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 좌절의 시대

미세 좌절의 시대

$18.00
Description
“이 혼미한 시기를 어떻게 건너가야 할까?”

복잡한 현대사회를 치열하게 묘파해온
저널리스트 출신 소설가 장강명의 시대 진단
한국사회의 다양한 이슈를 때로는 흥미진진한 소설로, 때로는 묵직한 논픽션으로 선보이며 동시대 독자와 부지런히 호흡해온 작가 장강명. 그의 작품세계는 분야를 막론하고 치밀하고 성실한 취재를 바탕으로 세워졌다는 것이 중요한 특징이다. 일례로 작가는 국정원 여론조작 의혹 사건을 치밀하게 조사한 뒤 『댓글부대』를 펴냄으로써 인터넷 저널의 역기능을 고찰했고, 호주 유학 경험자를 심층 인터뷰한 기록을 바탕으로 『한국이 싫어서』를 씀으로써 모국을 떠날 수밖에 없는 청춘 세대의 초상을 생생히 전했으며, 수사 현장을 찾아가 경찰과 형사들을 직접 인터뷰하며 집필한 사회파 추리소설 『재수사』를 통해 한국의 형사사법시스템을 되돌아보게 했다. 또한 몸소 체험한 경험을 토대로 한국 문학공모전 등의 문화 제도의 이면을 해부한 르포 『당선, 합격, 계급』으로도 큰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러한 책을 펴내온 장강명의 발자취는 그가 전업작가로 활동하기 이전에 11년간 일간지 기자로 일했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한다. 전직 언론인으로서 한국기자협회 이달의기자상, 관훈언론상, 씨티대한민국언론인 대상, 동아일보 대특종상 등 다채로운 수상 이력을 지니고 있기도 한바, 장강명에 대한 수식어로 ‘저널리스트 출신 소설가’만큼 적확한 표현도 없을 것이다.
『미세 좌절의 시대』는 그러한 작가가 발표하는 신작 산문집이다. ‘미세 좌절’은 장강명이 새롭게 고안해낸 조어이다. 국가가 장기 경제계획을 수립하고 그에 따라 기업은 여러 경영 방식을 택하지만 정작 시민 개개인은 그러한 체계 속에서 끊임없이 크고 작은 실패를 겪는다. 이 만연한 실패의 감각을 작가는 ‘미세 좌절’이라고 명명한다. 삶의 목표가 생존 그 자체가 되어버린 시대, 도무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현대사회의 여러 병폐를 들여다보고 문제의식을 펼치는 작가의 진단이 책 속에 충실히 담겨 있다.
2016년부터 2024년까지 한국일보, 중앙일보, 조선일보, 매일경제 등의 신문과 여러 잡지에 발표된 이 구십여 편의 글들은, 독자로 하여금 사회 정치 문화 전반에 걸친 다양한 이슈에 눈뜨고 불안에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게 하는 데 커다란 힘을 줄 것이다.

“인생 참 계획대로 안 되네”라는 말을 더 자주 하게 된다. 나는 여기에 ‘미세 좌절’이라는 이름을 붙여본다. 한두 번은 웃어넘길 수 있지만 가랑비에 옷 젖듯, 이게 쌓일수록 제아무리 낙관적인 이도 결국 굴복한다. “시원하게 풀리는 일이 하나도 없네.” 그 원인을 명확히 짚어낼 수 없기에 더 무력감을 느낀다. (…) 늘 비상인 세상, 뜻밖의 긴급한 사태에 힘겨워도 끊임없이 적응해야 하는 시대인 것이다. 살아남기 위해. _96쪽에서
저자

장강명

저자:장강명

11년간일간지기자로일하며한국기자협회이달의기자상,관훈언론상,씨티대한민국언론인상대상,동아일보대특종상,중앙선거관리위원회감사장등을받았다.2011년『표백』으로한겨레문학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장편소설『열광금지,에바로드』『그믐,또는당신이세계를기억하는방식』『호모도미난스』『한국이싫어서』『댓글부대』『우리의소원은전쟁』『재수사』(전2권),연작소설『뤼미에르피플』『산자들』,소설집『당신이보고싶어하는세상』,산문집『5년만에신혼여행』『책,이게뭐라고』『책한번써봅시다』『아무튼,현수동』『소설가라는이상한직업』,르포『당선,합격,계급』등이있다.수림문학상,제주4·3평화문학상,젊은작가상,오늘의작가상,심훈문학대상,SF어워드우수상을수상했다.뜻맞는지인들과온라인독서모임플랫폼그믐(gmeum.com)을운영한다.

