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이후의 경제철학 : ’좋은 삶’을 원한다면 어떤 경제를 선택해야 하는가

위기 이후의 경제철학 : ’좋은 삶’을 원한다면 어떤 경제를 선택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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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홍기빈

서울대학교경제학과를졸업하고,동대학원외교학과석사과정을마쳤으며,캐나다요크대학교대학원정치학과에서박사과정을수료했다.금융경제연구소연구위원을거쳐현재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KPIA)연구위원장과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소장을맡고있다.팟캐스트‘홍기빈의이야기로풀어보는거대한전환’을진행했으며,온·오프라인의여러매체에칼럼을기고하고있다.지은책으로『어나더경제사』『살림/살이경제...

목차

서문

1부.위기
1.우리는풍요롭지않다
계속성장하고계속소비할수있을까/사회적불평등과‘인적자본’/무기력해진인간
2.세속종교가된경제학
세속종교와인간의이미지/호모이코노미쿠스,경제적인간
3.이것이인간일까
인간의‘스냅사진’으로서의경제적인간/인간은살아간다/허무,고독,불안은인간의운명이아니다

2부.경제적인간
1.법칙을찾아라
‘잘못놓여진구체성’/욕망과상업/애덤스미스/맬서스와리카도,‘임금철칙’/밀의‘수줍은’경제적인간
2.경제적인간을놓고벌어진‘전투’
경제학이찢어지다/‘방법론전쟁’/경제인류학대시카고경제학
3.‘삶이예술의모방’이되어버리다
‘사이보그’가된인간/‘경제적인간’의전성시대/‘카메라가아니다’
4.실제의인간을그려낸이들
존러스킨/소스타인베블런/칼폴라니와칼윌리엄캅

3부.욕망
1.욕망은무한하지않다
욕망의해부/허무,무한소비라는질병의증상
2.욕망의‘양’을찾아내는방법
수단의양은목적으로결정된다/목적은더상위의목적을위한수단이다/인생의궁극적목적으로서의‘최고선’과‘좋은삶’
3.욕망에질서를부여한다
살림살이경제학/무엇을조달할것인가,어떻게조달할것인가/‘욕망의포트폴리오’
4.부엔비비르
욕망에는위계가있다/나와이웃과사회와자연이조화를이루는삶

4부.활동
1경제적인간의운명은‘불안’이다
‘경제적인간’의활동1:합리적계산과선택/‘경제적인간’의활동2:고역스런노동/내가나를지배하는테일러주의
2‘피어나는삶’으로서의경제활동
에우다이모니아/잠재된욕구란/욕구와능력은동전의양면이다
3활동으로서의‘부’
중세말이탈리아상인들의시각/무엇을물려줄것인가/활동을어떻게조직하고계획할것인가

5부.관계
1.‘인적자본’의시대
노동에서인적자본으로/인적자본은‘전기양’을꿈꾸는가/투쟁영역의확장
2.19세기의‘협동’경제사상가들
퇴니스의‘동지사회’/프루동의‘상호주의’/오언의‘협동’
3.21세기의‘협동’경제조직들
플랫폼협동조합/동료생산·커먼즈/연대경제

6부.미래가힘이다
1.인간의본성이란있는것일까
노동의‘소외/양도’/‘유적존재’는없다
2.인류의경제생활은끊임없이진화한다
베블런의진화경제학/결국다시‘좋은삶’인가
3.산업사회의진화가새로운경제생활의틀을만든다
산업의변화/잠정적유토피아
4.위기이후의세상이온다

