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게트 소년병 (오한기 소설)

바게트 소년병 (오한기 소설)

$14.50
Description
“신기를 넘어선 진귀한 전개다. 용감하면서도 매혹적이다.
무엇보다도 재미있다.” _김초희(〈찬실이는 복도 많지〉 영화감독)

“나는 오한기의 소설만이 가진 무질서와 어지럽히기의 힘을 믿는다.”
_문보영(시인)

믿어 의심치 않았던 세상의 질서를 향해
과감하고 태연하게 바게트 빵 겨누기

일상과 비일상을 넘나드는 독창적인 상상력과 과감하고 신선한 전개로 한국문학의 새로운 길을 끊임없이 모색해나가는 소설가 오한기의 두번째 소설집 『바게트 소년병』이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 첫 소설집 『의인법』(현대문학, 2015)이 소설쓰기의 의미를 진지하게 고찰하는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었다면, 지난 7년 동안 발표해온 단편소설 가운데 7편을 선별해 엮은 이번 소설집은 그때로부터 근작인 『인간만세』와 『산책하기 좋은 날』을 거치며 가다듬어온 보다 경쾌하고 독창적인 목소리로 이어지는 선분을 그려 보인다. “언어로 건축을 하지 않고, 직물을 짜지 않고, 그냥 연주를 하는 것처럼 보이”(소설가 이장욱)는 작품이라는 호평을 받은 표제작 「바게트 소년병」을 포함해 근작 특유의 독특하고 기상천외한 매력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팽 사부와 거북이 진진」 「펜팔」 「세일즈맨」부터 초기작의 터프한 느낌이 살아 있는 「곰 사냥」, 그리고 상상력에서 비롯된 소재를 무게감 있는 서사로 이끌어나가는 「25」 「사랑하는 토끼 머리에게」까지,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울 만큼 넓은 스펙트럼의 작품들은 그의 소설세계를 처음 접하는 독자들에게는 신선한 충격을 선사하는 강속구로, 그의 소설을 기다려왔던 독자들에게는 기대를 뛰어넘는 변화구로 날아들 것이다.
저자

오한기

2012년『현대문학』신인추천에당선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의인법』,장편소설『홍학이된사나이』『나는자급자족한다』『가정법』,중편소설『인간만세』『산책하기좋은날』이있다.제7회젊은작가상을수상했다.

목차

바게트소년병…007
25…041
팽사부와거북이진진…099
사랑하는토끼머리에게…145
곰사냥…181
펜팔…213
세일즈맨…251

대담|오한기X황예인
친구의친구는친구279

작가의말…303

출판사 서평

“이명박은다시편지를보내왔다.
(…)당신의마지막친구B로부터.”