목차

작가의말일반화에대하여―5

1부혼미한시대

‘외로움담당장관’이된다면―17
현대문명이라는기계―21
도시노동자의무료노동―25
비오는날배달음식―29
자존감,통제력,그리고자기서사―33
양심이라는말―37
전화공포증과초연결시대―41
신문의종말과그이후―45
감자칩과인터넷밈―50
새시대의감수성과일관성―54
혼미한시대에대하여―58
오타쿠,팬덤,그리고부족주의―62
불편함이도덕의근거가될때―66
소셜미디어와조롱의시대―71
독립서점,전통시장,그리고자본주의―75
왜과학을가르쳐야하는가―79
규범에대한규범―84
사물의가격,미덕의가격―89
‘미세좌절’의시대―93
순한맛이사라지는시대―97
MZ세대는분석을기다리는가―101
병든선진국과질병인식불능증―105
공정의오십가지그림자―109

2부어떤나라를꿈꾸는가

분노는진보의필수요소인가―115
나는왜보수주의자인가―119
심오롭고공허한―123
지역갈등과세대갈등―128
X세대의빚―133
제정신으로살기위하여―138
대한민국주류교체와두파산―142
팬덤이라는세계관―146
간증과저주,그리고개인숭배―150
한반도에서산다는것―155
북한옆에서산다는것―159
저출생대책을넘어서―163
확진자A씨의동선과새로운바이러스―168
K-방역에서궁금한것들―172
쇼핑과정치―176
선하고순수한우리와사악한저들―180
투쟁하는것같은기분―184
거대담론이없는선거―188
새정치란무엇일까―192
협업의도구―196
실력은디테일에있다―200
대통령에게기대하는비전,두번째―204
보수의품격―208
무슨표정을지어야하는가―212
평화로운체념이냐,두려운분노냐―216

3부우리는삶을통째로긍정해야할까

내인생최고의실패―223
돈얘기,꿈얘기―227
꿈이라는친구―231
행복을정확하게추구할권리―235
언제개를키울수있을까―240
마음챙김,위장챙김―244
아내의방―248
편의점도시락을먹으며―252
돈,지혜,그리고돈이주는지혜―256
시간의품질―260
좋은삶이란무엇일까―264
색소폰을배웠던시간―268
자기혐오에대처하는요령―272
자기착취사회와분별력―276
한국어에불만있다―280
몸뻬입고모찌떡먹고픈―285
다른생명을먹는일―289
무인자동차,그리고현대의화전민들―293
목적이이끌지않는삶―297
꼰대라는말―301
공인이되는훈련―305
신실함에대하여―309
존엄하다는말―313
크리스마스아침단상―317
다른사람이되고싶은마음―321

4부삶이얄팍해지지않으려면

다시읽는‘난쏘공’―327
기쁨을아는혀―331
<백종원의푸드트럭>을보다가―335
누룩미디어와국립한국문학관―340
지원하되간섭하지말라는말―345
아이돌산업의윤리학―350
만년조연배우를보내며―354
로맨틱코미디의시대는지나갔나―358
힘들때떠올리는영화대사리스트5―363
흥미로운중년이되기위하여―370
제비뽑기,오멜라스,그리고쿠오바디스―374
늦게와주면고맙겠어―378

