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가 되는 삶들

쓰레기가 되는 삶들

$25.00
저자

지그문트바우만

지은이:지그문트바우만(ZygmuntBauman)
근대성에대한오랜천착으로잘알려진폴란드출신사회학자다.1925년폴란드유대계가정에서태어났다.제2차세계대전당시나치를피해소련으로도피했다가소련군이지휘하는폴란드의용군에가담해바르샤바로귀환했다.폴란드사회과학원에서사회학을공부했고,후에바르샤바대학교에진학해철학을공부했다.

1954년에바르샤바대학교의교수가되었고철학자레셰크코와코프스키등과마르크스주의이론가로활동했다.1968년공산당이주도한반유대캠페인의절정기에교수직을잃고국적을박탈당한채조국을떠났다.이스라엘로건너갔지만,시온주의의공격성과팔레스타인의참상에절망을느낀다.1971년리즈대학교사회학과교수로부임하며영국에정착했다.1990년정년퇴직후리즈대학교와바르샤바대학교명예교수로있으면서활발한학문활동을해오다2017년1월9일영국리즈에서91세를일기로별세했다.

1992년에사회학및사회과학부문유럽아말피상을,1998년아도르노상을수상했다.2010년에는프랑스사회학자알랭투렌과함께“지금유럽의사상을대표하는최고봉”이라는찬사를받으며아스투리아스상을수상했다.국내에는《신과인간에대하여》《왜우리는불평등을감수하는가》,《고독을잃어버린시간》,《사회학의쓸모》,《새로운빈곤》,《액체근대》,《유동하는공포》,《쓰레기가되는삶들》,《지구화,야누스의두얼굴》등이번역되어있다.  

옮긴이:정일준
서울대사회학과를졸업하고동대학원에서박사학위를취득했다.미국하버드옌칭연구소방문연구원,워싱턴주립대,대만중앙연구원,고베대방문교수를역임했다.현재한국사회사학회와한국공공사회학회회장이다.계간『경제와사회』편집위원장도맡고있다.고려대사회학과교수로재직중이다.공저로는『한국공공사회학의전망』,『한국의민주주의와한미관계』등이있고옮긴책으로는『적이사라진민주주의』,『현대성과홀로코스트』등이있다.
  

목차

What'sup총서를발행하며
감사의말
서문

1.태초에설계가있었다
질서구축과정이만들어낸쓰레기

2.'그들'이너무많은가?
경제발전이만들어낸쓰레기

3.각각의쓰레기는각각의처리장으로
지구화가만들어낸쓰레기

4.쓰레기문화


옮긴이후기

출판사 서평

포스트모던이후실종된거대담론,‘삶의쓰레기화’로복원한다!
왜TV에서는‘도전’과리얼버라이어티가넘쳐나는가?
촛불시위를새로운눈으로바라본다!


모든견고한것이녹아사라지는‘유동적현대’세계에서인간이생산한모든것이쓰레기가될뿐만아니라우리인간자체가쓰레기화되고있다.이것이바로당신의미래일지도모른다!

‘88만원세대’,‘대졸실업’,‘이태백’,‘사오정’같은음울한유령들이지금한국사회를배회하고있다.그리고이제는인격이사람됨을결정하는시대를넘어능숙한영어구사능력,재빠른현실감각,타인을밟고올라서는비정함이실격(失格)인간을결정하는잣대로등장해사람들을항상적공포와전지구적이동으로몰아넣으며,가족까지도해체하고있다.하지만정작문제는이들‘쓰레기가되는삶들’,‘버려지는인간들’이일시적이거나예외적인부산물이아니라역설적으로디지털첨단화와경제발전과지구화의필연적인결과라는사실이다.단적인예로우리는‘스팸메일’이라는형태로매일같이최첨단디지털매체에서뿌리는‘쓰레기’에덮여살고있다.그런데더큰문제는이제는인간이쓰레기의양산자이자피해자로그치는것이아니라인간자체가쓰레기화되고있다는것이다.포스트모던이후의사회에서는모든안전과(사회)보장이사라지고매사每事와매일每日이‘도전’이되리라는것이다!
포스트모더니즘이후거대담론이‘문화론’이나문명의충돌론으로대체되면서우리삶에대한섬세하면서고구조적인인식은불가능한것처럼보이게되었다.하지만아래의인용문이잘보여주듯이디지털문명의본산실리콘밸리와각종‘리얼리티’프로그램을종횡무진하면서우리시대를인간자체의쓰레기화로진단하고있는바우만의이역저는우리시대에대한우울한진단서이자‘지구화’하는말만들어도울렁증을느끼는우리에게진짜무엇이문제인가를차분하게진단해주고있는새로운처방전이기도하다.

