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우리삶은어떤모습인가?-“우리서양사회에서,가령1500년에는신을믿지않는것이실제로불가능했는데,2000년에는왜많은사람이신앙을갖지않기가쉬울뿐만아니라심지어불가피한것으로까지생각하게되었을까?”
단행본6권분량의이대저大著의출발-물음이다.저자는앞의물음을끌어안고서양사회에서약5세기에걸쳐앞의물음이어떻게변형,변주,왜곡,해석되어왔는지를꼼꼼히살핀다.그것을위해이5세기가일종의승자인‘근대’=새로운시대가아니라‘세속의시대’라고관점을전환하자고제안한다.
그러면이5세기의공과功過,어두운면과밝은면,성패또는‘승패’가전혀다르게보이리라는것이다.즉이성,계몽,물질주의,합리성과한몸을이루는것으로간주되는근대의일방적승리의서사가아니라그와전혀다른패러다임으로서양근대5세기를읽자는제안이다.
그렇게하는것은‘오늘,우리삶은어떤모습인가?’‘21세기,인간의삶의조건은어떠한가’를묻기위해서이다.즉우리는행복한삶,세상과의충일로가득한삶을살고있는가?오늘날‘영성’은여전히살아있는가?우리에게서영=정신적인것은어떻게추구되어야하는가?대략앞의것들이저자의문제의식이고,우리에게사유에의여행을권유하는도착-물음이기도하다.
본서가이렇게두꺼워진또다른이유가있다.그는‘세속의시대’를탐구하기위해단지철학이나신학·종교학논의에머물지않고,역사학·철학·사회학·정치학·문학등인문과학과사회과학의전영역의주요논의와고전을종횡한다.
게다가소수엘리트의현란한이론과‘서사’가아니라일반대중의,일종의서발턴subaltern지성사를통해역사와정치를조감한다.서발턴이지배헤게모니에서배제,소외된존재로,자기목소리를내기어려운피억압자를가리키는개념인만큼‘서발턴지성사’는일종의형용모순이지만저자는‘사회적상상계’라는새로운개념으로근대를읽는눈을혁명적으로혁신한다.
이대저를두고‘대하장강이지만지성사의추리소설처럼읽힌다’는서평이나온것은이때문일것이다.
■온갖창조적사유를자극하는새로운개념과아이디어로가득찬툴박스:이책이묻고있는몇가지핵심적인질문
그리하여이책에는인간일반,특히근대논의와관련해기존에보지못한온갖참신한개념과혁신적아이디어로가득차있다.코스모스/우주,다공적/완충제로둘러싸인,경험/체험,interpretation/spin/twist/construel등이그것이다.그것들은인간과사회를바라보는근본적시각전환을함축한다.
가령코스모스와우주를보자.루카치는「소설의이론」을열며그리스세계에서는여전히밤하늘의총총한별이우리가나아갈길을밝혀주었다고말한다.동양에서도12간지와음력등인간의삶은코스모스=조화와하나를이루었다.하지만21세기에는일론머스크의화성탐사프로젝트처럼코스모스는계산,그리하여지배와정복의대상이되고있다.즉‘우주’가되는데,이미데카르트는근대초기에자연을지배와정복의대상으로설정한바있다(후설은자연이기하학화된다고말한다).그리하여인간은코스모스속에서의영적인삶을버리고우주의고아이자합리적존재가되는데,후일막스베버는그것을‘탈주술화’라는말로요약한바있다.
저자는‘코스모스’로부터‘우주’로의이행에상응해근대인은다공적존재에서완충제로둘러싸인존재로바뀐다고말한다.코스모스에이어자연을박탈당하는동시에합리적이고이성적인존재가되는것이다.근대의또다른초상인셈이다.스피노자가신즉자연을통해근대인의그와같은곤경과분열을극복하려고한것은유명하다.그리하여근대인은아무리자신을완충제로둘러싸인합리적이고이성적인존재로자임하려고해도항상코스모스적인것,영적인것과의관계의단절이라는‘텅빔’과‘소외’의식을내장하게된다.저자는이를딜레마,교차압력이라고부르는데,그가근대를어느한쪽의일방적승리로그리는서사를거부하는이유이다.