더읽기를권하는책들

출판사 서평

이렇게말랑하고통쾌한경제학책이라니

정치경제학자홍기빈은대안적사회의정치경제질서를설계하고구축하는데연구와활동을병행해왔다.이번『위기이후의경제철학』에서홍기빈은우리가지금처해있는위기,곧생태위기와사회적불평등이빠른속도로악화되고있다고진단한다.그리고삶을풍요롭게해야할경제생활이도리어우리를허무와고독과불안의늪으로몰아넣고있다고말한다.이러한파국을눈뜨고바라보면서도아무것도할수없는무기력한존재,‘지구상의가장한심한동물’로전락한상황이이위기의가장큰원인이자결과물이라고말하는저자는이제다른선택이없음을강조한다.지금의지구적산업문명은결코‘지속가능한’틀이아니며,그근간이되는경제생활의틀을바꾸어야한다는것이다.이를위해서인류의의식을지배하고있는‘경제적인간’이라는세속종교를철폐하고,오염되고더럽혀진인간의이미지를회복해새로운경제철학과새로운경제생활의틀을마련해야한다고촉구한다.
“이책은학술서적이아니다”라는전제가이책의첫문장이다.그러나책을읽어내려가다보면이말이큰함정이었음을어느순간깨닫게된다.이론으로무장한딱딱한‘경제학’책이라면지식과정보습득차원에서건조하게읽으면될테지만,이책은읽는이를감정에휩싸이게하고,자기삶을돌아보게하고,나와우리의미래를생각하게만든다.경제학자의이름과학문적논의를최소화했다고하지만사실은적잖은경제학용어와해석으로가득하다.다만이것들이우리의고민,우리경제생활의문제로살짝감싸여있을뿐이다.저자가밝혔듯이이책은우리가“살아오면서틀림없이느꼈을이야기,좌절하고답답했지만답이없어서접어두었던이야기,무어라이름을붙일수는없지만이럴수있지않을까라고막연히생각했던이야기들”이기때문이다.결국저자가말하는바는경제학이아니라경제철학,경제생활,경제활동이며,이책은결정되지않은책,우리가함께써내려가야할책인셈이다.
그래서저자는우리생활과밀접한질문들을던지며이야기를풀어나간다.‘우리는먹고자는시간을제외한거의모든시간을경제활동에쏟아붓지만왜삶은좀처럼나아지지않을까?’‘이렇게경제생활에온힘을쓰면쓸수록왜허무와고독과불안은더커져만갈까?’‘뿐만아니라생태위기와사회적불평등은왜더욱공고해져만갈까?’이들질문에대한답을찾아나가는지난한과정을생략하고저자의결론을먼저소개하자면,“경제생활이우리를허무와고독과불안으로밀어넣도록짜여져있다면,우리가해야할일은그러한경제생활의조직방식자체를바꾸는일”이라는것이다.

열과성을다할수록허무와고독과불안만을안겨주는지금의경제생활의틀을검토하고바꾸는노력,그리고생태위기와사회적불평등으로대표되는지금의지구적산업문명의위기를진단하고고쳐나가는노력은같은것이될수밖에없다.‘위기이후’의세상을살아가야할우리는이제다른경제학과다른경제생활의틀을생각해야한다.(17쪽)

위기,위기이후,위기이후의경제학

홍기빈은우리가처한수많은위기속에서두가지에특히주목한다.그것은생태위기와사회적불평등이다.이는지난30년간의산업문명에서새롭게모습을드러낸현상이기에그렇다.생태위기는산업문명의지속가능성은물론,인간뿐만아니라현존하는생명영역(biosphere)전체의안녕을위협하고있다.이에대한많은경고의목소리와해법이제시되고있지만정작가장근본적인질문,즉지금우리경제생활의틀을완전히바꾸어야한다는문제는대부분회피하고있다.
우리는과연계속성장하고,계속소비할수있을까?더많은소비와더많은경제성장은우리마음과의식속에하나의세속종교와같이절대적인목표로자리잡고있다.그러나저자는이는어디까지나20세기후반이후의불과100년도채되지않은현상이며,20세기초까지만해도경제학의주된관심사는성장이아닌‘균형(equilibrium)’이었음을강조하고있다.

2차산업혁명으로‘대량소비ㆍ대량생산’이라는틀이자리잡았으며,대공황과제2차세계대전을통과하면서경제의지속적인성장이국가목표로떠올랐고,이를‘정밀하게계측’하는성장회계가발전했다.또노동과자본의고질적인계급갈등에대한치료책도경제성장과소비팽창으로주어졌으며,특히20세기끝무렵에는잘사는나라와못사는나라사이의불평등에대한해결책으로도경제성장이주어졌다.(20쪽)

홍기빈은무한의소비팽창이20세기중반을거치면서이제는으뜸가는미덕이되었고,이를가능케하는무한의경제성장은절대적인‘공공선(commongood)’이되었다고비판한다.
그는지금우리의경제생활의틀이세층위의위기에둘러싸여있다고말한다.첫째는자연과인간의관계에서생태위기를낳고있으며,둘째는인간과인간의관계에서경제적불평등을낳고있고,셋째는개인의삶과마음의차원에서허무와고독과불안을낳고있다는것이다.이러한생활의틀은지속가능하지않다.자연과의관계를망치고,이웃과의관계를망치고,나자신과의관계를망치는이런삶은결코우리가바라는모습이아니다.
저자는결국위기에휩싸인지구적산업문명의상태를당연한듯받아들이게만들고,만족스럽지못한경제생활에대해서도그저체념할수밖에없는무기력한존재로만드는근원이세속종교가된경제학에있음을지적하는것이다.그래서인간을허무와고독과불안으로몰아넣는경제생활의틀에서끄집어내마음과몸으로움직이는활기찬인간을다시소생시키기위해서새로운경제학이필요하다고강조한다.