최첨단테크놀로지의본산이자현대판멋진신세계의전진기지인실리콘밸리에서평균고용기간은직종을불문하고약8개월이다.이것이바로지구촌시민누구나가부러워하고열심히모방하려고애쓰는더없이행복한삶이다.(236쪽)

스타이너가‘카지노문화’라고명명한이런문화에서모든문화적산물의가치는최대의효과를짜낸후얼마나빨리낡아빠진것으로만드느냐를기준으로계산된다.(215쪽)

옛날의빅브라더는포함―사람들을대열에정렬시키고그곳에서벗어나지않도록하는통합―하는데열중했다.오늘날의새로운빅브라더의관심은배제―그들이있는자리에‘어울리지않는’사람들을골라내,거기서쫓아내면서‘그들에게어울리는곳’으로추방하거나(더욱바람직한것은)아예처음부터근처에도오지못하게하는것―이다.(241쪽)

진보의다른이름,인간의쓰레기화

"쓰레기가되는삶들:모더니티와그추방자들"의가장큰특징은제목에서알수있듯이‘쓰레기’라는독특한개념으로오늘날사회를진단한다는점이다.왜‘쓰레기’인가?바우만에게현대화의역사는한편으로진보와생산의역사이지만다른한편으로쓰레기생산의역사이다.현대화과정,더정확히말하면기술진보와경제성장이만들어낸전지구적자본주의가승리함에따라갈수록더많은쓰레기가생겨나게된다.자본주의의무제한적생산욕구에이끌려소비자들은더욱더빨리상품을소비하고,끊임없이더새로운것으로교체하기를요구받는다.모든상품은마치버려지기위해생산되는것처럼여겨진다.
‘쓰레기’개념이우리를더욱경악시키는것은,그것이산업쓰레기와같은물질적인쓰레기만을의미하는것이아니나더나아가우리인간이,인간의삶이‘쓰레기’가되고있다는것을의미하기때문이다.이때‘쓰레기’라는용어가그저우리에게충격을안겨주기위한,그리고그럼으로써경각심을불러일으키기위한비유적표현이라생각하면곤란하다.갈수록많은사람들이생산과소비양영역에서아무런역할도담당하지못한채과잉,잉여,초과인구가되고있다.말그대로아무쓸모도없는,‘쓰레기’가되는일만이남은인간들이양산되고있는것이다.
상황이이렇게된이유는무엇인가?바우만은‘쓰레기생산’이현대화에필연적으로수반되는것이라지적한다.현대화과정의밑바탕에는더좋은사회,진보한사회가가능하다는관념이깔려있다.현재의상태는불완전하고더욱개선되어야하며,더나은사회를만들수있다는것이현대화과정의주요강령이었다.사회진보를설계하고만들어가는과정에서인류는기술진보와경제성장이라는열매를맛볼수있었다.하지만역설적으로이러한과정은‘인간쓰레기’도생산했으며그것을더욱가속화했다.사회를발전시키는데갈수록적은사람만이필요하게되었고,생산과소비에서의미있는역할을맡을수없는사람들이점점늘어나게된것이다.그리고지금으로서는이들을생산영역으로,그리하여소비영역으로다시투입할수있는길이딱히보이지않는다.

