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곳에서

먼 곳에서

$16.80
Description
퓰리처상 수상작가 에르난 디아스,
더 대담하고 생생한 『트러스트』 이전의 세계
호칸의 귀로 사람의 말을 듣고 그의 사고로 세상을 이해하고
그의 시선으로 자연과 인간을 바라보는 동안 나는 잠시
다른 존재가 되었다. 부끄러움과 수치를 아는 호칸이
간결한 단어로 내뱉는 짧은 말은 더없이 직관적이고 명료해서 슬프다.
순수하고 강렬한 인물에게 매료될 수밖에 없는, 경이롭고 아름다운 소설이다.
최진영(소설가)

2023년 퓰리처상 수상작이자 국내 독자에게도 커다란 사랑을 받은 『트러스트』의 작가 에르난 디아스의 장편소설 『먼 곳에서』가 출간되었다. 작가의 데뷔작인 이 작품은 2017년 소규모 비영리 출판사의 원고 공모를 통해 출간되었다. 신인 작가의 첫 작품인데다 작은 출판사를 통해 소개된 이 소설에 관심이 집중된 것은 이듬해 봄, 『먼 곳에서』가 퓰리처상과 펜/포크너상 최종후보에 이름을 올린 후였다.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괴물 같은 신인과 작품에 전 세계 언론은 깜짝 놀라는 동시에 “황홀하다”(〈뉴욕 타임스〉), “이 데뷔작이 왜 퓰리처상 최종후보에 올랐는지 완벽하게 이해된다”(〈르피가로〉)와 같은 찬사를 쏟아냈고, 에르난 디아스는 단숨에 문단의 주목을 받으며 촉망받는 젊은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미국 서부 개척시대를 배경으로, 낯선 땅에 홀로 떨어지게 된 이방인 호칸의 평생에 걸친 여정과 깊은 고독을 고통스러울 만큼 아름답게 그린 『먼 곳에서』는 사로얀 국제상, 캐벌 어워드, 뉴 아메리칸 보이스 어워드 등 다수의 상을 수상했고, 〈퍼블리셔스 위클리〉 선정 올해의 책 top 10, 〈릿허브〉 선정 지난 10년간 최고의 소설 top 20에 이름을 올렸다.

눈앞의 지평선만큼이나 끝없는 고독을 견디며
그 어디에도 도착하지 않는 여행을 시작한
한 인간의 비통하고 아름다운 삶의 여정

알래스카의 얼어붙은 바다. 꽁꽁 언 얼음 아래에서 한 남자가 물위로 나와 말없이 배에 오른다. ‘호크(hawk)’, 즉 ‘매’라고 불리는 이 스웨덴인은 “인간성을 유지하는 선에서 가능한 최대의 몸집”을 가진 남자로, 함께 배에 탄 사람들은 그를 둘러싼 수많은 소문들을 이야기한다. 사자를 맨손으로 죽였다느니, 한때 원주민 추장이었다느니, 미국에서 그의 접근을 막기 위해 독립된 영토를 준다고 했다느니 하는 믿기 어려운 이야기들이 오가는 사이, 불가에 자리를 잡고 앉은 남자는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의 정확한 이름은 호칸 쇠데르스트룀으로, 스웨덴의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나 형 리누스와 함께 아메리카로 가는 배에 올랐다. 뉴욕을 목적지로 출발한 두 사람은 포츠머스에 잠시 내리게 되고, 이때 호칸은 거리를 구경하다 형을 잃어버린다. 호칸은 여기저기 묻고 다닌 끝에 겨우 아메리카로 향하는 배에 오르지만 형은 그 배에 없고, 설상가상으로 배는 뉴욕이 아니라 샌프란시스코에 호칸을 내려준다.
영어도 할 줄 모르고 변변한 말이나 식량도 없이 홀로 낯선 땅에 발을 디딘 호칸은 형을 찾아 동쪽으로 뉴욕까지 걸어가겠다는 계획을 세운다. 이민자들의 행렬이 금광과 새로운 땅을 찾아 동쪽에서 서쪽으로 길게 이어지는 가운데 호칸은 홀로 그 흐름을 거슬러 나아가기 시작하고, 그 길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만났다 헤어지고 예상치 못한 사건들을 맞닥뜨린다. 금광을 찾아 헤매는 아일랜드인 가족과 함께 움직이기도 하고, 치아가 없는 미스터리한 여인에게 납치되어 한동안 감금당한 채 생활하다가, 그곳에서 탈출한 뒤 만난 박물학자와 인디언으로부터 의술을 배우고, 원치 않는 폭력에 휘말려 사람을 해치는 바람에 현상수배범 신세가 되는가 하면, 그에게 마주 미소 짓는 이를 만나 짧은 평온을 누리기도 한다. 하지만 길고 긴 이 여정에서 줄곧 호칸과 동행하는 것은 끝없이 펼쳐지는 지평선과, 그 지평선만큼이나 끝없는 고독이다.

