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진 (안보윤 장편소설)

여진 (안보윤 장편소설)

$14.80
Description
상처를 끌어안고 회복을 예언하는 이야기의 힘
2021년 김승옥문학상 우수상 수상작가 안보윤 신작 장편소설
일상의 그늘진 곳에서 고통받는 이들을 직시하며 평온해 보이는 세계의 불편한 진실을 조명해온 작가 안보윤의 장편소설 『여진』이 출간되었다. 『여진』 2018년 현대문학 교수 350명이 뽑은 ‘올해의 문제소설’에 선정된 동명의 단편소설을 확장한 작품이다.

단편 「여진」은 작가의 두번째 소설집 『소년7의 고백』에 수록된 소설로, 어릴 적 층간소음 보복 범죄로 조부모를 잃고 죄책의 굴레에 스스로를 가두게 된 남매의 비극을 천착하며 가해와 피해를 선명하게 나누는 것이 과연 가능한지, 예기치 못한 비극 앞에서 아동에게 사회적 낙인을 찍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 질문을 던진 바 있다.장편소설 『여진』은 단편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어른이 된 남매가 과거의 사건과 연관된 인물로부터 병든 개를 맡아 기르게 되면서 마침내 희망의 가능성을 열어내기까지의 여정을 담는다. 안보윤은 순도 높은 핍진성으로 존재들의 아픔을 그려내고, 특유의 위트와 환상적인 묘사로 상처를 어루만지며, 점차 단단해져가는 그들 각자의 서사를 통해 회복의 길을 예언한다.
저자

안보윤

2005년장편소설『악어떼가나왔다』로제10회문학동네작가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장편소설『오즈의닥터』로제1회자음과모음문학상을,단편소설「완전한사과」로2021년김승옥문학상우수상을수상했다.소설집『소년7의고백』『비교적안녕한당신의하루』,중편소설『알마의숲』,장편소설『밤의행방』『사소한문제들』『우선멈춤』『모르는척』이있다.

목차

1부_007
2부_123
3부_169

작가의말_231

출판사 서평

‘살자격’을스스로심문해본적이있는이들과
이소설을함께읽고싶다._최은미(소설가)

소설의주인공인‘나’와‘나’의누나는지울수없는상처를안고살아가는중이다.어린시절그들은우울증을겪고있는할머니를지켜보는일상을보냈다.방학이되어조부모댁에서생활하게된남매는때로는술래잡기를하고,때로는할머니가내어준밀가루반죽을치대며집안에활기를불어넣으려애썼다.그러던어느날,층간소음에불만을품은아랫집남자가할머니와할아버지만남아있는집의문을두드리면서가족은비극을맞이했다.혼자서는신발끈도묶지못하던어린‘나’는경찰서에서,법정에서,그리고얼마지나지않아서는일상에서도집요한질문과과도한동정,경멸섞인목소리의한가운데에서게되었다.

소년은이제알수있었다.소년과소년의누나안에서어떤세계가완전히막을내렸음을.희망이나기적이나오래오래행복하게살았습니다같은것들을간직하고있던세계가지금,흔적도없이사라져버렸음을.소년은도도의발가락과두두의발뒤꿈치를간신히바닥에붙이고섰다.서서히땅이흔들리기시작했다._본문중에서

남매는어느덧성인이되었지만여전히죄의식이라는,스스로에게내린잔혹한형벌속에살고있다.그러나고통속에살고있는것은이들뿐만이아니다.남매의할머니에게따스한보살핌을받았던살인자의아들또한끝내건네지못한사과를가슴에품고환상적존재인‘슬픔을지워주는남자’가되어남매의주변을맴돈다.남자는‘나’에게개를맡기고,그대가로넘치는보수를입금하는방식으로속죄하고자한다.‘나’와남자가다시한번조우하게되면서소설은점차인물들이지닌상처의핵심에다가선다.

층간소음문제,아동학대,동물학대등현대사회의문제를폭넓게다루는이작품에서,안보윤은순도높은묘사로등장인물들의속죄를장면화하며범죄피해자와가해자가족들의처절한아픔속으로독자를끌어들인다.작가는사건주변부의끝나지않는고통을소설로옮김으로써학대를방조하고,쉽게타인을대상화하며,불의에무감각한우리사회의뿌리깊은부조리함을폭로한다.또한조금만주의를기울이면쉽게발견할수있는주변의아픔을우리또한묵과해온것은아닌지선득한마음으로되돌아보게한다.
『여진』은그러나우리주변에이토록처절한아픔이존재한다는것을알리는데에서멈추지않기에더뜻깊다.남자와재회한후과거의상처를거리를두고바라볼수있게된남매는개와산책을하고,함께음식을나눠먹고,나란히앉아같은곳을바라보기시작하며조금씩마음의거리를좁혀나간다.슬픔으로가득한존재들이자신을아끼고,서로를돌보며,결국삶을살아내는방법을스스로깨우쳐가는이소설의결말에이르러,안보윤은현실의무수한비극이남긴여진으로고통받고있는이들이언젠가는회복의길로접어들게되리라예언하는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