이처럼인간자체를이중적존재로만,즉물질적인것과정신적=영적인것을동시에추구해성취하려는모순적존재로바라볼때만이추상적철학과역사와정치의파노라마가새롭게읽힌다는것이저자주장이다.-가령최첨단디지털시대인21세기에도한국의점술산업은5조원에달한다(출판보다훨씬더많다).
그래서인지그와같은이중적모순에주목하기보다대문자개혁,즉이성과합리성의극단적추구를통해서둘러둘을동시에달성하려는시도가근대의무수한정치혁명을물들여왔다는것이다.그럼에도불구하고‘정신적인것’과‘영적인것’은21세기에도여전히우리삶의상수로남으리라는것이저자진단이다.오히려그것을제거해온근대철학의병든측면을성찰할필요가있다는것이저자의제안이기도하다.
저자가이책을통해들려주려는몇가지새로운이야기를추려보면아래와같다.
1.종교개혁과정치혁명등,‘대문자개혁’으로점철된근대의사회변동과철학은우리삶을제대로혁신시켰는가?우리삶의혁신,새로운삶은무엇으로이루어지는가?
2.계몽,이성,과학=합리성(가령다윈)등근대의전가의보도는과연‘미몽’,‘비이성’인종교에맞서우리를충일로가득찬삶으로이끌었는가?
3.‘이성’중심의,즉초월(성)을괄호안에넣는칸트철학,‘윤리학’은무엇이문제인가?가령칸트를충실히따르는‘예수살렘의아이히만’은우연적일탈일까아니면‘성실한현실적윤리’에서나오는필연적결과일까?
4.신은죽었다는니체의말그리고니체에기반한푸코,데리다를중심으로하는프랑스의‘포스트모더니즘’또는‘내재적반계몽주의’는우리삶에어떤실천을가져오는가?이론의극단주의는실천에서는어떤결과를가져오는가?
5.‘신은죽었다’에이어‘인간이죽어가고’있는21세기에인간의삶을충일하고,의미로가득하고,살아볼만한삶으로만드는것은무엇인가?
■21세기,어떤삶을살아야하는가?“그것은우리가근대에어떤삶을살아왔는지를성찰함으로써조망할수있다”
근대는통상,철학마저신학의시녀로부리던‘암흑의시대’중세에서벗어나과학과합리성을쌍두마차로거느린이성이주도하는계몽과합리주의의신세계로진보했다고이야기된다.그것이혹독하게비판된것은겨우사회주의와자유주의등근대의최종적패러다임이좌초하고,실패함에따라등장한‘포스트모더니즘’에와서였다.
하지만9ㆍ11테러등21세기초에인류가겪기시작한온갖사회ㆍ정치적격변은그런패러다임조차무용지물로만든지오래다.-가령이성이암흑속에묻어버렸다는‘종교’는다시강력하게‘정치적으로’,부정적으로복귀중이며,유럽에서는나치와파쇼의유령이재출몰중이다.
21세기초는또정치적으로,철학적으로완전히방향상실의시대인것같다.인류가어디를향해나가고있는지,어디를향해나가면좋은지모두오리무중에감감무소식이다.불투명한미래를조명할수있는새로운지혜의빛을과거를바라보는시선의혁신속에서찾아보면어떨까?
「헤겔」과「자아의원천들」등을통해근대를,즉근대의우리삶을바라보는방식을혁신시켜온저자와본서만큼그에적합한저자와저서도없을것이다.게다가저자는본서에서자신의연구를전부하나로묶어,근대와관련된온갖사실을종합적으로살피며우리의근대관을근본적으로전도시키고있기도하다.
근대와관련해저자가무엇보다경계하는것은승패의서사,주인서사,진보서사그리고‘뺄셈이야기’이다.가령다윈이종교를죽였고니체가그것을‘확인사살했다’,과학과종교는상종불가능한원수이다,종교는비합리적이다등의속설과낭설이그것들이다.
그리고그것과관련해저자가가장피하려는것이‘담론’과‘서사’이다.대신그는이방대한책이근대에대한하나의‘이야기’일뿐이라고말한다.또는철학보다는‘사회적상상계’가우리가삶을살아가는기본틀을이루고있다고주장한다.즉우리는명료한철학적입장이아니라집단적견해(그것에는편견과억견도포함되어있다)와상상과전승등으로구성되어행동의토대를이루는‘사회적상상계’에따라삶을산다.
