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차와 시대착오

시차와 시대착오

$17.00
Description
“아름답고 우아하면서도 냉정한 결기로 반짝인다.”
_젊은작가상 심사평

2021 젊은작가상 대상 수상작가
전하영 첫 소설집!

문학, 영화, 미술
그 모든 아름다운 것들의 디렉터
전하영의 섬세하고 풍부한 수장고-소설 속으로
단편소설 「그녀는 조명등 아래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로 2021 제12회 젊은작가상 대상을 거머쥔 소설가 전하영의 첫 소설집 『시차와 시대착오』가 드디어 독자의 곁을 찾는다. 저온을 유지하는 차분한 문장, 롱 테이크로 촬영중인 영화 속 장면을 좇는 듯한 안정적인 호흡, 현실적인 에피소드의 중첩이 만드는 서사의 부피감, 그리고 그 속에서 문득 돌올하게 모습을 드러내는 삶의 아이러니를 통해 전하영은 자신의 소설에 세련된 분위기와 신선한 감각을 동시에 불어넣었다.
전하영 소설의 참신함이 그가 추구하는 소설쓰기의 방식 자체에서 비롯된다는 점은 주목을 요한다. 소설가로서의 전하영은 ‘아트 디렉터’라 불릴 만한데, 다양한 예술 분야를 소설 안으로 왕성하게 끌어와 배치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영화를 공부하고 영상 예술가로 활동한 이력을 지닌 그는 텍스트를 마치 필름처럼 편집하는 장기를 발휘하여 영화를 닮은 장면 전환을 구현하고(「영향」 「남쪽에서」), 실제로 출품해도 손색없을 가상의 미술작품을 창조해 주요한 이미지로 활용한다(「당신의 밝은 미래─현대미술 작가로 살아남기」). 직접 촬영한 사진을 소설의 뼈대로 삼아 문학과 시각예술의 경계를 허무는 흥미로운 시도 또한 눈길을 사로잡는다(「JHY를 위한 짧은 기록」). 그뿐 아니라, 우연히 조우한 기성 문학·영화·미술 작품들에 독자적인 맥락을 부여해 소설 속에 녹여내는 순발력과 탁월한 연출 감각은 전하영 소설만의 깊고 풍부한 스타일을 완성해낸다.
예를 들어 『시차와 시대착오』의 첫머리에 놓인 「검은 일기」는 살아 움직이는 듯한 기묘한 저택에 사는 소설가가 주인공인데, 누아르 영화 속 탐정 역으로 유명한 배우 험프리 보가트를 닮은 비밀스러운 캐릭터가 소설가를 찾아오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두 인물 사이에 흐르는 흑백영화풍의 팽팽한 긴장감은 이 단편 자체의 특징은 물론 텍스트 바깥의 참고 자료들이 내뿜는 인상에 의해서도 탄탄하게 뒷받침된다. 전하영은 이 절제된 미스터리로 창작자의 자기분열적 인식이라는 주제를 형상화하면서, 작가란 그를 둘러싼 현실과 허구의 소설세계 양쪽에 “한 사람이 두 사람으로 쪼개”(38쪽)진 것처럼 존재하는 이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그럼으로써 소설 속 화자와 소설 밖 작가를 구분하며 독해해주기를 요청한다.
전하영 소설의 미학을 집약해놓은 듯한 이 단편이 수록작 여덟 편 중 가장 나중에 쓰인 동시에 소설집의 맨 앞에 실려 있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소설집 전체를 조망하며 쓰였을 「검은 일기」는 『시차와 시대착오』를 읽어나갈 독자를 위해 전하영이 제시하는 하나의 열쇠로도 읽힌다. 이번 소설집은 여성 청년 예술가의 삶을 주로 그려 보이는바, 작가의 메시지에 따르면 소설에 드러나는 인물 개개인의 삶의 세부는 허구이되, 인물들이 처한 환경과 그들이 속한 사회는 전하영 자신이 다양한 방면에서 예술가로 활동하며 경험한 생생한 현실을 반영하고 있을 것이다. 작가와 등장인물의 관계에 대한 이러한 거리감과 균형 감각을 유지할 때, 우리는 ‘여성’ ‘예술가’가 등장하는 전하영의 작품들을 더욱 자유롭게 향유할 수 있게 된다.

