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여인의 편지(큰글씨책)

모르는 여인의 편지(큰글씨책)

$13.00
Description
‘사랑과 자유정신’의 작가 슈테판 츠바이크가 그리는
한 통의 편지 속 사랑, 비밀, 운명의 이야기
《모르는 여인의 편지(Brief einer Unbekannten)》는 오스트리아의 유대계 작가 슈테판 츠바이크(Stefan Zweig, 1881~1942)의 1922년 작 소설이다. 어느 날 비밀스런 편지를 보내는 이 소설의 주인공은 일반적으로는 상상하기 어려운 특이한 개성과 행위를 독자에게 선사한다. 그녀는 문틈이나 열쇠구멍, 창문을 통해 한 남자의 행동을 남몰래 관찰하고, 그의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알아내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기나긴 세월을 헌신적인 사랑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친 그녀가 남자의 기억 속에는 전혀 없는 낯선 여인, 망각의 존재라는 것이 츠바이크가 예리하게 잘라 내는 인간 심리의 한 단면도이다. 한 사람의 절대적 관심과 절대적 사랑이 타인이라는 대상으로부터는 절대적 무관심으로 되돌아오는 기묘한 인간관계는 우리 모두가 되새겨 볼 만한 본질적인 사랑의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츠바이크의 소설에서 평범한 삶을 거부하는 병적 존재라든가 괴벽성의 인간, 성적 충동에서 유발된 비극이 흥미로운 인간 유희를 연출하면서도, 결국은 단순한 에로티시즘을 넘어서 ‘사랑과 자유정신’으로 승화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말한다. “관계와 관계를 헤아리는 것이 내 핏속까지 자극한다. 특수한 인간들은 그들의 순수한 현존을 통해 내 인식 욕구에 불을 지핀다.”
저자

스테판츠바이크

슈테판츠바이크(StefanZweig)는1881년오스트리아의수도빈에서유태계의혈통을지니고태어났다.어린시절부터섬세한감각과문학적감수성을지녔던그는수많은고전작품을읽으며해박한지식을쌓았고,청소년기에는보들레르와베를렌등의시집을탐독하면서시인으로서의습작기간을거쳤다.빈대학에서독문학과불문학,철학,사회학,심리학등을두루섭렵했으며,특히프로이트의정신분석학에지대한영향을받았다.이런배경으로첫시집《은빛현(SilberneSaiten)》을필두로수많은소설및전기들을발표하기시작한다.1938년히틀러가정권을장악하자,유태인탄압을피해런던으로피신했다가미국을거쳐브라질에정착한다.고난의망명생활속에서심한우울증에시달리다가,1942년2월브라질의페트로폴리스에서부인과동반자살로생을마감한다.종종‘평화주의자’또는‘극단적자유주의자’라는평을받던그는“나는이시대에어울리지않는다.이시대는내게불쾌하다”라는내용의유서를남기고자유로운죽음을선택하였다.

목차

1ㆍ009
2ㆍ013
3ㆍ127
역자해설ㆍ131

출판사 서평

독일문학계의거장슈테판츠바이크,
신경을건드리는탁월한심리묘사를만나다

슈테판츠바이크는남다른감수성으로인간의심리를풍부하게묘사한다.인물의내면을깊숙이투시하여섬세한필치로지면에펼친다.또관계가지닌복잡다단한속성을탐구하고독자를그속으로끌어들인다.이러한‘영혼의해부학’은츠바이크와깊이교류했던프로이트의영향으로보이며,문학,철학,사회학,심리학등을두루섭렵했던그의열정적인간탐구를드러내는것이기도하다.

《모르는여인의편지》의주인공은결코자신을기억하지못하는한남성을평생동안사랑한한여인이다.츠바이크는지독하리만큼끈질긴사랑의비극적이면을치밀하고적나라하게그리면서심리소설의정수를유감없이보여준다.그는우리에게비일상적인사태와그속의독특한인간상을경험하게하면서도,그특수한허구의이야기를통해인간의보편성을자문하게만든다.


사랑의깊은수렁에빠진여인,
삶과죽음의경계에서남긴영혼의진실!

