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볼트의 선물 : 1976 퓰리처상 수상작 -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44

험볼트의 선물 : 1976 퓰리처상 수상작 -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44

$26.00
Description
삶의 슬픔과 모욕이 빚은 예술의 역설적 기적
지적이고 완벽하게 극적인 실존주의 코미디
포크너와 헤밍웨이를 잇는 미국 실존주의문학의 거장 솔 벨로의 1976년 퓰리처상 수상작이자, 같은 해 노벨문학상 수상을 이끈 역작. “천재적 작품, 문학이 있다는 증명과도 같은 소설”이라 존 치버가 찬상한 『험볼트의 선물』에서 솔 벨로는 재기 넘치던 한 시인의 몰락을 통해 물질만능주의가 지배하고 과학이 고도화하는 세계에서 예술이 사회적 진보와 양립할 수 있는지 질문을 던지고, 예술가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열정적으로 탐색한다. 박식하고 유쾌한 시인이었으나 끝내 무덤 속으로 파멸해버린 ‘폰 험볼트 플라이셔’는 실존했던 델모어 슈워츠를 모델로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솔 벨로와 동시대 작가인 슈워츠는 이십대 중반 뛰어난 시와 소설로 주목받았으나 편집증적 망상과 알코올중독에 빠져 허망한 죽음을 맞았던 인물이다. 작가는 서로의 분신이자 거울상, 비밀의 공유자 같았던 험볼트와 그의 제자 찰리의 관계와 삶을 마천루의 도시 시카고를 배경으로 갈파하면서, 열광적이고 고귀한 갈망을 품었던 20세기 중반 예술가들에게 닥친 불안과 불확실성, 실존적 위기를 특유의 지적이고 유머 넘치는 필치로 담아내었다.
선정 및 수상내역
퓰리처상 수상작
저자

솔벨로

저자:솔벨로

1915년캐나다퀘백주라신에서러시아계유대인부부의사남매중막내로태어났고,아홉살때미국일리노이주시카고로이주했다.시카고대학교,노스웨스턴대학교,위스콘신대학교등에서수학했고,1941년첫단편「두개의아침독백」을발표했다.미네소타대학교,뉴욕대학교,프린스턴대학교,시카고대학교에서오랫동안인류학,문학등을가르쳤다.<오기마치의모험>(1947),<허조그>(1964),<샘러씨의행성>(1970)으로세차례전미도서상을수상하며전무후무한기록을세웠다.1976년『험볼트의선물』(1975)로퓰리처상을받았고,같은해“인간에대한깊은이해를보이며당대문화를섬세하게분석했다”는평과함께노벨문학상을수상했다.현대인의고립과소외를주로다루었고,유려한문체와날카로운언어감각을지닌지성주의작가로20세기미국문학의거장중한명으로꼽힌다.오헨리상,말라파르테문학상,세인트루이스문학상,펜/맬러머드상을수상했고,국가예술훈장과전미도서재단공로훈장등을수훈했다.그밖의작품으로장편『허공에매달린남자』(1944),『피해자』(1947),『오늘을잡아라』(1956),『학생처장의12월』(1982),『실연으로인한죽음』(1987),『래블스타인』(2000),중편집『나를기억하게하는것』(1991),중편『진실』(1997)등이있다.2005년4월,매사추세츠주브루클라인의자택에서89세를일기로영면했고,버몬트주브래틀버러의유대인묘지에안장됐다.



역자:전수용

이화여자대학교영어영문학과명예교수.이화여자대학교영어영문학과를졸업하고미국미시간대학교에서문학박사학위를받았다.지은책으로『포스트모던영국소설의역사성읽기』(2015),『20세기영국소설강의』(공저,2019),『신화적상상력과문화』(공저,2023)가있고,옮긴책으로『결정론과문학』(1993),『켈트신화와전설』(공역,2009),『열정적인,너무나열정적인』(공역,2009),『범죄소설』(공역,2014)이있다.

