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적 낙관 : 김금희 산문

식물적 낙관 : 김금희 산문

$16.50
Description
문득 일상을 돌보고 싶어지는 가뿐한 전환의 감각!

모든 존재의 진정한 안녕을 비는 소설가
김금희의 식물 산문 출간
“식물은 자기 상태에 대한 미움이나 비난이 없다.”

여름이면 생각나는 책, 김금희 산문 『식물적 낙관』이 더운 계절에 편안함과 청량함을 안겨줄 리커버 에디션으로 출간되었다.
초록 한 가지로만 디자인된 이 에디션은 단행본의 여섯 단면이 모두 초록색을 띤다.
인간의 눈을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 자연의 색, 온통 초록으로 이루어진 이 책을 펼치면 모든 번잡함을 잊고 환한 마음을 갖게 된다.

일상의 순간에서 길어올린 깊은 통찰과 산뜻한 위트로 인간 내면의 지형도를 섬세하게 그려온 작가 김금희의 두번째 산문집 『식물적 낙관』이 출간되었다. 2020년 여름부터 2022년 겨울까지 한겨레 ESC에 ‘식물 하는 마음’이라는 제목으로 연재된 에세이에 더해, 당시에는 아직 연약해서 꺼내놓기 쉽지 않았던 작가 자신의 내면을 지긋이 응시하는 미발표 원고들을 담았다. 김금희의 발코니 정원에 찾아온 연약하고도 강인한 식물들을 통한 깨달음의 기록이자, 식물을 매개로 만난 다정한 사람들과 만들어낸 환한 순간들의 기록이기도 한 이 책은 작가가 식물과 더불어 살아가며 통과하는 사계절의 풍경을 따라간다. 그 풍경의 변화에 따른 마음의 굴곡 또한 김금희 산문만의 아릿하고도 부드러운 필치로 그려진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이 책이 ‘소설가의 식물 산문’이라는 점이다. 일찍이 버지니아 울프, 헤르만 헤세와 같은 대문호들이 찬미한 바 있는 식물이라는 존재를 지금 김금희가 사랑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첫 산문집 『사랑 밖의 모든 말들』(2020)의 첫머리에 “글을 쓰지 않을 때면 으레 발코니에 나가” 식물을 돌보다 문득 “절박하게 하네, (…) 싸우듯이 하네”(서문 「안팎의 말들」)라는 마음의 소리를 들었다고 쓴 작가는 그뒤 3년간 모은 산문을 묶은 『식물적 낙관』에서 “돌아보면 내가 식물에 빠져든 시기는 마음이 힘들었던 때와 거의 비슷했다”(서문 「식물 하는 마음」)고 고백한다. 지난 3년 내내 지속된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시련, 공교롭게 맞물린 개인적인 상실과 삶의 부산물 같은 고민들을 겪으며 작가는 식물이 지닌 오묘한 치유의 에너지에 이끌렸을까.
이제 『식물적 낙관』에 이르러 김금희는 더이상 식물을 절박하게 대하지 않는다. 김금희의 소설이 삶을 향해 드러내는 특유의 온화하고 담대한 시선은 현실에 대한 냉철한 이해에서 비롯되는바, 작가는 산문에서도 식물이 지닌 생명력과 특질을 명확히 관찰하고 이해해나가며 식물들의 느긋한 낙관의 자세를 받아들인다. 화분에 심긴 채 작가의 발코니에서 살아가는 실내 식물들은 함께 사는 인간이 현실적인 문제들로 고뇌하느라 여력이 없는 동안 척박한 환경에 놓이기도 하지만, 외부의 변화에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생장만을 도모하면서 주어진 상황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착실히 수행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복잡다단한 인간사에 초연한 채, 무언가를 해치는 일 없이, 각자의 본능적인 삶의 실천만을 이어가는 식물들이 이룩한 발코니 속 별세계를 묘사하는 김금희의 산문들을 읽다보면 어느새 주어진 현실을 단순하게 바라보며 ‘살아가는 것’ 자체를 삶의 명확한 목표로 재설정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삶 이외의 다른 선택지를 손가락 사이로 흘려보내는 이러한 가뿐한 전환을 통해 일상을 보다 너그럽게 바라볼 때 찾아오는 삶에 대한 효능감. 그것이 바로 ‘식물적 낙관’의 감각이다.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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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금희

2009년한국일보신춘문예를통해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센티멘털도하루이틀』『너무한낮의연애』『오직한사람의차지』『우리는페퍼로니에서왔어』,장편소설『경애의마음』『복자에게』,중편소설『나의사랑,매기』,연작소설『크리스마스타일』,짧은소설『나는그것에대해아주오랫동안생각해』,산문집『사랑밖의모든말들』등이있다.신동엽문학상,젊은작가상대상,현대문학상,우현예술상,김승옥문학상대상,오늘의젊은예술가상등을수상했다.

