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에디터다

나는 에디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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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나는 에디터다』. 현역 편집자 22인의 추억과 고백과 투정과 넋두리와 자부심을 편안한 육성으로 담아낸 이 22인의 편집자 열전은 기본적으로 우리 ‘출판계’ 내부의 자기 성찰과 자기 진단의 성격을 갖고 있다. 모두들 바쁜 일상을 잠시 뒤로 하고 처음에 출판사 문을 두드렸을 때의 두근거림부터 책을 둘러싼 애와 증을 담은 이 진솔한 22편의 고백들은 출판계의 내부 풍경과 함께 사람살이의 땀내를 물씬 전해주고 있다.
저자

김병익

1938년 경북 상주에서 태어나 대전에서 자랐다. 해방과 한국전쟁을 거쳐 전후의 궁핍한 시절 청소년기를 보내고 서울대학교 재학 중에 4.19와 5.16을 목도했다.
정치학도였던 그는 문학에 기울어 카뮈와 도스토예프스키를 탐독하며 실존의 문제에 눈뜨게 되었고 절망적인 세계에서 허무를 익히며 인간을 사랑하는 법을 배운다.
1965년 동아일보에 들어가 문화부 기자로 문학, 학술, 출판 분야를 두루 다루며 문인들과 우의를 쌓는다. 특히 ‘문지4K’로 불리는 김현, 김주연, 김치수와 함께 1970년 9월 계간 『문학과 지성』을 창간, 편집 동인으로 활동한다.
모국어로 생각하고 글을 쓴 첫 세대(4?19 세대)라는 정체성 위에서 본격적인 자신의 문학과 비평 세계를 펼쳐나갔다.
1974년 한국기자협회장으로 선출되어 언론자유운동에 힘쓰다가 1975년 10월에 해직된 뒤, ‘문학과지성사’를 창립하여 25여 년 동안 대표로 재직했다.
2000년 퇴임 후에 인하대 국문과 초빙교수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초대위원장을 지냈고, 현재 문학과지성사 상임고문으로 있다.
평론집 『한국문단사』 『한국문학의 의식』 『상황과 상상력』 『지성과 문학』 『열림과 일굼』 『숨은 진실과 문학』 『기억의 깊이』, 산문집 『지성과 반지성』 『문화와 반문화』 『부드러 움의 힘』 『지식인됨의 괴로움』 『페루에는 페루 사람들이 산다』 『조용한 걸음으로』 『시선의 저편』, 번역서 『1984년』 『동물농장』 『기탄잘리』 등 다수의 저역서가 있다.
대한민 국문학상, 대한민국문화상, 팔봉비평문학상, 대산문학상, 인촌상 등을 수상했으며, 보관문화훈장을 서훈 받았다.

목차

Shall we edit?_기획자 서문

1

다섯 개의 기억_김기중
나는 진행형이다_이영은
나는 오프로드가 좋다_김이금
현대문학 윤희영입니다_윤희영
책에도 품과 격이 있다면_임종기
프로야구 선수와 출판 편집인_강응천
편집자들에게 권하는 책 네 권_김철호
편집자란 의뭉한 인간이다_윤한구
편집자, 보통의 존재_김은주
오, 나의 왕자님_황지운

2

'눈 감고 아웅'의 잔꾀를 부리며_김병익
한 실패한 편집자의 실패의 변_임우기
내가 다닌 편집학교_정홍수
운명의 세 시기, 우연과 필연 사이_함정임
'책예술' 앞에 선 한 책쟁이의 부끄러운 고백_민병일

3

운명으로서의 출판, 미래로서의 출판_정병규/조형준

4

책과 사랑을 나누다_김성배
21세기 지역출판인으로 살아가기_강수걸
편집자에서 편집자로_이상희
수첩에 적은 아이디어가 100개가 되면_홍동원
편집자, 제작자에서 출판인으로 변화를 꿈꾸며_박찬수

