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1 -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06

부활 1 -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06

$14.08
Description
사회의 추악과 허위를 직관하는 거장의 예술적 리얼리즘
사랑이 파괴하고 사랑이 다시 지은 진정한 인간 부활의 시
톨스토이가 십 년에 걸친 집필 끝에 71세이던 1899년에 발표한 장편소설이자, 불멸의 문학적 성취인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니나』에 이어 3대 장편의 대미를 이루는 역작 「부활」이 톨스토이 번역의 최고 권위자 박형규 교수의 완역에 섬세한 개정을 거쳐 새롭게 출간되었다. 혁명의 뇌우가 예감되던 제정러시아 말기의 불합리한 사회구조와 종교적 모순을 폭로하면서 영혼의 부활을 통한 인간성 회복을 역설한 이 작품에서 톨스토이는 부활의 원동력을 그리스도의 ‘산상수훈’에서 찾았다. 정부와 사회, 종교, 특히 재판제도와 교정시설에 대한 날선 고발로 가득한 이 앙가주망 소설은 쾌락에 굴복한 삶을 살았고 그로 인해 처절한 환멸과 자괴감으로 고뇌했던 톨스토이의 젊은 날이 투영되어 더욱 신랄하며, 민중의 삶, 죄수들의 삶, 정치범들의 삶, 상류층과 관료들의 삶을 날것 그대로 옮겨놓아 “실제 진실에 대한 허구적 확증”이라 상찬되었고, 로맹 롤랑은 “예술적 성서”라 평했다. 중년에 이르러 깊은 실존적 우울에 빠진 톨스토이는 죽음 앞에서 인간의 모든 활동은 무의미하다 생각했으나 민중의 신앙에 감명받아 러시아정교에 몰두했다. 그러나 교회가 부패한 종교기관일 뿐임을 자각하고 이후 그리스도 산상설교의 가르침을 통해 그동안 자신을 마비시켰던 죽음의 공포를 극복했다. 노년에 접어든 그를 다시 삶과 예술의 세계로 되돌린 깨달음의 마지막 언명과도 같은 소설 『부활』로 인해 톨스토이는 출간 이 년 후인 1901년 러시아정교회로부터 영구 파문당했다.
저자

레프톨스토이

러시아의소설가이자시인이자사상가.도스토옙스키와함께19세기러시아문학을대표하는대문호로손꼽힌다.1828년9월9일,러시아남부의야스나야폴랴나에서톨스토이백작집안의넷째아들로태어났다.2살과9살때각각모친과부친을여의고,이후고모를후견인으로성장했다.어린시절에는집에서교육을받았고,16세가되던1844년에까잔대학교동양어대학아랍·터키어과에입학하였으나사교계를...

목차

제1부…9
제2부(상)…309

출판사 서평

인간이다른인간을재판할수있는가
속죄를위한한남자의내적투쟁과뜨거운각성

톨스토이의『부활』은세계인들의기대속에1899년출간되어독일에서12개,프랑스에서15개다른번역판이출시될정도로열띤호응을일으켰고,『전쟁과평화』『안나카레니나』를능가하는큰사랑을받았다.과거자신이한여자에게저지른악행을깨닫고깊이속죄하면서세상의불합리와허위를인식하고정신적으로부활하는33세귀족청년의이야기였다.
『전쟁과평화』『안나카레니나』에이은톨스토이의세번째대작인이강력한소설은톨스토이의벗이자유명한재판관이던A.F.코니가들려준실제일화를바탕으로쓰였다는점에서더욱놀라운법정드라마로포문을연다.살인사건재판에배심원으로참석한네흘류도프공작은절도와살인혐의로피고석에선매춘부가자신이한때정욕의대상으로삼았던카튜샤임을알아본다.처음에는순수한마음으로사랑했지만군복무를하며타락과방탕에물들어다른남자들이다그랬듯이동물적본능만으로탐하다가이후죄책감마저성가셔기억에서도지워버린여자였다.더없이아름답고순수했던카튜샤는그의아이를임신한채집에서쫓겨나이집저집을전전하며하녀생활을하다가결국유곽의창부로전락했고칠년동안그렇게지내다지금살인과절도누명을쓰고재판정에끌려온것이었다.그는그녀가무죄라확신했지만배심원단의실수와재판관들의적당주의로결국카튜샤는시베리아징역형을선고받는다.