목차

서문식물하는마음_004

1부여름정원에서만나면

내방의여름군락지_019
식물적낙관_024
우리는마켓에간다_031
제주행일기_037
다정한괭이밥씨_043
헤세와울프의여름정원_048
잘자라는일_057
휴가와발코니_062

2부이별은선선한바람처럼

삶이라는덩어리_071
집사일기_079
기도를부탁해_085
우리들의세컨드스텝_092
올리브가하는일_098
코로키아에대해비로소알게된것_104
참괜찮은제라늄친구_112
내가아주어렸을때의나무_118
유기식물_124

3부겨울은녹록하게

메리메리크리스마스트리_133
알로카시아의겨울_139
‘호더’가되지않기위하여_143
겨울이오더라도_150
쓰는인간_157
나의부겐빌레아_163
파티는녹록하게_169

4부그런나무가되었다

봄의귀환_177
흰잠_183
모든넘어지는것들은기도를한다_187
이숱한사랑의서사_192
새집생활_197
그런나무가되었다_204
가능한한이팝나무에가깝게_213
내일도여여하다_218

부록식물군상_229
나오는말우리가선택한낙관_255

출판사 서평

인간과함께계절을순환하는존재들이선사하는
아름답고느긋한낙관의에너지

네개의부로구성된이산문집의리듬은계절의느슨한순환을닮았다.명확히구획되지않아도느낄수있는시간의흐름과그에따른자연스러운풍경의변화가편편의글사이에서감지된다.

1부‘여름정원에서만나면’에는작가의발코니에서식하는식물들이더위와습한대기를통과하며보여주는혹독하고도왕성한성장기가그려진다.인위적으로개입하기보다식물들이원하는만큼무성해지면서자유분방한성장을즐기도록하는이발코니에서는김금희와식물들간의꾸밈없는대화가이루어진다.어쩌면인간의역할은여름을앓는존재들을지켜보며함께앓는것에지나지않을지도모른다는깨달음이역설적으로안도감을불러일으키는한편생명에대한든든한믿음을안겨준다.

2부‘이별은선선한바람처럼’에는가을바람과함께환기되는상실의아픔을어루만지는산문이묶였다.작가가반려견과반려식물들을떠나보낸후무너졌던마음을다독여다시일상으로복귀하는과정이눈부시다.하나의식물이지닌삶의무게를헤아리고,살아있는존재들이보이는변화의기척에경탄하며,작가는예비되어있는또다른상실을마주할힘을마련한다.첫산문집에서소설로다할수없었던내밀한고백을자신의목소리로들려주었던김금희가‘나’에서출발하는글쓰기를지나식물을경유하는글쓰기를통해낯선자신의모습을발견해내는싱그러운여정이펼쳐진다.

3부‘겨울은녹록하게’에는성장을잠시멈추고나중을기약하며거센추위를견딜힘을비축하는식물들의모습이따스한시선으로묘사된다.생의사이클하나를완주해낸뒤,한해동안이루어낸변화를축하하고남은아쉬움을뒤로하며스스로를격려하는모습은식물과인간이다르지않다.기온의변화에따라식물이보내는신호를기민하게살피며화분들에더욱따뜻한자리를내어주어야할때를기다리는작가의모습에서는생명을지닌모든것을향한애정을확인할수있다.

4부‘그런나무가되었다’에는긴겨울의끝에당도한봄날다시금몸을꿈질거리기시작하는식물들의밝은기운이담겼다.김금희가묘사하는연둣빛봄풍경은그자체로희망차다.어느덧연한햇빛을받으며넘실거리는나뭇잎들로가득찬창밖,메말랐던식물들이가지에조그맣게핀여린잎으로보내는생존의기척등을바라보는작가의시선도어딘가지난계절들과는달라진듯하다.4부의마지막장면에서그가깊은숲을응시하는동안아픈감정들은발화되는대신다시내면으로스며들고,그과정을오롯이느끼며작가는식물과교류하는동안더욱단단해진자신을확인한다.

부록‘식물군상’은김금희가지금까지만난식물중30종을추려자신의언어로직접소개하는코너이다.이름에얽힌사연,특징적인모습,최적의성장환경,기를때주의해야할점,기르면서얻을수있는기쁨의종류등식물에대한다채로운정보가작가나름의경험에비추어서술된다.이제막식물을가족으로들인독자에게는실증적인조언을,식물과함께다양한경험을쌓아온독자에게는지극한공감을안겨준다.

『식물적낙관』에수록된일러스트는경북상주로귀촌해자연이지닌안전한색감을포착해온일러스트레이터라킷키(Lakitki)의작품이다.그의그림은식물본연의편안한모습에서인간의마음의안녕에대한가능성을발견하는김금희의글과어우러져이책에더욱건강한기운을불어넣어준다.펼치는페이지마다숨이트이고마음이넓어지는듯한환한풍경이담긴이산문집은식물과함께하는낙관적인삶을위한다정한길잡이가되어줄것이다.

『식물적낙관』은가드닝에관한안내서는아니다.일상의다양한주제를담은여느형식의산문집도아니다.하지만어떤산문작업을할때보다자유롭게썼다는생각이든다.식물에대해말하려하자마음은더쉽게열렸고소설속인물뒤에숨어있던,사실은내것이었던기억들이잎맥처럼그려졌다.이년동안에세이를연재하면서나는감추어두었던산문속자아가자기방어를뚫고서서히나오는것을느꼈다.식물집사로서,글을쓰는사람으로서참괜찮은가드닝시간이었다고,다행이라고생각한다.
_김금희,‘나오는말’에서

식물을돌보는일이우리자신을돌보는일과매우닮았다는사실을이책을읽으며새삼깨닫는다.내일이면더욱나아질것이라는믿음과그믿음을지키기위한매일의노력들이없다면우리삶이계속될수는없으리라.이건강한힘을이책은‘식물적낙관’이라표현한다.
소설을통해누구보다예민하게,그러나도저한다정함으로우리삶을살피던김금희는이책에서식물을살피는일이어떻게우리삶에대한낙관으로이어지는지보여준다.식물을키우는이들이라면누구나깊게공감할크고작은일들을따라읽다보면,당신은때로웃기도하고,또때로는고개를끄덕이며내일을낙관할힘을빌릴수있을것이다.
_황인찬(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