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와 지식인의 대화

선비와 지식인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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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고대로부터 선비가 지녀야 할 기본 소양으로 문(文), 사(史), 철(哲)이 강조되어 왔다. 문(文)은 글을 의미하며, 그 글 속에는 인간이 따라야 할 바른 길, 즉 도(道)가 담겨 있다. 한 편의 시나 수필에서부터 성현의 말씀에 이르기까지 모든 글은 인간이 걸어가야 할 길을 제시하며, 선비는 이를 통해 삶의 바른 방향을 배워야 한다. 문(文)은 단순한 글 이상의 의미를 지니며, 도를 담는 그릇으로서의 역할을 한다. 옛사람들이 문을 도를 담는 도구라고 표현한 것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선비에게 있어 글을 읽고 그 속에 담긴 도를 깨우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덕목으로 여겨졌다.

사(史)는 역사로, 역사는 인간 사회의 어지러움과 다스림의 발자취를 담고 있다. 다툼과 평정, 흥망성쇠와 같은 역사적 사건들을 통해 선비는 시시비비(是是非非)를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게 된다. 역사 속에서 무엇이 옳고 그른지, 어떤 행동이 바른지에 대한 판단력을 길러야 하며, 이를 통해 선비는 삶의 올바른 방식과 태도를 배운다. 역사는 단순한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선비가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게 하는 중요한 학문이다. 선비는 이러한 역사를 통해 자신을 성찰하고, 사회의 이치를 이해하며, 타인에게 바른 길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철(哲)은 철학으로, 철학은 인간과 세상에 대한 깊은 탐구를 통해 지혜를 얻는 학문이다. 철학을 통해 선비는 세상의 이치를 깨닫고, 그 원리를 탐구함으로써 더 지혜롭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배운다. 철학은 단순히 이론적인 지식이 아니라, 인간이 사회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를 제공한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인간을 사회적 동물로 정의한 것처럼, 철학은 인간이 사회 속에서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 중요한 도구이다. 선비는 철학을 통해 세상을 더 깊이 이해하고, 지혜를 통해 자신과 타인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야 한다.

선비는 과거 사회의 최상층에서 자기도 바르게 살고 남을 깨우쳐야 하는 책임을 지닌 인물이었다. 오늘날로 말하면 지식인에 해당하며, 지식인은 바른 지식을 바탕으로 올바르게 행동할 줄 아는 사람이다. 선비와 지식인은 시대에 따라 표현이 다를 뿐, 그들이 지녀야 할 소양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오늘날의 지식인 역시 문(文), 사(史), 철(哲)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현대 사회의 복잡한 문제들을 해결하고, 올바른 길을 제시해야 한다. 현대 사회는 지식이 평준화된 사회로, 누구나 일정한 수준의 문(文), 사(史), 철(哲)에 대한 소양을 갖추고 살아가야 한다.

나는 80여 년의 생을 살아오면서, 기쁨과 고뇌 속에서 선현들의 가르침을 배우고, 나름대로의 문(文), 사(史), 철(哲)에 대한 생각을 기록해 왔다. 선비는 과거의 인물이지만, 그들이 지녔던 소양은 현대의 지식인에게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전통은 현재에 이어지고, 옛것을 바탕으로 새것을 창조하는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정신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선비와 지식인이 조화롭게 대화를 나누고, 서로의 지혜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한다. 나의 기록이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선비와 지식인이 함께 나누는 대화의 장이 열리기를 소망한다.
저자

장진호

저자:장진호
대구사범학교를졸업하고계명대학교에서문학박사학위를받았다.
대구대학교와계명대학교겸임교수,대구교육과학연구원연구부장을거쳐달성고등학교교장을역임했다.
저서로는『신라향가의연구』,『굽은나무는굽은대로곧은나무는곧은대로』,『손을쥐면아무것도없고손을펴면천하를쥔다』,『국어선생님도몰랐던우리말이야기』,『우리문화그가슴에담긴말』(2015세종도서교양부문선정도서),『신라에뜬달향가』,『우리문화그은은한향기』,『그러니까우리말이러니까우리글』등이있고,논문으로는「고려가요동동고(動動攷)」,「국어교육의맥과흐름」등다수가있다.

목차

제1부문(文)
1.한글자음모음의이름은어떻게정해졌나/13
2.세종대왕은한글전용을주장했을까/21
3.아리랑은무슨뜻인가/28
4.허균은홍길동전을왜한글로썼을까/33
5.맞춤법에어긋나기쉬운말/41
6.틀리게쓰는말몇가지/52
7.조청(造淸)과조포(造泡)/64
8.고문(古文)과금문(今文)/68
9.아내의간통장면을보고처용은왜춤을추었을까/72
10.‘절’의어원에대하여/80
11.여의도(汝矣島)란이름의뜻/85
12.동물과의결혼담전설에담긴의미/89
13.성기의이름/95
14.세(世)와대(代)/101
15.소화전(消火栓)과제수변(制水弁)/103
16.육주비전육의전육모전의말뿌리/106
17.진짜그림가짜그림/109
18.방정식대수기하의의미/115
19.노인은왜꽃을꺾어수로부인에게바쳤을까/119
20.나이를뜻하는한자어와그유래/126
21.쇠뿔도단김에빼라/130
22.중도보고소도본다/132
23.반훈문자(反訓文字)몇가지/133
24.비문의서(序)와명(銘)/136
25.축문의간지삭(干支朔)에대하여/140

제2부사(史)
1.단군신화에대한몇가지생각/147
2.삼국유사여유사여/160
3.‘불함(不咸)’은‘?’을숭상하던문화권/167
4.지명과그에얽힌전설의의미/170
5.아사달산은왜구월산이되었나/192
6.우리옛나라이름에담긴뜻/200
7.우리나라왕명에담긴뜻/211
8.대왕암은살아있다/217
9.백제는왜건국신화가없을까/220
10.일연은왜삼국유사에향가를실었나/223
11.임금님귀는왜당나귀귀가되었나/229
12.귀신을부리는비형(鼻荊)설화는왜만들어졌나/238
13.원효와혜공이야기/246
14.원효탄생지불지(佛地)는어디일까/251
15.세자를죽인아버지의심리/262
16.예송(禮訟)의배경/269
17.광해군은폭군인가/273
18.식민사관(植民史觀)이란무엇인가/279
19.우리에게도창세신화가있다/283
20.속담의생성유래/290
21.범보다더사나운것에시달린사람들/304
22.역사에서가르치고배워야할것/314

제3부철(哲)
1.한국성리학을만든사단칠정론(四端七情論)/327
2.본연지성과기질지성/337
3.정약용,성리학을새로쓰다/340
4.최한기의기학/352
5.양명학의논리/365
6.토정비결과목성(木姓)가진사람/370
7.원효는해골물을마시지않았다/373
8.원효의파계는어떤의미를갖고있나/376
9.대승불교의새로운이해/390
10.대승비불설(大乘非佛說)/395
11.공(空)이란무엇인가/398
12.상즉상입(相卽相入)의의미/402
13.부루나의순교/406
14.인도에서불교가사라진이유/410
15.철인(哲人)의정치/416
16.형상과질료/420
17.형이상학이란무엇인가/424
18.이성과정념(情念)/428
19.나는생각한다고로존재한다/433
20.인간은만물의척도/436
21.코페르니쿠스적전환/441
22.헤겔의절대정신/445
23.니체는왜신을죽였는가/449
24.실존과삶/455
25.구조주의의이해/459
26.포스트구조주의란무엇인가/464
27.현상학과의식/469
28.언어는존재의집/473

참고문헌/4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