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를 거부하는 우울한 연인에게 - 문학동네 시인선 186

천사를 거부하는 우울한 연인에게 - 문학동네 시인선 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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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당신은 내가 외면한 슬픔의 총체인 걸까.
우리는 아름다운 종류의 괴물을 천사라고 부르기로 합의했는데.”

대체할 수 없는 시인 양안다가 들려주는
모든 ‘시작되는 연인’들을 위한 꿈과 영원의 이야기
문학동네시인선의 2023년 새해 첫 권으로 양안다의 신작 시집 『천사를 거부하는 우울한 연인에게』를 펴낸다. 2014년 『현대문학』 신인추천을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한 양안다는 『작은 미래의 책』 『백야의 소문으로 영원히』 『세계의 끝에서 우리는』 『숲의 소실점을 향해』 등 네 권의 시집을 부지런하게 펴내며 두터운 마니아층을 형성해왔다. 꿈과 현실을 오가며 인간이라는 미로를 탐색해온 양안다는 이번 시집을 통해 “애정과 증오” “사랑과 살의” 같은 “이분법”(「퇴원」)적인 시선으로는 파악하기 어려운 관계의 이면을 한층 깊어진 감성으로 펼쳐 보인다.

이번 시집은 사랑의 “응답을 기다리고 있”는 “연인”들의 이야기로 넘실거린다. 양안다의 시 속 연인들은 “영원한 사랑”에 다가가려 애쓰지만 “실패하기를 반복”한다. “그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사랑해”(「첫 안경을 쓰는 아이들을 위해」)라고 속삭이는 그들은 때로는 “들개 두 마리”(「여름 개들의 끝 절망」)로, 때로는 “곤히 잠든 환자들”(「천사 잠」)로, 혹은 “뒷골목”에서 “납작한 빵을 찢어 먹는”(「무지개 때문에 자살을 생각한 소년 소녀들」) 소년 소녀로 목소리를 바꿔가면서 읽는 이들 저마다의 기억과 감성을 환기시킨다.

또다른 특징은 시집 전반에 걸쳐 청색이라는 색채 이미지가 도드라진다는 점이다. “푸른 핏줄이 불거진 내 손목을 붙잡았지”(「잔디와 청보리의 세계」)라는 구절에서는 두 사람 사이에서 맥동하는 관계의 생명력을 느낄 수 있고, “파랑은 파랑, 천사는 천사-나는 인형에게 푸른 천사 따위의 이름을 붙여주지 않을 것이다”에서는 대상의 존재성을 다른 것으로 흐트러뜨리지 않으려는 강렬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청색 계열 중에서도 “새벽이면 우리의 방에 청색 리듬이 필요합니다”처럼 ‘새벽’의 빛깔은 특히 그 의미가 남달라 보인다. “새벽 욕조의 푸른색”, “창문에서” 쏟아지는 “새벽빛”(「천사를 거부하는 우울한 연인에게」)은 꿈과 현실, 밤과 아침이라는 경계를 함께 보내는 연인들의 몽환적이고도 환상적인 시간을 상징하는 듯하다. 영원과도 같은 그 시간 속에서 연인들은 서로의 “아득한 깊이”(「소학교 일년생」)를 들여다보며 사랑의 가능성을 시험한다.

저자

양안다

2014년『현대문학』신인추천을통해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으로『작은미래의책』『백야의소문으로영원히』『세계의끝에서우리는』『숲의소실점을향해』,동인시집『한줄도너를잊지못했다』가있다.창작동인‘뿔’로활동중이다.