더넓어진오한기의소설세계를경험하기에좋은작품인「25」는“소설만놓고본다면아무도오한기가쓴지모를것같”(대담중에서,288쪽)다는문학평론가황예인의말처럼지금까지의오한기의작품들과는궤를달리하는,“뚜렷한설정과굴곡있는캐릭터”가등장해“영상화에적합”(같은쪽)하다할만한몰입도높은중편소설이다.‘이오(25)’는야구선수육성시뮬레이션게임‘드래프트’를통해‘오영’이라는캐릭터를수차례키워내지만,캐릭터는언제나약물의유혹에빠지는것으로끝이난다.그런이오의과거이름은오영.게임속수많은오영들과다른듯비슷한삶을살아온그는야구선수였던과거를깨끗하게삭제하고신분세탁전문기업‘파인클리닝’의직원으로살아가고있다.그러나그는야구선수의꿈을품고자신에게의지해오는의뢰인‘au’에게야구를가르쳐줄때마다,그리고자신을배반했던과거의연인‘구진’을찾아헤매는스스로를발견할때마다혼란을겪는다.이오가au와캐치볼을하며건넨말은그렇게공과함께이오에게로되돌아온다.“공에만집중해.지금뿌릴공에만.그공만원하는곳에던질수있으면,넌네가누구인지의심하지않아도돼.”(86쪽)
「팽사부와거북이진진」과「펜팔」「세일즈맨」은재기발랄하고통통튀는매력으로산뜻한즐거움을선사하는작품들이다.「팽사부와거북이진진」에서전세만기를앞둔세입자‘나’는임대인으로부터보증금을돌려줄수없다는얘기를듣고하릴없이서성이던중같은처지에놓인302호세입자‘진진’을만난다.그는돈을못받을바에야복수라도하자고말하는데,상상력이좋은‘나’는주로아이디어를내고행동파인진진이실행하면서두사람은다양한방식으로임대인에게복수를해나간다.그러다하루는진진이‘전두엽’이라는모임에가자고말한다.“임대인을납치해머리를드릴로뚫고전두엽을파헤치는집단인가”(110쪽)생각하는‘나’에게진진은진짜전두엽이아니라“‘전세보증금을반환하지않는임대인에게두려움을선사하는임차인연합’의약칭”(같은쪽)이라고설명한다.그렇게진진을따라전두엽모임에가게된‘나’는그곳에서‘삶을팽(烹)’자가적혀있는부적을쓰는기이한존재‘팽사부’와마주하게되고,진진과‘나’의복수활동은새로운차원으로접어들게된다.
소설가‘오한기’가화자로등장하는「펜팔」과「세일즈맨」도과감하게이야기를전개해나가며유머러스한매력을발산한다.「펜팔」은우리에게익숙한인물들을능청스럽게소설속에끌고들어와시종일관웃음을터뜨리게하는데,이명박전대통령과펜팔을주고받는다는설정부터가그렇다.‘나’는차기작에대한부담감을견디다못해아무렇게나내뱉었던계획대로수감중인전대통령‘이명박’에게편지를보내기에이르고,의외로젠틀한그와허심탄회한이야기를주고받으며어느새펜팔친구로발전하게된다.이에용기를얻은‘나’는모종의사연으로함께하게된‘크리스토퍼놀런’의신작에그를캐스팅하려한다.
마찬가지로소설가인「세일즈맨」의‘나’는실리콘밸리로이직한연인‘진진’을만나러갈돈을마련하고자‘퓰리처상,전미도서상,앤드루카네기메달’등의미국문학상을노린다.그러나글쓰기에만매진하기에현실은녹록지않고,당근마켓에세간을내다팔거나대필아르바이트를하며생활비를충당하던‘나’는우연히아파트단지게시판에서“궁둥이를빌립니다”(261쪽)라는공고를발견한다.월백만원,일년계약직이라는정보외에어떠한설명도없는이미심쩍은구인글에‘나’는홀린듯지원하고만다.무엇이든‘세일즈’의대상이된지금의현실을우스꽝스러우면서도진지하게그려내는이시의적인작품은재택근무가일상화된코로나시기를각자의방식으로통과해야하는회사원의처지를통해코로나이후재정립된일의의미와성실성의지표를가늠해보게끔한다.

“변화는예상가능하다.
그러나무질서는우리를다른세계로이끈다.”

