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링 인 폴

폴링 인 폴

$17.00
Description
빛의 소설가 백수린, 그 눈부신 첫 소설집

“두 손 가득 귀중히 떠서 건네는 처음의 새하얀 마음”
_‘개정판 작가의 말’에서
“폭설처럼 쏟아져내리는 눈부신 빛”(『참담한 빛』) “나의 작은 세계를 벗어나는 이들의 눈부신 궤적”(『여름의 빌라』) 그리고 “눈부시게 서툴렀던 시절에 바치는” 장편소설 『눈부신 안부』에 이르기까지, 발표하는 작품마다 섬세하고 우아하게 반짝이는 언어로 ‘눈부시다’ ‘찬란하다’는 감상을 이끌어내며 어느덧 ‘빛의 소설가’로 자리매김한 작가 백수린의 첫번째 소설집 『폴링 인 폴』을 출간 십 주년을 맞이하여 새롭게 선보인다. 등단 당시 한국문학의 거목과도 같은 김윤식 문학평론가로부터 “물건 되겠다 싶데”라는 촌평을 받으며 한국문학을 새롭게 비출 작가의 탄생을 기대하게끔 했던 백수린은 그후 삼 년 만에 출간한 첫 소설집으로 신인작가로서는 드물게 안정적인 보조와 감각을 갖췄으며 자신만의 고유한 소설세계를 갖추고 있는 듯하다는 찬평을 받은 바 있다. 그후로 십 년의 시간 동안 작가는 두 권의 소설집과 한 권의 중편소설, 한 권의 장편소설을 더 펴내며 한국일보문학상, 현대문학상, 이해조소설문학상, 문지문학상, 김승옥문학상 우수상, 젊은작가상 등 유수의 상을 받아왔다.
그런 작가가 “이 책으로 내 글을 처음 접하게 될 새로운 독자들과 이미 나의 책들을 읽어온 오랜 독자들에게 내가 두 손 가득 귀중히 떠서 건네는 그 처음의 새하얀 마음”이라고 소개한 이번 개정판에는 “단면이 거칠고 부서질 듯 가벼운 첫 눈송이” 같았던 작가의 “소설을 향한 가장 깨끗하고 순정했던 마음”(‘개정판 작가의 말’)이 가득 담겨 있다. 그 눈송이들이 모이고 쌓여 이토록 찬란하게 반짝이는, 단단하고 고유한 백수린의 소설세계가 탄생했음을 알기에 그의 첫 소설집을 다시 만나는 감회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새로운 표지와 판형으로 재탄생한 이번 개정판은 전 작품을 세심히 손보고 차례를 바꾸었을 뿐만 아니라 초판에 해설을 실었던 서영채 문학평론가와의 인터뷰를 통해 백수린 소설세계가 지나온 궤적을 톺아볼 수 있게끔 했다. 또한 사은품으로 『폴링 인 폴』 초판에도 실리지 않았던, 작가의 ‘진짜’ 첫 소설이라 할 만한 습작품 「셀로판 나비」가 담긴 한정판 소책자를 제공한다. 이처럼 이번 개정판만을 위해 준비된 다양한 요소들은 기존에 『폴링 인 폴』 초판을 읽었던 독자들에게도 새로운 선물로 다가갈 것이다.
저자

백수린

저자:백수린

2011년경향신문신춘문예를통해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폴링인폴』『참담한빛』『여름의빌라』,장편소설『눈부신안부』,중편소설『친애하고,친애하는』,짧은소설『오늘밤은사라지지말아요』,산문집『다정한매일매일』『아주오랜만에행복하다는느낌』등이있다.한국일보문학상,현대문학상,이해조소설문학상,문지문학상,김승옥문학상우수상,젊은작가상등을수상했다.