목차

1부우리는눈사람,녹는가면을쓰고

저글링/여름개들의끝절망/꿈속얼굴을/첫안경을쓰는아이들을위해/천사잠/재정렬/개와개/소학교일년생/퇴원/천사를거부하는우울한연인에게/캐치볼/다른페이지의낙원/검은장벽/매그놀리아멜랑콜리아/겨울은계속나쁜짓을/잔디와청보리의세계/QueenofCups/가장선호하는관심사/림보/망상한계/미래의자

2부이구부러진손가락에작은불씨를주십시오

둘천사/그러나고요하고거룩한/무지개때문에자살을생각한소년소녀들/꿈의체스/백일몽/나쁜피/쇼파르/호랑이굴/탄포포/오뉴월/me/여름이오면우리는나아지겠지그런믿음/방아쇠와이어달리기/재활/해마의방/도킹/도핑/pleasedontleavemealone/연대기/몇개의작은상처들/캠프/절벽까지여섯발자국/트램펄린

발문|완전한불완전
윤의섭(시인)

출판사 서평

이번시집은사랑의“응답을기다리고있”는“연인”들의이야기로넘실거린다.양안다의시속연인들은“영원한사랑”에다가가려애쓰지만“실패하기를반복”한다.“그것이무엇인지도모르면서”“사랑해”(「첫안경을쓰는아이들을위해」)라고속삭이는그들은때로는“들개두마리”(「여름개들의끝절망」)로,때로는“곤히잠든환자들”(「천사잠」)로,혹은“뒷골목”에서“납작한빵을찢어먹는”(「무지개때문에자살을생각한소년소녀들」)소년소녀로목소리를바꿔가면서읽는이들저마다의기억과감성을환기시킨다.
또다른특징은시집전반에걸쳐청색이라는색채이미지가도드라진다는점이다.“푸른핏줄이불거진내손목을붙잡았지”(「잔디와청보리의세계」)라는구절에서는두사람사이에서맥동하는관계의생명력을느낄수있고,“파랑은파랑,천사는천사―나는인형에게푸른천사따위의이름을붙여주지않을것이다”에서는대상의존재성을다른것으로흐트러뜨리지않으려는강렬한의지를엿볼수있다.청색계열중에서도“새벽이면우리의방에청색리듬이필요합니다”처럼‘새벽’의빛깔은특히그의미가남달라보인다.“새벽욕조의푸른색”,“창문에서”쏟아지는“새벽빛”(「천사를거부하는우울한연인에게」)은꿈과현실,밤과아침이라는경계를함께보내는연인들의몽환적이고도환상적인시간을상징하는듯하다.영원과도같은그시간속에서연인들은서로의“아득한깊이”(「소학교일년생」)를들여다보며사랑의가능성을시험한다.

짐승이되는꿈은
해일을일으킨다.악몽은당신을가파른협곡으로몰아붙인다.
당신의발에두손을얹을게.새벽욕조의푸른색으로.
온수입니다.물속에서빛나는우리발목을봐.어떤어류가우리를간질인다.
피울때마다안개가드리웠지요.입맞추기전에기도를가볍게올렸어요.
우리는인어의방식으로익사하지않는다.

(…)

별들은오리온자리배열로빛나는데,그래,내가잘게흩어졌어.
그리고나는당신에게지평선이불탄다고말했다.
그리고나는당신에게우리반지의테두리가빛난다고말했다.
당신은내가외면한슬픔의총체인걸까.
우리는아름다운종류의괴물을천사라고부르기로합의했는데.
우리가영원히깨어날수없다는말에동의해줘.
이곳에서기절하지않을거야.
우리는좋은부부가될거야.우리는좋은부모가되지못할거야.
알수없는구름속으로나룻배가산산조각나고있어.내가절반이상죽은줄알았어.
그리고가느다란월식.그리고

누군가가우리의문을

노크할때.

창문에서새벽빛이쏟아진다.블루.
_「천사를거부하는우울한연인에게」부분

한편,발문을쓴시인윤의섭은양안다의시가“영화를보는듯한느낌”을준다고말한다.“장면과장면이이접되면서몽타주기법으로전개”됨으로써논리적인서사로읽히기보다는여백의의미를상상하게하는그런영화말이다.이러한특징은양안다시특유의독특한발화방식에서연원한것이다.

“서늘한곳에서기다려요.
우리육체가펄럭이는깃발로변할때까지요.”맞아요.육체란
영혼이굳는과정이야.깨진유리잔은없고오직금간물이담겨있어요.
슬픔의낮은슬픔의밤과같지않습니다.
……네차례야.
네가고안한밤을들려줘.
한낮에질주하던야생마도
한밤에는걷는것이조화롭습니다.

