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에필로그 (정영문 장편소설)

프롤로그 에필로그 (정영문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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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등단 이래 삼십 년 가까운 시간 동안 다른 누구와도 비견된 적 없는 소설쓰기의 형식으로 한국문학의 독보적인 자리를 점하고 있는 소설가 정영문의 장편소설 『프롤로그 에필로그』가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 장편소설로는 한무숙문학상, 동인문학상, 대산문학상을 연이어 수상하며 문학상 최초 그랜드슬램을 이루어낸 『어떤 작위의 세계』(문학과지성사, 2011) 이후 11년 만이다. 2022년 1월부터 7월까지 웹진 ‘주간 문학동네’에 연재한 후 정교한 퇴고 작업을 거쳐 1,500매 분량으로 완성한 『프롤로그 에필로그』는 그의 인장과도 같은, 의식의 흐름을 따라 만연하게 이어지는 문장의 리듬을 어느 때보다 깊게 음미할 수 있는 작품이다.

특히 이번 소설의 모든 문단은 단 한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소설가 정지돈이 발문에서 “정영문의 놀라운 점 중 하나는 그의 문장이 기이할 정도로 명료하다는 사실”이라고 짚어주었듯 이는 그의 소설이 얼마나 정확하고 단단한 문장 위에 세워져 있는지 새삼 깨닫게 한다. 뿐만 아니라 무의미를 탐구하는 시선은 한층 가뿐해졌다. 이를 증명하듯 그는 미국의 시애틀과 텍사스, 캘리포니아와 캐나다의 브리티시컬럼비아 등지를 넘나들며 보고 듣고 생각하고 상상한 것들을 한데 쌓아올린 이 대장정의 시작점에서 다음과 같이 선언한다. “긴말할 것도 없이 이 소설은 하나 마나 한 이야기”(5쪽)라고. 곧 소설 속에 등장할 수없이 많은 이야기들 틈에서 어떠한 의미도 찾아내지 못하도록 막아서듯.
저자

정영문

1996년『작가세계』에장편소설『겨우존재하는인간』을발표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검은이야기사슬』『나를두둔하는악마에대한불온한이야기』『더없이어렴풋한일요일』『꿈』『목신의어떤오후』『오리무중에이르다』,장편소설『핏기없는독백』『달에홀린광대』『바셀린붓다』『어떤작위의세계』,중편소설『하품』『중얼거리다』『강물에떠내려가는7인의사무라이』가있다.동서문학상,한무숙문학상,동인문학상,대산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프롤로그009
에필로그365
에필로그의에필로그440

발문|정지돈(소설가)
발로쓴소설441

출판사 서평

“이책은물흐르듯자연스럽고즉흥적인재기가반짝이며
은은하게미쳐있고시종일관비틀린유머를선사한다.”
_정지돈(소설가)

“긴말할것없이이소설은하나마나한이야기이다.”
동인문학상,대산문학상수상작가정영문11년만의장편소설


등단이래삼십년가까운시간동안다른누구와도비견된적없는소설쓰기의형식으로한국문학의독보적인자리를점하고있는소설가정영문의장편소설『프롤로그에필로그』가문학동네에서출간되었다.장편소설로는한무숙문학상,동인문학상,대산문학상을연이어수상하며문학상최초그랜드슬램을이루어낸『어떤작위의세계』(문학과지성사,2011)이후11년만이다.2022년1월부터7월까지웹진‘주간문학동네’에연재한후정교한퇴고작업을거쳐1,500매분량으로완성한『프롤로그에필로그』는그의인장과도같은,의식의흐름을따라만연하게이어지는문장의리듬을어느때보다깊게음미할수있는작품이다.특히이번소설의모든문단은단한문장으로이루어져있는데,소설가정지돈이발문에서“정영문의놀라운점중하나는그의문장이기이할정도로명료하다는사실”이라고짚어주었듯이는그의소설이얼마나정확하고단단한문장위에세워져있는지새삼깨닫게한다.뿐만아니라무의미를탐구하는시선은한층가뿐해졌다.이를증명하듯그는미국의시애틀과텍사스,캘리포니아와캐나다의브리티시컬럼비아등지를넘나들며보고듣고생각하고상상한것들을한데쌓아올린이대장정의시작점에서다음과같이선언한다.“긴말할것도없이이소설은하나마나한이야기”(5쪽)라고.곧소설속에등장할수없이많은이야기들틈에서어떠한의미도찾아내지못하도록막아서듯.


