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에게 말 걸기 (은희경 소설집 | 개정판)

타인에게 말 걸기 (은희경 소설집 | 개정판)

$17.80
Description
27년 만에 새롭게 펼쳐보는
은희경 소설세계의 시작점
“이 책 안에 들어 있는 나의 질문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_‘개정판 작가의 말’에서


등단 이후 단 한순간도 과거의 이름으로 물러난 적 없이 전 세대를 아우르며 우리의 오늘을 그려온 소설가 은희경의 첫 소설집 『타인에게 말 걸기』를 27년 만에 새롭게 펴낸다. 지난해 100쇄를 돌파한 첫 장편소설 『새의 선물』을 비롯해 은희경의 초기작이 오랜 시간 끊임없이 읽힐 수 있는 것은 독자들의 꾸준한 관심과 더불어 작품이 품고 있는 문제의식이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일 것이다. 작가 스스로도 “이 소설들을 거쳐서 나의 다음 소설이 쓰”였으며 “이 책 안에 들어 있는, 우리가 타인이라는 존재에게 말을 거는 데 서툴거나 폭력적이지 않느냐는 나의 질문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개정판 작가의 말’에서)고 말했듯 등단작 「이중주」를 포함해 총 9편의 중단편이 실린 이 소설집은 가히 은희경 소설세계의 시작점이라 할 만하다.
이번 개정판을 준비하며 작가는 그간 바뀐 시대상과 사회의식을 예민하게 반영해 작품을 전체적으로 손보고, 그 아래 있는 여전히 생생하고 날카로운 이야기를 다시금 꺼내 보이는 데 집중했다. 소통이 요원해 보이는 현대사회 속 사랑과 낭만이라는 꿈에서 깨어난 여성들의 자리를 돌아보는 작품들로 이루어진 『타인에게 말 걸기』는 쓰인 지 3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오늘날에도 선득하도록 유의미하게 느껴지는 질문을 던진다. 그간 무엇이 달라지고 무엇이 달라지지 않았는지, 지금 우리는 타인에게 무어라 말을 건네고 있는지. 가장 뜨거운 냉소와 가장 서늘한 농담으로 무장한 그 질문은 책을 읽는 우리 역시 스스로의 자리를 돌아보게끔 만들 것이다.
저자

은희경

1995년동아일보신춘문예를통해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행복한사람은시계를보지않는다』『상속』『아름다움이나를멸시한다』『다른모든눈송이와아주비슷하게생긴단하나의눈송이』『중국식룰렛』『장미의이름은장미』,장편소설『새의선물』『마지막춤은나와함께』『그것은꿈이었을까』『마이너리그』『비밀과거짓말』『소년을위로해줘』『태연한인생』『빛의과거』,산문집『생각의일요일들』『또못버린물건들』이있다.문학동네소설상,동서문학상,이상문학상,한국소설문학상,한국일보문학상,이산문학상,동인문학상,황순원문학상,오영수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타인에게말걸기007
빈처047
연미와유미075
그녀의세번째남자113
특별하고도위대한연인197
먼지속의나비239
짐작과는다른일들273
열쇠307
이중주353

초판작가의말425
개정판작가의말429

출판사 서평

“남에게말을걸때우리는이름을사용한다.
그녀는좀이상하다.
남을부를때모든사람들이하듯
이름을부르지않는다.”

이번개정판에서또하나주요하게달라진점은작품순서로,소설집을관통하는주제의식을지닌「타인에게말걸기」와「빈처」등을비롯해지금의독자들에게좀더긴요하게느껴질만한작품을앞에배치하는등모든작품을새로운순서로배치했다.
표제작「타인에게말걸기」는“등을보인자에게아예말걸기를포기하는”화자‘나’와타인을부를때다른사람들이하듯이름을부르는대신“제멋대로제가지어낸별명이라든지저만아는호칭”(9쪽)을사용하는‘그녀’의이야기이다.두인물의소통방식은극적으로다르지만,그것이그들을고독으로이끈다는점에서공통적이다.타인의반응에는개의치않고끊임없이말을걸어오는‘그녀’와그에대한대답으로냉소와침묵만을내놓는‘나’,그들의단절과소통의불능은현대사회의보편적인모습과다를바없다.
소통의불능은이어지는작품들에서도다양한방식으로그려진다.「빈처」의화자‘나’는전업주부인아내의일기장을우연히펼쳐보았다가스스로를직장에다니고있고애인이있는미혼여성으로표현한일기들을발견한다.‘나’는자신이아는아내와딴판인일기속아내의모습에당황하지만,이내이에대한자신의해석을토대로아내와의소통을시도한다.
그밖에도소설집에는“결혼은아무나하고하는거”(86쪽)라말하던언니의옛편지를전달받고처음으로언니를이해해보고자하는‘나’의이야기인「연미와유미」,옛사랑의추억이어린절에서머무는동안사랑이란미혹에불과하며영원한합일은환상에불과하다는것을깨치게되는‘그녀’의이야기인「그녀의세번째남자」,그리고한커플의뻔할만큼보편적인연애담을통해사랑이어떻게‘특별하고도위대하게’포장되어사람을현혹게하는지를희극적으로묘파하는「특별하고도위대한연인」등의작품이수록되어있다.
소설집의마지막에는등단작「이중주」가놓여있다.말기암선고를받은아버지의병문안을간‘인혜’는아버지의병상을지키는엄마‘정순’과함께시간을보내며지나온삶에대한이야기를나눈다.인혜는어떤부당함이든인내하며기나긴결혼생활을지탱해온정순을쉬이이해하지못하고,정순역시결혼도이혼도쉽게결정하는듯한딸인혜를이해하지못하지만둘은서로의곁에머무는동안조금씩서로를이해해나가기시작한다.남편/아버지가사라진자리에남은모녀의연대를그려내는이작품은희망적인온기를남기며소설집의문을닫는다.
은희경은과거한인터뷰를통해“어릴적에는세상은이러저러하다고반듯한교육을받고자랐습니다.그러나점점그반듯함이세상의본모습이아니라는것을알게됩니다.나는그것을견딜수가없었지요.그래서소설을쓴것인지도모릅니다.내소설의위악은삶의그허상을걷기위한방법입니다”라고말한바있다.뿌리깊은가부장제가자리하고있던1990년대,그는『타인에게말걸기』를통해현실을과감하게비틀고이를향해경쾌한냉소를던짐으로써사회의위선과허상을폭로하고나아가여성들에게한발더전진할수있는용기를건넸다.2023년에이르러새롭게펼쳐보는『타인에게말걸기』는우리사회가그간어떻게달라져왔는지,또는얼마큼바뀌지않았는지가늠해보고,이를토대로앞으로걸어나가야할길을그려볼수있게하는기회가되어줄것이다.어느덧“은희경의이름은은희경”(소설가백수린)이라는말로모든설명이가능해진은희경의소설세계,그눈부신시작점이우리앞에다시한번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