(…)

내가천치와같던어느나날,
나는내주변모든사람을천치로보기시작했다.
“한손에사과,다른손에칼을쥐면
우리는껍질에대해생각합니다.”
그아이는나의왕관을쓴채날묶습니다.
_「꿈의체스」부분

「꿈의체스」에서‘나’의발화는“했다”라는어미로끝나지만‘그아이’에대한묘사는“습니다”로끝난다.‘나’의발화는독백으로들리지만‘그아이’를묘사하는대목은마치독자에게건네는말처럼들린다.이처럼양안다는“일관된주체를통해일관된방향으로발화를전개하는것이아니라독자를포함한다양한청자를설정하고그들각자를향해서로다른형식으로발화하는시쓰기방식을보여”준다.윤의섭은이를“다성성의오케스트라”라고명명하며“양안다고유의문체(스타일)”라고짚어낸다.양안다의시는“파도가일렁이듯다채로운결들로펼쳐졌다끊어졌다하며우리의감각을건드리는”연주와같다는것이다.

아이는발목에닿는물기를느낀다.문득해변의모양을바라본다.바닷물이아이의발목을적신다.

“이걸뭐라고부르지?”

아이는물의춤을바라본다.해변을사랑할의지가없다.
_「첫안경을쓰는아이들을위해」부분

신이라고여겨지는
아이는인간의그림자에흥미를갖지않는다.

자전거를타고떠나요.
이것은걸음마의형식.세상모든아이들은앉은채로떠나고싶다.지평선너머로아이가사라질때.그의아버지가문득발에서통증을느끼기시작할때.
_「가장선호하는관심사」부분

내가원하는것은꿈이자영혼이자피크닉.
스텝에밟힌잔디가다시일어난다.광장바닥으로부터.
느린속도로.나는잔디와같은마음이없어서
무기력하게쓰러지고춤도아닌몸부림을사랑했다.
철창속기린은무슨기분일까.

(…)

지난휴가에서개에게물려죽은아이가나였다니그걸늦게알아버려서.
_「잔디와청보리의세계」부분

양안다의시에는‘연인’이되기이전의존재라할수있는‘아이’또한자주등장한다.아이란자아가완결되지않은미완의주체이자미래의가능성을품은사람이다.아이는엄격한어른,금지와규율의세계를상징하는“교육자”를부정적으로바라본다.그저친구들과즐겁게춤을출뿐이다.

불을지폈고나체로춤을추었고
절정이었을까?
아름다워.숲속의호수가
달을비추고있었습니다.물결을풀었다가
당겼다가……뛰어들었습니다.
우리중누구도익사하지않아요.
네꼴을좀봐.까르르웃음을터뜨렸지.
너는조금춤을춘다.
나는조금불을지켜보고있는데.
_「QueenofCups」부분

시집곳곳에등장하는이아이들의춤은잘하려할수록“망가지는춤”(「가장선호하는관심사」)에가깝다.아이들은“매순간춤을추며”사랑을발견하고,연인이되고,아름답게“패배”(「여름이오면우리는나아지겠지그런믿음」)해나간다.양안다의시는이러한사랑의가능성을품은아이들의세계라고할수있다.그의시를읽으며우리는까맣게잊고있었던아이시절의목소리를발견하고,실패를웃어넘길수있게되고,“꿈속에서나는사랑을만드는사람”(「여름개들의끝절망」)이었다는것을깨닫게될것이다.

◎양안다시인과의미니인터뷰

Q1.작가님,새해가되고새시집이출간되었습니다.소회가어떠신가요?

안녕하세요.저는운명보다우연을믿는사람이고,항상사람들의도움이필요한사람입니다.시집을내기까지크고작은우연속에서도와주는분들이많았습니다.진심으로감사합니다.저는감정을드러내는걸두려워해서종종스스로를우스꽝스럽게포장하곤합니다.이번시집을무사히출간하게되어서무척기쁘지만,그걸드러내기가쉽지않습니다.앞으로제가덜우스꽝스러워지도록모두기도한번만해주시면감사드리겠습니다.