인생은 원 테이크로 찍는 영화 같은 것
그 안에서는 무슨 일이든 벌어질 수 있으며
무슨 일이 벌어져도 삶은 앞으로 나아간다

전하영 소설의 중요한 특징은 여성 청년 예술가의 삶을 한국문학에서 익숙하게 다뤄져왔던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전개해나간다는 점이다. 전하영의 인물들은 예술을 성역화하고 작품을 위해 인생을 내던지며 자기파괴적 결말로 내달리던 그간의 예술가 캐릭터에서 한발 더 나아간다. 전하영이 스스로 소설 속 등장인물과 적절한 거리감을 유지하듯이, 그의 인물들도 사랑해 마지않는 예술과 생활 영역 간의 관계를 건강하게 재설정하기에 이르는 것이다. 전하영은 여성 청년 예술가가 오래도록 놓지 못하던 ‘낭만화된 예술’에 대한 기대에서 해방되는 과정을 그리며 새로운 시대의 여성/예술가 소설을 선보인다.
데뷔작 「영향」에는 전하영 소설의 이러한 지향점이 일찌감치 암시되어 있다. 「영향」의 주인공 ‘난희’는 서른 살을 넘긴 비혼 여성 영화감독이라는 위치성으로 인해 다양한 각도에서 차별받는다. 그를 둘러싼 차별적 시선은 “이제 더 팔 게 없겠네요”(81쪽)라는 모욕적인 언사로 압축되어 던져진다. 난희는 지금까지 쏟아부은 돈과 시간을 무가치한 것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 스튜디오에 틀어박혀 하염없이 카메라를 들여다본다. 그러던 난희가 지난 노력의 기억과 관성에 얽매이기를 멈추고, “내게도 뭔가 팔 게 있을지 생각해봐야지”(115쪽)라고 되뇌며 생계 수단으로서의 예술을 도모할 생활의 현장으로 나가보기로 마음먹는 모습은 산뜻한 여운을 남긴다.
또 한 편의 초기작 「남쪽에서」에는 청춘을 바쳐 쓴 시나리오를 어떻게든 영화화해보려는 ‘남작가’가 등장한다. 남작가의 시나리오는 “여자가 주인공이라는 점이 ‘치명적인 문제’로 지적”(46쪽)되는 등의 수모를 겪으며 오래도록 빛을 보지 못한다. 암묵적인 경쟁 대상으로 삼았던 한 ‘천만 영화’를 관람한 남작가가 차츰 현실을 자각하며 청춘의 한 시절을 통과하는 동안, 동료인 ‘손감독’은 시나리오에 대한 확신과 기대를 놓지 않고 남작가의 주위를 맴돌며 열정과 치기를 토해낸다. 어느 날 뒤늦게 문제의 ‘천만 영화’를 본 손감독이 남작가에게 전화를 걸어오고, 통화하던 두 사람은 이제 곧 그들의 청춘이 진정한 완결을 맞을 것임을 감지한다. 그 순간 두 사람이 전화기를 부여잡은 채 함께 통곡하는 장면은 비극의 해소를 예비하며 진한 카타르시스를 불러일으킨다.

예술에 대한 허구적 상상을 벗어던짐으로써, 전하영의 인물들은 실체 없는 예술에 특권을 부여하고 그것에 휘둘리는 대신 예술을 일상화하고 생활의 수단으로 삼기 시작한다. 「경로 이탈」은 매일 정해진 시간에 미술관의 부설 상영관으로 영화 필름을 배달하는 노동을 반복하며 몽유병에 걸린 듯한 기분을 느끼는 인물 ‘최사해’를 통해 예술과 생활의 경계면을 따라 배회하는 존재의 내면 풍경을 소설화한다. 「당신의 밝은 미래─현대미술 작가로 살아남기」는 젊은 여성 예술가 ‘당신’이 작가로서 생존하기 위해 겪어내는 처절한 과정을 증언하며 ‘당신’이 예술가들을 둘러싼 불건강한 현실과 결별할 때 “당신 인생의 가장 밝은 날이 다가”(302쪽)올지 모른다고 예언한다. 이 대목에 이르러 일견 반어적으로 읽혔던 이 단편의 제목이 뜻밖의 진실성을 획득하게 된다는 점은 이 소설이 지닌 묘미이다.
전하영 소설은 예술에 대한 빛바랜 낭만에서 벗어난 뒤로도 계속되는 ‘이후의 삶’이 무엇보다도 소중하다고 말한다. 인생의 여러 목표 중 하나일 예술적 성취가 인생 그 자체보다 중요해진다면, 그때 예술은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일까. 일상생활보다 중요해진 예술에는 어떤 비합리적인 아우라가 덧씌워져 있는 것은 아닐까. 예술과 삶의 선후관계를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를 포착하면서 과거와 현재의 시차를 조율해나가는 소설쓰기를 통해, 전하영은 우리가 알게 모르게 물들어 있던 시대착오들을 한 꺼풀씩 벗겨나간다. 마지막 꺼풀 밑에는 꿈을 좇는 동안 몇 번을 실패하고 얼마나 깊이 좌절하든 삶은 계속 이어진다는 진실이 건조한 위안처럼 자리한다. 이 진실에 도달하기 위해 쓰인 전하영의 소설들은 연민이나 단정 없이 인생이라는 영화를 차분히 따라가는 카메라 워킹을 닮았다. 그 촘촘한 발자국들의 궤적이 그의 첫 소설집에 한 행 한 행 수놓아져 있다.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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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전하영

