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치미 떼듯 생을 사랑하는 당신에게 (고정순 에세이)

시치미 떼듯 생을 사랑하는 당신에게 (고정순 에세이)

$14.00
Description
“남부럽지 않을 만큼 불행을 겪어 왔지만,
모든 순간이 나의 뮤즈였다.”

그림책 작가이자 에세이스트, 고정순이 생을 사랑하는 방법.
젖은 신발을 신고 삶을 걷는 여행자!
슬플 때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다는 작가, 고정순.
그녀의 작품에선 짭조름한 눈물 냄새가 난다.

고정순 작가는 어머니에게서 ‘물에 빠지면 물고기랑 얘기하느라 엉덩이만 물에 뜰 거라는’ 얘기를 들으며 자란 타고난 수다쟁이며 이야기꾼이다. 그녀는 성인 잡지를 훔쳐보며 또래보다 조숙했던 어린 시절과 눈물 많고 예민했던
청소년기를 지나 어른이 되어서는 오로지 그림책 작가가 되겠다는 바람 하나로 모텔에 걸릴 벽화를 그렸고, 공장, 골프장, 동물원, 카페 등 가리지 않고 일을 했다.
그리고 그 대가로 이제는 한순간도 약 없이 버티기 어려운, 아픈 몸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었다.
그녀는 자신이 겪었던, 그리고 지나쳤던 모든 순간과 사람들, 공간, 그리고 마음들을 놓치지 않고 글과 그림으로 기록해 나갔다. 그렇게 쌓인 수많은 기록들은 씨실과 날실로 촘촘히 엮이며 그림책이 되었고, 시가 되었고, 소설이, 그리고 에세이가 되었다.
《시치미 떼듯 생을 사랑하는 당신에게》는 그림책 작가이자 에세이스트인, 고정순이 때때로 거칠고 무례했고, 가끔은 다정했던 삶을 통과하며 모은 이야기들을 슬픔과 기쁨, 감사와 사랑의 마음을 담아 써 내려간 글이다.
그녀의 글에선 흉내 낼 수 없는 그녀만의 향기가 난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 향기를 ‘슬프고도 아름다운, 고정순이란 장르’라고 말한다.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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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고정순

그림으로그릴수없는것은글로,글로쓸수없는이야기는그림으로그리고있습니다.
그동안쓰고그린그림책으로《봄꿈》,《옥춘당》,《시소》,《무무씨의달그네》,《어느늙은산양이야기》,《가드를올리고》,《최고멋진날》,《솜바지아저씨의솜바지》들이있으며,청소년소설《내안의소란》,산문집으로《안녕하다》와《그림책이라는산》을펴냈습니다.
그림책은물론이고,에세이,소설,만화로영역을넓히며자신의이야기를전하고있습니다.

목차

달*달
사랑*바람돌이선물
초능력*초(라한)능력
시작*새침한시작
어린이*아는아이
자유*자유자격증
커피*쌉쌀한공범
위로*슬픔의모서리
여름*여름의바이올린
음악*문방구밴드
고양이*꿈없는잠
집*코인세탁소가있는골목
영화*퐁네프다리를지나며
다름*예비비행을마치고
가을*끝에서다시
노동*보이지않는근육
가족*그냥,우리
가면*유리가면
크리스마스*어떤날
꿈*닻을내리는달
눈*얼음조각가
빵*빵빵한외로움
그림책*녹슨피아노
꽃*꽃이피거들랑
못다한이야기*한밤의보라

출판사 서평

주저하는마음을이겨낸용기있는고백…
그리고,조건없이건네는힘센위로의말!

《시치미떼듯생을사랑하는당신에게》는24개의주제를통해삶의순간을그려내는형식의글이다.그녀는한가지주제앞에서자신의오래된과거와현재를종횡무진넘나들며새로운이야기를쏟아낸다.
과거의그녀와지금을살아가는그녀를능청스럽게연결하며때로는아프게,하지만언제나웃음을잃지않으며자신의세계를펼쳐내는그녀의글은마치한편의단편영화를보듯드라마틱하고역동적이지만,진정성이란면에서그어떤글에견주어봐도(심지어는누군가의일기장과비교한다고해도)지나치리만큼솔직하다.
그녀는자신의부끄러움이나부족함을용기있게드러낸다.뿐만아니라,아직아물지않은상처까지도감추지않으면서그녀가차마직면하지못하고서성이며주저했던과거,그리고끝나지않은지금의아픔을이야기한다.
고백의이유는그녀만큼이나순수하고단순하다.그녀와비슷한아픔을가진또다른누군가에게힘을주길바라는마음하나.

잘못된선택으로벌을받는것이라고자책했거든요.그리고이렇게글로쓸수있는이유에대해서도말하고싶어졌어요.이땅을살아가는여자들이경험한불행의공통분모는아직도가볍지않아요.힘겹게용기낸사람들의앞선고백이내게힘을주었어요.
그림책한권을만들고싶었고한인간의몫을살아내고싶었을뿐인데,나는왜북풍한설속에서벗어나지못할까궁금한적이있어요.24시간365일내몸을떠나지않는통증과그로인해원하지않는방향으로흘러간나의시간이안타깝지만이제는보듬고싶어요.
계속그안에머무르기보다는내가경험한고통을말하고쓰고그리면서누군가에게말을걸고싶어요.
_〈예비비행을마치고〉중

작가가용기를내고백할수록,독자들은각자다른이름으로새겨진자신의그림자와아픔을털어내며위로를주고받는다.
희망이희미해진자리에그녀가슬며시건네는위로의힘은대책없이세다.