만일그가자신의행위에대해보상하고속죄하려시도하지않았다면,그죄가얼마나큰지결코깨닫지못했을것이다.그뿐만아니라그녀도자신이겪은죄악의전모를영원히알지못했을것이다.그제야모든것이남김없이드러났다.오늘그는자신이그녀의영혼에무슨짓을저질렀는지명확히알게되었고,그녀도자신이당한일을알게되었다.(1권262쪽)

네흘류도프는그녀의타락과비참한현실이모두자기때문이라생각하고남은평생을속죄하며이타적인삶을살기로결심한다.그는거대한영지를비참한현실의농민들에게나눠준뒤,시베리아로이송되는그녀를따라간다.그리고원심판결을파기시키기위해변호사와유력인사들을만나끊임없이도움을구하고,원로원에상소하고,황제에게탄원을올린다.그과정에서교도소에드나들며그곳의처참한실태를목격하고,무고하게수감된수많은자들을보고경악하며,끝없이악을배양할뿐인그곳에서무위의시간을보내는죄수들의불행을목도하고치를떤다.이를계기로그는사회의온갖현행제도가빚어내는잔혹과불의를점점더포괄적으로인식하게되고,귀족으로서의자신의삶에경멸과회의를느끼고분노하면서카튜샤뿐만아니라부정한세상의변화를위해살겠노라다짐하며외로운투쟁을이어간다.

목가적인밝은세계에서병들고썩어가는세계로의전환
후기톨스토이작품세계의집대성과같은감동의대작

출간당시부터많은논란을불러일으켰던이소설은사회모든영역의불의와부패,위선을통렬하게고발한다.수치심과혼란사이에산란하는어두운빛과그림자는크게세곳의배경에서굴절한다.1부는재판정과사법기관이라는권력이팽배한곳에서,2부는농노제폐지이후에도빈곤과극한의노동에시달리는비참한농민들의마을에서,3부는유형길에오른죄수들의행렬이끝도없이이어지고심지어그들이길가에서갑자기횡사하던러시아변방의거리와밀폐된교도소들에서다.

네흘류도프가가장분노한사실은,민중에게거둬들인세금으로막대한봉급을받는법원이나행정기관의관리들이자신들과똑같은관리가역시그봉급을받기위해쓴책을참고하면서거기쓰인법률을위반한사람들의행위를각각의조항에끼워맞추고그조항에따라사람들을어딘가먼곳으로,두번다시그들을볼수없는먼곳으로추방해버리고그렇게쫓겨난수백만명의정신과육체가잔학무도한교도소장과간수와호송병들의절대적인권력아래서파멸해간다는것이었다.(2권289쪽)

톨스토이의작품가운데어떤것도이작품처럼극단적인폄하와인정이라는양극을동시에뜨겁게지폈던작품은없었다.톨스토이는인간의나약함,도덕적유혹,상호파괴의본성에대해가공없이,『전쟁과평화』『안나카레니나』에서보인바자연에대한목가적묘사로상징되는건강과활력이넘치는세계에서“병들고썩어가는세계”로이동하고,‘상류사회’,범죄와부패가만연한악취나는교도소에서사람들의영혼을병들게내버려두는제도적종교와사회관습의은밀하고도숨겨진위선적사슬을고발한다.『부활』이농민에대한과세,국가기구의합법화된부패,정치범에대한교묘한탄압과같은문제에초점을맞추고있다는사실을감안할때러시아정부가톨스토이를면밀히감시했다는건놀라운일도아니다.

그의질문은아주간단했다.대체무슨권리로일부인간들이다른인간들을수감하고괴롭히고채찍질하고죽이는가,그들도그들이괴롭히고채찍질하고죽이는사람들과똑같은사람들이아닌가?(2권133쪽)

톨스토이는근대문학의거목이었고,인도주의와무저항주의를근간으로하는톨스토이즘을이끈사상가였으며,형식에얽매인‘국가’그리스도교와‘교회’그리스도교의위선과타락을비판하고‘원시’그리스도교로의회귀를주장하며「마태복음」산상설교의가르침대로자기완성의고행을이어나간종교가였다.그는국가권력의남용,시대와민중의뜻에거스르는군사적반동정치,기만적인개혁과농촌의몰락,그에따른정신적공황,기존의사회체계와도덕적가치관의급격한와해를경험하며때로는깊은성찰을담은문학작품을통해변화와개선을모색하고,때로는사회와현실의부조리에대한직접적이고도날선언명으로분투했던실천하는멘토였다.톨스토이의작품세계와천착했던모든사상과신념이집대성된『부활』은그가세상을떠난지백십여년이흐른지금도우리가살고있는시대에대해여전히중요한이야기를하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