목차


험볼트의선물7

해설|거대한물질문화속의시정신745
솔벨로연보759

출판사 서평

노벨문학상수상작가솔벨로의퓰리처상수상작

삶의슬픔과모욕이빚은예술의역설적기적
지적이고완벽하게극적인실존주의코미디

철학과학정치역사예술의경계를넘나들며
술탄의카펫처럼펼쳐지는내러티브의휴먼코미디

“험볼트는불타오르는실패였고,나는새로태어난성공이었다.”

퓰리처상을두번이나수상한작가,브로드웨이에서크게성공한연극의원작자,에세이와전기를다수집필한시카고의유명작가찰리시트린은예술적무결함을중시했던죽은멘토험볼트를떠올리며죄의식과수치심을느낀다.젊은시절찰리는험볼트의시에감명받아그의행운과재능을부러워했고,그를만나기위해단돈30달러를들고그리니치빌리지로무작정달려갔었다.그러나그토록박식한달변가에멋진발라드를썼던험볼트의명성은곧사그라져버리고찰리가작가로입신해크게성공하자,험볼트는찰리가희곡에자기캐릭터를허락도없이썼고통속적대중작가라헐뜯으며비방한다.부와명예를거머쥔찰리는험볼트의비참했던마지막을외면해버린다.그리고죄책감을느끼면서도험볼트같은인생의전철을밟지않으려고군분투한다.

시인,사상가,술주정꾼,약남용자,천재,조울증환자,까다로운모사꾼,성공담의주인공,한때재치넘치는아름다운시를썼던그가최근에는무엇을했던가?자기안에있는위대한말과노래를발화했던가?아니었다.쓰지않은시가그를죽이고있었다.(44쪽)

예순살이가까운찰리에게위기가닥친다.문학적영감은메마르고,아내와막대한위자료가걸린이혼소송중이며,국세청의세금압박에변호사와판사와동료,가까운친구까지온갖사람에게돈을뜯긴다.그보다나이가훨씬어린애인은결혼하자조르고,시카고하류깡패리날도칸타빌레의심기를건드리는바람에아끼던벤츠가부서진데다온종일그에게끌려다니며혹독한수모를당한다.프랑스정부에서받은레지옹도뇌르훈장이모범적인돼지사육자나쓰레기통을개량한사람에게수여되는가장낮은등급의훈장이라는사실에도풀이죽었다.무너지는자신을세우기위해찰리는죽은험볼트를부쩍생각한다.슈타이너의인지학이론에심취한채물질적육체와정신의관계에대해,노화와퇴화를극복할해답을찾기위해고심하며침체된나날을보낸다―험볼트의“선물”이도착하기전까지.모든것을잃고스페인의어느싸구려하숙집에서숨죽여지내던어느날,무덤에있는험볼트로부터예상치못한선물이도착했던것이다.
헝가리유대인이민자가정에서태어난험볼트는낭만주의적기질에학식과재치가넘치는괴짜,구세계적시인이었다.마르크스주의,프로이트주의,모더니즘에심취한보헤미안,새로운세대의첫번째아방가르드작가로서화려하게데뷔했다.그러나권력과영광을추구하면서시인은책략가로변했다.문학정치가그를압도했다.진리와아름다움을추구하는그는미국을새로운아테네로변화시키길꿈꾸었으나처참하게실패했다.험볼트가서서히몰락해가던1940년대말에는광기와시의시대도종말을고했다.이후부와명예에안락하던찰리의인생도1970년대에접어들어삐걱거린다.물질의유혹은예술에대한숭배를무너뜨렸고,창조적영감을앗아가버렸다.권태에빠져펜을드는것조차어려워졌다.그의삶은물질적정신적모순으로가득차고영혼은불확실성과고뇌속에서오래전길을잃었다.찰리는험볼트와의가난했지만즐거웠던과거로,예술과철학과정치를논하고보헤미안처럼거리낄것없이영혼이자유로웠던시절을그리워한다.무덤속에웅크린험볼트를불러내다시밤새대화하고싶어한다.그를제대로이해해보고싶어한다.그리고험볼트가세상에서이루려했던과업을자신이이어받아완수하고싶다고생각한다.