한없이 이어지는 미국의 황야를,
그리고 가장 깊은 고독을 가로지르는 서사시적 여정

이미 황폐한 땅에 새로운 황량함이 한 겹 더 내려앉았다. 점점 늘어만 가는 칸으로 이루어진 생기 없는 평원은 여전히 똑같았다. 태양은 언제나처럼 날카롭게, 또 뭉툭하게 찔러오며 만연했다. 그 물러서지 않는 단조로움에서 달라진 것, 납작하고 점점 더 납작해져가는 세상 속에서 유일하게 깊이를 갖춘 것은 단 하나, 호칸의 외로움뿐이었다. 본문에서

호칸이 가로지르는 사막과 평원과 협곡은 끝없이 광활하고 평평하며 언제나 똑같은 모습으로 “억압적인 단조로움”만을 전해주고, “뼈로 이루어진 듯한 그 허무한 공간”에서 호칸은 “적극적으로 모든 것을 삼키는 공허함에 압도”되는 한편 이 황량하고 드넓은 땅에서 자신은 늘 혼자라는 사실에서 오는 절대적인 외로움을 마음속 깊이 절감하게 된다. 자신의 이름을 제대로 발음하는 이조차 없는 땅에서 호칸이 느끼는 절제된 절망은 그의 얼마 안 되는 말과 그 말 사이의 침묵을 통해 새어나오고, 오로지 호칸의 눈으로 그의 여정 전체를 함께 보고 듣고 경험하는 독자에게는 이 모든 것이 더욱더 생생하게 다가온다. 그렇기에 마침내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상대가 생겼을 때, 그를 돌봐주고 그에게 미소를 보내고 그를 위해 희생하는 이가 나타났을 때, “누군가의 눈에 보인다는 것, 누군가의 뇌에 들어간다는 것, 누군가의 의식 안에 살아간다는 것”은 호칸에게뿐만 아니라 독자에게도 거의 기적처럼 느껴진다.
이민자들의 행렬과 함께 움직이던 시기 호칸은 습격자들로부터 자기 자신과 일행을 지키려다 살인을 저지르게 되고, 거구의 무법자에 대한 소문은 서부의 땅으로 점점 퍼져나간다. 그리고 사람을 해쳤다는 사실에 대한 수치심과 그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호칸이 스스로를 고립시킨 채 유폐되어 극한의 상황을 보내는 사이, 그는 일종의 전설이 된다. 어린 소년이던 시절 시작한 여정은 신화적인 존재가 될 때까지 계속해서 이어지지만, 이제 뉴욕에 가겠다는 애초의 목적은 어느샌가 증발해버리고 그저 어디에도 도착하지 않는 이 여정 자체가, 혹은 존재하는 일 자체가 목적이 되어버린다.

사람들의 눈을 피해 인적이 없는 거친 황무지만을 떠돌던 시절, 호칸이 무엇보다 두려워하고 피해 도망치던 것은 ‘이야기’였다. 자신을 본 적도 없는 사람들이 들었을 자신에 대한 이야기. 하지만 알래스카에서 펼쳐지는 소설의 첫 장면에서, 호칸은 처음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무법자도 전설도 아닌 그저 호칸 쇠데르스트룀이라는 한 인간의 길고 긴 삶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비통하고 아름답고, 무엇보다 고독하고 또 고독한 그 찬란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보면, 에르난 디아스가 탄생시킨 이 강렬한 인물에 완전히 사로잡혀, 어느새 그의 여정에 온 마음으로 함께하고 있을 것이다.
저자

에르난디아스

저자:에르난디아스

1973년아르헨티나에서태어나스웨덴에서어린시절을보낸후미국으로가뉴욕대학교에서철학박사학위를받았다.