‘경제적인간’이란없다

홍기빈은여기서아주날카로운의문을제기한다.‘경제적인간이라는것이정말현실에존재하는인간일까?’라는의문이다.그리고재차묻는다.“한번물어나보자.그런사람을실제로본적이있나?(…)또나자신은과연그런사람인가?결코그런사람을본적도없고,나자신도그런사람과는거리가멀지않은가?”그러면서저자는화이트헤드(AlfredWhitehead)가근대과학의함정으로지적했던‘잘못놓여진구체성의오류’를소환한다.수성을‘질량과힘이라는두가지요소만을가진물질’로생각할수있지만이는어디까지나수성의공전궤도를도출하기위한추상적개념일뿐실제로존재하는수성은아니라는것이다.마찬가지로‘경제적인간’이라는것도인간이지닌몇가지측면을가지고경제학자들이경제이론을구성하기위해얽어놓은추상적개념에불과하다고말한다.
그러나경제학과경제사상의역사가이러한‘경제적인간’을주인공으로삼아서전개되지만은않았다.저자는자기이익에근거하여최대의쾌락과최소의고통을번개같이계산하여선택하는컴퓨터프로그램이아니라,사랑하고꿈꾸고관계를맺고절망을극복하면서경제활동을해온인간본연의모습을담아경제이론을구축하려고노력했던존러스킨,소스타인베블런,칼폴라니,칼윌리엄캅같은경제학자들을한명한명소개한다.
다시저자는또하나의의문을제기한다.거의모든경제학교과서의첫머리에등장하는“사람의욕망은무한하며,주어진수단은항상부족하다.이러한‘희소성(scarcity)’의조건아래에서들어가는노력및희생을최소화하고얻을수있는이익과기쁨을최대화하는방식을우리는경제라고한다”라는문구.문제는‘사람의욕망은정말무한한가’이다.저자는욕망의종류는개개인의다양성만큼무한히많으며,잠깐만생각해보아도이러한명제에의문이생긴다고말한다.‘인간의욕망은무한하다’라는명제는인간욕망의모든복잡한차원을뭉그러뜨려버림으로써인생의의미가담긴‘좋은삶’이라는것을‘더많이벌어더많이소비하는것’으로생각하게한다.결국존재는물질과정보라는두가지의흐름으로해체되기에이른다.

하나는물질의흐름이다.내눈과입과귀,몸의모든감각기관을거치면서‘즐거움’을주고지나가는물질들은나를거쳐폐기물과폐에너지로흘러간다.그반대방향으로흐르는것은돈이다.겉으로보면그냥얼마의액수가흘러가는것같지만보다심각한의미는그돈의흐름에담긴정보다.(…)‘나’는그래서물질및에너지와화폐및정보의흐름이교차하는결절점으로작아진다.(121~122쪽)

21세기의‘경제적인간’은노동이라는상품을넘어‘인적자본(humancapital)’으로진화했다.인적자본들은끊임없는경쟁속에서자신의자본가치를높여야하며,거기에도움이되는‘네트워크’를만들어야한다.사람은스스로‘기능’이되어버리고,관계는‘기능적관계’가되어버린다.그리하여비단경제생활뿐만아니라다른모든인간관계,심지어정서적ㆍ성적인내밀한관계에있어서도경쟁의논리가지배하는‘투쟁영역의확장’이이루어진다.

‘새로운삶의가능성’이열린다

인간사회에서,특히근대이후의산업문명에서인간은이렇게‘기능’으로환원되어서로경쟁하는알갱이개인들로파편화될수밖에없는것일까?저자는그대안을모색했던경제학자,사상가,실천가들을소개한다.이들은19세기,산업혁명이영국과프랑스,독일로전파되는과정을지켜보면서산업이라는조건을받아들인다고해도그것을조직하는인간의관계가반드시무한한경쟁과개인의파편화로이어질필요가없다고생각한이들이다.이들은모두산업문명의대안적조직원리로서‘협동’을이야기했다.퇴니스는‘동지사회’를,프루동은‘상호주의’를,오언은‘협동’을내세웠으며현실속에적용하며실천해나갔다.더불어저자는경쟁대신협동을선택한‘플랫폼협동조합’,‘동료생산/커먼즈’,‘연대경제’에대해서도소개한다.
그리고저자는고독에서벗어나려면사람들곁에있어야한다고강조한다.함께모였을때는함께일을하는것이더효과적이다.그리고그일이모두가함께원하고꿈꾸는공동의목표를위한일일때더욱효과적이다.경제활동본연의모습은바로‘함께도우며일하는것’임을재확인하는것이다.그러면서협동을원리로삼는경제활동의폭을넓고깊게만들어야한다고말한다.그때서야고독은줄어들거나소멸한다는것이다.
홍기빈은마지막으로이렇게말한다.“위기만오고있는것이아니다.‘새로운삶의가능성’도함께나타나고있다.”그리고다음과같이첨언한다.

지금산업과기술의변화바람이거세게몰아치고있다.이거센바람속에서우리가해야할일은헛되이노를저어그흐름과싸우거나넋을놓고바람과파도에배를내맡기는것이아니다.돛을올리고돛폭가득바람을받아우리가원하는방향으로배를몰아가야한다.이러한미래로의바람과파도를타기위해서는우리스스로가바뀌어야한다.(26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