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엽수림에서 - 문학동네포에지 86 (개정판)

침엽수림에서 - 문학동네포에지 86 (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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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 문학동네포에지를 시작하며

“어떤 시집이 빠져 있는 한, 우리의 시는 충분해질 수 없다.”-문학동네 복간 시집 시리즈 문학동네포에지에 대하여

1.
빛나는 시의 정수를 맛보는 문학동네의 복간 시집 시리즈, 문학동네포에지의 9차분 열 권을 세상에 내놓습니다. 81번부터 90번까지 유안진, 이시영, 강기원, 황학주, 김이듬, 엄원태, 박시하, 전동균, 김은주, 정해종 시인이 그 주인공입니다. 길게는 50년 세월을 훌쩍 뛰어넘어 복간되는 이 시집들은 시를 사랑하는 독자들의 서가와 시사(詩史)를 더욱 풍성하게 해줄 것입니다. 특히 이번 9차분에서는 귀하디귀한 첫 시집을 대거 복간합니다. “이 기획이 멀고 높고 큰 뜻의 한국문학사 자체가 되기를 소망”(유안진, ‘시인의 말’)합니다. 올해부터 문학동네포에지는 만듦새에 변화를 주어 더 가볍고 더 투명한 스타드림 표지 종이로 커버를 한 겹 더 입혔습니다. 시리즈의 통일된 디자인을 지키면서도 정성을 겹으로 두른 방식을 고심한 결과물입니다. 9차분에서는 1970년 조광출판사에서 간행된 유안진 시인의 첫 시집 『달하』를 81번으로 내세웁니다. 53년을 거슬러 마주한 이 첫 시집은 시인을 채소밭 인분 냄새조차 황홀했던 왕십리 전동차, 한양대 박목월 시인 연구실과 화신백화점 뒷골목 이문설렁탕집으로 데려갑니다. 나를 증명해야만 했던 혼자 묻고 혼자 대답 찾는, 질문 못하는 아이가 시인 아닌 아무것도 안 될 거다, 맹세했던 시간을 지나 ‘달하’라는 이름으로 첫 시집을 세상에 내놓기까지의 인연을 읽다보면 “정말 좋은 시 한번 써보고 싶다”라는 시인의 말이 주는 울림이 묵직하게 다가옵니다. 일제강점기부터 모든 한국근대사를 통과해온 그이기에 “인간이 어떻게 인간인가”(유안진, 「신비를 추구하는 자가 되어」, 『종로에는 시가 난다』, 난다, 2022) 물을 수 있었던 게 아닐까요. 특히 첫 시집을 복간하며 사투리를 한 글자도 바꾸지 않았습니다. 역사적인 고비를 거치면서 우리말의 소리음을 아끼고 좋아하던 시인이었기에 이 시집은 입으로 말로 읽어주셔도 좋겠습니다. 문학동네포에지는 여성 시인이 시리즈의 선두에 나선 만큼 숨어 있고 숨겨져 있던 여성 시인들의 목소리, 시대를 앞서 묵묵히 제 시의 발성으로 온몸을 써왔던 여성 시인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찾고 손을 내밀 참이기도 합니다.

2.
이번 9차분 개요는 다음과 같습니다. 1965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한 유안진 시인이 1970년 조광출판사에서 출간한 첫 시집 『달하』을 53년 만에 문학동네포에지 81번으로 복간합니다. 1969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같은 해 『월간문학』으로 등단한 이시영 시인이 2004년 문학동네에서 출간한 아홉번째 시집 『바다 호수』를 19년 만에 문학동네포에지 82번으로 복간합니다. 1997년 『작가세계』로 등단한 강기원 시인이 2005년 세계사에서 출간한 첫 시집 『고양이 힘줄로 만든 하프』를 18년 만에 문학동네포에지 83번으로 복간합니다. 문학동네포에지 84번 황학주 시인은 1987년 청하에서 출간한 첫 시집 『사람』을 36년 만에 복간합니다. 2001년 『포에지』로 등단한 김이듬 시인이 2013년 서정시학에서 출간한 다섯번째 시집 『베를린, 달렘의 노래』를 10년 만에 문학동네포에지 85번으로 복간합니다. 1990년 『문학과사회』로 등단한 엄원태 시인이 1991년 민음사에서 출간한 첫 시집 『침엽수림에서』를 32년 만에 문학동네포에지 86번으로 복간합니다. 2008년 『작가세계』로 등단한 박시하 시인이 2012년 문예중앙에서 묶었던 첫 시집 『눈사람의 사회』를 11년 만에 문학동네포에지 87번으로 복간합니다. 1986년 『소설문학』으로 등단한 전동균 시인이 1997년 민음사에서 묶었던 첫 시집 『오래 비어 있는 길』을 26년 만에 문학동네포에지 88번으로 복간합니다. 200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김은주 시인이 2015년 문예중앙에서 펴낸 첫 시집 『희치희치』를 8년 만에 문학동네포에지 89번으로 복간합니다. 1991년 『문학사상』으로 등단한 정해종 시인이 1996년 고려원에서 출간한 첫 시집 『우울증의 애인을 위하여』를 27년 만에 문학동네포에지 90번으로 복간합니다.