목차


거짓말연습007
폴링인폴035
부드럽고그윽하게그이가웃음짓네067
감자의실종099
자전거도둑129
밤의수족관165
까마귀들이있는나무199
꽃피는밤이오면233
유령이출몰할때267

초판해설|서영채
신진기예백수린의작가적가능성297

인터뷰|서영채×백수린
눈부신처음으로부터―『폴링인폴』재간에부쳐327

초판작가의말355
개정판작가의말359

출판사 서평

빛의소설가백수린,그눈부신첫소설집

“두손가득귀중히떠서건네는처음의새하얀마음”
_‘개정판작가의말’에서

“폭설처럼쏟아져내리는눈부신빛”(『참담한빛』)“나의작은세계를벗어나는이들의눈부신궤적”(『여름의빌라』)그리고“눈부시게서툴렀던시절에바치는”장편소설『눈부신안부』에이르기까지,발표하는작품마다섬세하고우아하게반짝이는언어로‘눈부시다’‘찬란하다’는감상을이끌어내며어느덧‘빛의소설가’로자리매김한작가백수린의첫번째소설집『폴링인폴』을출간십주년을맞이하여새롭게선보인다.등단당시한국문학의거목과도같은김윤식문학평론가로부터“물건되겠다싶데”라는촌평을받으며한국문학을새롭게비출작가의탄생을기대하게끔했던백수린은그후삼년만에출간한첫소설집으로신인작가로서는드물게안정적인보조와감각을갖췄으며자신만의고유한소설세계를갖추고있는듯하다는찬평을받은바있다.그후로십년의시간동안작가는두권의소설집과한권의중편소설,한권의장편소설을더펴내며한국일보문학상,현대문학상,이해조소설문학상,문지문학상,김승옥문학상우수상,젊은작가상등유수의상을받아왔다.
그런작가가“이책으로내글을처음접하게될새로운독자들과이미나의책들을읽어온오랜독자들에게내가두손가득귀중히떠서건네는그처음의새하얀마음”이라고소개한이번개정판에는“단면이거칠고부서질듯가벼운첫눈송이”같았던작가의“소설을향한가장깨끗하고순정했던마음”(‘개정판작가의말’)이가득담겨있다.그눈송이들이모이고쌓여이토록찬란하게반짝이는,단단하고고유한백수린의소설세계가탄생했음을알기에그의첫소설집을다시만나는감회는남다를수밖에없다.
새로운표지와판형으로재탄생한이번개정판은전작품을세심히손보고차례를바꾸었을뿐만아니라초판에해설을실었던서영채문학평론가와의인터뷰를통해백수린소설세계가지나온궤적을톺아볼수있게끔했다.또한사은품으로『폴링인폴』초판에도실리지않았던,작가의‘진짜’첫소설이라할만한습작품「셀로판나비」가담긴한정판소책자를제공한다.이처럼이번개정판만을위해준비된다양한요소들은기존에『폴링인폴』초판을읽었던독자들에게도새로운선물로다가갈것이다.

수없는오해와덧없는이해사이,
희미한언어와선명한침묵사이를가로지르는
백수린의섬세하고유연한빛줄기

백수린의등단작이자개정판의문을여는「거짓말연습」은“말그리고소통부재의현실에대한질문이라고할,자못의미심장한주제를이만큼차분하고설득력있게그려내기란결코쉬운일이아니다”(소설가박범신임철우,2011년경향신춘문예심사위원)라는심사평을받으며훗날의백수린이갖추게될확고한주제의식과탄탄한필력을가늠하게끔한,백수린소설세계의원형과도같은작품이다.작중에서모종의아픔을겪고이국으로도망치듯떠나온화자는말이통하지않는그곳에서고요함과더불어쓸쓸함을느낀다.허름한진실보다그럴싸한거짓을말하는것이편리하다고생각하던그는모국에서도불가능했던투명한소통의가능성을회의하며침묵하지만,어떠한순간들앞에서그럼에도불구하고다시입을떼고말을해보고싶다고생각한다.그것은자신을위해준비된달고부드러운케이크의맛과말로표현할수없이아름다운풍경,완전히이해할수없더라도이해해보고싶다고말하는눈빛과“다만우리가끊임없이서로에게말을건네고있”다는사실을마주했을때다.