핵심적으로중요한점은,이모든일이문전에서일어나고있는동안집안에있는도구와자원만으로이러한재난을피할수있다고자신있게말할수없다는것이다.더이상일시적하락의문제,경기과열과또다른경기상승사이의경기후퇴문제가아니다.세금,보조금,수당,인센티브따위로살짝땜질해‘소비자주도의경기회복’을다시한번불러오면사라져‘과거의역사’가되어버릴일시적인자극에불과한것이아니다.문제의뿌리들은우리손이닿을수없는곳으로멀리옮겨간것처럼보인다.(40쪽)

지구는이제만원이다,전지구적쓰레기생산

현대화과정의초기에는‘인간쓰레기생산’이일부선진국가들에한정되었다.그국가들은자국의잉여인간들을‘저발전’지역으로내보냄으로써인간쓰레기처리문제를해결할수있었다.이것이바로고전적인의미에서의“식민화와제국주의적정복의가장밑바닥에놓인목적”(22쪽)이었다.바우만은“현대화된지역은지역에서발생한‘과잉인구’문제에대한해결책을지구전역에서찾으려했고또발견할수”(23쪽)있었다고말한다.하지만이제는상황이달라졌다.이제“지구는만원이다.”(20쪽)더이상자국의‘인간쓰레기들’,‘잉여인간들’을보낼수있는지역은존재하지않는다.선진국들은그동안축적한부를통해자신의지위를간신히유지하고있지만뒤늦게현대화에뛰어든이른바‘개발도상국’들은그어떤외부적인해결책도찾을수없다.그들에게는“전지구적차원에서발생한문제에대한지역적차원의해결책(23쪽)”이요구되고있다.

이러한부류의좌절과운명의역전은전례가없던현상인‘잉여인구’와그것의처리문제에최근에야직면하게된지역들에서한층더증폭되고첨예화되는경향이있다.이경우에‘최근’은너무늦었다는것을의미한다.즉지구는이미만원이고,쓰레기처리장으로쓸‘빈땅’은전혀없고,현대인들로이루어진가족에새로운구성원들이들어오는것을가로막는방향으로경계선의비대칭성이확고히굳어졌다는뜻이다.그들주변의나라들은그들의잉여를반기지않을것이며,과거에그들이그러했던것처럼강제적으로잉여를수용하지도않을것이다.이러한‘현대(성)의후발주자들’은전지구적인원인으로인해생긴문제를지역적으로해결할수밖에없지만성공할가능성은희박하다.(134쪽)

문제의심각성은그것이다가아니라는데있다.이제는가난한국가의난민들이전지구적자본주의의중심부로,때로는합법적으로그러나대부분불법으로꾸역꾸역몰려오고있다.이른바“가난한자들의제국주의”(135쪽)라는역설적인상황이도래한것이다.미국과부유한일부서유럽국가들은내부에서생산되고외부에서유입되어이중으로넘쳐흐르고있는‘인간쓰레기’문제에난처함을표하고있다.중요한것은이문제가아직까지해결책을찾지못한난제aporia라는사실이다.국민국가는한편으로자국내잉여인간들을각종게토로몰아내격리하고,자국으로유입되는이주민들을통제하는제스처를취함으로써영토를‘요새화’한다.하지만다른한편으로국민들이하고싶어하지않는일을대신,그것도저렴한가격으로해주는노동력을받아들이지않을수없는상황에처해있다.