3.
문학동네포에지는 파스텔톤의 열 가지 컬러로 출간됩니다. 해설이 따로 실리지 않는 시집 시리즈, 추천사도 따로 박히지 않는 시집 시리즈, 시인의 약력과 시인의 자서와 시인의 시로만 꿰는 시집 시리즈, 시인의 시 가운데 미리 보기로 어떠한가 싶어 고른 한 편의 시를 책 뒷면에 새겼습니다. 문학동네포에지는 시간을 거슬러 찬찬히 행하는 시로의 이 뒤로 걷기를 통해 파묻혀 있을 수밖에 없었던 시집을 발굴하고, 숨어 있기 좋았던 시집을 골라내며, 책장 밖으로 떨어져 있던 시집을 집어 서가에 다시 꽂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음으로써 한국 시사를 관통함에 있어 필요충분조건이 되는 시의 독본들을 여러분들에게 친절히 제공해드릴 참입니다. 출발의 본거지는 제각각 달랐으나 도착의 안식처는 모두 한데로, 문학동네포에지 안에서 유연성 다해 섞이고 개연성 있게 엮인 가운데 한 차에 열 권씩 펼친 시의 병풍은 저마다 다양한 개성으로 저마다 독특한 양식으로 저마다 특별한 사유로 시리즈라는 줄자에서 보다 큼지막한 테두리로 우리를 시라는 리듬 속에 재미 속에 미침 속에 한껏 춤추게 할 것입니다.
포에지(Poesie)는 프랑스어로 ‘시’를 뜻하는 말이지만 크게는 ‘시, 라는 정신, 시, 하는 태도’까지 어떤 정취로 그만의 격으로 느껴지고 보이길 바랐습니다. “옛 시집을 복간하는 일은 한국 시문학사의 역동성이 현시되는 장을 여는 일이 되기도 할 것”(문학동네포에지 기획의 말)이라는, 우리 스스로 선언한 책임과 의무의 말이 실은 얼마나 큰 무게인지 모르지 않습니다. 시를 사랑하는 독자들의 책장에 꽂혀 오래 사랑받을 수 있는 시집들을 펴내겠습니다.
저자

엄원태

1990년『문학과사회』를통해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침엽수림에서』『소읍에대한보고』『물방울무덤』『먼우레처럼다시올것이다』가있다.대구시협상을수상했다.

목차

시인의말
개정판시인의말

1부
놀라운죽음,침엽수림에서
버려진자동차
나무는왜죽어서도쓰러지지않는가
잠겨진문
역장(轢葬)
죽음의집의기록
뒤꿈치에운명을끌고다니는여자
뇌출혈
겨울에게
신개발지구에서
강,깊어지는
황혼에,울다
다시황혼,아름다운몰락
컴퓨터,혹은길찾기?
RoadWarrior

2부
노래
세상잠든이벌판에서
말조심에관하여
또다른출발을꿈꾸며
방화(邦?)보는가을
비는그대를적시며내리고
유행
그봄날저녁
근황
어떤상실
나의집
묵은수첩을버리면서
한규민
밤차를타고
시인
화가
귀향유감(歸鄕有感)
또묵은수첩을버리면서
지상의방한칸
갇힌자의얼굴

3부
봄날은간다
라라가아닌지바고의아내에게
어제로난길
겨울노래
답신
중심가의밤,혹은상한꿈
또십자가를세우며
폐가
가을연서
그대에게로
겟세마네시편
산중엽서
가을엽서
감춰진풍경
비갠날의풍경
나무가있는풍경
이름없는것들에게
철조망과아이

