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앗긴 봄, 공녀

빼앗긴 봄, 공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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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동북아와 마의 삼각구도

만리장성은 인공 지형물이지만 동북아 민족을 나누는 선이기도 하다. 중원 대륙의 한족은 오랑캐로 불리는 몽골·거란·여진 등의 침입을 대비해 만리장성을 쌓았고, 반대로 북방 민족은 기회만 되면 물산이 풍부한 만리장성 남쪽을 넘봤다. 그 동북아의 틈바구니에 우리 민족이 자리하고 있었다. 동북아는 외교적 역학관계에 따라 이른바 ‘마의 삼각구도’를 만들어 냈다. 이 같은 구도가 형성되면 영토나 인구 면에서 늘 열세에 있던 우리 민족은 피해를 받았고, 공녀는 그 부산물로 생겨났다.

역사의 아픈 손가락, 공녀

북방 민족인 원나라는 고려에 공녀의 공급을 강제하였고, 강도는 다소 약했지만, 한족인 명나라도 조선에 공녀를 요구하였다. 우리의 어린 동녀들은 고려와 조선시대에 김찬의 시와 같이 ‘날아서 깃 떠나는 젖먹이 제비 새끼들’처럼 만주벌판을 지나 중국으로 끌려갔다. 동녀의 극소수는 궁인이 되어 ‘말 위에서 비파를 뜯고 음악으로 옥 술잔 들게 하는’ 사치를 누렸다. 그러나 동녀의 대다수는 인격체가 아닌, 유희물 혹은 공물의 대우를 받았다.

빼앗긴, 그리고 짓밟힌 봄

중세를 살던 우리의 동녀들은 물설고 낯선 타국에서 노예 대우를 받다가 ‘여러 산들이 꿈속에 들어와’ 푸를 정도로 오매불망의 사향심을 안은 채 생을 마감했다. 병자호란 때는 환향녀(화냥년)가 있었고, 일제강점기에는 우리의 언니·누나가 멀리 위안부로 끌려갔다. 그들도 공녀와 마찬가지로 성(性)을 수탈당했다. 그들은 ‘빼앗긴 봄’이었다. 그들은 모두 약소국가에 태어났다는 하나의 이유만으로 인생의 봄을 강대국에 저당 잡혔다. 그들은 ‘짓밟힌 봄’이기도 했다. 수많은 봄이 짓밟혀야 했던 우리 역사 속의 그 아픔을 함께 나누고자 했다.
저자

조혁연

충청북도중원(현충주)의산골에서태어나청주에서청년기를보냈다.신문기자생활을하던중어깨너머로본인문학의세계가너무재미있어뒤늦게고고학과역사학을전공하였다.충북대학교대학원고고미술사학과에서고고학과저널리즘연구로석사학위,동대학원사학과에서사회경제사분야의연구로박사학위를받았다.주요논문과저서로는「《병자일기》에나타난17세기충주이안지역의농법」,「《병자일기》에나타난17세기전기의사노비」,「광무양안과대한제국기충남문의군의酒幕」,「조선전기의貢女와그친족에대한시혜」,「19세기충주지역주막의연구」,『조선지지자료』(충북지역색인)등이있다.청주대학교와한국교통대학교에출강하였고,현재충청북도문화재전문위원과충북대학교사학과초빙교수로있다.

목차

들어가며_4

1장동아시아와조공질서
화이관,조공질서를만들어내다_13
한족도한때는흉노에조공하였다_17

2장삼국시대의공녀
고구려고국원왕,스스로신하됨을칭하다_23
벽화로본고구려·신라·백제의조공사절_26
장수왕의남진정책과북위의공녀요구_30

3장고려시대의공녀
원나라사신저고여의피살과공녀요구의시작_35
고려조정,공녀선발을위해국가기구를설치하다_38
공녀를기피하는그처절한모습들_42
공녀를바라보던고려지식인의이율배반_46
공녀를출세를위한뇌물로바치다_51
공녀예방책,일부다처를주장하다_55
고려공녀,얼마나많이끌려갔을까_59
몽골에는‘고려양’,고려에는‘몽골풍’_64
원나라시에등장하는고려공녀의아름다움_72

