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빛

환상의 빛

$9.15
Description
불가피하게 잃어버릴 수밖에 없는 것들에 대하여
영화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데뷔작 중 한 편으로 평가받는 「환상의 빛」의 원작 단편집『환상의 빛』. 표제작인 「환상의 빛」을 포함해 총 네 편의 중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모두 상실과 이별에 얽힌 추억들을 다룬 작품들로 우리가 살면서 불가피하게 잃어버릴 수밖에 없는 것들에 관해 이야기한다. 이로써 삶의 의미를 묻고 인간 존재의 나약함에 대한 연민과 안타까움을 표현하고 있다.

이 책은 특히 서간 문학의 참맛을 알려주는 작품이다. 아내가 죽은 남편에게 부치는 편지 형식을 띤 이 작품은 왕복 서한이 아니라는 점에서 온전한 의미의 서간 문학은 아닐지도 모른다. 수취인 또한 이미 이 세상에 없는 남편이라는 점은 그러한 면모를 더욱 두드러지게 한다. 하지만 수취인 부재의 편지라는 형식은 발신인의 간절한 질문에 대답해줄 수 없는 주체가 부재한다는 이 소설의 정조인 애절함과 안타까움, 쓸쓸함을 더 한층 선명하게 드러내는 장치로 작용한다.

그리고 삶과 죽음의 경계란 생각보다 멀지 않으며 죽음은 삶의 외곽에 놓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의 한복판에 있을 수 있다는 이 책의 주제로 볼 때 이 수취인 부재의 편지 형식은 단순히 특정한 개인을 향한 발신이 아니라 그보다 더 큰 존재를 향한 편지라는 함의를 띤다고도 할 수 있다. 김혜리 씨의 추천의 글대로 이 소설은 ‘기도’에 가까우며 그 기도가 향하는 대상은 어떤 절대자를 향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저자

미야모토테루

저자미야모토테루(宮本輝,1947~)는20세기후반일본순문학을대표하는소설가.비를피하려고잠시들른서점에서읽은유명작가의단편소설이너무나재미있어서카피라이터를그만두고전업작가의길을걷기로?결심했다.1977년자신의유소년기를다룬데뷔작「흙탕물강」으로제13회다자이오사무상을수상했고,이듬해인1978년에「반딧불강」으로제78회아쿠타가와상을수상하며창작활동2년만에작가로서의지위를확고히했다.1987년에는『유?(優駿)』으로요시카와에이지문학상을역대최연소인마흔살에수상했고2009년『해골빌딩의정원』으로시바료타로상을수상했다.오랜기간동안아쿠타가와상과다자이오사무상심사위원을역임하고있으며각종문예지의신인상심사위원을역임했다.대표작으로는‘강3부작’으로불리는「흙탕물강」,「반딧불강」,『도톤보리강』,서간체문학인『금수(錦?)』,자전적대하작품연작으로영화화되거나라디오드라마로만들어지기도한『유전의바다』(1984),『도나우의여행자』(1985)등이있으며『사랑은혜성처럼』,『해안열차』,『인간의행복』,『이별의시작』,『피서지의고양이』,『반딧불강』,『우리가좋아했던것』등의작품이우리말로번역되었다.

