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먹는 남자

못 먹는 남자

$15.80
Description
『홍학의 자리』 정해연 작가의 신작
강렬한 서스펜스의 특수 설정 스릴러!
제영은 어느 날부터 타인의 죽음을 보게 된다. 조건은 음식을 먹는 것. 자신이 보는 게 단순한 환각이 아님을 알게 된 제영은 사람을 살려보겠다고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그 결과 죽음의 법칙 두 가지를 알아낸다.
첫 번째, 죽음이 보이는 건 얼굴을 아는 사람뿐이다.
두 번째, 생의 운명은 바꿔도 사의 운명은 바꿀 수 없다.
법칙에 가로막힌 제영은 구하고자 했던 사람 중 누구도 구할 수 없었다. 죽음의 적나라한 순간들을 보는 것도 고통이었다. 결국 오로지 죽음을 보지 않기 위해 먹는 빈도를 줄였고, 자신이 볼 죽음의 수를 줄이기 위해 아는 얼굴을 늘리지 않으려 애썼다. 열악한 환경에 고립되고 메말라가면서도 살고 싶었기 때문에 필사적으로 살았다. 그러던 중 죽었어야 할 사람 대신 다른 사람이 죽는 상황을 여러 번 겪은 제영은 죽음을 그만 보겠다는 일념으로 예외들을 추적했다. 이 상황의 끝에 있던 것은 제영과 같이 타인의 운명을 보는 능력으로 죽음을 중개하는 자, ‘중개인’이었다.
저자

정해연

1981년에태어나오늘을살고있다.소심한O형.덩치큰겁쟁이.호기심은많지만그호기심이식는것도빠르다.사람의저열한속내나,진심을가장한말뒤에도사리고있는악의에대해상상하는것을좋아한다.2012년대한민국스토리공모대전에서「백일청춘」으로우수상을수상했으며,2016년YES24e-연재공모전‘사건과진실’에서「봉명아파트꽃미남수사일지」로대상을수상,2018년CJ...

목차


못먹는남자7

출판사 서평

‘못먹던’남자,특수설정스릴러의‘평범한’주인공

주인공제영은‘음식을섭취함으로써타인의죽음을보는’능력외에는한없이평범한사람이다.그는자신의삶을옥죄는운명의굴레를풀어헤칠방법을찾아죽음의굴레에서벗어난자를추적하던끝에거대한위험에휘말린다.간절히살고싶어하면서도사람의목숨을돈벌이수단으로치부하는‘중개인’에게입바른소리를참지못해생명의위협에시달린다.매순간이성적으로생각하면말도안되는선택을하고,그래선안될것같은시점에어처구니없이사랑에빠지고,긴장감넘치는상황에선김을확빼버리는농담을던진다.이남자는딱그만치평범하게인간적이고,그런만큼변칙적인상황을만들어낸다.

‘못먹는남자’였던제영은자신과동일한능력을지닌적과싸우고,사랑하는사람과교류하며차츰음식을섭취할수있게된다.몸에힘이돌수록서슴없이더큰위협에몸을날리는주인공의모습은그자체로강렬한서스펜스다.본인은모르지만자신의대적자중개인과과거에인연이있었고,그에게사랑하는사람들과자신의안위를위협받는다는지점은더더욱그렇다.무기력하게,오로지‘그럼에도살고싶어서’살아왔던인생은사랑하는솔지의쓴소리와중개인의궤변을들어가며완전히다른방향으로틀어지고,그결과힘없이감당하기만하던인생의향방을스스로의선택으로바꿀힘을얻는다.얼굴을아는타인의운명을무작위로엿보는능력이있는것치고는‘평범한’,그렇기에더더욱익숙한조형의주인공이다.그런사람이이끌어가는스릴러는다알것같으면서도어쩐지새롭게다가오는긴장감을선사한다.

책속에서

그가보는죽음들은대상만큼다양했다.그리고그어떤죽음도잔혹하지않은것은없었다.교통사고로깨진머리에서흐르는뇌수,살인을당하면서튀어나온살점들,죽고싶지않다며마지막까지치는몸부림,뚫린목구멍에서나오는쇳소리와바람소리,파르르떨리는눈꺼풀과그사이로흐르는눈물,고장난기계처럼덜컥거리며빠진목뼈와기이하게늘어진혀,다리사이로흐르는오물들.죽은사람을보는것과죽는사람을보는것은다른차원의경험이다.
---p.29

“말도안돼.”
고개를저으며말했지만그건사실제영의바람에가까웠다.그는이미진실을일부알고있었다.사장은죽어야했지만죽지않았다.그리고그시간그장소에서다른사람이죽음을맞는것을보았다.
대신사.다른사람이대신죽으면죽음의운명을피할수있다.
세번째법칙이었다.
하얗게질린제영을아이는,아니,남자는이죽거리는시선으로보았다.
“너도보이는구나?”
---p.98

그동안죽지않기위해최소한의것만먹어왔다.먹는다고해서매번그것이보이는것은아니지만,‘보이는’공포가그렇게만들었다.제대로먹는것이얼마만인지몰랐다.제영의배를그득하게채운것은감격이었다.
솔지는멍하니입을벌리고제영이먹는것을보고있었다.제영의기세에압도된것같았다.한입가득음식을넣은채우물거리며제영이말했다.
“안먹어요?”
돌아온것은엉뚱한대답이었다.
“이렇게죽을둥살둥먹는사람은처음봐요.”
제영은그녀를보다가피식웃었다.그리고다시열심히손을움직였다.죽을둥살둥.틀린말은아니었다.
---p.137

“생각보다일찍왔네?데이트는잘했나?”
오랜친구를부르는것처럼중개인이한손을들고그를반겼다.꼬고앉았던다리를풀며,입고있던재킷의깃을바로잡았다.그런그의옆에가늘고긴회칼이얌전히놓여있었다.제영의시선이그쪽에가닿는것을본중개인이미소를지었다.입은웃고있었고,눈은서늘하게빛났다.
“우리,할말이있지않나?”
그는알고있는것이다.오늘의죽음을누가막았는지.
---p.183

“내걱정하지말고네걱정이나해.최석태그새끼가널가만히둘것같아?회장이나그새끼나같은피야.뒤통수치는피는어디로안간다고.”
“그말,그대로돌려줄게.너나걱정해.”
피식,웃던중개인의얼굴이굳었다.무슨생각이들었는지그는인상을쓰고떨리는눈을제영에게로돌렸다.
“혹시내죽음을봤어?”
볼수있는죽음의대상은얼굴을아는자다.
“글쎄.”
제영은대답하지않았다.
그순간문이부서졌다.그소리와함께중개인은아래로뛰어내렸다.
“안돼!”
제영의외침이허공을갈랐다.
---pp.297~2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