저자:전하영

2003년부터2017년까지다수의단편영화와영상설치작품을만들었다.2019년단편소설「영향」으로문학동네신인상을받으며소설을발표하기시작했다.「그녀는조명등아래서많은시간을보냈다」로2021년제12회젊은작가상대상을수상했다.

목차


검은일기_007
남쪽에서_041
영향_077
숙희가만든실험영화_117
시차와시대착오_161
경로이탈_215
당신의밝은미래―현대미술작가로살아남기_263
JHY를위한짧은기록_303

해설|김보경(문학평론가)
낭만과환멸이지나간후에_341

작가의말_367

출판사 서평

“아름답고우아하면서도냉정한결기로반짝인다.”
_젊은작가상심사평

2021젊은작가상대상수상작가
전하영첫소설집!

문학,영화,미술
그모든아름다운것들의디렉터
전하영의섬세하고풍부한수장고-소설속으로

단편소설「그녀는조명등아래서많은시간을보냈다」로2021제12회젊은작가상대상을거머쥔소설가전하영의첫소설집『시차와시대착오』가드디어독자의곁을찾는다.저온을유지하는차분한문장,롱테이크로촬영중인영화속장면을좇는듯한안정적인호흡,현실적인에피소드의중첩이만드는서사의부피감,그리고그속에서문득돌올하게모습을드러내는삶의아이러니를통해전하영은자신의소설에세련된분위기와신선한감각을동시에불어넣었다.
전하영소설의참신함이그가추구하는소설쓰기의방식자체에서비롯된다는점은주목을요한다.소설가로서의전하영은‘아트디렉터’라불릴만한데,다양한예술분야를소설안으로왕성하게끌어와배치한다는점에서그렇다.영화를공부하고영상예술가로활동한이력을지닌그는텍스트를마치필름처럼편집하는장기를발휘하여영화를닮은장면전환을구현하고(「영향」「남쪽에서」),실제로출품해도손색없을가상의미술작품을창조해주요한이미지로활용한다(「당신의밝은미래─현대미술작가로살아남기」).직접촬영한사진을소설의뼈대로삼아문학과시각예술의경계를허무는흥미로운시도또한눈길을사로잡는다(「JHY를위한짧은기록」).그뿐아니라,우연히조우한기성문학·영화·미술작품들에독자적인맥락을부여해소설속에녹여내는순발력과탁월한연출감각은전하영소설만의깊고풍부한스타일을완성해낸다.

예를들어『시차와시대착오』의첫머리에놓인「검은일기」는살아움직이는듯한기묘한저택에사는소설가가주인공인데,누아르영화속탐정역으로유명한배우험프리보가트를닮은비밀스러운캐릭터가소설가를찾아오며이야기가시작된다.두인물사이에흐르는흑백영화풍의팽팽한긴장감은이단편자체의특징은물론텍스트바깥의참고자료들이내뿜는인상에의해서도탄탄하게뒷받침된다.전하영은이절제된미스터리로창작자의자기분열적인식이라는주제를형상화하면서,작가란그를둘러싼현실과허구의소설세계양쪽에“한사람이두사람으로쪼개”(38쪽)진것처럼존재하는이라는메시지를던진다.그럼으로써소설속화자와소설밖작가를구분하며독해해주기를요청한다.
전하영소설의미학을집약해놓은듯한이단편이수록작여덟편중가장나중에쓰인동시에소설집의맨앞에실려있다는사실은의미심장하다.소설집전체를조망하며쓰였을「검은일기」는『시차와시대착오』를읽어나갈독자를위해전하영이제시하는하나의열쇠로도읽힌다.이번소설집은여성청년예술가의삶을주로그려보이는바,작가의메시지에따르면소설에드러나는인물개개인의삶의세부는허구이되,인물들이처한환경과그들이속한사회는전하영자신이다양한방면에서예술가로활동하며경험한생생한현실을반영하고있을것이다.작가와등장인물의관계에대한이러한거리감과균형감각을유지할때,우리는‘여성’‘예술가’가등장하는전하영의작품들을더욱자유롭게향유할수있게된다.

