 가족이라는 관계는 우리에게 얼마만큼 ‘역할극’에 가까웠는지. 날 때부터 속한 관계가 아니라, 우리가 선택한 사랑에서도 마찬가지다. 류휘석의 ‘나’는 ‘너’를 앞에 두고 몰래 “입안에서 우리를 발음해”보거나 “버려진 위성처럼” 주위를 “배회한다”(「가만하기 기억되기」). “아무도 아무것도 들키지 않는/ 너와 내가 깨지지 않고 지속되”(「생일 편지」)듯이, 사랑을 말하기는 쉽지만 그 사랑은 자기만큼은 지키고자 하는 방어기제에 너무나 쉽게 바스러지고 말지는 않았던가. 현실과 미래에 억눌린 이들이 사랑이라고 편안히 이룰 리 없을 것이다. 그렇게 류휘석은 사랑을 혼자 되뇌거나 저물어가는 사랑의 모양을 바라보고,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끝과 다음을 먼저 생각하고 마는 이들의 움츠러든 입가를 오래 들여다본다.

나는 남은 것들로 잘 살아볼 생각입니다. 흰 물컵에 따듯한 물을 붓고 옷장 속에 두었던 편지를 꺼내봅니다. 보관의 매뉴얼은 늘 건조하고 서늘하므로 우리는 빛도 없이 멋지게 갈변해 잘 말라 있습니다. 바깥에 수북이 쌓인 눈도 결국 녹아, 마르고 따듯한 날이 오겠지요. 말린 계절을 다 더하면 우리가 살아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_「볕 고르기」에서

그러나 가까이 있으면서도 멀리 떨어진 ‘너’와 ‘나’는 가능한 한 맞붙어야 하리라, 흐물흐물해져 온통 섞여야 하리라. 괴로운 세계를 살아내야 하는 ‘우리’는 서로의 처지를 견주는 것이 습관이 되어 “나란히 걷기 위해서 우리는 조금 더 불행해야 했”(「유대감」)고, “크거나 작은 우리에 갇힌/ 크거나 작은 동물을 보며// 멋지다 말하려고/ 인간으로 태어나서 다행이야”(「단단한 우리」) 말하는 ‘인간’적인 우월감을 한 줌의 위안으로 삼아왔다. 하지만 그런 다독임은 우리를 소진시키는 일상을 계속 반복시킬 뿐이다. 그리하여 류휘석은 안온하고 온전하여 지나치게 ‘단단한 우리’의 지대를 무너뜨리기 시작한다. 이제 “두 점인 듯 보이던 ‘너’와 ‘나’는 서로에게로 다가가 은은한 출렁거림을 만들어내고, 통각을 견디”(성현아, 해설에서)기에 이른다.

빛 하나를 둘러싸고 빙빙 돌았다
이렇게 어두운데 어떻게 아무도 넘어지지 않을 수 있지

시계탑 앞에 멈춰 숨을 고르며
이제는 정말
차라리 죽는 게 나을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안내문을 바로 세우고 있는 네가 보였다
_「사이클」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선입견을 벗어내고 내 눈앞의 타자를 오롯이 맞이하는 눈맞춤은 아닐까. “건물이 기울고 있는데 아무도 올려다보지 않”(「시소」)는 지금, 맞은편의 “내 눈을 마주보지 않는 너”(「이상 징후」)에게 “나 좀 봐봐”(「생일 편지」)라고 말하는 용기는 아닐까. 미약하지만 간절히 사랑을 향하는 바람이, 비어져나온 탄식처럼 세계를 흘러다니며 홀로 있는 이들의 발목을 휘감을 때 비로소 우리에게 다른 삶과 사랑이 펼쳐질지도 모른다. 그렇게 류휘석의 첫 시집 『우리 그때 말했던 거 있잖아』는 우리가 팔짱을 풀고 서로에게 건네는 속삭임이 되고, 조마조마한 제자리걸음으로부터 점차 시적 도약을 감행하는 계기가 된다.
저자

류휘석

2019년서울신문신춘문예를통해작품활동을시작했다.