목차

목차
환상의빛
밤벚꽃
박쥐
침대차
옮긴이의말

출판사 서평

출판사서평
추천의글
「걸어도걸어도」와「원더풀라이프」의감독고레에다히로카즈가소설「환상의빛」을영화화하는것으로장편연출경력을시작한건당연한일이다.이것은불현듯남겨진자가삶에끝없이메아리치는비극적순간의의미에대해곱씹는이야기니까.이때미야모토테루가눈을두는것은난폭하게틈입한짧은순간이아니라,그곳을향해나선형을그리며고통스럽게맴도는긴세월이다.삶과죽음의경계선위에걸쳐있는박명의빛줄기를바라보며,그는시간의소금기가묻어있는아름답고쓸쓸한문장들을또박또박적어나간다....
추천의글
「걸어도걸어도」와「원더풀라이프」의감독고레에다히로카즈가소설「환상의빛」을영화화하는것으로장편연출경력을시작한건당연한일이다.이것은불현듯남겨진자가삶에끝없이메아리치는비극적순간의의미에대해곱씹는이야기니까.이때미야모토테루가눈을두는것은난폭하게틈입한짧은순간이아니라,그곳을향해나선형을그리며고통스럽게맴도는긴세월이다.삶과죽음의경계선위에걸쳐있는박명의빛줄기를바라보며,그는시간의소금기가묻어있는아름답고쓸쓸한문장들을또박또박적어나간다.생의진창속시린발목을이제그만문질러없애고공기속으로휘발되고싶은피로가있다.하지만그빛너머로훌쩍넘어갈수없는지금,대답없이뚜벅뚜벅걸어가는것들의뒷모습을바라보며누군가는말을걸고또건다.미야모토테루가그랬고,고레에다히로카즈도그랬다.해답이끝없이미끄러지는질문들의연쇄가결국문학을만들고영화를빚는다.아마삶도그럴것이다.
이동진/영화평론가
필사적으로침묵을경청해야하는영화들이있다.고레에다히로카즈감독의「환상의빛」도그랬다.가늠조차못할이유로남편을잃어버린유미코는많은말을하지않았다.나는검고긴옷으로몸을감싼그여자의혼잣말과인생을향해던졌을힐문들을오랫동안상상했다.영화를먼저접한한국독자에게소설「환상의빛」은뒤늦게도착한유미코의편지다.하지만그것은서러운독백도,죽은남편을그리는‘미망인’의연서도아니다.유미코의수취인은차라리신(神)이다.쓴다는행위를통해버틴,기도에가까운문체의이소설은두려운진실을포함하고있다.예컨대인간은살기싫어서가아니라,그저죽고싶어서죽을수도있는존재라는것.그리고생의무도한불가해함은가혹한허방인동시에매일몸을일으켜다시살게만드는요염한신기루-환상의빛이라는것.
김혜리/「씨네21」기자
『설국』의서정을잇는현대일본서정문학의진수『환상의빛』
영화역사상가장아름다운데뷔작중한편으로평가받는「환상의빛」의원작단편집『환상의빛(幻の光)』이서커스에서출간되었다.수많은국제영화제수상경력을포함하여현재일본국내외에서높은평가를받고있는고레에다히로카즈감독의첫연출작인「환상의빛」은베네치아,밴쿠버,시카고국제영화제등에서수상했으며국내에서도시네필들의열렬한지지를얻었던작품이다.원인불명의자살로남편을잃은젊은여자의상실감을독특한서정적영상으로묘사한「환상의빛」은삶과죽음이라는대극이지척에있을수있다는삶의불가해함을절제된스타일로보여주어관객들에게깊은여운과감동을안겨주었다.
소설「환상의빛」은영화언어로는부득이하게생략될수밖에없었던디테일들을담고있어서오히려영화보다도단연낫다는평을받고있다.영화와달리죽은남편에게말을거는여성화자의독백체로된소설의어조는때로는담담하고때로는유쾌하고때로는아이같지만그런목소리속에서도불쑥불쑥죽은남편의부재에대해대답없는질문을끊임없이던지는모습은쓸쓸하면서도아련한느낌을갖게한다.그리고영화에서는초반에잠깐다뤄진할머니의실종사건은소설전체의테마를구성하는매우중요한요소로생략된것이아쉬웠는데소설을읽고나면영화의전체적인의미도좀더명확해질것이다.그외에도주인공유미코의초경이야기나,유미코가소소기로재혼하러갈때만난재일한국인아줌마의강인한모습등영화에서는볼수없었던다채로운에피소드들은영화언어보다우월한소설의서사성만이줄수있는감상의즐거움을더해줄것이다.
「환상의빛」은오랜만에소개되는서간문학의참맛을알려주는작품이다.아내가죽은남편에게부치는편지형식을띤이작품은왕복서한이아니라는점에서온전한의미의서간문학은아닐지도모른다.수취인또한이미이세상에없는남편이라는점은그러한면모를더욱두드러지게한다.하지만수취인부재의편지라는형식은발신인의간절한질문에대답해줄수없는주체가부재한다는이소설의정조인애절함과안타까움,쓸쓸함을더한층선명하게드러내는장치로작용한다.그리고삶과죽음의경계란생각보다멀지않으며죽음은삶의외곽에놓여있는것이아니라우리삶의한복판에있을수있다는이책의주제로볼때이수취인부재의편지형식은단순히특정한개인을향한발신이아니라그보다더큰존재를향한편지라는함의를띤다고도할수있다.김혜리씨의추천의글대로이소설은‘기도’에가까우며그기도가향하는대상은어떤절대자를향하고있다고도할수있다.
미야모토테루는20세기후반일본문학을대표하는작가로가와바타야스나리가『설국』을통해일본적서정을보여준것처럼산문시라고할수있을정도로애절하면서도아름다운문장으로현대일본서정의진수를보여준작가이다.「환상의빛」은그런미야모토테루의특성이가장잘드러나있는작품이다.
수록된작품들
표제작인「환상의빛」을포함해총네편의중단편이수록되어있다.모두상실과이별에얽힌추억들을다룬작품들로우리가살면서불가피하게잃어버릴수밖에없는것들에관해다룸으로써삶의의미를묻고인간존재의나약함에대한연민과안타까움을표현하고있다.
「환상의빛」

‘당신은왜그날밤치일줄뻔히알면서한신전차철로위를터벅터벅걸어갔을까요......’
오사카에사는이십대의젊은아내유미코는어느날밤늦게남편이전차에치어자살했다는소식을듣는다.남편의사체에서는약물도,알코올도검출되지않았다.도박도하지않고,여자관계도없고,죽지않으면안될정도의빚이있는것도아니고그렇기는커녕첫아이가태어난지세달밖에안되는데남편은아무런단서도한마디말도남기지않고치일때까지전차선로위를묵묵히걷다가죽었다.
유미코는재혼해서소소기바닷가에있는작은어촌에서나름대로행복한삶을살지만행복한일상속에서도문득문득전남편의부재에대해생각하게된다.죽은남편을향해이제는대답될수없는질문들이일상의틈으로삐죽이나오지만결국그대답은들을수가없다.설거지를하다가도,목욕탕에서들려오는새남편과아이들의웃음소리를들으면서도‘죽으려는사람의그마음의정체를알려고필사적으로이리저리생각’한다.
이제더이상이세상에없는사람에게말을걸지않으면안되는쓸쓸함과,마음조차전달할수없는애절함과안타까움이유미코의독백을통해절절히울리는가운데삶과죽음의경계란과연얼마나떨어져있는가하는화두가대자연의거친바다를배경으로환상적으로떠오른다.
「밤벚꽃」
아들의일주기에참석하고집으로돌아오던아야코는적적함을달래기위해하숙인을들일까고민하다가그만두기로한다.그런데젊은전기수리공이하숙인모집광고를보고찾아와서는단하룻밤만이면되니아야코의집에서잘수있겠느냐고요청한다.청년의희한한요청에아야코는이상이있는가전도구들을고쳐주면생각해보겠다고장난처럼대답해버렸는데청년은진짜로집의가전도구들을다고쳐주고저녁때오겠노라며돌아간다.그때부터아야코는집안에낯선타인을들이는것에대한불안때문에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