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개정판)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개정판)

$16.80
저자

은희경

저자:은희경
1995년동아일보신춘문예를통해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타인에게말걸기』『행복한사람은시계를보지않는다』『상속』『아름다움이나를멸시한다』『다른모든눈송이와아주비슷하게생긴단하나의눈송이』『중국식룰렛』『장미의이름은장미』,장편소설『새의선물』『그것은꿈이었을까』『마이너리그』『비밀과거짓말』『소년을위로해줘』『태연한인생』『빛의과거』,산문집『생각의일요일들』『또못버린물건들』이있다.문학동네소설상,동서문학상,이상문학상,한국소설문학상,한국일보문학상,이산문학상,동인문학상,황순원문학상,오영수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셋이좋은이유007
봄밤014
스완모텔037
나쁜습관056
진입금지와갓길없음077
축제가끝난뒤1090
축제가끝난뒤2116
악역의즐거움133
개이야기168
지적인남자를유혹하는법197
환멸과그리움사이215
나에대한타당한오해들1237
나에대한타당한오해들2249
일어날일은일어난다268
아직은괜찮다286
의심을찬양함297
취한밤310

해설│김미현(문학평론가)
사랑의상형문자319

초판작가의말343
개정판작가의말345

출판사 서평

“가볍게살고싶다.
아무렇게라는건아니다.”

삶이라는긴노래가끊어질때까지
가벼운걸음을옮겨가며추는사랑의춤

은희경의소설을사랑하는독자들이라면‘진희’가낯설지않게느껴질것이다.진희는바로작가의첫장편소설인『새의선물』속진희가성장한모습이기때문이다.십대시절과마찬가지로냉소적이고날카로운시선을가진삼십대의진희는여전히삶이자신에게호의를베풀지않을것이라는확신을가지고살고있다.어린시절진희는어른스럽고냉철한태도로또래보다유리한위치를점하거나주위에서일어나는일들을어른스럽게관망하곤했다.그러나이제진희도,진희의주변인물들도모두어른이되어버렸기에진희는더이상또래보다어른스러운사람으로보이지않는다.오히려비극이올것을미리짐작하고그에대비하는모습은애처로운마음마저들게한다.냉철하고다소비관적이었던어린진희의곁에서그를보듬어주었던할머니와이모도이제는없다.곁에있는것은언제든떠나버릴것만같은애인들,자신의이익을먼저생각하는대학교동료들,그리고어딘가조금씩이기적인친구들뿐이다.진희는이중어느곳에도마음을깊이두지않는다.그게스스로가무너지지않도록균형을잡는방식이기때문이다.사랑도마찬가지이다.진희는“삶이라는상처를덮어갈소독된거즈”(147쪽)인사랑을잃지않기위해여러애인을동시에사귄다.

진희는애인이셋은되어야“사랑에대한진지한환상에서벗”(7쪽)어날수있으며“사랑에대한냉소를유지할수있다”(8쪽)고말한다.“만날남자가둘더있기때문에”(같은쪽)다른한남자를변함없이사랑할수있다는것이다.진희는자신의주장대로세명의남성과만난다.첫번째남자는현석이다.현석은진희와같은대학을졸업한동창생으로,진희의동생인애리가짝사랑하는상대이기도하다.현석은미소년의용모를가졌지만자신의아름답고나약한모습을싫어해언제나시니컬한표정을지으며,조금은소심하고자기모순적인성격을갖고있다.진희가자신말고다른남자와만나는걸아는그는관계에전적으로책임을지지않아도된다는점에서편안함을느끼면서도진희를독점할수없기에끝없이불안함을드러내는이중적인인물이다.진희의두번째남자는종태이다.종태는진희와연애를하던중다른여자와결혼했지만그후에도진희와의만남을지속해나간다.조용하고소심한현석과는반대로종태는제멋대로갑자기찾아왔다가홀연히떠나버리는저돌적이고변덕스러운남자다.하지만진희는종태의이런가벼움때문에오히려종태와관계를오래지속할수있는것이라고생각한다.진희의마지막남자는전남편인상현이다.상현과의관계는이미오래전끝났지만소설의마지막에서진희는약속장소에서상현을기다린다.진희가이미끝을낸상현과의만남까지도받아들이려는듯한이런모습은진희가사랑에대해얼마나냉소적인태도를갖고있는지여실히보여준다.사랑은금방오고,또금방떠나는것이다.중요한것은누구를사랑하는지가아닌,사랑을계속하는것그자체이다.춤의상대가중요한것이아닌춤이계속이어지게끔하는것이진희의관심사인것이다.그렇기에진희는전남편인상현과도춤을출준비가되어있을지모른다.삶을계속이어나가기위해서는사랑의춤역시계속되어야만하므로.

“모든게다마지막이다.마지막춤이아닌것은없다.
그리고또한마지막춤도없다.단지춤뿐이다.”

애인은셋정도되어야하고,누구와도사랑을나눌수있다.그리고그어떤사랑에도얽매이지않고또다른사랑으로나아간다.진희의이런사랑방식은사랑의낭만성과독점성,그안에깃든사회적규범을모두거침없이부수고있기에오해와비난의대상이되곤한다.하지만진희는오히려자신에게가해지는오해들에“타당한오해”(237쪽)라며고개를끄덕인다.나쁜소문에시달리고익명의비난전화들을받으면서도진희가이에정면으로반박하거나날카롭게대응하지않는이유는아마“가볍게살고싶”(267쪽)기때문일것이다.그어느것에도집착하지않으며정착을꿈꾸지않기때문에진희의발걸음은한없이가벼워질수있다.결혼을해가정을이루는것이나교수자리를안정적으로유지하는것처럼,누군가에게는인생의큰목표이자도착점이라고생각될법한일들역시진희는가벼운걸음으로유유히지나쳐버린다.“마음을완전히부려놓을수있는장소,거기에서영원히멈출만한시간이란없”으며“삶은흘러가는것”(295쪽)이기때문이다.진희에게이모든사건들은춤을이어나가는하나의과정에지나지않는다.물론춤을멈출만큼크게상처받지도않는다.누군가진희에게묻는다.“괜찮아요?”(296쪽)진희는대답한다.“아직은요.”(같은쪽)그렇기에진희는계속춤을출수있다.삶이라는긴노래가끝나는그순간까지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