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에가장가까운탈무드》는우리에게탈무드의진면목을본격소개하는책이다.탈무드의기원,체제,특징을상세히설명할뿐아니라탈무드원전에서그정수를보여주는90여개의절을가려뽑아알기쉽게해설한다.원문을직접옮긴후그맥락과배경을설명함으로써탈무드를처음접하는초심자도이해할수있도록돕는다.또한흥미롭고공감가는예화들을곁들여랍비들의가르침을현대적인맥락에서재해석함으로써,탈무드가지금우리가살아가며부딪히는여러문제들에도해답을줄수있음을보여준다.
토라(구약성서)와더불어유대인이전한양대문화유산으로꼽히는탈무드는그명성에비해방대한분량과특유의난해함때문에많은독자를좌절케했다.낯선용어와인물,무수한인용과축약,모순된의견대립으로가득한탈무드원문은마치수수께끼선문답이나해독불가능한암호문처럼보인다.반면우리나라에서탈무드는이제까지재미난우화나가벼운처세훈을담은책처럼소비되었다.이책은그러한오해를불식하고,탈무드독서의친절한안내자가되어줄것이며,고대유대인의삶을인도했던랍비들의지혜를새롭게되새겨오늘우리의삶을돌아보게해줄것이다.
탈무드란무엇인가
성서와탈무드는유대인이인류에게전한가장중요한두책이다.천지창조부터기원전5세기까지의유대역사를기록한히브리성서는기독교의경전(구약성서)으로받아들여져우리에게도잘알려져있다.하지만탈무드는비유대인은물론이고유대인에게도여전히신비하고난해한책으로남아있다.
모세가신에게성문율법인‘토라’를받은이래로,모호한율법들의정확한의미를설명할필요가있었다.모세에의해처음시작된이작업은입에서입으로후대에전해졌고,유대의현자들이자신들의시대와삶의당면한문제들에대한설명을계속추가하면서그말뭉치는점점커져갔다.이러한구전전통에서다양한문헌들이탄생했는데,서기1세기경랍비아키바벤요셉에의해완성되어성서의토씨하나하나까지자세히해설한‘미드라시’,이미드라시를바탕으로3세기초랍비예후다하나시가구전율법을6가지주제별로집대성한‘미슈나’,이후300~400년동안이스라엘과바빌로니아의랍비들이각각미슈나의의미를분석하고토론한내용을담은‘게마라’가그것이다.
탈무드란바로이미슈나와게마라를합쳐부르는말로,실제로‘예루샬미’(예루살렘탈무드)와‘바블리’(바빌로니아탈무드)라는두종류가있는데,더늦게만들어져더많은논의를담고있는바블리가오늘날널리읽힌다.보통특대판형20권으로출간되는탈무드는책장에꽂으면폭이1미터에이르며,전체분량이250만단어,5400쪽이넘는탈무드를매일한쪽씩읽으면전권을마치는데7년이상이걸린다.
왜‘원전에가장가까운’탈무드인가
우리나라에서탈무드는그동안주로마빈토케이어의책들을중심으로소개되었다.그는주일미군군목으로일본에왔다가그곳에정착하여20권가량의책을일본어로썼다고알려져있다.1970년대우리나라에일본어번역으로처음소개된그의탈무드책들은이후《탈무드의지혜》《탈무드의처세술》《탈무드의웃음》등으로여러차례재편집되며우리독자가처음으로탈무드에접할수있게해주었다.하지만그의책들은탈무드원전과는거리가있다.
탈무드는잘알려져있듯이‘할라카’와‘아가다’라는두종류의담론으로이루어져있다.‘율법’을의미하는할라카가딱딱하고법리적인이론부분이라면,‘이야기’를의미하는아가다는그것을예화로풀어쓴응용부분이라고할수있다.할라카가‘무엇을?’‘어떻게?’에대한대답이라면,아가다는‘왜?’에대한대답이라고할수있다.둘은원래동전의양면과같이서로분리할수없는것이지만,일반인에게는아가다가훨씬쉽고재미있는것이사실이다.
토케이어는탈무드에서아가다부분만을발췌하여엮음으로써탈무드를지나치게가벼운우화집처럼보이게만들었다.그과정에서그는출처를전혀명시하지않았고,이야기에지나치게많은윤색을가했으며,임의로주제별로묶고는원문의맥락과동떨어진설교를가미했다.토케이어의이출처불명의탈무드는우리나라와일본외에서는거의읽히지않는다.