요새화된대륙들내부에서는국경을물샐틈없이지키는것과무슨일거리든기꺼이받아들이는값싸고요구가많지않고유순한노동력을쉽게얻는것이라는,현저하게모순되지만그만큼중요한두가지조건사이에서균형을잡기위해‘새로운사회위계’가형성되었다.다시말해자유무역이라는조건과반이주정서에영합할필요성사이에서균형을잡기위해말이다.‘어떻게사업에는문을열고사람에는문을닫을수있는가’라고클라인은묻는다.대답은‘쉽다.먼저경계선을확대한다음문을걸어잠그면된다.’(118쪽)

‘눈가리고아웅’하는국민국가―촛불시위를바라보는또다른시선

인간쓰레기문제와관련해바우만이주목하는또하나의지점은,그것이산재해있는다른사회문제를감추어버리는눈가리개역할을맡고있다는것이다.여기서바우만의독특한‘국가론’이등장한다.공산주의몰락이후자본주의가전지구적으로승리의깃발을휘두르고있으며그에따라각종복지제도가해체되고있는이시점에서‘국가’의역할은과연무엇인가?

‘복지국가’제도는점점해체되고퇴출되는반면비즈니스활동과시장에서의자유경쟁그리고그에따른결과에부과되었던이전의제약은제거되고있다.국가의보호기능은고용이불가능한소수의사람들과병약자들만포함할정도로차츰줄어들고있으며,이러한소수집단마저사회적보호문제가아니라법과질서의문제로재분류되는경향이있다.시장의게임에참여할수없는무능력이갈수록범죄로취급되는경향이있는것이다.국가는자유시장의논리(또는비논리)로부터야기되는취약성과불확실성에서손을떼고있으며,이제는그러한문제들을사적인문제로,개인들이사적으로보유한자원으로다루고대처해야할문제로재정의하고있다.(101쪽)

신자유주의,자유경쟁,각종유연화정책이라는명목아래국민국가는갈수록국민의복지책임,사회안정화에서손을떼면서시장과기업활동의자유,즉부유한자들의자유를수호하는데일조하고있다.국가는잉여인간들을위험한자들로포장하고그들을통제하는데주력한다.사회내부의잉여인간들은사회의안정을해칠가능성이있는자들로,이주자들은잠정적인테러리스트로간주된다.이러한전략으로국가가얻는것은무엇인가?그들을철저히관리해아무일도일어나지않았다는것을구실로미약해져만가는자신의권위를유지하려한다.단순히9.11이후테러가일어날지도모른다는공포심이서구국가들로하여금광기에가까운대외정책을추진하도록강제하는것이아니다.그이면에는국가구성원들이안정적으로삶을향유할수있도록해결책을내놓으려는그어떤노력도하지않겠다는의도가숨어있다.

오늘날의국가는다른,비경제적인유형의취약성과불확실성을찾아내자신의정당성의토대로삼아야한다.……최근몇달동안미중앙정보국과미연방수사국은‘사람들이불안에떨고걱정하게만드는’임무에극렬하게몰두했다.언제어디서누가저지를지는모르지만미국인들의안전에대한공격이분명이이루어질것이라고경고하면서미국인들을끊임없는경계상태와긴장강화상태로몰아넣고있는것이다.긴장은반드시있어야하고,더긴장하면할수록바람직하다.그래야예고된공격이일어나지않았을때긴장을풀고안심할수있다.……국가가경제적불확실성에더이상주의를기울이지않고개인들로하여금개인적이고실존적인불안전에대한개인적치유법을개인적으로모색하도록내버려두자공식적으로촉발되고강화된집단적두려움이새롭게동원되어정치적의도에봉사하게되었다.그리하여개인의안녕에관한시민들의관심은시장이유발하는고용불안정이라는불안한지형에서멀리떨어져보다안전하고보기에그럴싸한영역,즉통치자의놀라운힘과강철같은결의를효과적으로보여주어대중의찬사를이끌어낼수있는영역으로옮겨가게되었다.(102~106쪽)

‘안전에대한위협’이라는새로운역할을맡게된이주자들은사회적지위의갑작스러운동요와취약성으로인해발생한우려의눈길을돌리기위한편리한대안적초점이되었으며,그리하여그러한우려가초래할수밖에없는근심과분노를발산할비교적안전한출구가되었다.(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