출판사 서평

22인의 편집자 열전 ― “나는 편집한다, 고로 존재한다.”
하나의 긴 대담 ― 스티브 잡스의 아이폰과 아이패드가 말한다.
이제는 단순한 첨단 기술과 기계 중심의 디지털 세계를 넘어 편집의 세계가 오고 있다고


1. 누군가에는 ‘운명’이고, 다른 누군가에는 ‘사랑’이고, 누군가에게는 눈물 자욱 아련한 첫사랑의 그림자이고 다른 누군가에는 가슴 뛰는 ‘대박’의 전령사로 다가온 책과 나의 인생
― 22명의 책쟁이들이 흉금을 터놓고 이야기하는 출판과 인생 이야기.


현역 편집자 22인의 추억과 고백과 투정과 넋두리와 자부심을 편안한 육성으로 담아낸 이 22인의 편집자 열전은 기본적으로 우리 ‘출판계’ 내부의 자기 성찰과 자기 진단의 성격을 갖고 있다. 모두들 바쁜 일상을 잠시 뒤로 하고 처음에 출판사 문을 두드렸을 때의 두근거림부터 책을 둘러싼 애와 증을 담은 이 진솔한 22편의 고백들은 출판계의 내부 풍경과 함께 사람살이의 땀내를 물씬 전해주고 있다.

“이렇게 정신없이 한 달이 지나가는구나, 이렇게 바쁘게 살아도 하나도 힘들지 않구나, 라는 생각을 처음으로 들게 한 아름다운 한 달이 내게 온 것이다.”

“‘편집자는 고독한 거야. 그리고 편집자는 생각을 깊이 하는 버릇을 들여야 해.’ ‘네, 죄송합니다. 주간님.’ 광화문 뒷골목의 어느 허름한 빌딩에 위치해 있던 그 출판사의 위층 남자화장실에서 그날 아침 부끄러움에 한 시간은 울었던 것 같다.”

“용돈을 아껴 한 권씩 사 모은 책을 되풀이 읽으며 그 안에 얼마나 신기하고 큰 세상이 담겨 있는지 감탄했던 것 같다.
그렇게 책을 만들고 싶다고, 그 세상을 구성하는 일을 해보고 싶다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어느 날 한 통의 메일을 받았다. 원고다. 열어서 읽어보는 순간, 그 자리에서 이건 소위 말하는 ‘대박’이라는 감이 왔다.
살다 보니 이런 원고가 내 손에 들어오는 일도 있네, 싶어 옆 동료들의 얼굴을 쳐다봤던 기억이 난다. 이런 별일이……
견물생심이다. 물건을 보면 욕심이 난다. …… 책은 정말 대박이 터졌다. 온갖 이벤트 하고 한 달 내내 주말에 지방사인회를 함께 돌고 강연회 하고 …… 게으르기 짝이 없는 인간이 뭐에 홀렸던 걸까.”

2. 잡스의 아이폰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 “모든 권력을 편집에로!”
우리는 지금 첨단 기술과 속도 중심의 세계에서 ‘디지털의 편집’이라는 새로운 상상의 우주 속으로 진입하고 있다.