출판사 서평

문학동네포에지를시작하며

“어떤시집이빠져있는한,우리의시는충분해질수없다.”
문학동네복간시집시리즈문학동네포에지에대하여

1.
빛나는시의정수를맛보는문학동네의복간시집시리즈,문학동네포에지의9차분열권을세상에내놓습니다.81번부터90번까지유안진,이시영,강기원,황학주,김이듬,엄원태,박시하,전동균,김은주,정해종시인이그주인공입니다.길게는50년세월을훌쩍뛰어넘어복간되는이시집들은시를사랑하는독자들의서가와시사(詩史)를더욱풍성하게해줄것입니다.특히이번9차분에서는귀하디귀한첫시집을대거복간합니다.“이기획이멀고높고큰뜻의한국문학사자체가되기를소망”(유안진,‘시인의말’)합니다.올해부터문학동네포에지는만듦새에변화를주어더가볍고더투명한스타드림표지종이로커버를한겹더입혔습니다.시리즈의통일된디자인을지키면서도정성을겹으로두른방식을고심한결과물입니다.9차분에서는1970년조광출판사에서간행된유안진시인의첫시집『달하』를81번으로내세웁니다.53년을거슬러마주한이첫시집은시인을채소밭인분냄새조차황홀했던왕십리전동차,한양대박목월시인연구실과화신백화점뒷골목이문설렁탕집으로데려갑니다.나를증명해야만했던혼자묻고혼자대답찾는,질문못하는아이가시인아닌아무것도안될거다,맹세했던시간을지나‘달하’라는이름으로첫시집을세상에내놓기까지의인연을읽다보면“정말좋은시한번써보고싶다”라는시인의말이주는울림이묵직하게다가옵니다.일제강점기부터모든한국근대사를통과해온그이기에“인간이어떻게인간인가”(유안진,「신비를추구하는자가되어」,『종로에는시가난다』,난다,2022)물을수있었던게아닐까요.특히첫시집을복간하며사투리를한글자도바꾸지않았습니다.역사적인고비를거치면서우리말의소리음을아끼고좋아하던시인이었기에이시집은입으로말로읽어주셔도좋겠습니다.문학동네포에지는여성시인이시리즈의선두에나선만큼숨어있고숨겨져있던여성시인들의목소리,시대를앞서묵묵히제시의발성으로온몸을써왔던여성시인들을보다적극적으로찾고손을내밀참이기도합니다.

2.
이번9차분개요는다음과같습니다.1965년『현대문학』으로등단한유안진시인이1970년조광출판사에서출간한첫시집『달하』을53년만에문학동네포에지81번으로복간합니다.1969년중앙일보신춘문예,같은해『월간문학』으로등단한이시영시인이2004년문학동네에서출간한아홉번째시집『바다호수』를19년만에문학동네포에지82번으로복간합니다.1997년『작가세계』로등단한강기원시인이2005년세계사에서출간한첫시집『고양이힘줄로만든하프』를18년만에문학동네포에지83번으로복간합니다.문학동네포에지84번황학주시인은1987년청하에서출간한첫시집『사람』을36년만에복간합니다.2001년『포에지』로등단한김이듬시인이2013년서정시학에서출간한다섯번째시집『베를린,달렘의노래』를10년만에문학동네포에지85번으로복간합니다.1990년『문학과사회』로등단한엄원태시인이1991년민음사에서출간한첫시집『침엽수림에서』를32년만에문학동네포에지86번으로복간합니다.2008년『작가세계』로등단한박시하시인이2012년문예중앙에서묶었던첫시집『눈사람의사회』를11년만에문학동네포에지87번으로복간합니다.1986년『소설문학』으로등단한전동균시인이1997년민음사에서묶었던첫시집『오래비어있는길』을26년만에문학동네포에지88번으로복간합니다.2009년동아일보신춘문예로등단한김은주시인이2015년문예중앙에서펴낸첫시집『희치희치』를8년만에문학동네포에지89번으로복간합니다.1991년『문학사상』으로등단한정해종시인이1996년고려원에서출간한첫시집『우울증의애인을위하여』를27년만에문학동네포에지90번으로복간합니다.

3.
문학동네포에지는파스텔톤의열가지컬러로출간됩니다.해설이따로실리지않는시집시리즈,추천사도따로박히지않는시집시리즈,시인의약력과시인의자서와시인의시로만꿰는시집시리즈,시인의시가운데미리보기로어떠한가싶어고른한편의시를책뒷면에새겼습니다.문학동네포에지는시간을거슬러찬찬히행하는시로의이뒤로걷기를통해파묻혀있을수밖에없었던시집을발굴하고,숨어있기좋았던시집을골라내며,책장밖으로떨어져있던시집을집어서가에다시꽂는일을게을리하지않음으로써한국시사를관통함에있어필요충분조건이되는시의독본들을여러분들에게친절히제공해드릴참입니다.출발의본거지는제각각달랐으나도착의안식처는모두한데로,문학동네포에지안에서유연성다해섞이고개연성있게엮인가운데한차에열권씩펼친시의병풍은저마다다양한개성으로저마다독특한양식으로저마다특별한사유로시리즈라는줄자에서보다큼지막한테두리로우리를시라는리듬속에재미속에미침속에한껏춤추게할것입니다.
포에지(Poesie)는프랑스어로‘시’를뜻하는말이지만크게는‘시,라는정신,시,하는태도’까지어떤정취로그만의격으로느껴지고보이길바랐습니다.“옛시집을복간하는일은한국시문학사의역동성이현시되는장을여는일이되기도할것”(문학동네포에지기획의말)이라는,우리스스로선언한책임과의무의말이실은얼마나큰무게인지모르지않습니다.시를사랑하는독자들의책장에꽂혀오래사랑받을수있는시집들을펴내겠습니다.

개정판시인의말

오래시를쓰지못한시절들이있었다.첫시집이후,33년만에복간판을내게되었다.돌아보니,시를쓰지못하던시절의반복만같다.요즘은다시시를전심전력읽으며지내고있지만,시쓰기는그만큼열심히따라가진못하고있다.

2023년겨울
엄원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