Q2.“너는천사가나오는시를싫어했지”라고이야기하는‘시인의말’이인상적이었어요.“너를이해하고싶었고그래서내가썼다”는말에는슬픈결기가느껴지기도했고,그만큼울림이컸어요.그러고보면이시집전체가이해하기어려운대상을이해하기위한노력의흔적들같기도하더라고요.이시들을쓸때어떤마음이셨나요?

‘시인의말’에적었듯이저는천사가나오는시를싫어하던옛친구를자주떠올렸습니다.그친구는지금건강히살고있을까요?그친구는이시집을읽고마음에들어할까요?저는친구가마음에들어할거라확신했습니다.그리고그런생각을하면서즐거운마음으로시를썼습니다.저는시를쓸때면항상즐겁고저의모든시간이즐거운순간으로가득하길바라는마음이됩니다.

Q3.‘연인’에더해‘아이’또한시속에자주등장하고있어요.“신이라고여겨지는/아이는인간의그림자에흥미를갖지않는다”(「가장선호하는관심사」)라는시구를보면‘아이’는일면‘신’처럼느껴지기도합니다.그이미지가이른바순수성과악마성뿐만아니라시작과끝,늙음과죽음,사랑과이별,꿈과현실등어디에도물처럼흘러들수있는유연한존재같기도했어요.가장전지전능하고,동시에가장여린존재랄까.작가님께‘아이’는어떤이미지인가요?

‘아이’하면‘다음세대’가제일먼저떠오릅니다.‘전(前)세대’의입장에서보았을때분명저는‘다음세대’이지만,다른누군가가보았을때저는다음세대가아닌전세대로여겨질것입니다.그런데저라는사람은애같은면이있고,조금우습고,제가바라는‘어른’의모습이부족하다고생각합니다.제가누군가의다음세대이지만,동시에다른이가저의다음세대라는것이문득이상하게느껴졌습니다.저는바보같은어른들을많이보았고,훌륭한어른들도많이보았습니다.누구도바보같은어른이되고싶어하지않을것입니다.

Q4.데뷔한지구년,책으로는다섯번째시집을펴내셨습니다.하지만작가님은여전히‘젊은’시인처럼느껴집니다.양안다하면떠오르는감성과스타일덕분일거예요.특유의감성,이야기를들려주는듯한인물들의대화,돌출적인기울임체등등.작가님은시를쓸때가장중시하는게무엇인가요?처음시를쓰던때와지금시를쓰면서달라진점이있는지도궁금합니다.

예전에여러인물이등장하는시를여러편썼었습니다.언젠가누군가가이에대해물었을때,저는‘화자의입으로는부족하다’라고대답했습니다.저는많은목소리로말하고싶었습니다.다양한목소리를통해시가다각적으로다가가길바랐습니다.무엇보다그렇게쓰는편이저는재미있습니다.제가오직재미때문에시를쓰는건아니지만,시를쓰는이유중재미가큰비중을차지하는건사실입니다.처음시를쓸때도,지금시를쓸때도저는즐겁게쓰고있습니다.달라진점을하나뽑자면,예전에는‘좋은시’를쓰고싶었다는것입니다.좋은시가무엇인지도모르면서막연히좋은시를쓰고싶었습니다.지금은‘좋은시집’을만들고싶습니다.당연히‘좋은시집’이무엇인지저는모릅니다.그러나모르기때문에이일이더재미있게느껴집니다.

Q5.작가님의시를좋아하는독자분들,처음만나게될독자분들께인사를부탁드려요.

실생활에서저는사람과만나는걸즐기지않고,감정을드러내길두려워하며,에너지가상당히부족한사람입니다.그런데시에서는정반대의사람이되는것같습니다.지금저는영화<메모리아>를보고돌아와서이글을적고있습니다.<메모리아>의주인공인제시카는자신이겪는문제를해결하기위해주변인들에게많은도움을받습니다.영화가끝나자저는누군가를돕는사람이되고싶어졌습니다.모두몸건강마음건강잘챙기시길바라겠습니다.관심가져주시는분들에게미리감사드립니다.