우리는 편집한다, 고로 존재한다!!
‘뽀샵’, ‘낚시질’, ‘댓글’ 등 온갖 인터넷 문화의 신조어들을 관통하는 새로운 문화적 흐름을 한 마디로 규정할 수 있는 말이 없을까? 그러한 것들을 모두 하나의 ‘편집’이라고 보면 어떨까? 그것들을 20세기 초에 혜성처럼 등장한 러시아 형식주의의 기본 이론 중의 하나였던 ‘낯설게 하기’의 전형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당시 러시아 형식주의자들은 격동시의 러시아의 화장실과 거리와 술집에 휘갈겨 있던 낙서와 온갖 정치 구호를 일종의 ‘새로운 형식의 시’로 보았는데, 요즈음의 인터넷의 몇몇 댓글은 과연 한편의 시라고 해도 무리가 없어 보인다. 아무튼 이 모든 것에서 대세는 ‘편집’이라는, 어쩌면 잊혀져버린 어떤 기능이다.
‘뽀샵’이란 결국 자기 모습을 증명사진을 찍듯이 수동적으로 찍는 것이 아니라 주체적으로 편집하는 것이 아닌가? 댓글 또한 수동적으로 어떤 메시지를 수신만 하는 것이 아니라 주체적으로 편집해서 발화하기도 하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인터넷이야말로 편집의 본질이 가장 잘 드러나는 공간인 동시에 온갖 편집술과 재기가 때로는 발랄하게 때로는 날것 그대로 경쟁하고 있는 뜨거운 아도라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하여 우리는 인터넷과 함께 비로소 ‘편집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아무튼 우리는 우리의 모든 것을 ‘편집해야’ 하고 또 자유자재로 그렇게 할 수 있는 시대를 살고 있다. 그리하여 이제 우리 사회와 경제계도 단순히 (‘디지털’이라는) 획기적인 기술과 IT라는 초고속의 속도에만 취해 있던 단계를 넘어 이제 이 모든 것이 사람의 마음과 새로운 (아이폰 같은 기계가 아니라 예술작품) 예술로 어떻게 승화되는지를 고민해야 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그리고 그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편집’이라는 오래되고도 항상 새로운 편집이라는 눈이 자리 잡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의 문화 혁신과 산업 혁신의 오롯한 영광은 저 오래되고 또 새로운 변화를 많이 하고 있는 출판에 돌아가야 할 것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우리 편집의 어제와 내일을 되돌아보는 일이 지금만큼 절박할 때도 없을 것이다.

이제는 편집의 시대 ― 하늘아래 편집 아닌 것이 없다.
이처럼 ‘편집’이라고 하는 것은 단순히 책을 만든다는 단순한 기능적 수단을 넘어 하나의 시대적 요청으로 다시 한 번 가만히 뿌리부터 성찰할 것을 요구받고 있다. 구술이 서 말이라도 뀌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듯이 아무리 최첨단 IT 기술이 있어도 아이폰처럼 창조적으로 편집해서 ‘꿰지’ 않으면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또 우리의 실제 삶 또한 이제는 옛날처럼 대학 졸업-취직-결혼 하는 식으로 하나로 꿰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산산이 흩어져 있다. 이 또한 끊임없이 편집되고 재편집되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따라서 지금만큼 우리 삶에서도 편집의 기능이 중요해진 적도 없을 것이다. 따라서 편집에 대해서는 텍스트 내적으로만이 아니라 이처럼 깊은 사회적 성찰도 동시에 요청되고 있다.
하지만 편집을 둘러싸고 텍스트 내외의 세계가 이렇게 거대하게 바뀌고 있는 이때만큼 ‘편집’의 기본과 편집자의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이 절실한 때도 없을 것 같다. 왜냐하면 예를 들어 ‘우리’가 아니라 ‘나’의 인생을 편집하는 것만큼 힘든 과제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 기존의 ‘기계와 기술들’을 모두 편집해들인 아이폰이라는 르네상스적 예술품은 우리에게도 전인적 인간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메시지를 동시에 던지고 있는데, 이 시대에 그러한 전인적 삶으로 우리의 삶과 사회를 편집하는 것은 수많은 고통과 시행착오를 요구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만큼 편집의 기본과 근원을 성찰하는 것이 긴요한 때도 없어 보인다.

3. 운명으로서의 출판, 미래로서의 출판 ― 책은 본질적으로 간접 체험의, 체험의 장입니다.

