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하 - 문학동네포에지 81

달하 - 문학동네포에지 81

$12.00
저자

유안진

1965년『현대문학』을통해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달하』『구름의딸이요바람의연인이어라』『봄비한주머니』『다보탑을줍다』『거짓말로참말하기』『알고考』『둥근세모꼴』『걸어서에덴까지』『숙맥노트』『터무니』등이있다.한국시인협회상,정지용문학상,소월문학상특별상,윤동주문학상,월탄문학상,한국펜문학상,이형기문학상,유심문학상,구상문학상,간행물윤리위원회상,김달진문학상,김삿갓문학상등을수상했다.

목차

시인의말

1부
동행
사진
풍선
초봄엽서
봄바람
선물
5월의초대


가을밤
단풍
노을

2부

눈물
아리랑
가을바람
산유화
어떤발견
섣달
적(敵)
성탄절
전쟁ㆍ승리
섣달그믐

3부
좁은문
칠석(七夕)에
가을꽃

망각
들국화
오해
겨울엽서
솔베이지의노래
새벽종
함춘원(含春園)
때때로나를불러
위로
약속

출판사 서평

문학동네포에지를시작하며

“어떤시집이빠져있는한,우리의시는충분해질수없다.”
문학동네복간시집시리즈문학동네포에지에대하여

1.
빛나는시의정수를맛보는문학동네의복간시집시리즈,문학동네포에지의9차분열권을세상에내놓습니다.81번부터90번까지유안진,이시영,강기원,황학주,김이듬,엄원태,박시하,전동균,김은주,정해종시인이그주인공입니다.길게는50년세월을훌쩍뛰어넘어복간되는이시집들은시를사랑하는독자들의서가와시사(詩史)를더욱풍성하게해줄것입니다.특히이번9차분에서는귀하디귀한첫시집을대거복간합니다.“이기획이멀고높고큰뜻의한국문학사자체가되기를소망”(유안진,‘시인의말’)합니다.올해부터문학동네포에지는만듦새에변화를주어더가볍고더투명한스타드림표지종이로커버를한겹더입혔습니다.시리즈의통일된디자인을지키면서도정성을겹으로두른방식을고심한결과물입니다.9차분에서는1970년조광출판사에서간행된유안진시인의첫시집『달하』를81번으로내세웁니다.53년을거슬러마주한이첫시집은시인을채소밭인분냄새조차황홀했던왕십리전동차,한양대박목월시인연구실과화신백화점뒷골목이문설렁탕집으로데려갑니다.나를증명해야만했던혼자묻고혼자대답찾는,질문못하는아이가시인아닌아무것도안될거다,맹세했던시간을지나‘달하’라는이름으로첫시집을세상에내놓기까지의인연을읽다보면“정말좋은시한번써보고싶다”라는시인의말이주는울림이묵직하게다가옵니다.일제강점기부터모든한국근대사를통과해온그이기에“인간이어떻게인간인가”(유안진,「신비를추구하는자가되어」,『종로에는시가난다』,난다,2022)물을수있었던게아닐까요.특히첫시집을복간하며사투리를한글자도바꾸지않았습니다.역사적인고비를거치면서우리말의소리음을아끼고좋아하던시인이었기에이시집은입으로말로읽어주셔도좋겠습니다.문학동네포에지는여성시인이시리즈의선두에나선만큼숨어있고숨겨져있던여성시인들의목소리,시대를앞서묵묵히제시의발성으로온몸을써왔던여성시인들을보다적극적으로찾고손을내밀참이기도합니다.