인생은원테이크로찍는영화같은것
그안에서는무슨일이든벌어질수있으며
무슨일이벌어져도삶은앞으로나아간다

전하영소설의중요한특징은여성청년예술가의삶을한국문학에서익숙하게다뤄져왔던것과는다른방향으로전개해나간다는점이다.전하영의인물들은예술을성역화하고작품을위해인생을내던지며자기파괴적결말로내달리던그간의예술가캐릭터에서한발더나아간다.전하영이스스로소설속등장인물과적절한거리감을유지하듯이,그의인물들도사랑해마지않는예술과생활영역간의관계를건강하게재설정하기에이르는것이다.전하영은여성청년예술가가오래도록놓지못하던‘낭만화된예술’에대한기대에서해방되는과정을그리며새로운시대의여성/예술가소설을선보인다.
데뷔작「영향」에는전하영소설의이러한지향점이일찌감치암시되어있다.「영향」의주인공‘난희’는서른살을넘긴비혼여성영화감독이라는위치성으로인해다양한각도에서차별받는다.그를둘러싼차별적시선은“이제더팔게없겠네요”(81쪽)라는모욕적인언사로압축되어던져진다.난희는지금까지쏟아부은돈과시간을무가치한것으로만들지않기위해스튜디오에틀어박혀하염없이카메라를들여다본다.그러던난희가지난노력의기억과관성에얽매이기를멈추고,“내게도뭔가팔게있을지생각해봐야지”(115쪽)라고되뇌며생계수단으로서의예술을도모할생활의현장으로나가보기로마음먹는모습은산뜻한여운을남긴다.
또한편의초기작「남쪽에서」에는청춘을바쳐쓴시나리오를어떻게든영화화해보려는‘남작가’가등장한다.남작가의시나리오는“여자가주인공이라는점이‘치명적인문제’로지적”(46쪽)되는등의수모를겪으며오래도록빛을보지못한다.암묵적인경쟁대상으로삼았던한‘천만영화’를관람한남작가가차츰현실을자각하며청춘의한시절을통과하는동안,동료인‘손감독’은시나리오에대한확신과기대를놓지않고남작가의주위를맴돌며열정과치기를토해낸다.어느날뒤늦게문제의‘천만영화’를본손감독이남작가에게전화를걸어오고,통화하던두사람은이제곧그들의청춘이진정한완결을맞을것임을감지한다.그순간두사람이전화기를부여잡은채함께통곡하는장면은비극의해소를예비하며진한카타르시스를불러일으킨다.

예술에대한허구적상상을벗어던짐으로써,전하영의인물들은실체없는예술에특권을부여하고그것에휘둘리는대신예술을일상화하고생활의수단으로삼기시작한다.「경로이탈」은매일정해진시간에미술관의부설상영관으로영화필름을배달하는노동을반복하며몽유병에걸린듯한기분을느끼는인물‘최사해’를통해예술과생활의경계면을따라배회하는존재의내면풍경을소설화한다.「당신의밝은미래─현대미술작가로살아남기」는젊은여성예술가‘당신’이작가로서생존하기위해겪어내는처절한과정을증언하며‘당신’이예술가들을둘러싼불건강한현실과결별할때“당신인생의가장밝은날이다가”(302쪽)올지모른다고예언한다.이대목에이르러일견반어적으로읽혔던이단편의제목이뜻밖의진실성을획득하게된다는점은이소설이지닌묘미이다.
전하영소설은예술에대한빛바랜낭만에서벗어난뒤로도계속되는‘이후의삶’이무엇보다도소중하다고말한다.인생의여러목표중하나일예술적성취가인생그자체보다중요해진다면,그때예술은무슨의미를갖는것일까.일상생활보다중요해진예술에는어떤비합리적인아우라가덧씌워져있는것은아닐까.예술과삶의선후관계를바라보는관점의변화를포착하면서과거와현재의시차를조율해나가는소설쓰기를통해,전하영은우리가알게모르게물들어있던시대착오들을한꺼풀씩벗겨나간다.마지막꺼풀밑에는꿈을좇는동안몇번을실패하고얼마나깊이좌절하든삶은계속이어진다는진실이건조한위안처럼자리한다.이진실에도달하기위해쓰인전하영의소설들은연민이나단정없이인생이라는영화를차분히따라가는카메라워킹을닮았다.그촘촘한발자국들의궤적이그의첫소설집에한행한행수놓아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