2017년장편소설『먼곳에서』를발표하며작가로데뷔했다.첫작품으로단숨에미국문단의주목을받으며퓰리처상과펜/포크너상최종후보에올랐고,사로얀국제상,캐벌어워드,뉴아메리칸보이스어워드등다수의상을수상했다.<퍼블리셔스위클리>선정올해의책top10,<릿허브>선정지난10년간최고의소설top20에뽑히기도했다.

두번째장편소설『트러스트』(2022)로퓰리처상과커커스상을수상했다.이소설은부커상후보에올랐고,<뉴욕타임스><타임><워싱턴포스트>올해의책top10에이름을올린것을포함해서른개가넘는매체에서올해의책으로선정되었다.버락오바마전대통령이올해의책으로선정했으며,HBO시리즈로제작될예정이다.

에르난디아스는<파리리뷰><하퍼스><애틀랜틱><그란타>등의매체에글을기고해왔고,구겐하임펠로십,와이팅상등을수상했다.그의작품은전세계34개언어로번역,출간되었다.



역자:강동혁

서울대학교영문학과와사회학과를졸업하고동대학원에서영문학석사학위를받았다.옮긴책으로『트러스트』『그후의삶』『타이탄의세이렌』『토피카스쿨』『올드스쿨』『이소년의삶』『밤의동물원』『일곱건의살인에대한간략한역사1,2』『워터댄서』『프로젝트헤일메리』『레스』,해리포터시리즈등이있다.

목차


먼곳에서009
옮긴이의말353

출판사 서평

퓰리처상수상작가에르난디아스,
더대담하고생생한『트러스트』이전의세계
★★★★★
퓰리처상,펜/포크너상최종후보
사로얀국제상,캐벌어워드,뉴아메리칸보이스어워드수상
<퍼블리셔스위클리>올해의책top10
<릿허브>선정지난10년간최고의소설top20
★★★★★
호칸의귀로사람의말을듣고그의사고로세상을이해하고
그의시선으로자연과인간을바라보는동안나는잠시
다른존재가되었다.부끄러움과수치를아는호칸이
간결한단어로내뱉는짧은말은더없이직관적이고명료해서슬프다.
순수하고강렬한인물에게매료될수밖에없는,경이롭고아름다운소설이다.
최진영(소설가)

2023년퓰리처상수상작이자국내독자에게도커다란사랑을받은『트러스트』의작가에르난디아스의장편소설『먼곳에서』가출간되었다.작가의데뷔작인이작품은2017년소규모비영리출판사의원고공모를통해출간되었다.신인작가의첫작품인데다작은출판사를통해소개된이소설에관심이집중된것은이듬해봄,『먼곳에서』가퓰리처상과펜/포크너상최종후보에이름을올린후였다.어느날갑자기등장한괴물같은신인과작품에전세계언론은깜짝놀라는동시에“황홀하다”(<뉴욕타임스>),“이데뷔작이왜퓰리처상최종후보에올랐는지완벽하게이해된다”(<르피가로>)와같은찬사를쏟아냈고,에르난디아스는단숨에문단의주목을받으며촉망받는젊은작가로자리매김했다.
미국서부개척시대를배경으로,낯선땅에홀로떨어지게된이방인호칸의평생에걸친여정과깊은고독을고통스러울만큼아름답게그린『먼곳에서』는사로얀국제상,캐벌어워드,뉴아메리칸보이스어워드등다수의상을수상했고,<퍼블리셔스위클리>선정올해의책top10,<릿허브>선정지난10년간최고의소설top20에이름을올렸다.