「바게트소년병」은오한기의초기작과근작이가진스타일을두루느낄수있는이번소설집의변곡점이자구심점과도같은작품이다.우연히자신의조상이시인‘오상순’임을알게된뒤불현듯소설을쓰기로결심한‘수진’은공사중인동네수영장에갔다가버려진캐비닛안에서바게트를총처럼겨누고있는한소년과마주친다.소년은누군가에게복수하러떠난누나를기다리며수영장을지키는중이라고말한다.이기묘한만남이후‘무질서’라는단어에사로잡힌수진은수영장을배경으로한샴쌍둥이의핏빛암투에관해쓰기시작하고,그에대해친구인소설가‘나’에게설명하지만‘나’는그런수진을이해하지못한다.그러던어느날,수영장에서총에맞아죽은남성의시체가발견된다.작품은이제막소설을쓰기시작한수진과소설쓰기를멈춘‘나’,그리고둘을차례로찾아오는바게트소년병의환상적인이미지를겹쳐보이며소설쓰기의의의와의미를찾는물음에무질서와무의미로호응한다.
「사랑하는토끼머리에게」와「곰사냥」은다소간기존오한기소설의진수를담아낸작품이라할수있다.「사랑하는토끼머리에게」는기묘한애칭에불과했던‘토끼머리’가어느새자신을옭아매는정체성이되어버린화자를앞세워통념에서벗어나거나다수에속할수없는소수자의이야기를전형적이지않은방식으로그려내보인다.
오한기의작품을따라읽어온독자라면익숙한이름일‘한상경’이마지막으로등장한다는점에서뜻깊은「곰사냥」의‘나’는말기암으로병상에누워있는‘너’를찾아와옛친구들과함께곰사냥을가자고제안한다.젊은시절서로를위대한예술가들로호명했던‘나’와‘너’,‘카프카’와‘이상’,그리고언젠가부터사라져버린‘한상경’까지,“정확히뭘하고있었는지는잘모르겠지만글쓸때만큼은진지했”(189쪽)던이들은이제더이상글을쓰지않고,“예술에대해서도,꿈과사랑에대해서도이야기하지”(196쪽)않는다.그저자신들을“둘러싼현실에대해서만이야기”(같은쪽)할뿐이다.그런이들이비현실적이고터무니없는이야기처럼들리는곰사냥을하러나서는이유는단순하다.“비현실적인일이계속일어난다는건더이상그게비현실이아니라는증거”(198쪽)로서,“비현실은더이상비현실이아니”(같은쪽)고,“비현실은현실이”(같은쪽)기때문이다.작가스스로“문학의마지막낭만이랄까,(…)제가생각하는소설의모든것을담아쓴”(대담중에서,296쪽)작품이라일컬은이작품은이제오한기소설세계의한막이내려갔으며,곧새로운막이올라갈것임을알리는듯하다.
비현실보다비현실적인현실을,농담보다농담같은진실을펼쳐보이는오한기의소설세계는어떠한질서화도의미화도거부하는듯보인다.특히나이토록다채로운작품들이한데모여있는소설집에관해서라면더더욱그럴것이다.「바게트소년병」에서수진이수영장에살고있다는소년의말을듣고“이게무슨상징적인이야기인가”(21쪽)생각하며“무분별한재건축계획에집을빼앗긴남매.도시의몰락과재건이반복되는자본주의적과정들”(같은쪽)을떠올리는장면은그래서더욱의미심장하게다가온다.마치수진의생각을읽은듯소년은다만이렇게말할뿐이다.“어려운말하지마세요.저는단지수영장에살고있을뿐이라고요.”(같은쪽)그러니『바게트소년병』에대해서라면이렇게말할수밖에.어떤말로도정의내릴수없는,그야말로종잡을수없는오한기의소설세계가새롭게시작되었다고.



눈을떼지못하고계속해서책장을넘겼다.오한기의문장은꼬리에꼬리를물고,환상과현실사이를자유자재로넘나든다.게다가나의예상을어김없이배반하는전개는또어떤가?참으로신기한전개가아닐수없다.아니,그보다더적확하게는신기를넘어선진귀한전개다.솔직히소설을읽는중반즈음까지는도무지믿어지지가않아서,이건문학이지닌상투성에대한경계인가?혹은끊임없는자기부정인가?하는물음을던지기도했다.분명한건,그의소설은용감하면서도매혹적이라는것이다.비루한현실에존재하는무수한사건들과우연들을엮어기어이또다른차원의세계를보기를갈망하는실험자,오한기.나는『바게트소년병』이좋다.무엇보다도재미있다.이쯤이면이작품에다음과같은수식어하나쯤붙여도무방할것같다.소설계의〈꼬꼬무〉,『바게트소년병』!_김초희(〈찬실이는복도많지〉영화감독)

포르투갈여행중현지인에게포르투갈어과외를받았다.그는내게무슨일을하냐고물었고나는문학선생님이라고거짓말을했다.그러자그는자신역시문학을전공했으며자기가키우는개이름은베케트라고했다.나그작가좋아하는데.나는말했다.그러자그는무슨소리냐며,베케트가어떻게글을쓰냐고반문했다.나는베케트를좋아하면서그것도모르냐고물었다.그러자그는“우리집개이름은바게트야.먹는바게트”라고대답했다.그때내머릿속에는오한기의『바게트소년병』이떠올랐고,포르투갈인과의대화가얼마간오한기적이라는생각이들었다.왜일까.그의소설은종종이런방식으로현실에출몰한다.이상한농담을던져친구를웃기고,친구를더웃기기위해서그농담을현실로만들어버리는.그의소설은골목에서나타나,잘걸어가던사람의발을걸어넘어뜨린다.그런데이렇게한번넘어진사람은그가골목에서다시나타나길은근히기다리게된다.『바게트소년병』을읽은사람은누구든그의절절한장난기에매혹될것이다.나는오한기의소설만이가진무질서와어지럽히기의힘을믿는다._문보영(시인)



희망을버렸지만나는여전히소설을쓰고있고,비공식적으로는전세계백등안에든다고확신한다.착각일까.언제나처럼,아마도그렇겠지?_‘작가의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