토케이어의책을근간으로해서이후우리나라저자들이쓴책들도탈무드의본령과거리가있기는매한가지다.유대인에대한여러세속적선입견에서(유대인의부,노벨상,IQ등)탈무드식자녀교육법부터어린이용탈무드,탈무드태교동화에이르기까지탈무드를내세운각종책들이나왔지만,여전히우화중심에원문을인용할때에도형식적인수준의단문에그쳤다.
반면에이책은원전에충실하다.탈무드의전통적편제즉제라임(씨앗들),모에드(절기),나심(여자들),네지킨(손해),코다심(거룩한것들),토호로트(정결한것들)라는미슈나의‘6가지순서’를지키며바블리의해당출처를밝힌다.그리고각순서의하위소논문들을균형있게안배하면서,소논문들의특징을보여주는대표적절들을가려뽑아원문을그대로옮긴다.지나치게기술적이거나관용적인세세한표현은피했지만독자가원문의맛을최대한느낄수있도록미슈나와게마라를가급적직역했으며,의미를명료화하기위해꼭필요한경우에만최소한으로저자들의첨언을괄호안에표시했다.
각절에대한해설에서는,앞뒤로오는미슈나를설명함으로써(또필요에따라여러전통적주석들도소개함으로써)논의의맥락을파악할수있도록했으며,무엇보다랍비들의논의를그시대적맥락에서이해할수있도록돕는다.이책에수록된90여개의절은비록탈무드의극히일부분일뿐이지만,저자들의상세한해설을통해우리는탈무드의구성체계,글의특징,논리전개방식,다양한해석방법을점차배워가면서탈무드전체에대한상을머릿속에그려볼수있다.
미국유대교신학교를나온현직두정통랍비가함께쓴이책은1997년출간이래20년넘게대표적탈무드입문서로손꼽히며스테디셀러로사랑받고있다.탈무드의체제와원문을충실히옮기고친절히해설한이책을통해이제까지그저재미있는우화집,가벼운처세훈정도로잘못알려진탈무드에대한오해를불식하고,우리독자들이탈무드의진면목을새로이만날수있기를바란다.
랍비란누구인가
탈무드는간단히말해,서기1세기부터7세기까지600년이상에걸친랍비들의가르침을모은책이라할수있다.랍비들의가르침은세세한성서해석과율법설명뿐아니라일상의자잘한여러문제들에대한세속적·윤리적지침을포괄한다.
탈무드시대의랍비는오늘날유대교회당에서종교의식을주관하는직업적사제와이름은같지만그역할과위상은많이달랐다.초기유대사회의중심은성전과희생의식이었고,따라서세습직인코헨(제사장)이가장중요한인물이었다.그러나서기70년로마군에의해성전이파괴되면서,유대민족은일생일대의위기를맞았다.많은유대인이살해되고조국은식민지가되었으며,종교공동체는여러분파로사분오열되었고,예수를메시아라고믿는신흥종교의위협까지대두되었다.이러한위기의순간에등장해찢겨진유대공동체를재건한새로운지도자들이바로랍비였다.
사람들에게율법의참의미를가르친이교사들은대단한학식을지녔지만오늘날처럼회당에고용되어있지않았다.그들은대개다른직업이있었으며,개인적으로배움의집에모여함께토라를연구하고토론했다.이렇게오랫동안공부한후스승에게랍비로임명되면,회당에서율법에관한설교를할수있었고재판을맡을수도있었다.랍비는대단한혈통을타고나거나신의계시를받지않아도자기노력만으로될수있었다.코헨에서랍비로권력이넘어가면서출신보다지식이중시되었고,회당이성전을,기도가희생의식을대신하게되었다.유대교는처음에토라(성문율법)에서출발했으나,오늘날과같은모습을갖추게된것은랍비들의가르침곧탈무드(구전율법)에의해서였다.
랍비는시대마다여러다른이름으로불렸는데,1~2세기의탄나임(‘반복하는자’)과3~6세기의아모라임(‘설명하는자’)이각각미슈나와게마라를완성했다.곧이들이탈무드의저자이자주요등장인물이다.
탈무드는왜어려운가
성서가자주물에비유되듯,탈무드는흔히바다에비유된다.바다가생명의원천이면서동시에그거대함과사나움으로우리를압도하듯,탈무드는무수한지혜의보고이면서동시에그엄청난규모와난해함으로우리의도전을빈번히좌절시킨다.탈무드를이해하기어렵게만드는대표적인특징은다음과같다.
