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인사 - 문학동네 청소년 61

오늘의 인사 - 문학동네 청소년 61

$12.50
저자

김민령

동화와청소년소설을쓴다.쓴책으로는청소년소설『오늘의인사』『누군가의마음』,동화『나의사촌세라』가있다.『외로움의습도』『사랑의입자』『중독의농도』『존재의아우성』『관계의온도』『복수는나의것』등의청소년단편집에공저자로참여했다.

목차

오늘의인사……7
너를기다리는동안……33
편의점앞으로……61
달콤하고찐득찐득한……87
○○의목록……109
뷰박스……139
혜성이지나가는밤……161

작가의말……185

출판사 서평

청량하고애틋하게,
오늘의다름을발견하고알아채는일곱편의이야기

작품활동을시작한지올해로16년차인김민령작가는느리지만신중한걸음으로동화와청소년소설을꾸준히발표해왔다.제2회창비어린이신인문학상평론부문을수상한평론가이기도한그는나날이변화하는우리아동청소년문학을세심하게들여다보고사려깊은목소리를보태는일또한부지런히해왔다.마침내출간된,많은이들이오랜시간기다렸을김민령의단편집『오늘의인사』에는지금까지발표한청소년소설중다섯편과미발표작두편이실려있다.청량하고경쾌한소설부터애틋하고아릿한소설에이르기까지읽을거리가풍성하다.수록작모두자극적인소재없이누구나한번쯤느껴봤을감정과내면의미세한변화를포착한다는점에서는결을같이한다.교실에서대번에눈에띄지는않는,무던하고평범한청소년을주요인물로삼았다는점또한일곱작품의공통점이다.“스물일곱명이앉아있는교실안에는스물일곱개의우주가있”으니(28쪽)이책에는적어도일곱개의우주가담긴셈이다.

허리를삐끗하기전엔
내허리가제대로붙어있는지생각해본적이없었어.
먼지는늘여기에있지만
햇빛이비치지않으면보이지않지.
나나가결석한오늘
나는그어느때보다도많이나나를생각했어.

만약내가없으면,그빈자리는어떻게보일까?

『오늘의인사』에서는무존재감에서존재감으로의변화라는모티프가다양하게변주된다.「너를기다리는동안」의나나와선생님은부재할때오히려존재감이강렬해지고,「혜성이지나가는밤」의정은이눈여겨보지않고지나치곤했던라면집은승조가거기산다는걸알게된후부터특별한색을띠는장소가된다.교실에서의존재감이흐릿해곧잘잊히곤하는「뷰박스」의이진은우연한기회를통해정운에게잊지못할순간으로각인된다.「오늘의인사」의성규가하은에게반해버린아침은,타인이내마음속에서차지하는부피가얼마나순식간에거대해질수있는지를보여주는시간이다.“내가없을때무슨일이있을까,그게너무궁금한데절대알수없지.내가결석을하면어떻게될까,혹시자퇴를하면어떻게될까,내가사라지고나면무슨일이벌어질까.”(「○○의목록」)자기자신의존재감또한빼놓을수없는화두가된다.그렇게나도몰랐던내마음들,내시야밖풍경을알아차리다보면어느새열일곱살의하루가저물어간다.마무리는언제나같다.어제와는너무나달랐던오늘에인사를건네며하교하는것.두발아래느껴지는바닥의단단함을느끼면서.

「오늘의인사」
매일아침마태현은이하은에게인사를한다.활기차고다정하게.마태현이이하은을좋아한다는걸모르는사람은없다.바로그렇기때문에,성규는매일등굣길에한숨을푸욱내쉬게된다.왜하필이하은에게반해버린것일까…….하지만이미시작된짝사랑으로부터도망칠길은없어서,성규는하은이공연을한다는교회로향한다.그곳에서마주친것은뜻밖에도같은반의예서였다.낭랑한목소리로상욕을찰지게하는,어울리지않게도목사님의딸이라는예서는성규에게하은에관한이야기를들려준다.

「너를기다리는동안」
공교롭게도나나가학교에오지않은날부터교문앞에검정파카의여자애가나타난다.작고빼빼마른그러나이름은모르는누군가를애타게찾는검정파카.그여자애의사연을둘러싼추측이무성해진다.한편이정은늘같이등교했으면서도정작아는것은별로없는나나에대해,나나가있을때보다더많이생각해보게된다.

「편의점앞으로」
진이와은지,수영과선유.넷은고등학교에들어온후어디서든함께다.물론여럿이있으면개중조금은덜친한사이가있기마련이지만,같이있으면더할것도뺄것도없는완전체가된다는건분명하다.그런네사람사이에미묘한균열이생겨난다.은지에게모르는번호로문자메시지가오기시작하고부터다.은지의중학교시절을암시하며욕과비난이가득한문자메시지를보내는이는누구일까.도대체은지는중학교때어떤아이였던걸까.

「달콤하고찐득찐득한」
로미는우연히낯선동네에서같은반친구은석을마주치고,그일은로미에게특별하게다가온다.하나뿐인친구,소중한친구,나만의친구인은석에게로미는날마다커피,생수,샤프,문제집,자기가가진모든것을준다.별것도아닌데,받지않겠다는은석을로미는이해할수없다.한편그런로미에게양희가다가서서두툼한카디건처럼따뜻하게말을건다.찐득찐득하지만달콤한,그래서끝을모르고먹게되는캐러멜처럼미묘하고도복잡다단한관계의성질을감각적으로풀어낸작품.

「○○의목록」
기영이자퇴를결심한데거창한이유가있는것은아니다.학교에다니는것이별의미가없는것같아서,무용하게시간이가는걸기다리기만할수는없어서할수있는걸해보려는것뿐.그러나기영이담임에게자퇴선언을한날,공교롭게도승재가구름다리에서뛰어내리는소동이일어나는바람에자퇴는어영부영미뤄져버렸다.기영은자신이떠나고난뒤의학교에대해처음으로생각해보게된다.학교에남는아이들에대해서,그리고기영이나승재가사라지고난뒤의빈자리에대해서도.

「뷰박스」
허리통증을빌미로체육수업을빼먹고혼자교실에남은정운.알만한애들은다알정도로티내며사귀던여자친구혜리에게차인후머릿속이복잡하기만하다.쉴새없이흘러가는시간에서내려선것같은기분도잠시,같은반이진이교실문을열고들어선다.알고보니이진은2학기절반이넘도록모든체육수업을빼먹고있었다고한다.그러나워낙존재감이없어서그누구도알아차리지못했다고.정운은이진의이야기에귀기울이며뜻밖의풍경을마주하게된다.스스로가희미하게존재하는먼지같이느껴질때,나의중심을세우는척추가기울어지고있다고느껴질때쉼표가되어줄이야기.

「혜성이지나가는밤」
늘울고싶지만울어본지가언제인지까마득한정은과더이상울지않는승조.어느비오는날우연히마주친두사람은그저서로의옆자리를가만히채워주는것으로서로의위안이되어간다.84년만에찾아온다는혜성이야기로세상이떠들썩해도정은과승조가함께하는시간은고요하기만하다.정은은도시를떠나기위해공부를해야하고승조는도시에남아어린동생을챙겨야하기에,둘에게남은시간은그리길지않을지모른다.두번다시볼수없을지도모르는혜성이저멀리지나가는밤,궤도가다른두사람은함께혜성을볼수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