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여자들의 궁궐 기담 (양장)

이름 없는 여자들의 궁궐 기담 (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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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여름이 되니 고양이매가 울기 시작하는구나.”
‘강철이란 놈은 본래 용이었으나 아무도 용이라 불러주지 않아 땅에 떨어졌다.’ 이 말은 현재 사람들이 강철이라고 오해하고 있는 것이 사실은 본디 용이라는 뜻입니다. 용이 되지 못해 강철이 된 것이 아니라 본래 용이었으나 사람들이 강철이라 불러서 그렇게 된 것입니다. 그 차이를 모르시겠습니까?

『이름 없는 여자들의 궁궐 기담』은 제4회 엘릭시르 미스터리 대상 수상자 현찬양 작가의 ‘궁궐 기담’ 시리즈의 두 번째 단행본으로, 「행운의 서신」을 비롯하여 총 일곱 편의 작품이 실린 연작 단편집이다. 수상쩍은 궁녀 규칙 조례가 궁녀들 사이에서 전해지고, 갖가지 괴력난신이 즐비한 조선 초 태종 대의 경복궁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오랜 가뭄과 더불어 궁 안팎으로 흉흉한 소식은 그칠 줄을 모르고, ‘행운의 서신’이 돌아다니면서 민심마저 최악으로 치닫는다. 궁녀들은 매일 밤 모여 괴기담을 나누고, 불길하고 기이한 이야기들은 궁궐의 이면에서 점점 현실감을 띄어간다. 임금이 갖가지 기우제를 치르며 비를 빌고, 임금의 명을 받은 이들은 서신의 기원과 진실을 알아내려 뛰어다니는 사이에도 기이한 사건은 계속 발생한다. ‘규칙’과 ‘금기’를 넘나들며 발생하는 사건들의 진상은 무엇일까?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이야기 속 수수께끼는 해석하려하면 할수록 생각지도 못한 일면을 드러낸다.
저자

현찬양

저자:현찬양

한국애니메이션고등학교에서영화를,서강대학교와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연극을,연세대학원에서문학을전공하고순정만화로논문을썼다.2013년부산일보신춘문예에희곡『401호윤정이네』로등단하였다.2021년제4회엘릭시르대상미스터리단편부문수상작「잠못드는밤의궁궐기담」으로작가활동을시작했다.2021년「식탐정허균」으로MBC드라마극본공모에당선되어동명의작품을집필중이다.단문의시대에가방끈만큼이나문장이길다.

목차


1장.행운의서신...11
2장.거짓말중에서도참말...51
3장.용이라부르면용이될것이나...99
4장.믿음혹은의심에관한문제...161
5장.누가여우누이를모함했나...197
6장.원한을갚지않으면군자라고할수없다...229
외전.육도윤회...265
궁녀규칙조례...369
작가의말...375

출판사 서평

괴력난신의공간으로부터퍼져나가는기담

물론많은사람이행운의서신을무시했으나그럼에도이것은어떤발빠른전령의소식보다도빠르게전국으로퍼져나갔다.호기심을가둘법률이란없었던까닭이다.

조선에피바람을일으킨이방원이왕위에올랐다.형제를죽인자가임금이되자극심한가뭄이조선땅을메마르게하고,조선의정궁경복궁에는흉흉한일이가득하다.괴력난신이궁궐안을배회하는것을목격한궁녀들은밤마다한데모여괴담을나누는데,그러던중수상하기그지없는행운의서신이온궁궐에퍼져나가기시작한다.고양이매우는소리에잠못이루던임금은자신의후궁이자부하인신녕궁주와왕이되기이전에연이있던강수선생으로하여금불길한것들에대한조사를맡기지만,그가바라는것은‘진상규명’이아니다.그는오로지자신이바라는방식의‘정답’만을원할뿐이다.

이야기의힘은무시무시하다.조선의유학자들이삿된것이라며입밖에내기꺼려하는것들은작가가의도적으로비틀어둔조선초의궁궐안에실존한다.신녕궁주와강수선생이서신에담긴수수께끼에대한각자의해답을찾아나가는동안,조선의백성들역시제나름의답을찾아낸다.조선의임금이갖가지기우제를지내고있다는소식과멀리퍼져나간행운의서신이지닌함의에대한해석이뒤섞이자,기담은곧민심이되어이방원의무릎을꿇리고야만다.

“임금이덕이없는가.”
형제조차아무렇지도않게죽이던이방원은행운의서신이퍼트린‘이야기’에굴복하고만다.

‘이름없는’여자들을위한이야기

“궁주님의환대에감사드리옵고항아님들의질문에답하지못하는것에대해송구하오.글쎄,이사람은어찌불려야할지알수없으니소개를하는것도어렵구려.”

‘궁궐기담’시리즈의이번권은여전히많은궁녀의이야기를담았지만,동시에그들의이야기를엿듣고모으고해석하려드는신녕궁주와강수선생을조명하기도한다.그들은사이가좋은듯좋지않은듯기묘한관계를유지하며갖가지괴력난신과기원이수상쩍은행운의서신에대한수수께끼를풀어헤치려한다.두사람은서로와천천히합을맞춰가며서신의기원을추적하는데,진실에점차가까워지는과정에서경복궁을배회하는어느요괴에대한이야기의윤곽이조금씩드러나기시작한다.

신녕궁주와강수선생은나름의방식으로궁녀들의괴담회를엿듣기도하는데,어느때엔가는태상왕의후궁이라는자가함께하기도한다.그는여우누이이야기,강철이야기등을입에담을정도로괴기담을사랑하는자이나이름을물어도답해주지않고궁호조차없다고한다.다만누군가자신을짚어서불러야할때를위한호칭이필요할것이니그저‘원’이라고불러달라고만하는데…….

밤마다열리는궁녀들의괴담회는점점그열기를더해가고,여러여인의개인사가드러나는단편이여럿이어질수록한편의거대한이야기가드러난다.각자의이름을잃고다만괴력난신으로불리는한밤의것들,궁안의여자들에게바쳐진이야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