시인의말

이시들을쓰면서나는대체로취해있었고새벽이었다.문득시인의말을편지로쓰면좋겠다고생각했는데,시를쓰는동안나의친구가자주떠올랐기때문이다.
잘지내?너는천사가나오는시를싫어했지.천사라는존재가특별하고아름답게표현되는것이싫다고했잖아.내가너의말에동의하지않아서해뜰때까지다투는날이많았지.
언제나미러볼과전자음악과알코올의밤이었다.어쩌다우리가멀어지게된걸까?서로를너무많이낭비한탓일까?하지만나는한번도후회한적없었어.
지금만나게되면우리는무슨대화를나눌까.너는여전히졸린눈으로취하고,춤을추고,시시한대화를즐기곤할까.
나는너를이해하고싶었고그래서내가썼다.특별하지않고아름답지않은천사를.인간과다를바없는천사에대한시를.너는이시집을마음에들어할까?만약우리다시만나면
이제다투지않게될까?어디선가
나의친구,네가이걸읽는다고생각하면내가다괜찮아진다.
아직도헤매며이세계어디서너혼자.
2023년1월
양안다

책속에서

시작되는연인들은응답을기다리고있다.그가영원한아이인줄도모르고.

영원한사랑을위해.

영원.

그런건한번잘린인간의신체가다시자라지않는것과같았다.그러나절단된정신을붙잡고영원을꿈꾸는연인이이땅에있다.사랑해.그것이무엇인지도모르면서.사랑한다고.그것을어떻게다뤄야하는지도모르면서.영원에실패하기를반복하면서.
_「첫안경을쓰는아이들을위해」부분

우리는눈사람들.
우리는구른다.아니.내리막에서네가

나의등을

밀었습니다.네가녹으면나도녹을게.
그렇게말하지마.축축한
목소리가
흘러간다.폭우였습니다.잠겼습니다.네가
익사했어요?폭우에게악의가있겠습니까.설마폭우에게
마음이
존재하겠습니까.골목을걷던아이가
돌을쥐었습니다.그냥
그게예뻐보였으니까.젖은돌인줄도모르고
손을적시는겁니다.돌이있던자리에는
물자국.

―이제집으로돌아가셔야지요.불피운벽난로와갓구
운빵이기다리는그곳으로.

우리는눈사람들.
우리는녹는가면을쓰고.
_「검은장벽」부분

폐쇄된호수에앉아발을적시다가
아무도돌던지지않는거리에서노래하다가
들판에떨어진과일로허기를채우다가
불을피워놓고노는곳.
가끔술을얻어마신다면
우리도착지는나쁘지않은곳.
분명그런곳일텐데.

그아이는불의그림자를춤이라고불렀습니다.
나는그것이마음에들었어.
_「무지개때문에자살을생각한소년소녀들」부분

그래……그날은온통구름풍경이었고한낮이었다.
수척한얼굴로,맨발로가시밭을걸으며,슬픔조각들을맞추며,녹슨칼.
우리는사랑과함께간다.
매순간춤을추며패배하자.
양떼와함께부유하는구름속에서.
그날언덕에는
전투를마친소년병들이금이간헬멧을만지작거리고있었지.
소년병들은아군의머릿수를헤아리고있었다.
누가죽었을까.
비젖은개들은죽은자의묘를파헤치며짖었다.슬픔을
주체할수없다는듯이.
추락하는여객기.
발작을사랑하는것처럼.
_「여름이오면우리는나아지겠지그런믿음」부분

상상한다.우리가백년전에태어난무용수라면……
상상한다.우리가만지는마작패가누군가의마음이라면……
서로가서로의손을잡고.
그러게요.어울리지않는춤입니다.
그냥우리를놔둬요.할말은이게전부입니다.
나라의녹을먹고자라미안합니다.
서로가서로의손을잡고.
반려견은나의친구.우리는마음껏배를보여주었다.
서로가서로의손을잡고.
서로가서로의손을잡고.
밀밭이저렇게흔들려도되는걸까……
너는바람개비를불었지.
그게우리가가진유일한힘이었다.
서로가서로의손을잡고.
_「절벽까지여섯발자국」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