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미롭고도잔혹한블랙미스터리
요네자와호노부의『덧없는양들의축연』은명문가출신의아가씨들만이속할수있는독서회‘바벨의모임’을중심으로느슨하게엮인다섯편의단편소설을모은작품이다.오랫동안곁에서모셔온아가씨에게깊은마음을품은몸종의비밀(「집안에변고가있어서」),전통있는집안의유폐된장남과그와함께지내게된이복여동생의이야기(「북관의죄인」),외딴산속에서홀로지내며별장을관리하는고용인을찾아온뜻밖의손님(「산장비문」),충성스러운여종과아가씨가나눈돈독한우정(「다마노이스즈의명예」),‘바벨의모임’이몰락하고다시부활하게된사연(「덧없는양들의만찬」)등어둡고비밀스러우며,그로테스크한분위기가돋보이는각각의단편작품은‘하나의고풍스러운단막극’을연상시키기도한다.
“바벨의모임이란환상과현실을혼동하는덧없는자들의성역입니다.너무나단순한,혹은너무나복잡한현실을견디지못하는이들이우리모임에모여들지요.”
(「덧없는양들의만찬」중에서)
작중묘사되는오래된명가의문화와관습은그시대를가늠할수없음에도현실세계와부쩍떨어져있어독자에게옛이야기또는오래된동화를읽는듯한오묘한거리감을남기기도한다.이런거리감은이야기의기이하고신비한분위기를배가하며작품에의몰입감을높인다.‘블랙미스터리’또는‘기담’으로소개되기도하는『덧없는양들의축연』은독특한매력을드러내며독자들마저바벨의모임회원들처럼“환상과현실을혼동”하게만들고,복잡한현실을잠시잊고어둑한환상의세계에몰닉하도록유혹한다.
미스터리애호가,독서가들에게보내는도전장
2001년『빙과』로제5회가도카와학원소설대상장려상을수상하며데뷔한이래‘청춘미스터리의기수’로불리며인기를끌어온요네자와호노부는세간의평가에안주하지않고미스터리작가로서끊임없이장르를연구하며새로운시도를거듭해왔다.그결과,장기인‘일상의수수께끼’와함께애거사크리스티나아야쓰지유키토를연상케하는클로즈드서클미스터리『인사이트밀』(2007),다섯가지의리들스토리로엮은암호미스터리『추상오단장』(2009),판타지와본격미스터리가절묘하게어우러지는『부러진용골』(2010)등고전미스터리의흔적이농후한작품을차례차례선보였다.마찬가지로『덧없는양들의축연』에도,요네자와호노부가‘미스터리’라는장르를깊숙이탐닉해온자취는고스란히남아있다.
요네자와호노부는『덧없는양들의축연』에서자신이의도한공통적인요소를‘마지막일격(finishingstroke)’,‘와이더닛(whydunit,왜그랬는가)’,그리고‘오래된명문가의이야기’라고소개한다.하지만이다섯단편에서또주목해야할요소는‘독서가를위해마련된예사롭지않은복선’이다.
전작에서도고전명작들을곳곳에배치하며작가본인의고전에의애착과어마어마한독서량을짐작케했던요네자와호노부는,본작이‘바벨의모임’을소재로한만큼동서고금의작품들을원없이언급한다.그는셰익스피어와같은고전명작은물론이고,G.K.체스터턴,존딕슨카,스탠리엘린등서양의고전미스터리작가,또일본의고전미스터리및환상문학작가등을끊임없이상기시키며암호같은복선을쌓아나간다.미스터리를오랫동안읽어온독자들이라면어쩌면작가가배치한복선으로부터기묘한진상을짐작해볼수도있을지도모른다.
“미스터리의미학이란,독자가풀어낼수있도록쓰는것이라고생각합니다.”
(작가인터뷰에서)
그러므로『덧없는양들의축연』에남겨둔고전의그림자는,‘미스터리’라는장르만이아니라책과이야기를사랑하는독자들을위한요네자와호노부의안배이자,작가가독자들에게보내는도전장이라고해도좋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