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2시의 코인 세탁소 : 나의 오컬트한 일상 시리즈

새벽 2시의 코인 세탁소 : 나의 오컬트한 일상 시리즈

$15.47
저자

박현주

번역가,에세이스트,칼럼니스트,장르소설서평가,드라마평론가,그리고소설가.
서사텍스트해석에관심이높아서,수많은매체에서다양한종류의평론과칼럼을쓰고있다.이제까지쌓아온경험과다채로운관심사를집약한연작미스터리‘나의오컬트한일상’시리즈를시작으로하여,일상과관계에집중한추리소설을쓴다.
레이먼드챈들러,트루먼커포티,찰스부코스키같은작가들의작품을포함,많은추리소설을번역했으며,소설데뷔작『나의오컬트한일상』외에지은책으로장편『서칭포허니맨』.에세이집『로맨스약국』,『당신과나의안전거리』가있다.
물고기자리,B형.

목차

프롤로그-007
1장아름다운꿈깨어나서(BeautifulDreamer)-021
2장구름뒤은빛햇살을찾아(LookingfortheSilverLining)-111
3장거울속의남자(ManintheMirror)-223
4장물위의꽃잎(FlowerontheWater)-305
에필로그-441
작가후기-457
참고문헌-465

출판사 서평

일상속인연은미스터리를부른다.

“재인씨가오컬트탐정이라며.점이나온갖신비한일조사전문가라고그러던데.”

‘나’는전작인『나의오컬트한일상』속에서많은인연을만났다.취재를위해돌아다니며,비현실적인사건을해결해주며만난사람들은주인공의세계를넓힌다.이전에만났던사람들끼리아는사이기도하고,친구모임에초대되어다른사람을소개받기도하고,새로이알게된사람에게서새로운취재기회를얻어내기도한다.

오컬트탐정이자오컬트전문가로주변인사이에서알음알음유명해진‘나’.주인공은뛰어난추리력으로문제를해결하는정석적인의미의탐정도,추리과정을보여주는것이주된목표는아닌하드보일드탐정도아니지만,여전히탐정역할을도맡아움직이는사람이다.“여전히호기심이많고,오지랖이넓고,다정하게용감”하기때문이다.그렇기에주인공은새로운관계,새로이알게된마음들의불가사의를무례한것은아닌지고민하면서도파헤쳐나가고,기어이진상을확인해내고야만다.자신의문제점을명확하게인지하면서도그렇게움직이는것을그만두지못하는모습을보이는‘나’는탐정으로불리기에충분한조건을갖추었다.

그렇지만‘나’는결국오컬트탐정의역할을수행하고있는것이라,홀로모든수수께끼를풀어나갈수없다.그렇기에주인공의곁에는탐정이거나조수,혹은그이상의관계로발전할여지가남아있는사람들,안성현과이헌이존재한다.이들역시이전의이야기에서부터이어진인연이다.

가장불가사의한것은역시,사람의마음

‘나의오컬트한일상’시리즈의대주제는‘누가누구를좋아하는가’이다.등장인물들은여전히각자의마음을동기로삼아행동하고,상대방의마음뿐만아니라자신의마음에도불가사의함을느낀다.모두가자신의앞에놓인선택지를헤아리며갈등하고,점성술,저주등의오컬트습속에의존하기도한다.『새벽2시의코인세탁소』만의주제는‘떠나려는여자들과그들을돕는여자들’이지만,그조차도결국동기는마음이다.떠나고서야깨닫게되는마음,떠나보낸뒤에도미련이남아떠돌아다니도록하는마음.각자의마음이교차하는곳에서‘나’의손에들어오는사건,일상속의미스터리가시작된다.

여전히탐정이아니지만탐정의역할을담당하는‘나’에게도마음의문제는피해갈수없는선택지다.이전의이야기에서도재인과깊은관계가되었던남자들,성현과헌.존재감이뚜렷한두사람사이에서갈팡질팡하는마음역시‘나’의손으로해결해야만하는수수께끼다.그것을애써외면하고있던‘나’에게,타로의점괘는선택을종용한다.

‘나’의갈등은아직끝나지않았고,이야기가담아내지못하는시간동안계속될것이다.타인의마음이향하는방향을관측하던주인공은역설적으로자신의마음은어디로나아가고있는지를읽어내지못하고있다.이번작품에서많이나오는물,반사체의이미지처럼,갈팡질팡하는다른사람들의마음은결국향방을알수없는‘나’의마음에비해볼수있을지도모른다.

책속에서

“우리정희언니에게붙은망령좀떼어줘.전생의연인인지뭔지.”
나는침을꿀꺽삼키고마음을진정시키려했다.
“선생님,저는정말그런능력도없고요.알아볼수도없……뭐라고요?전생의연인?”
“그래,전생의연인.정확히는전생에사랑하던사이라고그런다니까.”(본문36쪽)

장감독은희미하게미소를지었다.
“연정따위그게뭐라고.죽어서안타까운건그것보다훨씬많아.삶에서놓치고만건.”
장감독은머리를쳐들고눈을감았다.모자가떨어지고은색머리카락이흩어졌다.
“이세상을떠나려하면,이차가운바람이차라리더아쉬운법이야.”(본문218쪽)

“재인씨가원래남의얘기를잘듣는편입니다.”
성현이아무렇지않게대답했다.나는훅붉어진얼굴을감추려고고개를숙였다.하지만아무도성현의말에도,나의이상한태도에도크게신경쓰지않는것같았다.
“아아,재인씨가정말그래요.남의얘기잘들어주시고.남들이잘이해하지못하는신비스러운이야기도잘풀어주시고.”(본문258쪽)

“아무래도의도적으로그런거죠?어떡해요.우리를누가어떻게하려고.아까이동화가넘어진것도우연아니죠?다른사람죽은것도설마…….”
소진의목소리에는점차공포가깔렸다.나의쓸데없는동정심이이번에도서서히일어나는것을느꼈다.동정은그사람이받을만한가치가있는가에따라서일어나는감정만은아니다.
우연일리는없었다.저주혹은복수.누가의도를가지고그들을한자리에불러모았다.럭셔리투어는그들을위한선물이아니라미끼였다.(본문390쪽)

“재인씨는선택해야할거예요.두가지선택지중에.두사람중에.”
귀가화끈거렸다.나는늘관찰하는사람이동시에관찰당하는사실을잊고만다.내가윤정을보았다면,윤정도나를보았을것이었다.나와헌을,나와성현을.보지않을수없었을것이었다.
윤정이군산에서어디까지보았는지는알수없었다.곧빨래방문이닫혔다.(본문45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