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신 안부

눈부신 안부

$16.00
Description
문장에 담길 수 있는 아름다움의 극치
눈부시게 서툴렀던 시절에 바치는 백수린 첫 장편소설
발표하는 작품마다 흔들림 없는 기량을 보여주며 평단과 독자의 신뢰를 한몸에 받고 있는 소설가 백수린의 장편소설 『눈부신 안부』가 출간되었다. 2011년 데뷔한 이래 세 권의 소설집과 한 권의 중편소설, 짧은 소설들과 산문을 발표하는 동안 조급해하지 않고 장편의 그릇에 담고 싶은 이야기를 기다린 그가 등단 12년 만에 펴내는 첫 장편소설인 만큼 이 작품의 탄생이 더욱 반갑고 귀하다. 『눈부신 안부』는 2021년 봄부터 2022년 봄까지 계간 『문학동네』에 ‘이토록 아름다운’이라는 제목으로 절찬리에 연재되었다. 작가는 특유의 성실하고 꼼꼼한 소설쓰기로 연재와 개고에 임한 끝에 지극히 완성도 높고 아름다운 첫 장편을 자신의 이력에 추가하게 되었다.
백수린은 첫 소설집 『폴링 인 폴』에서 일찍이 “충실한 기본기”는 물론 “안정적인 보조와 감각으로 자기 세계를 부풀려가는 정통적인 스타일”(문학평론가 서영채)을 보여주었고, 두번째 소설집 『참담한 빛』을 통해 누군가 자신을 둘러싸고 있던 안전한 껍질이 “더 깨진다고 하더라도 세계를 샅샅이 알고 싶다고 마음먹”(소설가 김연수)게 되는 순간을 포착하며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가고자 하는 주제의식을 더욱 섬세하게 벼려냈다. 그리고 작가에게 2020 한국일보문학상을 안겨준 세번째 소설집 『여름의 빌라』로 “인생의 불가사의에 대해 가장 우아하게 말하는 법. 그런 걸 찾는다면 이 소설을 읽어야 한다”(시인 박연준)는 평을 받으며 삶의 불가해한 아름다움을 문장 위에서 구현하는 독보적인 감각을 드러내 보였다.
『눈부신 안부』는 백수린이 그간 이루어낸 이러한 성취가 집대성된 작품이다. 비극적 사건을 회피하려 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으로 인해 스스로를 용서하지 못하던 한 인물이 어른이 된 후 한층 품 넓은 시야로 서툴렀던 자신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좇는다. 차분하게 쌓여가는 서사 속에서 스스로의 힘으로 진정한 치유와 성장에 도달하려는 한 인간의 미더운 움직임이 백수린의 다정한 문장으로 그려진다. 읽어나가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아름다운 결이 지고, 나를 둘러싼 세계가 확장되는 근사한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이 작품은 지금까지의 백수린 소설세계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다.

저자

백수린

2011년[경향신문]신춘문예에단편소설「거짓말연습」이당선되면서등단했다.소설집『폴링인폴』,『참담한빛』,『여름의빌라』,중편소설『친애하고,친애하는』,짧은소설『오늘밤은사라지지말아요』,번역서『문맹』,『여름비』를출간했다.젊은작가상,문지문학상,이해조소설문학상,현대문학상,한국일보문학상,제45회이상문학상등을수상했다.

목차

눈부신안부_007

작가의말_312

출판사 서평

타국에서자신이있을곳을홀로마련해야했던한아이를
다정히보듬어준파독간호사여성들
그들에대한기억을되살리고,넓어진시야로유년을바라보면서
과거의그림자에서벗어나보려는진중한발걸음

『눈부신안부』의책장을펼치면타인의슬픔을위로하기위해성실히거짓말을해야했던한소녀를만나게된다.그소녀의이름은‘이해미’.1994년도시가스폭발사고로친언니를한순간에잃고너무일찍인생의비극성을깨달아버린아이다.엄마와아빠는언니를잃은고통을해미에게감추지못할정도로힘겨워하고,여동생‘해나’는아직어려서무슨일이일어났는지모르는듯마냥해맑아보인다.장녀가된해미는선의의거짓말로엄마아빠를안심시키고해나의응석을받아주며혼자슬픔을삼켜낸다.아빠와별거하기로결정한엄마를따라해나와함께독일G시로이주하게되었을때도해미는가족들에게속마음을숨길뿐이다.

살아있는게내가아니라언니였다면언니는틀림없이엄마아빠를기쁘게해주었을텐데.그런생각이들면참을수없이괴로웠다.“좋아요.”나는한국에서사람들이수군거리는소리를듣는것만큼이나낯선나라로가는것이싫었지만,엄마아빠를위해그렇게만말했다.다른사람을행복하게해주기위해서는때로체념이필요했다.(30쪽)

G시에서도해미는낯선환경에서혼자서도잘적응하고있는것처럼가장하기위해아무도다치게하지않는무혐의의거짓말을이어간다.그런해미의고독과불안을가장먼저눈치채고따뜻하게손내밀어준사람은해미의친이모‘행자이모’다.행자이모는파독간호조무사가되어건너간독일에정착하여‘마리아이모’와‘선자이모’,그밖의많은파독간호여성들과공동체를이루어살아가고있다.수많은‘이모’들의보살핌속에서해미는자신보다앞서타국에자리잡기위해온힘을다했을파독간호사들의건강한활력과긍정성에감화된다.그여성들이가족과국가를위해삶을희생한집합체가아닌개별주체로서내뿜는고유한개성과매력을접하며,해미는멈춰있던일상을조금씩재가동한다.

