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한곳에두지않을게
혼자두지않을게
가장외로운어린이에게가닿는따듯한시선
어른이될때까지잊지마세요
어른이되어서도끝까지잊지마요
어떤아이가물만난물고기처럼
세상을건널때어떤아이는물맴이처럼
세상그누구에게도말할수없는슬픔근처에서
뺑뺑매암을돈다는걸요.
_「물맴이에게서온편지」전문
시인은“가만히눈을감아야보이는누군가의마음을꺼내”(「비를데리고와도괜찮아요」)시를쓴다.시인의마음은가장춥고,가장쓸쓸한아이에게닿아있다.맘놓고울기위해집에서도숨을곳을찾는아이(「곧울거예요」),“잘못지내,라는말속의‘못’을”꿀꺽삼켜버리고나는잘지낸다며얼버무리는아이(「두더지씨의두더지놀이」),돌아가신할머니를“아기작아기작두꺼비처럼”그리워하는아이(「두꺼비」).김륭시인은햇살이가닿지못한아이들의마음을가만히보듬어자유로운상상의세계로인도한다.무엇에도얽매이지않는그세계에서는어떤존재도혼자가아니기때문이다.마음만먹으면“양이될수있고//늑대로변할수도있는”파격적인상상은놀람에서멈추지않고“같이있는꿈”을꾸기위한장치이자한계를넘은이해와연대의발판이된다.“시인이대상에대해뜨거운내적숙성”의과정을거쳤기때문일것이다.(유강희)그리하여서로에게건네는따뜻한안부인사가된다.
내마음을꺼내보거나누군가에게구경시켜줄수있다면세상의모든것을바꿀수있을지모른다.(…)마음이란게그렇다.혼자두면투명해져보이지않거나검정으로변한다.더늦기전에나는나를,당신은당신을꼭안아줘야한다._시인의말중에서
화석으로남아있던동물들도천천히
몸을일으켜나를쳐다보겠지
더새로운동시를향해
뚜벅뚜벅모험을떠나는상상
싸움을잘못해요
사랑도그래요잘못해요
잘해야하는것들을잘못해요
그래서아프거나슬픈건잘해요
정말놀라울정도죠
비장의무기가있죠
난싸울때도사랑할때도
몸이아니라마음을
사용하거든요
_「비장의무기」부분
시인의새로움,파격,상상력의근간에는‘비장의무기’가있다.그것은바로극진한사랑의마음이자동심에대한믿음이다.묵직한진심이균형을잡아주는덕분에새로운동시를찾아가는낯선여정에서도길을잃지않을수있었다.“세상을처음으로인식하는아이처럼.새롭고좋은동시는우리가한번도언급하지않았던동심까지재발견하고재해석”(김륭,『고양이수염에붙은시는먹지마세요』중에서)하기에김륭의동시는어린이의마음속으로끊임없이길을떠난다.『내마음을구경함』에는고여있는존재가없다.사과,딸기,포도가길을걷고(「과일가게과일들이걷기시작하는데」),그림속당나귀가걸어나오고(「당나귀도둑」),집밖으로나갈수없던코끼리가나비처럼날아간다(「코끼리두마리와나비한마리」).모든존재가통념의틀을훌쩍뛰어넘어“시에활달한리듬감이조성되고가로막힌존재와존재사이에통로”(유강희)가열린다.동떨어져있는존재들을연결하고,굳어진언어에활력을불어넣으며어린이들에게“메시지를보낸다”.“깁밥싸서꽃찾아가는나비처럼”가볍게다같이어울려놀자고!
온세상이달달참달콤하게돌아가
화가노인경이펼치는시적사랑의풍경
노인경화가는김륭시인의첫동시집『프라이팬을타고가는도둑고양이』부터『삐뽀삐뽀눈물이달려온다』『엄마의법칙』『달에서온아이엄동수』까지시인의동시세계를꾸준히그려왔다.이번『내마음을구경함』에서는고운색채로예민하고부드러운시의정서를독자의눈앞에불러온다.투명한수채와다감한색연필표현은장난꾸러기같은캐릭터들과어울려조화를이루고,독자들이동시를더욱가뿐하고사랑스럽게마주하도록이끈다.어린이독자들이다정한시의풍경아래에서자신의낯선마음을가만히구경할수있기를바란다.
입보다먼저머리를달콤하게하는
사탕세개가있다.
아차!나를빼먹을뻔했네.하지만나는사탕주인이니까마지막에
사탕두개가있다.사탕이다녹기전에
결정해야한다.나를달콤하게할
사람둘
하나는그애입속에서,하나는내입속에서사르르
벌써녹아사라지기시작하는데
아직호주머니안에있는사탕두개가
슬슬심심해지는금요일
오후
_「내마음을구경함―호주머니속에사탕네개가있다고생각해보자」부분
*인증유형:공급자적합성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