우리가하는말이참인지거짓인지는더이상중요하지않았다.이곳에진실한것이하나라도존재했다면그것은다만우리가끊임없이서로에게말을건네고있는행위,그것뿐이었을것이다.
(…)라디오진행자는빠르고단정적인어조로이야기했다.그러나그런것과상관없이식당에자리잡은사람들은높낮이가각기다른억양과발음으로무엇인가를끊임없이이야기했다.한발,대화밖으로떨어져나와그것을듣다보니그들의대화는성당에서들었던성가곡의가락처럼들렸다.창밖은완연한여름이었다.나는눈을감고,그곡조의결을가만가만짚어보았다.그리고그곡조가익숙해졌을때,고요하게울리는그합창곡에끼어들기위해서나는굳게닫고있던입술을살짝떼었다.(31~33쪽)

이어지는표제작「폴링인폴」에서한국어강사인‘나’에게는과외시간마다찾아오는수강생‘폴’이있다.재미교포인그는서툰한국어로아버지와의갈등에대해,자신이짝사랑하는일본인학생‘유리코’에대해,그리고아버지와유리코의만남에대해이야기한다.유리코를사랑한다는폴에게“서로말도통하지않는데어떻게사랑을해?”(43쪽)묻던‘나’는폴의이야기들을듣는동안어느새“단정한문장들의세계를흩어놓는빗방울처럼”(45쪽)다가온폴에게빠져들고,그간모국어를통해“한번도그럴듯하게명명된적이없는초라한”(65쪽)‘나’의사랑은폴의낯설고도불완전한언어를경유하고서야비로소‘폴링인폴’이라명명된다.

내가온전히발음할수없고,폴의부모도온전히발음할수없을그이름,Junchan.그라는사람은준찬과Junchan사이의어딘가에존재할것이었다.나는이번엔폴의발음을교정해주지않았다.비록내가그의이름을그가발음하는대로부를수없더라도이것이내가그를사랑하는방식이라고나는믿었으므로.(66쪽)

그밖에도소설집에는어느날자신이‘감자’라고알고있는동물을사람들은‘개’라고부른다는것을깨달은이의혼란을그려낸「감자의실종」,사고로온전한언어대신의미를알수없는말의파편만을내뱉게된남편을바라보는아내의이야기「꽃피는밤이오면」등우리가자연스레향유했던언어가우리를떠나가고집어삼킬때겪는혼란을담아낸작품들이수록되어있다.
그런데이처럼나의믿음이나를배반하고나의언어가나를증명해보일수없을때,부드럽게나를감싸안고유유히흐르던물이어느순간삶을뒤흔드는파도가되어돌아올때백수린의화자들이택하는것은아이러니하게도다시한번‘말’,침묵의대립항으로서의말이다.이해할수없는것을그럼에도이해해보고자받아적고(「꽃피는밤이오면」),참이든거짓이든완전하든불완전하든끊임없이말을건네고(「거짓말연습」),“그의이름을그가발음하는대로부를수없더라도”그저불러보는것(「폴링인폴」).그렇게소통에의시도를멈추지않을때모국어와외국어,진실과거짓,이해와오해의이분법을가르는잣대는아무런의미가없어지기마련이다.왜냐하면그순간우리가이미말을하고있기때문이다.말할수없는상태에서벗어나있기때문이다.새로운언어의가능성은그에이르러탄생한다.
그러므로백수린의화자는이렇게말할수있다.“저멀리에서찬란한빛이쏟아지고있”다고,“그것이어디로인도할지는모르지만,빛인까닭에”(「꽃피는밤이오면」,265쪽)괜찮을것임을알수있다고.그단단한믿음의언어로백수린은우리를다시한번데려간다.더먼곳으로,빛이드는쪽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