뒤를보며앞으로걸어가는초(라한)능력자,
익숙한것에서낯선것을
낯선것에서익숙한이야기를건져내는능청스런이야기꾼!

고정순작가의글에서는치열하게생을사랑한사람에게서나는짙은향기가풍긴다.여기에익숙한것에서낯선이야기를,낯선것에서익숙한이야기를만들어내는그녀특유의감각이더해진다.
아픈아빠를위해희생을마다하지않는엄마와짝사랑하는사람을위해새벽부터일어나눈을치우는청년을떠올리며‘아무나할수없는일을아무렇지않게해내는행동과마음을사랑’이라고말하고,남부럽지않게경험한
다양한불행속에서‘날찾아오지않은행운보다날피해간불행에초점을맞추는,초(라한)능력’을가졌다고자랑하는작가는‘뒤를보며앞으로걸어가는’자신의발걸음을능청스럽게이야기하는초능력이야기꾼인것이다.
시를사랑하고시인이되고싶었던때문일까.그녀의글은시를닮았다.《시치미떼듯생을사랑하는당신에게》속글들은한편한편긴산문시라고해도좋을만큼그녀만의은유가담뿍담긴문장들로가득하다.

그림책세상이둥글다면그원안에들기위해가까스로깨금발로서있던나였는데,이제밖으로밀려난다해도어쩔수없다는마음으로낙화의타이밍과착지의모양을상상해요.왜체조경기점수중착지점수가중요한지이제알겠어요.
시작만큼이나중요한,어쩌면시작보다더어려울지모르는마지막을위해날마다나는부지런히저물어가고있어요.
시치미떼듯생을사랑하는친구가.
_〈새침한시작〉중

어느날,휴게소화장실에서땀띠위로흐르는땀을닦는데따듯한물기가눈가에무겁게내려앉더라고요.내가걷고싶은길은온통안갯속으로침잠했는데,골프장언덕은만화영화속초원처럼형형한초록이었어요.
너무나눈부신.
당시나는그림을그릴때쓰는근육은소실되고,골프가방을메던어깨근육은필요이상으로비대해진것처럼느꼈어요.다시그림을그릴수없을거라고절망했죠.
(중략)
골프장을떠나면서내게도비슷한버릇이생겼어요.있지도않은가방끈을자꾸만끌어올리는버릇.나는한동안그버릇을버리지못했어요.이제사라진버릇인데,보이지않는근육으로남아가끔게으른나를꾸짖어요.
_〈보이지않는근육〉중

이쪽에서저쪽으로신호를보내던명주실로만든종이컵전화기가생각나요.우리가글을주고받는일이종이컵전화기같아요.사실그전화기는상대의소리를온전히전해주지못해요.내소리를낮춰야상대의소리를들을수있는장난감이죠.
그래서늘정작가의소리가들리길기다리며내소리를낮추고있어요.
느껴지죠?
아이처럼잘웃는친구에게하품잘하는친구가.
_〈아는아이〉중

그녀의첫에세이집인《안녕하다》속문장들에아름다운슬픔이가득했다면,《시치미떼듯생을사랑하는당신에게》에서만나는문장들은여전히아름답지만사이사이에웃음기가가득하다.
슬픔을토해낸작가의조금은가벼워진마음때문일까,그사이인생을힘껏살아낸작가의여유로움일까.그게무엇이든그녀의글이주는위로는변함없이다정하고읽는이의가슴을울린다.
어둡고초라한생을건너온사람만이쓸수있는깊은울음과삶을견뎌낸유머가담긴글은더없이아름다워서,저마다의가슴속깊이파고들어기어이울음과웃음이뒤섞인카타르시스를선사한다.
이책,《시치미떼듯생을사랑하는당신에게》를지금위로가필요한당신에게전하고싶은이유이다.

“아직끝나지않은슬픔이있고,만들지못한이야기가있다.”는작가의말처럼,이책은그녀가멈추지않고
혼신을다해쏟아낼끝없는이야기의시작이다.

고정순,정진호작가가일년동안주고받은편지,
두권의책으로피어나다!

12살이라는나이차이를넘어절친으로지내오던고정순,정진호작가.
일년전,두사람은서로에게긴글의안부인사를주고받기로하면서단한가지를약속했다.
편지글이지만,서로를의식하지말고오히려적당한거리에서서로의이야기를들려주자는것.그러면부끄러움없이더솔직하게쓸수있을테니까.대신,서운하지않게서로에게데면데면한애정표현은잊지말기로약속했다.
그리고2020년12월부터일년동안〈데면데면한애정표현잊지말아요〉란제목으로서로에게편지를썼고,그편지는400명의독자들에게일년동안연재형식으로배달되었다.
일년이지나,그동안서로에게보낸24편의편지글을모아각각책으로(《시치미떼듯생을사랑하는당신에게》고정순/《꿈의근육》정진호)출간하게되었다.
각권의책속에는연재되었던24편의글이외에미발표원고까지담아,독자들을향한두작가의다정한마음을오롯이느낄수있다.
편지를쓰는동안서로데면데면하자고약속했지만,편지가이어질수록서로의이야기는짙은겨울밤만큼깊어졌고,약속을지키는일은무엇보다어려웠다.

나는문장부호중말줄임표를싫어해요.무책임해보여서싫고,하기어려운말을단순하게생략하는것같아싫었어요.그런데오늘이편지는보이지않지만,수많은말줄임표들로이뤄져있어요.
편지쓰는내내많이망설였다는증거라딱한번만더쓸게요.
고마워요,거기있어줘서….
_〈빵빵한외로움〉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