눈앞의지평선만큼이나끝없는고독을견디며
그어디에도도착하지않는여행을시작한
한인간의비통하고아름다운삶의여정

알래스카의얼어붙은바다.꽁꽁언얼음아래에서한남자가물위로나와말없이배에오른다.‘호크(hawk)’,즉‘매’라고불리는이스웨덴인은“인간성을유지하는선에서가능한최대의몸집”을가진남자로,함께배에탄사람들은그를둘러싼수많은소문들을이야기한다.사자를맨손으로죽였다느니,한때원주민추장이었다느니,미국에서그의접근을막기위해독립된영토를준다고했다느니하는믿기어려운이야기들이오가는사이,불가에자리를잡고앉은남자는자신의이야기를시작한다.
그의정확한이름은호칸쇠데르스트룀으로,스웨덴의가난한농가에서태어나형리누스와함께아메리카로가는배에올랐다.뉴욕을목적지로출발한두사람은포츠머스에잠시내리게되고,이때호칸은거리를구경하다형을잃어버린다.호칸은여기저기묻고다닌끝에겨우아메리카로향하는배에오르지만형은그배에없고,설상가상으로배는뉴욕이아니라샌프란시스코에호칸을내려준다.
영어도할줄모르고변변한말이나식량도없이홀로낯선땅에발을디딘호칸은형을찾아동쪽으로뉴욕까지걸어가겠다는계획을세운다.이민자들의행렬이금광과새로운땅을찾아동쪽에서서쪽으로길게이어지는가운데호칸은홀로그흐름을거슬러나아가기시작하고,그길에서다양한사람들과만났다헤어지고예상치못한사건들을맞닥뜨린다.금광을찾아헤매는아일랜드인가족과함께움직이기도하고,치아가없는미스터리한여인에게납치되어한동안감금당한채생활하다가,그곳에서탈출한뒤만난박물학자와인디언으로부터의술을배우고,원치않는폭력에휘말려사람을해치는바람에현상수배범신세가되는가하면,그에게마주미소짓는이를만나짧은평온을누리기도한다.하지만길고긴이여정에서줄곧호칸과동행하는것은끝없이펼쳐지는지평선과,그지평선만큼이나끝없는고독이다.

한없이이어지는미국의황야를,
그리고가장깊은고독을가로지르는서사시적여정

이미황폐한땅에새로운황량함이한겹더내려앉았다.점점늘어만가는칸으로이루어진생기없는평원은여전히똑같았다.태양은언제나처럼날카롭게,또뭉툭하게찔러오며만연했다.그물러서지않는단조로움에서달라진것,납작하고점점더납작해져가는세상속에서유일하게깊이를갖춘것은단하나,호칸의외로움뿐이었다.본문에서

호칸이가로지르는사막과평원과협곡은끝없이광활하고평평하며언제나똑같은모습으로“억압적인단조로움”만을전해주고,“뼈로이루어진듯한그허무한공간”에서호칸은“적극적으로모든것을삼키는공허함에압도”되는한편이황량하고드넓은땅에서자신은늘혼자라는사실에서오는절대적인외로움을마음속깊이절감하게된다.자신의이름을제대로발음하는이조차없는땅에서호칸이느끼는절제된절망은그의얼마안되는말과그말사이의침묵을통해새어나오고,오로지호칸의눈으로그의여정전체를함께보고듣고경험하는독자에게는이모든것이더욱더생생하게다가온다.그렇기에마침내마음을나눌수있는상대가생겼을때,그를돌봐주고그에게미소를보내고그를위해희생하는이가나타났을때,“누군가의눈에보인다는것,누군가의뇌에들어간다는것,누군가의의식안에살아간다는것”은호칸에게뿐만아니라독자에게도거의기적처럼느껴진다.
이민자들의행렬과함께움직이던시기호칸은습격자들로부터자기자신과일행을지키려다살인을저지르게되고,거구의무법자에대한소문은서부의땅으로점점퍼져나간다.그리고사람을해쳤다는사실에대한수치심과그사실을모두가알고있을지도모른다는두려움에호칸이스스로를고립시킨채유폐되어극한의상황을보내는사이,그는일종의전설이된다.어린소년이던시절시작한여정은신화적인존재가될때까지계속해서이어지지만,이제뉴욕에가겠다는애초의목적은어느샌가증발해버리고그저어디에도도착하지않는이여정자체가,혹은존재하는일자체가목적이되어버린다.

사람들의눈을피해인적이없는거친황무지만을떠돌던시절,호칸이무엇보다두려워하고피해도망치던것은‘이야기’였다.자신을본적도없는사람들이들었을자신에대한이야기.하지만알래스카에서펼쳐지는소설의첫장면에서,호칸은처음으로자신의이야기를,무법자도전설도아닌그저호칸쇠데르스트룀이라는한인간의길고긴삶의이야기를들려준다.비통하고아름답고,무엇보다고독하고또고독한그찬란한이야기에귀를기울이다보면,에르난디아스가탄생시킨이강렬한인물에완전히사로잡혀,어느새그의여정에온마음으로함께하고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