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아히만 읽기

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아히만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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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누구나 아이히만이 될 수 있다.”
1961년 예루살렘에서 열린 아이히만 전범 재판을 참관한 한나 아렌트는 한 가지 결론을 내린다. ‘아이히만은 선천적인 악인이 아니라, 그저 생각함에 무능력했던 평범한 사람이었을 뿐이었다.’ 대중은 충격에 휩싸였다. 생각함에 무능력하다면, 누구든 아이히만처럼 끔찍한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과연 아렌트는 재판에서 무엇을 목격했기에 이 같은 결론을 내렸을까? 아렌트가 ‘악의 평범성’을 주장하게 된 사상적 배경은 무엇일까? 어떤 이유로 아이히만은 냉혹한 괴물이 되었을까? 인간의 ‘악’에 대한 섬뜩한 통찰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둘러싼 모든 이야기를 한 권에 담았다.
저자

윤은주

저자:윤은주
숭실대학교철학과에서「그람시의실천철학에서본아렌트의정치적행위개념」으로박사학위를받았으며,현재숭실대학교베어드교양대학강사로있다.정치철학을전공하지만현실정치보다는정치적행위주체로서의인간에더관심이있다.특히여러분야의책을읽고사람들과이야기하는것을좋아해서팟캐스트에참여하기도하고,대중을위한인문학강의도한다.서로다른사람들이모여사는이세계에서어떻게사는것이올바른가에관한답을찾으려애쓰는과정에서아렌트를만났고,여전히그답을찾는중이다.저서로는『살아가면서꼭읽어야할서양고전』(소울메이트,2015)이있으며,공저로『관용주의자들』(교우미디어,2016),『교실밖인문학콘서트』(스마트북스,2020)외다수가있다.「아렌트의정치적행위에서본마키아벨리의정치」(2007),「다름의인정과차이의지양」(2008),「정치와비-정치의경계」(2009),「정치적행위주체로서의여성과혁명」(2010),「정치적행위에서다름의인정―말하기와듣기의관계」(2013),「정치적행위에서사회적인것의수용」(2015),「정치적행위와서발턴의유목적정체성」(2017)등아렌트관련논문이다수있다.

목차

들어가며

1장어두운시대를살아가다
1.치열한삶을살아내다
2.라헬,의식있는패리아로서의삶
3.유대적이거나반유대적인
4.『예루살렘의아이히만』의구성

2장유대인문제:추방,수용,그리고최종해결
1.유대인이가진우연한조건
2.유대인말살정책의시작
3.정언명법의왜곡과조작된언어

3장신앞에서는유죄지만법앞에서는무죄다
1.침묵의기억,떠도는시간
2.자유를갈망하다
3.아돌프아이히만과대면하다
4.신앞에서는유죄,법앞에서는무죄

4장악의평범성에대한보고서
1.양심의또다른모습
2.낯선도덕관념에대한도덕적혹은사법적책임
3.악의평범성

5장아이히만이해하기
1.재판그이후
2.제대로생각하기
3.이야기하기
4.아이히만이해하기

한나아렌트연보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인간의‘악’에대한섬뜩한통찰『예루살렘의아이히만』
단순한재판참관기가아니다

『예루살렘의아이히만』은1961년예루살렘에서진행된‘아이히만재판’을기록한보고서다.재판참관보고서이기때문에원전을그냥읽을때는분량도많고,평범한기록도많고,무엇보다아렌트가왜이런결론을내릴수밖에없었는지배경을파악하기어렵다.이책은『예루살렘의아이히만』의전체적인내용을압축한것은물론,한나아렌트의삶과사상적배경,아돌프아이히만의행적등을제시하여『예루살렘의아이히만』원전을이해하는데도움을주고자한다.