우선,탈무드는고대히브리어와아람어로쓰였다.모음과구두점이전혀없는이언어들은아무리전문가라도쉽게해독할수없다.자음들사이에어떤모음을할당하느냐에따라뜻이180도달라질수있으며,또어디서끊어읽을지,화자가히브리어로말하는지아람어로말하지도판단해야한다.모든가능성을고려하고최선의의미를찾아내기위해서는암호학자와같은유연성이요구된다.
둘째,번역에성공한다고해서바로의미가통하는것은아니다.앞에서말했듯이,탈무드는애초에구전으로전해진이야기들이다.암기하기쉽도록매우축약된형태로전승되었기에,중간에무수한설명들이생략되어있다.탈무드는2000년된전화놀이와같다.한세대에서다음세대로듬성듬성전달된그불가해한통신을이해하기위해서는후대의주석과해설을참조해전체맥락과이빠진부분들을파악하는것이필수다.실제로이책에서도가장자주나오는문장이“그가그에게말했다”인데,누가누구에게말하는것인지조차따라가려면체스명인과같은집중력이요구된다.
셋째,탈무드는서구의논리적사고틀을따르지않는다.처음과끝이분명한단선적글들과달리,탈무드의구조는끊임없이순환하는원에가깝다.더구나랍비들은우리가탈무드전체를알고있다는전제아래설명하기일쑤고,빈번히옆길로샌다.안식일에옷을개는문제를말하다가의복일반에대해이야기하더니,학자들의의복으로넘어가서는어느새학자란어떤사람인가,왜그들을존경해야하는가를논의하는식이다.이러한‘연관의논리’는거꾸로탈무드가매우유기적인글임을시사한다.탈무드의모든부분은서로밀접히연관되어있고서로의존한다.아주작은부분도전체주제로이끌수있기에어느것도무의미하지않다.헤엄치는법만알면바다어디든뛰어들수있듯,우리는탈무드의어느장,어느절에서든읽기시작할수있다.
넷째,탈무드의거의모든꼭지는랍비들의대화와논쟁으로이루어져있다.그런데그랍비들은서로한번도만난적이없거나완전히다른시대에살았던이들인경우가많다.탈무드의편찬자들은비슷한주제에관해말한여러랍비들의주장을토막토막잘라붙임으로써마치그들이서로대화하는듯보이게했다.탈무드의관용적표현중하나가“랍비A가랍비B의이름으로말한다”인데,이것은선대의위대한랍비의입을빌려그가만일지금살아있다면이렇게말할것이라는의미다.시공을초월한이러한서술은탈무드에생명력을불어넣고,랍비가여전히살아서지금우리에게말을걸고있다고느끼게해준다.
신은디테일에있다
종교와율법에관련된수많은낯선전문용어들도어려움을더하지만,탈무드독자들을무엇보다당혹스럽게만드는특징은따로있다.탈무드를처음펼치며우리는이제부터인간존재의가장중요하고어려운문제들에대한심오하고철학적이고숭고한지혜의말들을배우리라기대한다.하지만탈무드가실제로다루는것은아주사소하고시시콜콜한문제들이다.‘안식일에집에어떤물건을들이고낼수있는가?’‘황소가다른동물을뿔로들이받아해쳤을때누가책임을져야하는가?’‘여자가월경이끝난후다시부부관계를하기까지얼마나기다려야하는가?’거대한주제에대한진지한논의를예상하던우리는이내‘이게다야?’라며실망하고만다.
하지만탈무드의랍비들은구체적인것을통해일반적인것을,특수한것을통해보편적인것을,소우주를통해대우주를말하려한다.그들은평범한일상의세부에서신을발견하려한다.따라서우리가그들의논의를이해하기위해서는이책의저자들이누누이강조하는‘개념적접근법’을따라야한다.탈무드는자주종교적의례의외피를쓰고율법적언어로이야기되지만,그행간에서우리는랍비들이세계를바라보고이해하려한방식에주목해야한다.손가락이아니라그것이가리키는달을보듯,우리는탈무드를읽으며랍비들이무엇을말했느냐가아니라그들이어떻게질문하고생각하고문제에접근했느냐를배워야한다.
사실,탈무드에는문제에대한정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