목차

시인의말

1부우리를우리라고부르면덜외로운기분이든다
생존게임/재생/유기/우리가상상했던저녁은옥상에없겠지만/준비땅그리고/마지막타자/사람들은돈을벌기로다짐했다이빌어먹을세상을탈출하기위해선약간의돈이필요했기때문이다/랜덤박스/루틴/김의현장례식/Zoomb:e/동아리/사이클/포코아포코(pocoapoco)/도시괴담/빈방의초상화/다정한화자들/이글에는옮긴이만등장한다

2부모르는사람들이우산을나눠쓰기도합니까
도랑의빛다량의물/가만하기기억되기/믿음/볕고르기/아무도우리를울리지않고/물의과녁/거울에는내내텅빈것이비치고/단단한우리/유실물/실루엣/포말/먹던것을먹고하던일을하고/신기록/생일편지/홀/이상징후/시소/기도회의거지들/믿음의배역들/애칭/편도/메아리/또봐요다음에/조화에도물을주시나요/원래엔딩은다슬퍼/광합성

3부선망은반쯤부서진작은석상같고
신림/부등호는점점작아지고우리는/홀로서기/실내등과마른미역/악습/새인형공장/로드킬/빈저택/아무렇게나지은집/역할극/암막커튼/유대감/글램핑/정물화/체득

해설|돌아오기위한돌아섬|성현아(문학평론가)

출판사 서평

별일없었어요?
그가내고개를들고뜨거운미역국을후불어천천히밀어넣을때
아마도요
고백하듯뱉은대답에서물비린내가날때

총천연색의빛과함께
거대한해일이밀려오고요

나는더울수도없이불어터진얼굴로
사랑한다고
_「조화에도물을주시나요」에서

시집은생존을미션처럼필사적으로획득하되,그과정전체를게임처럼즐겨야만하는밀레니얼세대의처지를서두로열어젖힌다.현실을버티지못하고떠나간친구들을상기하는(「김의현장례식」)‘나’에게도미래는“인류의멸망과우리는비슷한처지에있”다고여겨지는것이고,남은‘나’는매일당면하는“위험에는명랑한태도로대처하게된다”(「우리가상상했던저녁은옥상에없겠지만」).류휘석의시집속화자들이“있잖아나이제는누가죽어야쓸수있을것같아(…)다음에는죽어서만나자”와같이서로에게위악적인말을건네거나자학하는태도를보이는것은“죽음으로시작되는가능성을나열하며시간이빨리지나가버리길바라”(「유기」)는안간힘일것이다.
그러나비참한심경의가운데서도“사랑하는사람들에게”“보고싶어”(「유기」)말하는‘우리’또한사랑하는사람을잘사랑하려는존재임은분명하다.분노도사랑도제대로하지못하는우리에겐어떤것이필요할까.“모두잠드는이곳에서왜죽고사는문제가시작되는걸까”절실히생각하는류휘석의‘나’는“죽은식물을들어내고/화병을닦고/다시/순두부를사러나가는”,일상을아주작은것부터회복시키려는“연습을오래해왔다”.그러나그“싱그러워보”(「Zoomb:e」)이는순환적이고자족적인태도로부터활력은찾아보기어렵다.1부의마지막시「이글에는옮긴이만등장한다」는이럴수도저럴수도없는막다른길에다다른우리의초상이선언처럼읊어지고있다.