예루살렘‘정의의집’
정의의명분을잃다

1961년4월11일,이스라엘예루살렘‘정의의집’이라는이름의재판소에서한전범의재판이열린다.마른체구,커다란안경,깔끔한정장,당당한자세.시종일관침착한태도를보이는이사람,바로피고인아돌프아이히만이다.수천명의유대인을죽음으로몰았던,유대인말살정책의실무자인그가너무도순순히,그리고당당히피고인석에앉아있었다.방청석의유대인은물론재판을진행하는재판장마저도그의악랄한모습이낱낱이드러나고전세계에보도되길바랐을것이다.그러나분노로가득찬유대인의바람과는달리,아이히만은대단히차분한어조로말하기시작한다.“저는상부가시키는일을성실히수행했을뿐입니다.나치정권아래의독일에서히틀러의말은곧법이었습니다.법을준수하는것은공직자가당연히지켜야할덕목입니다.”이때부터사람들의생각이점점꼬이기시작했다.‘정의의집’에서사람들은아이히만을단죄할정의의명분을한순간에잃어버린것이다.하지만혼란스러운방청석속에서‘한나아렌트’라는이름의한객원기자만은흥미로운시선으로아이히만을바라보기시작했다.

왜곡된정언명법과조작된언어
옳고그름의기준을잊다

“신앞에서는유죄지만법앞에서는무죄다.”아이히만이자기행위를정당화하는데내세운논리다.아이히만은재판중에자기가수행한유대인말살과정을세세히진술했다.재판정입장에서는그처럼반인륜적인폭력에최소한의저항도없이복종했다는점이의문스러웠기때문이다.아이히만의진술을들은아렌트는잔학한행위의원인과관련하여두가지부분을지적한다.하나는칸트의정언명법을왜곡함으로써히틀러를향한복종을윤리적행위로받아들였던아이히만개인의문제이고,다른하나는치밀하게조작된언어사용을통해유대인말살의반인륜적인성격을인식하지못하게만든언어적문제였다.아이히만은경찰신문과정에서자신이칸트가말한의무에대한정의를따라살아왔음을밝히며,“나의의지의원칙이항상일반적인법의원칙이될수있도록해야한다는것”이라고정언명법을언급했다.아이히만은철저히독일나치구성원으로서자기모든행동의옳고그름을구별하는기준을히틀러의명령으로삼은것이었다.
조작된언어의문제도반인륜적인행위를정당화하는데일조했다.아무리판단의기준을히틀러에게맡겼다고해도,유대인‘제거’,‘박멸’,‘학살’같은명백한단어는무의식적인거부감을불러일으켰다.그래서나치의보고서에는‘최종해결’,‘특별취급’등일상언어로자극적인단어를대체하고있었다.아이히만역시대체된일상언어를사용함으로써점차반인륜적인학살행위에무감각해졌고,대단한범죄가아니라단순한업무로유대인말살정책을대했던것이다.

생각함과말함의무능력
악의근원을읽다

예루살렘에서뉴욕으로돌아온아렌트가아이히만재판에관한보고서를출판하자세간에는격렬한논쟁이벌어졌다.“아이히만이저지른범죄사실을인정하지만,그러한아이히만의악행은일상생활에서누구나겪을수있는생각함과말함의무능력에서나온다.”그누구보다괴물같았어야할아이히만을평범한사람으로표현한것도모자라,평범한대중에게당신이괴물이될수도있다는여지를주었기때문이다.그러나당시법정에있던모두가아이히만의정상적인상태와평범한모습을애써외면하려고했을뿐느끼지못한것은아니었다.아렌트는있는그대로세상에전달했을뿐이었다.아렌트가세상에발표한것처럼누구나쉽게저지를수있는생각함과말함의무능력이아이히만의전쟁범죄의원인이었다.아이히만은생각의전권을히틀러에게맡기고,자기행동이어떤파급력을불러올지,자기행동에따른상대의입장은어떨지전혀생각하지않았다.그는의도적으로관용어나상투어를사용해끔찍한전쟁범죄를가리키는용어를대체했다.해당단어가일상적인언어인만큼,날이갈수록유대인을향한끔찍한범죄도일상적인느낌을주었다.그는1961년법정진술에서도습관처럼의례적인단어로범죄용어를대체했다.만약그가개인적으로라도기존의언어를유지했다면,윤리의식이나책임감에서벗어나현실감을상실할정도로망가지진않았을것이다.
결국아렌트가본악의근원은평범함그자체였다.악의평범성.누구나저지를수있는생각함과말함의무능력.‘악’에대한아렌트의새로운통찰은선과악의기로에선인간의선택권을새롭게인식하는계기가되었다.아렌트가『예루살렘의아이히만』이라는보고서를통해말하고자한바가무엇이었는지저자는이렇게짐작한다.
“사람들은누구나마음속에아이히만을품고있다.그러나누구나아이히만이될수있다면,누구나아이히만이되지않을수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