4장조선시대의공녀
명태조주원장은왜조선왕실과정략결혼을추진했을까_81
1차공녀,그녀들은왜모두후궁이됐을까_85
2차공녀정씨처녀,불행을면하는가했지만_98
3차공녀와임신경험이있던황씨_101
1~3차공녀의비극적인죽음과‘어여의난’_105
4차공녀,명나라행가마에자물쇠가채워지다_112
오라비출세욕의희생양(?),5차공녀한계란_117
6·7차공녀에는왜어린집찬녀가많았을까_121
태종~세종대의공녀일부,고국으로돌아오다_126
공녀소문에다시전국적인대소동이일어나다_129
공녀차출소문,현실이되다_133
불쌍한효종대공녀‘의순공주’_138

5장국내의「황친」과그대우
현인비오라비권영균_148
순비아버지임첨년_151
소의오라비이무창_154
미인아버지최득비_156
정씨아버지정윤후_158
두한씨의오라비한확_160
오씨의아버지오척_164

나가며_173

출판사 서평

빼앗긴들에도봄은오는가?

시인이상화는나라잃은민족의설움을이처럼노래했다.“지금은남의땅─빼앗긴들에도봄은오는가?”그리고오랜설움을거쳐,드디어빼앗긴들에도새봄은왔다.그러나우리가아직던지지못했던질문이있다.그질문은이시의마지막을장식했고,안타깝게도실제로우리가겪어야했던악몽같은현실과관련이있다.“그러나지금은─들을빼앗겨봄조차빼앗기겠네.”들을빼앗긴다는것은단순히들만을빼앗긴다는의미가아니다.그들에사는모두의봄을빼앗긴다는것이다.아주오랫동안들을빼앗겼던우리는우리의젊은청년과처녀들의푸른봄을빼앗겨야만했고,그봄은아직도돌려받지못했다.그래서우리는그들을위하여이렇게묻지않을수없다.과연,빼앗긴봄에도봄은오는가?이질문에대한답은아직은미완인채로있다.

봄조차빼앗긴이들을위하여,

흉노의땅에끌려가야했던왕소군을두고동방규는이렇게노래했다.“오랑캐땅엔꽃도,풀도없으니,봄이와도봄같지않다(胡地無花草,春來不似春).”그러나봄이봄같지않은까닭은그땅에꽃과풀이자라지않기때문이아니다.봄이봄같지않은까닭은비록드넓은초원에는꽃이흐드러지고창공엔제비가지저귀지만,그마음속에는아직엄동설한같은추위가이어지는탓이다.그들은우리의왕소군이었다.그런데이렇게봄을빼앗긴이들이있었던것이아주근래의일만은아니다.병자호란때봄을빼앗긴환향녀들과그이전의공녀들역시들을빼앗은자들에의해봄을빼앗겨야만했다.그들은외로운타향에서생을보냈고,대부분은거기서생을마감해야만했다.그러나우리는그들을잊어버린채되돌아보지않고있었다.그렇게그들은봄(見)조차도빼앗겨야만했다.

봄은저절로오지않는다.

이미늦어버린지금에,우리가그들에게돌려줄수있는건고향의봄이아니다.하지만우리는그들에게고향의봄(見)만큼은내줄수있다.저자는홀로아파야했던우리의‘봄’들을살펴봄으로써그들에게봄(見)을되돌려주고자한다.이책을읽으며그들과함께아프다보면,고달팠던그들의봄도우리곁에되살아날것이다.그것이우리가그들에게봄을돌려줄유일한길이다.추운이겨울이지나면“꿈속에들어와푸르”던그들의산천에는또다시꽃이필것이다.그러나봄은저절로오지않는다.봄은,우리의눈이“추워한다고덮어주는이불”이될때,그때야온다.어쩌면,타향에끌려간이들이그토록원했던것도고향산천의초목이아니라고향사람들의주목이었을지모른다.우리가“손들어표할하늘”도없던그들의한을기억해야하는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