2.
이번9차분개요는다음과같습니다.1965년『현대문학』으로등단한유안진시인이1970년조광출판사에서출간한첫시집『달하』을53년만에문학동네포에지81번으로복간합니다.1969년중앙일보신춘문예,같은해『월간문학』으로등단한이시영시인이2004년문학동네에서출간한아홉번째시집『바다호수』를19년만에문학동네포에지82번으로복간합니다.1997년『작가세계』로등단한강기원시인이2005년세계사에서출간한첫시집『고양이힘줄로만든하프』를18년만에문학동네포에지83번으로복간합니다.문학동네포에지84번황학주시인은1987년청하에서출간한첫시집『사람』을36년만에복간합니다.2001년『포에지』로등단한김이듬시인이2013년서정시학에서출간한다섯번째시집『베를린,달렘의노래』를10년만에문학동네포에지85번으로복간합니다.1990년『문학과사회』로등단한엄원태시인이1991년민음사에서출간한첫시집『침엽수림에서』를32년만에문학동네포에지86번으로복간합니다.2008년『작가세계』로등단한박시하시인이2012년문예중앙에서묶었던첫시집『눈사람의사회』를11년만에문학동네포에지87번으로복간합니다.1986년『소설문학』으로등단한전동균시인이1997년민음사에서묶었던첫시집『오래비어있는길』을26년만에문학동네포에지88번으로복간합니다.2009년동아일보신춘문예로등단한김은주시인이2015년문예중앙에서펴낸첫시집『희치희치』를8년만에문학동네포에지89번으로복간합니다.1991년『문학사상』으로등단한정해종시인이1996년고려원에서출간한첫시집『우울증의애인을위하여』를27년만에문학동네포에지90번으로복간합니다.

3.
문학동네포에지는파스텔톤의열가지컬러로출간됩니다.해설이따로실리지않는시집시리즈,추천사도따로박히지않는시집시리즈,시인의약력과시인의자서와시인의시로만꿰는시집시리즈,시인의시가운데미리보기로어떠한가싶어고른한편의시를책뒷면에새겼습니다.문학동네포에지는시간을거슬러찬찬히행하는시로의이뒤로걷기를통해파묻혀있을수밖에없었던시집을발굴하고,숨어있기좋았던시집을골라내며,책장밖으로떨어져있던시집을집어서가에다시꽂는일을게을리하지않음으로써한국시사를관통함에있어필요충분조건이되는시의독본들을여러분들에게친절히제공해드릴참입니다.출발의본거지는제각각달랐으나도착의안식처는모두한데로,문학동네포에지안에서유연성다해섞이고개연성있게엮인가운데한차에열권씩펼친시의병풍은저마다다양한개성으로저마다독특한양식으로저마다특별한사유로시리즈라는줄자에서보다큼지막한테두리로우리를시라는리듬속에재미속에미침속에한껏춤추게할것입니다.
포에지(Poesie)는프랑스어로‘시’를뜻하는말이지만크게는‘시,라는정신,시,하는태도’까지어떤정취로그만의격으로느껴지고보이길바랐습니다.“옛시집을복간하는일은한국시문학사의역동성이현시되는장을여는일이되기도할것”(문학동네포에지기획의말)이라는,우리스스로선언한책임과의무의말이실은얼마나큰무게인지모르지않습니다.시를사랑하는독자들의책장에꽂혀오래사랑받을수있는시집들을펴내겠습니다.

시인의말

숙맥시대,그만감이되살아나

4월의대학입학에5·16을맞다니,무기휴학이었다.연탄불꺼진자취방에누워천정의쥐오줌이그린추상화를감상하며밤마다쥐떼의운동회에시달렸다.가정교사월급타면청계천헌책방을돌아다녔다.현대문학과월호들과특히박목월시인과재회했다.

초등학교입학전에조부께천자문과동몽선습을배워4언절구7언절구에친숙해졌으니,내게부과된책무는“신체발부(身體髮膚)는수지부모(受之父母)이니불감훼상(不敢毁傷)이효지시야(孝之始也)이고,입신행도양명어후세(立身行道揚名於後世)하야이현부모(以顯父母)하면효지종야(孝之終也)라”뿐이었다.제사와손님많은명문가에시집가,희생으로불천위(不遷位)에봉해져친정과시댁가문을빛내는것뿐이었으나,이런촌순이도도회지로나와중2학년이되자,존재증명이필요했다.휴전협정반대시위만계속되었으니,언제기회가또와줄지?나를증명해야만했다.소월시「산유화」에“갈봄여름없이…”했는데,가을을사투리‘갈’로써도됩니까?

