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름: 지워진 기억 (양장본 Hardcover)

주름: 지워진 기억 (양장본 Hardcover)

$18.84
Description
삶의 끝자락에서 눈물만 하염없이 흘리며 싸워야 하는 ‘노화’와의 전쟁을 그린 수작!
“길 위에 있을 때에는 그 길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그저 앞만 보고 가느라 길가의 근사한 풍경을 모두 놓치고, 그 끝에 이르러서야 뒤를 돌아보며 지나온 길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깨닫게 된다는 뜻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이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스페인의 한 요양원. 이곳에 입원해 지내는 노인들에게는 지난 인생 가운데 가장 아름다웠던 시절을 추억하며 곱씹는 것이 유일한 낙이다.
은행 지점장으로 건실하게 살아오다 알츠하이머를 앓게 된 에밀리오, 수많은 부하를 거느리던 군인 출신의 미겔, 사랑하는 이와 한평생을 함께한 로맨티스트 부부 돌로레스와 모데스토,
가족에 대한 사랑으로 하루하루를 버티지만 찾는 자식 하나 없는 안토니오, 건강한 육체가 가장 큰 재산이던 육상 메달리스트 페이세르. 이들이 저마다 빽빽이 채워 온 인생이란 책.
그 아름다운 결말을 위해 찬찬히 책장을 넘겨 보지만 잔혹한 노화와 세월은 추억도, 사랑도 송두리째 지워 버리고. 백지가 된 기억의 페이지를 이들은 어떻게 마무리할까.
선정 및 수상내역
프랑스 <르 몽드> 추천작!
스페인 만화페스티벌 최우수상 수상작!
일본 문화청 미디어예술제 우수상 수상작!
저자

파코로카

스페인출신으로그래픽노블을통해사회적으로관심이집중되는주제에대해이야기하는작가이다.1996년스페인월간잡지〈키스코믹스〉로데뷔했으며,2005년스페인내전을배경으로한그래픽노블을썼다.
이후살바토레달리의일생을그린작품을냈고,2007년에발표한《주름》에서는그동안그래픽노블분야에서는쉽게다루지않았던알츠하이머병에대한이야기를썼다.이작품으로2008년바르셀로나그래픽노블상,이탈리아루카그래픽노블상,일본우수작품상을수상했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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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삶의끝에서운명처럼만난요양원의노인들.
인생의종착역을향해속절없이끌려가면서도잊혀지는것만은
끝내거부하는그들의삶과죽음,그리고사랑에대하여……

스페인의그래픽노블작가파코로카가쓰고그린«주름_지워진기억»은한요양원을배경으로한다.살아온삶도,이곳까지오게된사연도각자다르지만친구처럼,때론가족처럼함께하는이들의요양원이다.알츠하이머를앓고있는전직은행장출신에밀리오가아들내외의손에이끌려이곳에입원하면서이야기는시작된다.
에밀리오는자신의병세를전혀모른채,바쁜자식들이자신을귀찮게여겨요양원에오게된줄로만알고서다른노인들에게도시큰둥할뿐이다.이러한그를스스럼없이챙겨주는이는룸메이트미겔.미겔은요양원노인가운데가장의욕적이고건강한듯하지만외로움으로인한도벽을철저히숨긴채생활하는뻔뻔한사기꾼이기도하다.
미겔의도움으로에밀리오는요양원생활에순조롭게적응해나가지만,안온한생활도잠시뿐.간호사의실수로자신이알츠하이머에걸렸다는사실을깨닫고두려움에휩싸인다.
은행원이라는직업적특성에비추어에밀리오를살펴보면이성적이고꼼꼼하며매사에철저했던그였음을충분히알수있다.그렇기때문에그가알츠하이머환자라는사실이더욱극적으로다가온다.매일같은시각에일어나단정한차림으로출근하고누구보다열정적으로일하던에밀리오.
그가과거에연연하며매일매일조금씩무너져내리는현재의모습은유능하고젊은은행장에밀리오와완전한대비를이루며알츠하이머의잔혹함을적나라하게보여준다.이처럼«주름_지워진기억»은삶에서가장소중한기억마저지워버리는알츠하이머의실상을한편의드라마로촘촘하게엮은작품이다.
생의마지막순간에생의가장빛나던순간을떠올리는노인들의모습을작가는매우면밀하고생생하게그린다.누군가는출세가도를달리던날의기억이,또누군가는육상트랙을누비며메달을목에걸던날의기억만이남은생을끝까지살게하는힘이라는점이절절히와닿는다.

‘나이듦’과‘죽음’에서찾는인생의의미

파코로카는삶의막바지에이른이들의보금자리인요양원을두개의층으로나누어보여준다.자신의의지대로수족을놀리며빙고게임도하고주말이면춤도추면서나름의노년을누리는이들이있는1층.
몸도마음도온전치않아타인의도움없이는보통의일상생활조차버거운이들의2층.상태가나빠지면가게된다는위층에대한호기심을억누르지못하고2층에올라갔다가에밀리오는큰충격을받는다.
그리고그곳에절대로가지않겠다는,깊어만가는자신의병세를철저히숨기겠다는의지를불태운다.이는남은삶과자신의마지막존엄에대한결연한의지이기도하다.
‘나이듦’의쓸쓸함으로가득하지만여전히남은생이존재하는1층과,자기를완전히잃은이들이‘죽음’을앞두고있는2층.1층과2층을잇는계단앞을서성이며끝내‘나를잃지않겠다’고다짐하는듯한에밀리오의주름가득한얼굴을보면‘인생이란무엇인가’하고생각하게된다.
결국모든기억을잃게된남편을위해2층으로함께간돌로레스.그리고에밀리오의물건을훔치고시치미를떼면서도그를위해할수있는모든것을다하며끝까지에밀리오옆에남은미겔.사랑하는사람,지금곁에있는사람의손과발과입이되어주는것으로여생을보내는이들의모습을보면서사랑으로충만한삶의가치를느끼게된다.

빈페이지로마감하는삶을추억하며

파코로카는이책을통해알츠하이머와치매라는인간의퇴화과정을보여준다.에밀리오보다중증알츠하이머를앓는모데스토의상황은특히심각하다.그는자신을돌보기위해요양원에함께들어온아내를한평생사랑했지만,이젠곁에있는사람이아내인지아닌지도모르는눈치다.
머릿속이백지처럼온통하얘지면서도그가희미하게나마미소짓는순간이있다.풋풋했던시절,사랑하는아내에게마음을고백하던날의추억이떠오를때다.오직사랑의기억만이최후의순간까지남는다는듯이말이다.
파코로카가요양원이라는노인들의공동체를통해그리는세계는마치우리인간들각자가한권이책이되는도서관과같다.꿈,사랑,성공,행복으로가득하던페이지는이제누렇게변색되고비슷비슷한책처럼보여모두에게외면받는다.
오랜세월접히고주름지고결국엔다닳아버려서어떤곳은글자하나남지않고완전히빈페이지가될때까지,책은계속흐려진다.그럼에도불구하고생애중가장강렬한감정은살아남아책곳곳에숨겨진보물처럼남게된다.
본문의89쪽,96쪽일부와98쪽,99쪽은백면상태이다.작가의의도적인구성이다.파코로카는빈페이지로마감할수밖에없는게인생이라면,그페이지를다시채우는것은남겨진이들의몫임을말하고싶었던것이아닐까.
사랑하는이가남긴책의빈페이지를찾아그를추모하고기억하며한자한자다시채워가는것이야말로인간적인삶이라는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