가령그람시말대로이탈리아남부의많은농부는20세기에도여전히전근대를살아가고있으며,프랑스농부들이‘프랑스인’이된것은19세기말에이르러서였다.그리고부르디외가조사한알제리의농촌사회에는미래형동사가존재하지않는다.
따라서가령진보서사중심으로근대를읽는것,그리하여이성의승리와종교의패패운운하는것은역사와인간에대한무지또는오만과편견일뿐이다.왜냐하면인간은운명적으로현실에서의물질적성공과동시에‘초월적가치’를,부르디외식으로표현하자면경제자본뿐만아니라문화,상징자본을동시에소유하려고추구하는운명을갖기때문이다.
어찌보면‘저놀부두손에떡들려고’하는셈인데다만인간은한손에는떡을들고다른손에는‘훌륭함’,‘선’,‘행복’과‘충일’,한마디로‘영=정신적인것’을추구하는점에서위대한,비극적동물이다.소크라테스이래인간은배부른돼지에머무르는것이아니라파우스트처럼노력하는한헤매는길을택해왔다.
그렇게보면종교와철학양자가적대적으로다툴아무런이유가없다.또한양쪽모두대문자개혁으로치달으려는유혹이얼마나강한지를인식하고,그것을현실과이상의두눈으로조정하는것이얼마나어려운지를이해해야한다.그것을통해우리의(세계관이아니라)세계상을근본적으로바꾸어야한다.
그리고그것이제국의시대,자본의시대,혁명의시대(홉스봄)을거쳤지만아이웃음소리그쳐가는극단의세속의시대,21세기에본서를읽는이유이기도하다.
■실용주의조차넘어‘돈’로주의의극단적인‘세속의시대’로-“내겐국제법필요없다,내도덕성만이날멈출수있다.”
21세기,실용주의나라미국의가장문제적대통령트럼프는반쪽짜리칸트같다.즉‘별이총총한밤하늘’을뺀칸트주의자이다.밤하늘에서밝게빛나는저별이나의갈길을인도하던고대그리스와칸트시대는이제영원히사라졌다.
‘초월’과‘타자’,‘이상주의’는모두사라졌다.미국정치에서소수자,약자,타자그리고정의와평등을말해온미국민주당의완전한침묵이그것을상징적으로보여준다.서양만그런것이아니다.‘귀신에대해서는말하지말자’며‘흑묘든백묘든쥐만잡으면된다’는중국의금전만능주의는또다른극단의세속의시대를일대일로로묶고있다.경제는물론정치,심지어개인의삶에서도‘성聖’은전부사라지고오직‘속’만남은21세기.
심지어‘성’의최고이자최후의보루인교회마저도‘세속화’중이기는마찬가지이다.가령미국의복음주의교회는가장반기독교적인트럼프에대해열렬한사랑의축복을퍼붓고,한국의일부교회또한(거리)정치로내려와있다.정교분리는커녕정교일치를추구하며‘성’을정치화하고‘세속화’하는중이다.
이와같은세속화의흐름은21세기에‘인간을대체한다’는인공지능에서정점에달하고있다.하지만정작문제는인간이인공적인기계로대체되는것뿐만아니라인간이‘지능’,‘지성’등으로축소되는것이다.
즉인간이가진고유한가치,즉인간존재자체로서의‘성스러움’은거의완전히사라지고‘생각하는기계’로환원되는것이다.인간중심이아니라기계중심의완벽한가치전도다.
인간=생각하는기계라는21세기의AI의공식은파스칼의‘생각하는갈대’보다도더후퇴한끔찍한사유의전도인데,파스칼에게서인간은약하디약한‘갈대’로타자와하느님이필요한존재지만,기계는타자도또하느님도전혀필요로하지않는‘생각않는기계’이기때문이다.인간과관련된그와같은가치전도가나치의유대인학살과어떻게연결되는지는너무나쉽게간과되고있다.
합리성과계몽의완전한성공이보여주는삶의어두운이면그리고그에대한대중의무의식적거부와새로운삶에대한갈망은,‘대중의철학’을무의식적으로표출하는대중문화를통해드러나는데,〈코리안데몬헌터스〉가그것이다.
그것은1.근대가가져온탈주술화된세계에재주술화된관계를도입하며,2.우리삶은오직‘사명’,즉베버가말하는‘소명’에의해서만충일에이를수있으며,3.나는무엇인가라는정체성고민은‘업U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