또소월시「산」에“산새도오리나무우에서운다”고했는데,왜하필오리나무로썼습니까?물론내질문은조리없었을거다.그래서일까,내질문이끝나자마자“그야소월에게물어봐야지?”라는대답에,교실전체의웃음거리가되고말았다.그사건이후나는혼자묻고혼자대답찾는,질문못하는아이가되었다.“오늘도칠,팔십리,돌아서육십리를…”하는거리(距離)를뜻하느라고‘五里나무’라고썼나?시는그렇게쓰나?두고봐라,시인아닌아무것도안될거다.시인되어네앞에나타날거다.분노의맹세로이를갈았다.

계속되는무기휴학이라,장차무얼하며뭐가될건가?일기를쓰다가문득중2학년때의맹세가떠올라,혼신이펄펄끓어올랐다.박목월!날기억하실거다.편지를쓰고찢고또썼고,무슨용기로보냈던지,자취방문틈에엽서한장이꽂혀있었다.“유군,시작노트갖고한양대로놀러오게.”드디어왕십리전동차!파리떼와채소밭인분냄새조차황홀했다.

찾아간연구실앞에나는그냥서만있었고,한참후문이열리더니,흘깃한번보시고는어디로가셨고,나는할바를모른채서있었는데,다시돌아오시더니,“자네가유군인가?”하시고는,화신백화점뒷골목이문설렁탕으로데려가셨다.뜨거운설렁탕이나오자,소금을치고는소금그릇을옆에끼고잡수시며질문만하셨고,나는맨설렁탕을먹는둥마는둥대답에쩔쩔맸다.그후원효로4가5번지로,1년에두어번습작을갖고가면,“엄마(사모님)야,숙맥(바보)왔데이,맨설렁탕먹던”하셨다.

그러다가원효로로타리심정다방에서뵙곤했다.어느날은“차암좋테이”하시더니,갑자기정색하고는,“자네는문학전공도아닌데,살다가에럽다꼬시베리면(포기),추천한나는뭐가되노?”하셨다.그날울며왔다.선생님은나의무얼보시고추천하셨을까?졸업축하로65년봄에,시골학교선생으로방학때마다상경하여원고보여드린열성으로,66년,67년연거푸추천해주셨을까?대학원을국문과로갈까?말씀드렸더니,내전공이더큰집을짓는데도움될거라고,반대하시며첫시집을말씀하셨다.원고를받아‘달하’라고이름주시며두고가라고하셨다.어느손들을거쳐첫시집으로나왔는지아직도모른다.다만혼자맹세했던시인아닌아무것도안되기로해도,전공으로밥은먹어야했고,행운이주어져유학을가게되었고귀국하여인사드리자너무좋아하시며.그때는숙맥이라고안하셨다.너무일찍선종하시어취직도못한어린제자들은고아보다외로웠고,선후배동료도없는나는더의지가지없었다.

늘외롬타는나는누가알아봐주면,잠을못자도록고마웠다.두어번의마주침이고작인김민정시인이이첫시집복간을제의할때도잠을못잤다.첫시집의그부끄러움을노출할배짱이내게있었을까?이복간을기획,한국시문학사에기여하려는문학동네의높고먼뜻에감복?나를끼워준감동에도취했음인가?감사하며수고해주신유성원씨와함께모두께경의와감사가대단하다.개정판아닌복간이라서사투리한글자도안바꾸었고,세로쓰기초본을가로쓰기로편집하여생기는행간서너곳을조정했을뿐.문학동네의이기획이멀고높고큰뜻의한국문학사자체가되기를소망하며,정말좋은시한번써보고싶다.

2023년겨울
유안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