우리의탄생화는조팝나무다.조팝나무의꽃말은선언이다.우리는탄생처럼선언하고다니길좋아한다.그러나요즘에는할수있는말이없어서입다무는연습을하고있다.그래서우리는올해안에꼭치료받을거라는,건강해지겠다는선언따위나하고다닌다.아무것도아니게.그렇게살아야지.우리는매일다짐하고그게우리를천천히죽인다.
_「이글에는옮긴이만등장한다」에서

우리가맞닥뜨린막막하고곤란한현실을타개하기위해흔히사랑이대안으로들어지곤했다.마치우리가사랑을모르고,사랑을하지않아서외로워지고미래가불투명해졌다는것처럼.하지만류휘석의시는우리에게사랑이그렇게쉬운것이었는지되돌아보게한다.“엄마는다시건강을말하고나는다시열심히산다고말하고/우리는사랑한다는말을못하는오래된연인같고”(「역할극」).실로가족이라는관계는우리에게얼마만큼‘역할극’에가까웠는지.날때부터속한관계가아니라,우리가선택한사랑에서도마찬가지다.류휘석의‘나’는‘너’를앞에두고몰래“입안에서우리를발음해”보거나“버려진위성처럼”주위를“배회한다”(「가만하기기억되기」).“아무도아무것도들키지않는/너와내가깨지지않고지속되”(「생일편지」)듯이,사랑을말하기는쉽지만그사랑은자기만큼은지키고자하는방어기제에너무나쉽게바스러지고말지는않았던가.현실과미래에억눌린이들이사랑이라고편안히이룰리없을것이다.그렇게류휘석은사랑을혼자되뇌거나저물어가는사랑의모양을바라보고,사랑하는사람앞에서끝과다음을먼저생각하고마는이들의움츠러든입가를오래들여다본다.

나는남은것들로잘살아볼생각입니다.흰물컵에따듯한물을붓고옷장속에두었던편지를꺼내봅니다.보관의매뉴얼은늘건조하고서늘하므로우리는빛도없이멋지게갈변해잘말라있습니다.바깥에수북이쌓인눈도결국녹아,마르고따듯한날이오겠지요.말린계절을다더하면우리가살아날수도있지않을까생각해봅니다.
_「볕고르기」에서

그러나가까이있으면서도멀리떨어진‘너’와‘나’는가능한한맞붙어야하리라,흐물흐물해져온통섞여야하리라.괴로운세계를살아내야하는‘우리’는서로의처지를견주는것이습관이되어“나란히걷기위해서우리는조금더불행해야했”(「유대감」)고,“크거나작은우리에갇힌/크거나작은동물을보며//멋지다말하려고/인간으로태어나서다행이야”(「단단한우리」)말하는‘인간’적인우월감을한줌의위안으로삼아왔다.하지만그런다독임은우리를소진시키는일상을계속반복시킬뿐이다.그리하여류휘석은안온하고온전하여지나치게‘단단한우리’의지대를무너뜨리기시작한다.이제“두점인듯보이던‘너’와‘나’는서로에게로다가가은은한출렁거림을만들어내고,통각을견디”(성현아,해설에서)기에이른다.

빛하나를둘러싸고빙빙돌았다
이렇게어두운데어떻게아무도넘어지지않을수있지

시계탑앞에멈춰숨을고르며
이제는정말
차라리죽는게나을것같다고생각하고있었는데

안내문을바로세우고있는네가보였다
_「사이클」에서

우리에게필요한것은선입견을벗어내고내눈앞의타자를오롯이맞이하는눈맞춤은아닐까.“건물이기울고있는데아무도올려다보지않”(「시소」)는지금,맞은편의“내눈을마주보지않는너”(「이상징후」)에게“나좀봐봐”(「생일편지」)라고말하는용기는아닐까.미약하지만간절히사랑을향하는바람이,비어져나온탄식처럼세계를흘러다니며홀로있는이들의발목을휘감을때비로소우리에게다른삶과사랑이펼쳐질지도모른다.그렇게류휘석의첫시집『우리그때말했던거있잖아』는우리가팔짱을풀고서로에게건네는속삭임이되고,조마조마한제자리걸음으로부터점차시적도약을감행하는계기가된다.

류휘석시인과의5문5답

1.첫시집『우리그때말했던거있잖아』를펴내신소감이궁금합니다.