출판사 서평

사회정치문화전반에걸친
현대사회의이슈를집대성한필독서

이산문집은총네개의부와한편의에필로그로구성되어있다.1부‘혼미한시대’는주로사회분야의이슈를다룬다.영국정부가신설하여국내외언론의주목을받았던‘외로움담당장관직’의의의(「‘외로움담당장관’이된다면」),코로나19로사회적거리두기가실시되었던시기의배달노동문제(「비오는날배달음식」),자기계발서구매열풍과자존감만들기의이면(「자존감,통제력,그리고자기서사」),인터넷과소셜미디어를통해빠르게복제되고휘발되는밈(meme)의부작용(「감자칩과인터넷밈」),인공지능시대에과학을공부해야하는이유(「왜과학을가르쳐야하는가」),MZ세대를향한사회적시선에숨겨진어둠(「MZ세대는분석을기다리는가」)등누구나문제의식을지니고있지만명쾌한정답을제시하기는어려운주제를예리하게분석함으로써생각할거리를던져준다.

2부‘어떤나라를꿈꾸는가’는정치영역,그중에서도한국사회의정치풍경을이모저모뜯어보면서우리사회가나아가야할방향을고민하게한다.유구하게이어져온지역간,세대간충돌문제(「지역갈등과세대갈등」),한국사회의주류가된1970년대생에대한분석(「X세대의빚」),헤게모니를사수하기위해투쟁하는진보와보수두진영의민낯(「대한민국주류교체와두파산」),정치팬덤에대한성찰(「팬덤이라는세계관」),남북한대립문제(「한반도에서산다는것」),새로운세상을꿈꾸기위해개선해야할선거제도(「거대담론이없는선거」)등을논한다.

3부‘우리는삶을통째로긍정해야할까’는좀더우리네삶의경험과일상과밀접한주제를다루고있다.신문기자를그만두고전업작가로활동하게된작가의과거이야기(「내인생최고의실패」),예민함이라는성향이인생관에미치는영향(「행복을정확하게추구할권리」),괴로운잡념에서벗어나기위한명상법(「마음챙김,위장챙김」),나이차에따라위계가생기는한국어의특성에대한비판(「한국어에불만있다」),글쓰기와말하기를통해자기주장을제대로펼치는방법(「공인이되는훈련」)등이그것이다.

마지막으로4부‘삶이얄팍해지지않으려면’은고전에서부터현대에이르는양질의책과영화등다양한문화미디어에대한작가의풍부한해석을통해감성을풍요롭게하고깊이있는안목을길러나가게해준다.우리시대의필독서『난쟁이가쏘아올린작은공』에대한재해석(「다시읽는‘난쏘공’」),문화계를지원하는국가의공공제도와예술행정에대한고찰(「누룩미디어와국립한국문학관」「지원하되간섭하지말라는말」),지혜롭고현명하게나이드는삶을돕는독서(「흥미로운중년이되기위하여」),AI시대에소설쓰기라는일의어려움(「AI시대소설의미래,우울한버전으로」)등이담겨있다.

관성을깨뜨리는건강한의심,
팩트를직시하는시선으로
미래를모색하는성실한탐구

장강명은에필로그‘살아야하는이유’에서우리는왜고통밖에없는삶을계속살아가야하는지를도스토옙스키의『악령』을통해이야기한다.신에게의지하는것외에우리는무엇을할수있을까?이에대해명쾌한답을내리는것은요원하지만,끊임없이그이유를찾으려는노력에서얻는긴장이일종의삶의축복일지도모른다고작가는말한다.이러한결론은삶에분명한해답이있다는무비판적이고맹목적인믿음에대항해늘건강한의심을견지해온작가의태도에서비롯된것으로보인다.한편으로는언제나작품세계를경신하며부지런한글쓰기를펼쳐온작가의성실한포부로느껴지기도한다.

작가는‘작가의말’에서“보다예측가능한세상에서희망찬이야기를쓸수있”기를바란다고썼다.『미세좌절의시대』는그러한“희망찬이야기”를꿈꾸는작가의청사진이다.변화와변혁을바라는마음을품게되는새봄,바로지금『미세좌절의시대』를펼쳐들때이다.

“쉽게들뜨거나비관해서는안된다.자기자신에대해서도그렇다.(……)거기에차분한희망이있다.”_226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