“정말어찌할바를모르겠을정도의아름다움이지?”
나는갑작스러운말에흠칫놀라선자이모를돌아다보았다.선자이모의시선은내가아니라흰빛이너울대는나무아래서사진을찍고있는사람들쪽을향하고있었다.
“내년에도이렇게아름다운걸볼수있을테니살아야지하는마음이들정도로아름답지?”
언제나표정이적어화난것처럼보이던선자이모의얼굴에드리워진꽃그늘이바람이불때마다레이스처럼어른거렸다.마리아이모가우리를웃기기위해일부러우스꽝스러운포즈를취할때마다꽃물이번지듯환해지던선자이모의얼굴.(74쪽)

마리아이모의딸‘레나’,선자이모의아들‘한수’를사귄후해미의독일생활은더욱찬란히빛나기시작한다.한수가해미와레나에게비밀스러운부탁을해오면서세아이의우정은한결끈끈해지는데,그부탁이란한수의엄마인선자이모의첫사랑을함께찾아달라는것이다.아이들은첫사랑의정체에대한단서를찾기위해선자이모의일기를몰래읽어나간다.일기속에는선자이모가1973년독일로떠나온후20년이넘는시간동안간직해온애달픈사랑이야기가흩어져있다.하지만확실한것은그첫사랑의이니셜이‘K.H.’라는사실뿐.K.H.를찾기위해온갖추리와상상을펼치며친구들과몰려다니는동안,해미는점차밝고천진한모습을되찾아간다.

나는도시를조금씩좋아하게되었으며,그곳이내자리라고느끼기시작했다.마침내우리가족도행복에거의가까워져있는것같았다.그건언니가떠오르면죄책감이느껴질만큼의행복이었다.죄책감이가슴을쿡쿡찌를때마다속으로언니에게말을걸어야했을만큼의행복.“언니,사람의마음엔대체무슨힘이있어서결국엔자꾸자꾸나아지는쪽으로뻗어가?”(109쪽)

그러나자신이있을곳을드디어마련했다는따스한안도감도잠시,한국에외환위기가닥친1997년,해미는또한번커다란상실을겪은채한국으로돌아오게된다.

시간이흘러어른이된해미는여전히유년의비극에붙들려있다.상처받지않기위해타인과의깊은교류를자제하며지내던해미는어느날대학동창이면서미묘한연애감정을주고받기도했었던‘우재’와우연히재회한다.그리고해미의마음을열기위해적극적으로다가오는우재로인해타인을향한해미의감각이다시금깨어나기시작한다.해미는다시한번선자이모의일기를읽으며K.H.를찾아보기로결심한다.오랫동안고스란히묻어두었던상처를들추어실패로남겨두었던지난일들을바로잡을수있다면,타인과의관계에대한두려움을극복하고우재에게한걸음더가까이다가가볼수도있으리라믿으며.
이제,거대한슬픔을감당하기에는너무여렸던어린자신과대면하기위한해미의용기있는전진이시작된다.

슬픔의터널을지나쏟아지는환한빛처럼
긴시차를두고도착한애틋한화해의인사

『눈부신안부』는어린시절선자이모의첫사랑K.H.를찾으려했던해미가그후20여년이지나다시한번K.H.를찾아나서는과정이서사의굵직한줄기를이룬다.이두번에걸친시도를통해해미는자신이그사이훌쩍성장했음을느낀다.어렸던자신의시선으로는끝끝내알아챌수없었을K.H.에관한단서를하나씩찾아내면서,해미는자신을좌절하게만들었던유년시절의한계가당시로서는필연적인것이었음을인정해나간다.이처럼시간이흐르며자연스럽게넓어진시야를통해과거를용인함으로써해미는머지않아과거가될현재의자신까지도온전히받아들일수있게된다.

해미가자기자신과화해하며눈부신도약을이루는과정을지켜봐주는타인들의존재또한소중하다.그들은해미가스스로를고립시킨내면세계밖으로나올수있도록계속해서해미의안부를묻는다.인간에대한관심과애정을바탕으로타인에게선뜻손내미는이러한행위가때로누군가의삶을구원하기도한다고소설은말한다.이다정한소설을펴내며,이제백수린은독자를향해손을내민다.“이책이누구든필요한사람에게잘가닿아눈부신세상쪽으로한걸음나아갈힘을줄수있었으면”(백수린,‘작가의말’)좋겠다고.미처눈치채지못했을뿐어느새당신에게도소중한이들에게용기내어다가갈힘이차올랐을거라고.

『눈부신안부』에는삶의갖가지비극으로인해멀어졌던타인과의,나아가자기자신과의진심어린화해라는쉽지않은일을해나가기로다짐한인물들의발걸음이그려져있다.그진중한발걸음에실린힘은읽는이에게로고스란히전달되어더욱상냥하고아름다운세계를만들어가려는현실의동력으로전환된다.허구의세계로부터창출된실재하는힘.이것이야말로소설이우리에게줄수있는최고의응원이아닐까.

추천사

이아름답고강렬한발신의책이,착신과회신으로다음이야기들을탄생시킬것이다.
_정세랑(소설가)

어째서이토록부드럽고단단한힘이있어서,삶을조금더살아봐야겠다고생각하게만드는걸까.
사람과사람을잇는다정한마음이전하는안부만으로도가능해지는삶이있다는걸알게되었다.
_안미옥(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