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어떻게대통령이됐을까
2016년11월8일,도널드트럼프가미국제45대대통령으로당선되자많은이들이경악했다.물론그의당선을기뻐하는많은공화당당원들과지지자들이있었지만“어떻게이런일이?”라는반응이주를이뤘다.그도그럴것이공화당의도널드트럼프가얻은표는6,298만4,828표,민주당의힐러리클린턴후보가얻은표는6,585만3,514표로,클린턴후보가무려300만표가까이더많이득표하고도선거에서패했기때문이다.이책『선거는어떻게대중을유혹하는가』의저자이자미국정치전문가로서국내외정세에관해깊이있고균형잡힌인사이트를제공하는것으로정평이난김지윤박사에따르면,여기에는복잡하고기괴하기까지한미국대통령선거제도의모순이숨어있다.미국은50개주마다대통령을뽑는선거인단이배분되어있고,각주에서한표라도더많이득표한후보가그주에걸려있는선거인단을모두가져간다.대통령선거가선거인단에의한간접선거방식으로치러지므로실제득표수보다선거인단수가훨씬더중요하다.이런시스템덕분에클린턴보다300만표가까이적게얻은트럼프는304명의선거인단을확보하면서227명의선거인단을차지한클린턴을가뿐하게누를수있었다.이때트럼프의승리에큰힘을실어준곳중하나가바로미국오대호를둘러싼동북부와중서부지역인러스트벨트다.1970년대제조업의호황을구가하던중심지였지만이제는지난날의영화를기억저편에간직한채몰락해가는러스트벨트의공장노동자들.세계화와자유무역으로직접적인피해를본그들을끌어안은후보는한때노동자를대표하던정당이었지만이제는변해버린민주당의클린턴이아니라보호무역주의와반이민정책을강력히주장한공화당의트럼프였다.러스트벨트의많은유권자가트럼프에열광한것은결코우연이아니었다.
과연누구를위한정당인가
미국제32대대통령으로당선된민주당의프랭클린루스벨트는1933년뉴딜정책을내놓으면서이전까지미국에서환영받지못하던사회복지정책과정부주도의적극적인경기부양책을내놓았다.그리고30년뒤민주당의린든존슨대통령은‘위대한사회’라는대대적인사회보장프로그램을시작했다.이런일련의과정을거치면서민주당은노동자와취약계층을위한정당,반기업적정당이라는이미지를가지게되었다.한편공화당은1980년대통령에당선된로널드레이건의집권기를즈음해본격적으로기업과부유층을위한감세조치를시행하며이들의이익을대변하는정당으로자리잡았다.
그러나역사적으로두정당은이후시류에따라서로의정책과노선을맞바꾸며모습을달리해왔다.유색인종과이민자에대한입장도이와다르지않다.2000년대들어흑인대통령과여성대통령후보를배출한민주당은과거굉장히인종차별적인정당이었고,에이브러햄링컨이대통령으로재임하던시절의공화당은오히려노예제폐지를강력하게주장했다.저자의분석에따르면,특정시기에뜨는이슈에대한정당의포지션은가변적이다.여기에는지지자들의성향과여론이큰몫을한다.선거가코앞에닥친기간일수록이런경향은더욱뚜렷해진다.선거에서이기려면나에게표를줄것같은유권자의표심을읽어제대로공략해야하기때문이다.
투표율의정치학
트럼프대통령이2016년대선후보시절당시멕시코이민자에대해쏟아낸모욕적발언은매우유명하다.많은사람이증오와혐오를조장하는정치를한다며그를비난했다.그러나저자는이지점에서역대미국대선전의‘투표율’관련전략에주목한다.미국은우리와달리국가가알아서유권자로등록해주지않는다.투표의지가있는유권자가스스로등록절차를마쳐야한다.그렇다면후보입장에서는당연히나를찍어줄것같은유권자를한명이라도더투표장으로나오게만드는전략을써야한다.2008년오바마캠프는마이크로타깃팅을기반으로인터넷과온라인을적극활용함으로써많은유권자를동원했고,2012년재선도전때는여기서한걸음더나아가상대정당의설득가능한유권자를우리편으로끌어들이는대담한설득전략에힘을쏟았다.그런데2016년트럼프캠프의선거전략은사뭇달랐다.가능한한많은유권자를투표장으로이끌어내는‘우리네투표율올리기’가아니라나한테투표를안할것같은사람을아예투표장으로나오지않게하는‘너네투표율낮추기’전략을쓴것이다.이를위해인종,성별,출신,정치성향을기준으로하는편가르기를포함해가짜뉴스나흑색선전같은네거티브기술을교묘하게사용했음은물론이다.2020년재선에도전하는트럼프의자세역시별반다르지않다.특히올해는조지플로이드사망사건으로촉발한‘블랙라이브스매터’운동,시민대경찰갈등등으로,트럼프에게는최적의환경이조성된셈이다.‘너’와‘나’를가르고,‘그들’과‘우리’를가르고,진정한미국인과외국인을가르는사이,유권자의표는갈곳을잃는다.
왜우리는수고를무릅쓰고투표를하는가
2016년미국대선에서명백히드러났듯이여론조사와투표는다르다.투표는적극성과후보에대한강한지지가뒷받침되어야하는‘행동’이기때문이다.유권자등록도하고,공약과정책을살피고,때로는토론도하고,투표장에가서줄을서고,개표결과도확인해야한다.그런데우리는왜이런수고를무릅쓰고투표를하는걸까.흔히말하듯‘민주주의사회의구성원으로서갖는책임감’이우리가투표를하는하나의이유이겠지만,저자는좀더근본적인요소를언급한다.바로‘재미’다.고상하게우리의대표를뽑는절차라고하지만결국선거는외나무다리위의‘결투’요,거대한쇼처럼신나게사람들을몰아가는한바탕‘놀이’다.후보와정당을지지하면서그들과일체화하며마치자기가선거에출마한사람인양흥분하고,TV토론회에서후보들이서로를날카롭게공격하는모습을보며흥미진진해한다.게다가선거철만되면지금까지뻣뻣하기만했던높으신분들이“저를선택해주세요!”라고외치며손한번더잡으려하고,눈한번더맞추려하고,우리앞에서친근한척한다.몇년에한번씩돌아오는유권자로서의권리를마음껏향유하는유일무이한기회인셈이다.
안타까운점은모든경쟁에서는승자가있으면반드시패자가있다는사실이다.내가지지하는후보와정당이승리하면마치자기가승리한것처럼뿌듯해지고,혹여패배하면불안한앞날을예감하기라도하듯망연자실해진다.그러나저자가강조하듯민주주의의진정한가치는승자가승리를어떻게누리는지가아니라,패자가패배를어떻게받아들이는지에달려있다.트럼프가등장하고나서많은사람이민주주의의취약성에대해우려했다.심지어벌써부터많은이들이혹여트럼프대통령이선거에서질경우,자신의패배를인정하지않을것이라는생각들을하고있다.그러나이또한‘미국민주주의’의맷집이얼마나강한지알아보는하나의리트머스테스트이며,결과가어떻든미국은지금까지그래왔듯또한번의고민과수정을거치며자신들의나라를만들어갈것이다.대중을유혹하는선거와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