멋지게표현하고싶지만,솔직히홀가분합니다.힘겹게등산하고집에도착해작은욕조에몸누인기분이에요.피로가서서히풀리면온갖걱정이떠오르겠지만요.
제게시집은조사하나,반점하나에골몰하거나금간곳을매만지다전체를뜯어고치기도하는어떤건축같습니다.시집이나오기까지꽤오래걸렸으니연보같기도하고요.그래도오래헤매다들른첫번째휴게소에서투명하게만보이던사람들의얼굴이점점선명해져기쁩니다.물론아직은민망하고어색해한동안바닥패턴만외우겠지만요.정면에다정하게웃어주는사람들이있을거라믿고천천히고개들겠습니다.간밤에아무도죽지않았겠죠.

2.시집속화자들의정체성으로특히두드러졌던점은시를쓰고(「유기」「김의현장례식」「동아리」),노동을하고있다는것이었습니다(「랜덤박스」「새인형공장」「빈저택」).자연스레시와노동의결합이이시집에서중요하다는생각이들었는데요,평소시를쓰는시간외에어떻게보내시는지궁금합니다.

지금은회사를그만둔상태입니다.간헐적으로생기는소소한일을하거나,일을해야겠다고걱정하거나,일하는상상만합니다.시와노동은다르면서도같은데그결합은생각보다쉽지않은것같아요.규칙적으로노동했던때가통째로지워질만큼힘들었던것같습니다.힘내서적응해야겠죠.
노동에서잠시벗어나말하자면,게임을하거나음악을듣거나영상을봅니다.그리고산책을해요.보고들은것들을산책하면서녹여내는걸좋아합니다.사실은술을마십니다.

3.동시에이시집의화자들은사랑에골몰하고있어요.홀로사랑에대해골똘히생각하기도하고,사랑(하는이)주변을배회하기도합니다.이들이외로워보이기도하지만,자신의사랑을오롯이탐구하고실천해나가는듯도싶어오래들여다보게되었어요.이들에게전하고싶은당부나,이들의사랑에대해부연해주실이야기가있을지요?

‘제발모르겠다고좀그만해.언제까지모를건데.언제까지도망치고숨을건데.정신차려.’

잘모르는분들이지만이런말씀을드리고싶네요.
근데정말잘모르겠습니다.사랑의범주조차잘못설정한채너무오래자란것같아요.사랑받고,사랑해왔지만,사실아무것도하지않았다는생각이들기시작하면서도망치고숨기만한것같습니다.
빛도들지않는동굴에서울다지쳐기어나온사람들.이제다털어낸다음먼저사랑하고,멀리사랑하며살고싶어용기낸사람들처럼보여요.응원합니다.

4.시집을다시돌아보면서,특히마음에남는시가있다면무엇인가요?

데뷔하고첫온라인매체에서발표한‘유기’라는시가있습니다.‘사랑하는것들이빨리죽어버렸으면좋겠다’라는무서운말을해요.아마도진심은아니겠죠?
예전에쓴시라엉성하고거친부분이많아부끄럽기도하지만,쓸당시유난히강렬했던마음이내내걸립니다.지금보면섬뜩하기도하고한편으로는저릿하기도합니다.
별개로발표할때많이떨었던게아직도기억납니다.처음듣는직접적인칭찬도요.

5.독자여러분께인사한마디부탁드리겠습니다.

누구나마음속에틈이있다고생각합니다.저는어릴때,첫사랑에실패한뒤사랑노래를들으며울다처음가봤어요.지극히평범하게요.
잠시라도누군가의빈틈에들어가같이넘어지고,다시일어서는일.까진무릎을서로가려주는일.제가하고싶은건그런거예요.저는이곳에서손내밀고기다리겠습니다.시간나면잡아주세요.

시인의말

이제내게남은쓸모는뭘까
셈을해보려는데주먹이펴지질않는다

2023년12월
류휘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