삶을운명으로조롱하지않고대할수있는가?
메말라가는세계를비웃던오르페우스가보낸역설적선물

소설가로서벨로의가장큰장점은생동감넘치는흥미로운인물의창조에있다.세련되고지적인삶,격렬한열정에휘둘리는삶이뒤얽힌거대도시시카고에서그의인물들은맥동한다.찰리시트린은지적인과시자이자가족과친구들이죽은후에도오랫동안그들의추억을생생하게간직하고싶어하는몽상가다.또한젊은여자에대한성적욕망에사로잡혀있다.현실에무감각하고,『허조그』의허조그나『오늘을잡아라』의토미처럼세상이돌아가는방식에서본질을파악하지못한다.한마디로아는것은많지만진정알아야할것은모르는존재다.반면험볼트는현대미국자본주의의혹독한환경속에서아름다움과예술의이상을위해현실적으로노력하는존재이면서도총으로사람들을위협하고,의처증으로아내와주변사람을공격하는다면적인물이다.또한『험볼트의선물』에서는부의원천을장악하는자들과영혼의풍요를소명으로삼는자들이양분되어그려지는데,찰리를위협하며시카고의어둡고거친골목으로끌고다니고몰아세우던이탈리아계미국인갱리날도칸타빌레나,찰리의건축업자형율릭처럼어느한쪽은비즈니스로큰돈을굴리며호화롭게살고,다른한쪽은몽상속에서예술을하며가난하게산다.“시인이된다는것은학교의일이고,여자의일이며,교회의일”이고,“시인은자궁적출수술을집도하지도”못하고“태양계에우주선을보내지도”못하며,“기적과힘이이제그에게는없기”때문이다.그러나험볼트는가난한예술가의길을가면서도돈과성공을추구했다.유대인이민자출신미국인이라는태생의벽을넘고주류에편입하기위해편법과계략도서슴지않았다.시의세계를열렬히추구하면서도이때문에자신이부의성채에서제외되어야한다고는생각하지않았다.이것이불행의원인이자패배의이유였다.그는자신의운명을조롱하며성공을향해몸부림치다,결국망상과정신분열속에서몰락하고만다.

험볼트는위대했었다―미남이고,기개있고,활기차고,독창적이며,감동을주고,고귀했다.그와있으면삶의달콤함을맛볼수있었다.(255쪽)

『험볼트의선물』은두예술가의이야기를실존주의코미디형식으로담으면서,물질주의적인미국사회에서변화하는예술과권력의관계를탐구한다.미국은비즈니스이해관계에통제되고,돈에지배되는첨단기술사회로탈바꿈하고있었다.과학은눈부신성공을거뒀다.그런사회에서예술은,예술가는어떤역할을할수있을까?예술은단지소수지성인의영역일까?왜그렇게많은시인이자살로생을마감했을까?폰험볼트플라이셔는미국사회에서“시인의고뇌를연기한다”.고도화되어가는물질사회의그어떤것도시인의꿈을뒷받침해주지못한다.미국의유혹과혼란은미약한시인개인에게는너무큰것이었다.그의제자이자동료,의형제인찰리는작가로서너무도빨리몰락해버린험볼트의삶과죽음을마음에서놓을수없다.몰락을앞둔찰리에게어느날도착한험볼트의선물은결과적으로재정적재난과파멸에서그를구했을뿐만아니라마음의죽음에서도그를구했다.
히치콕의‘맥거핀’과같은험볼트의유산은소설후반뜻밖의인물의개입으로드러나면서아이러니하고코믹하게전개되는데,이를통해작가는절망의나락에서도여전히인간들사이에는과학이해결해줄수없는무언가가있다는희망을암시한다.예술의상품화에휩쓸려성공만을추구하는분위기속에서솔벨로는자신이열망했던문화적가치의쇠퇴를슬퍼하고조롱했다.소설은험볼트가적절한보상을받고죽은땅에서첫번째꽃이피어나고찰리가미국을떠나스위스로향하는봄에끝난다.진정성을잃어가는예술가들의운명에대한거장의우려와성찰은새로운가치창조와인류애의연대로결론지어지며,우리는거기서또한번예술이품게해주는위대한희망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