세상을 바꾸는 힘, 편집!!
따라서 인문학 쪽에서는 ‘위기’론만 난무하고 경영학에서는 다시 ‘사람’으로 회귀하고 있는 지금의 출판계의 흐름을 거시적으로 바라보는 것 또한 이 책이 가진 큰 미덕 중의 하나이다. 기본적으로 육성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에 담긴 한국 출판계의 ‘살아 있는 에디터’인 정병규와의 긴 육성이 그것인데, 그의 이야기는 과연 명불허전답게 우리 출판의 급소와 맥과 흐름을 조목조목 짚으며 우리 출판을 위한 나침반을 역할을 해주고 있다. 마치 운명처럼 출판 편집의 길로 입문해 저 1970~1980년의 질풍노도의 시기를 혁신적인 디자인과 아이디어로 관류해온 그의 삶은 그 자체가 편집자의 표상이자 교과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동시에 그가 털어놓는 좌충우돌 출판기 또한 하늘아래 어떤 일도 새로운 일은 없으며 오직 인간의 노력만이 가상하다는 진리를 새삼 깨닫게 해준다.
물론 정병규가 전하는 메시지의 백미는 출판의 미래에 대해 깊게 성찰하고 있는 대담의 후반부에서도 완연히 빛난다. 끊임없는 도전과 도저한 낙관주의 그리고 독자들에 대한 모심으로 요약될 수 있는 그의 출판의 대강(大綱)에서부터 인문학은 ‘예를 들 수 있어야 한다’는 세목에 까지 이르는 그의 세심한 성찰은 지금 우리 출판이 잊고 있는 핵심을 아연 상기시켜주고 있다. 출판계의 원로라면 조금 추상적이고 원론적인 대담이겠지 하는 편견(?)을 여지없이 깨뜨리고 있는 정병규의 육성은 편집이란 결국 우리의 열정과 애정을 먹고 자란다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주고 있다.

<본문 중에서>

‘눈감고 아옹’의 잔꾀를 부리며_김병익
아무 수정 없이 모든 걸 운에 맡기고 ‘그냥 내보자!’는 것이었다.
다만 검열 당국에 보일 마지막 성의로 딱 하나만 손을 데자고 내가 제의했다.
서론에 이은 제1장의 본문은 그대로 두고 그 제목 《청년 마르크스의 소외론》만《1840년대의 소외론》으로 바꾼다는 것. 정말 눈감고 아옹이었다.
그럼에도(!), 정말 그럼에도 기적적으로(!), 이 불온 도서는 시장 통용을 허가하는 ‘납본 필증’을 받아냈다.

실패한 편집자의 변_임우기
《토지》출간 이후 수년간 출판 외적인 많은 일들에 치여 나는 사실 탈진해 있었다. 하지만, 돈 때문이 아니라, 내 신념과 문화적 구상 때문으로, 김구용 전집 이문구 전집 신동문 전집 등 오직 문학적 관점만으로 한국 문학을 새로 기획하고 출판하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이었다. 돌이켜보면, 참으로 무모한 짓이었지만, 문학 편집자로서 나는 ??토지??를 비롯한 박경리 문학과 이문구 문학을, 그리고 시인으로선 김구용 김수영 허만하 등 50년대 시 정신을 한국 현대 문학의 새로운 출발로, 현대 문학성의 터전으로 삼아야 하고 그렇게 해야 한국 문학 정신의 오래된 정통성이 되살아난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 바쁜 중에도, 그 부질없을 사명감에 불타, 이문구 박경리 박상륭 김지하 김성동의 문체에 대한 도전적인 문체론을 쓰기 위해 밤을 새웠던 기억도 생생히 남아 있고, 편집자로서의 생명이 다한 지금도 한 아둔한 문학평론가로서 뒤늦게 50년대 시인 가령 김수영의 시에 대한 새로운 비평을 시도하고 있다. 그렇게, 정말 그렇게, 문학 편집자로서의 나와 문학평론가로서의 나가 하나가 되려고 무던히 애썼던 시절이었다.

모 신문사 기자의 소개로 마치 아름다운 꿈을 꾸듯이 만난 한 단정한 선비요 미학적 천재, 그가 재야 미술사학자 고 오주석 형이다. 나로선 불운 속의 행운이었다. 고인과의 잦은 만남과 멀고도 긴 여행들을 통해 나는 다시 편집자로서의 새로운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