수없이나뉘며끝없이흐르는물처럼
무한히이어지며계속해서옆으로새는
거의모든것에관한거의아무것도아닌이야기

이러한서문에도불구하고『프롤로그에필로그』를읽는우리는자꾸만의미찾기,나아가서사찾기의길로향하게된다.그것은아마“동시대의거의모든나라의거의모든소설가들과사람들이서사가있는소설에심각하게중독되어있”(271쪽)기때문일것이다.앞의이야기와뒤의이야기를하나의분명한선으로이어플롯을찾아내려하는것.이러한관습적인독해방식탓에우리는작품의초반부에등장하는미스터리앞에서더더욱서사찾기에몰두하게된다.그내용은이렇다.미국인친구와함께캐나다브리티시컬럼비아에온소설가‘나’는권태로운나날을이어가던중해변으로떠밀려온발에관한이야기를접한다.이야기인즉2007년부터지금까지브리티시컬럼비아의태평양연안에서주인없는발열네쌍이발견되었다는것이다.이에매혹된‘나’는추가로떠밀려올수도있는발을찾으러다니는동시에이에관한소설을쓰기로결심한다.그러나이처럼흥미로운소재를꺼내놓고도정영문은다음과같이말할뿐이다.

그이야기가이소설의많은부분을차지하게되리라는것을알수있었지만이소설은사람의발을찾는것에관한소설은아니었다.(43~44쪽)

이는정영문에게있어소설쓰기란“생각속에서나마약간의정신적자유를수행하는것”또는“말과생각을갖고노는일종의놀이”(357쪽)일따름이며,서사와플롯은이러한정신적자유와놀이를방해하는요소에불과하다는점을상기시킨다.그리하여그는전통적소설의핵심이라할수있는서사와의미에열중하는대신꼬리에꼬리를물고계속해서옆으로새는이야기를한없이늘어놓는다.해변을거닐며물가로떠밀려온발에관한미스터리를파헤치려는가싶다가도돌연수달과딱따구리의생태에관해이야기하고,아브라함이얽혀있는젤라토의기원과노스트라다무스가만든잼에관한야사(野史),아이스크림들의무덤과티라미수의진화,호박숭배등의기상천외한이야깃거리를거쳐실비아플라스와알바레즈,마크로스코와구사마야요이,장국영의작품과생애에관해진술하는것이다.이렇게경험과지식과상상사이를오가며어디에서어떻게끝맺을지알수없게나아가는이야기를통해정영문이말하고자하는바가있다면,그것은결국삶에는핵심이없다는사실그자체가아닐까.

삶을반영하는것으로여겨지는소설에는삶에없는핵심또한없는것이당연하며,어떻게든핵심이있는것처럼보이게하는서사가있는것이얼마나부자연스러운것인지,소설속에있어야하는것으로여겨지는모든것들이소설에얼마나없어도되는지(…)등을생각했다.(268~269쪽)

그러므로『프롤로그에필로그』에서‘프롤로그’와‘에필로그’사이에는무언가의미를지닌,서사를가진,즉일반적인의미에서의‘핵심적인’본문이들어갈틈이없다.전체460쪽인책의364쪽까지이어지는프롤로그를마치며정영문은말한다.“이런글은소설뿐만아니라뭔가의본문으로는적합하지않고,그렇다고뭔가의프롤로그나에필로그로도적합하지도않다고생각했지만프롤로그로나에필로그로는덜적합하지않다고생각되었고,뒤에에필로그가있어여기까지의글은프롤로그가되었”(363쪽)다고.
이제“무엇보다도물에관한이야기가많이나오고,물에떠있거나떠다니거나떠내려가는것들이많이등장하”(41쪽)는이소설을읽으며우리가해야할일이란간명하다.삶에없는핵심과의미를소설속에서찾아내려는시도를멈추고,수없이나뉘며끝없이흐르는이이야기에그저몸을내맡기는것.“물에떠누워있는것만큼재미있고기분좋은일도없다는것을달리말할방법이없어계속해서물에떠누워있는”(21쪽)수달들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