어느날아침,저명한소설가인R씨는한통의편지를받는다.봉투에는‘저를결코알지못하는당신께’라고쓰여있을뿐이었다.그는놀라움과호기심으로서둘러편지를읽기시작한다.“제아이는어제죽었답니다.…”로시작하는글은,죽음을앞둔한여인이평생동안숨겨왔던비밀을토로하고있었다.

“저는사랑도동정도위안도바라지않습니다.단지이한가지,제고통스러운모든말을당신께서믿어줄것을바랄뿐입니다.제모든고백을믿어주세요.오직이것만을당신께간청합니다.하나밖에없는자식이죽은순간에거짓을말할사람은아무도없을테니까요.”(17-18쪽)

가난한홀어머니와함께살던한소녀는이웃에새로이사온부유하고교양있는작가인R씨를보자마자사랑에빠진다.둘사이에이렇다할만남이나대화는없었지만,그녀는작가를향한열정을남몰래키워간다.갑작스러운어머니의재혼으로먼도시로떠나게되자,그녀는마지막으로R씨를만나기위해기다리고또기다리지만,다른여인과함께하는그의모습을마지막으로무력감속에끌려가듯떠난다.

“그러나사랑하는분이여,만일제가그날밤차가운복도밖에서서걱정에싸인긴장된몸으로뭔지모를힘에밀려앞으로걸어나갔던것을아신다면,더는비웃지는못하실것입니다.…저는농담섞인나직한웃음소리,비단옷깃을스치는살랑거림과그윽한당신의목소리를들었습니다.아,당신은어느여인을집으로데려온것입니다.그날밤을어떻게살아서넘겼는지저는지금도알수가없습니다.”(47-48쪽)

2년후,빈으로돌아온그녀는R씨의주변을몰래서성이며우연을가장한만남을시도한다.기대와는다르게그는그녀를전혀알아보지못하고,결국그저스쳐지나갈뿐인하룻밤상대로남는다.그럼에도사랑과욕망으로가득찬그녀는다시금만남을가진다.그것은몇차례뿐이었지만결실을남겼고,여인은그를꼭닮은아이를낳는다.

“아이는점점당신을닮아갔습니다.그아이의내부에서도이미당신의천성에속하는진지함과유희의이중성이눈에띌만큼역력히자라났습니다.그래서그아이가당신을닮아가면닮아갈수록,아이에대한제사랑도그만큼깊어갔습니다.”(92쪽)

아이가병으로숨을거두자여인은이윽고펜을들어편지를쓰기시작한다.살아생전단한번도꺼내지못했던모든이야기를토해내듯,종이로잉크를적신다.이제그는결코인식하지못했던,그러나자신의주위를그림자처럼맴돌던한여인의삶의역정을알게되었다.그는늘온정적이고상냥했지만결코마음을준일이없었고,여인은그이중성을,모든고통을,운명으로껴안고스러진다.

“당신은이제아시겠지요.아니,어렴풋이짐작이라도하시겠지요.제가얼마나당신을사랑했으며,저의이런사랑이당신께얼마나부담없는사랑이었는지를.저는당신께부담을드리지않을것입니다.그것이저의마지막위안입니다.”(124-125쪽)

《모르는여인의편지》에는독특한유형의인물들이등장하는데,츠바이크는뛰어난문장가로서이들의심리를정교하게묘사한다.한평생한사람만을사랑한여인은스스로그에게종속된삶을살아간다.겉으로는점잖고지성적이기그지없는R씨는책임질것이없는사랑과열정만을갈구한다.갖가지사건과시간의터널을지나,여인은삶의끝자락에서자신이죽은후에야개봉될편지를작성한다.답을기다리지않는사랑,일방적인회한과격정의토로….그녀는츠바이크의소설에등장하는다양한인물가운데서도눈에띈다.그녀의욕망은엄격한도덕적관습이지배하던당시의사회분위기와정면으로충돌하고,어떻게든사랑을지켜내려는처절한시도는자신의삶을통째로바치는데에이른다.이소설을통해츠바이크의신경을건드리는듯한탁월한심리묘사를접해보기를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