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뢰즈와 가타리의 『천 개의 고원』, 「서론: 리좀」 읽기

들뢰즈와 가타리의 『천 개의 고원』, 「서론: 리좀」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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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리좀(rhizome)은 ‘땅속줄기’를 뜻하는 말이다. 잔디의 뿌리를 보면 기다란 줄기에 여러 잔디가 연결된 것을 볼 수 있다. 들뢰즈와 가타리는 세계를 구성하는 수많은 ‘다양태’, 곧 ‘고원(plateau)’이 연결되어 하나의 리좀을 구성한다고 보았다. 고원, 그 안의 우리는 어느 방향으로 연결되느냐에 따라 정체성이 달라진다. ‘나’는 어떤 회사의 직원일 수도 있고, 동호회의 리더일 수도 있고, 어떤 나라의 국민일 수도 있고, 한 마리 동물일 수도 있다. 리좀에는 시작과 끝이 없다. 상하의 위계질서도, 우열도 없이 모든 고원이 한데 어우러져 연결접속을 반복한다. 들뢰즈와 가타리는 현대사회의 구조를 해체하는 동시에, 해체된 세상을 리좀으로 연결하는 새로운 시선을 제안한다.
저자

조광제

1955년에마산에서출생했다.총신대학교신학과를졸업했고,서울대학교철학과대학원에입학하여석·박사과정을졸업했다.한전숙교수님지도로「현상학적신체론:E.후설에서M.메를로-퐁티에로의길」이라는논문으로박사학위를받았다.2000년3월시민대안학교〈철학아카데미〉를설립해운영위원,공동대표를거쳐현재대표로일하고있다.
1987년부터2020년까지여러대학의학부와대학원에서시간강사로철학과예술에관련한강의를했다.그리고교도소,도서관,문화센터,공무원교육기관,각종시민교육시설들을오가며특강을했다.그와중에한국프랑스철학회회장직과한국철학회부회장직을수행하기도했다.
무엇보다2000년부터지금까지23년동안〈철학아카데미〉에서수없이많이강의하면서매번강의록을제공했고,이강의록을바탕으로여러권의책을출간했다.영화에관한『인간을넘어선영화예술』(2002),존재론입문을위한『존재이야기』(2004),메를로-퐁티《지각의현상학》을강해한『몸의세계,세계의몸』(2004),미술에관한『미술속발기하는사물들』(2007),후설의현상학에관한『의식의85가지얼굴』(2008),입문자를위해철학의개념을풀이한『철학라이더를위한개념어사전』(2012),사르트르의《존재와무》를강해한『존재의충만,간극의현존1,2권』(2013),메를로-퐁티의《눈과정신》을강해한『회화의눈,존재의눈』,현대철학자들의사상을개관한『현대철학의광장』(2017),현상학적사유를나름으로해석한『불투명성의현상학』(2023)등이그책들이다.여기이책『들뢰즈와가타리의《천개의고원》,「서론:리좀」읽기』(2023)도2022년〈철학아카데미〉에서한강의를바탕으로한것이다.그외여러공저가있고,주요역서로는마빈민스키의TheSocietyofMind를번역한『마음의사회』(2019)가있다.
한때‘함수적존재론’이라는나름의존재론을모색했으나중도에그쳤다.요즘에는신경과학을염두에둔몸과의식의문제를탐색하는가운데,브뤼노라투르의신-실재론을중심으로한신유물론의문헌들을살피면서21세기를염탐하는존재론을모색하고있다.

목차

머리말

1장책과저자
1.들뢰즈와가타리
2.「서론:리좀(Introduction:Rhizome)」
3.책쓰기또는글쓰기
4.책과저자
5.책은하나의배치장치다

2장책,다양태와기관들없는몸
1.복습,하나의배치장치인악보
2.책은다양태다
3.책은기관들없는몸이다

3장다양태인고원들로된리좀
1.고원이란?
2.고원과리좀
3.책『천개의고원』을이루는고원들
4.사이-존재론
1)고원과리좀,중간의현존
2)사이-존재론·95

4장존재생성의기반:배치선들,바탕면,기관들없는몸
1.책은존재의모델
2.책-우주와그복합다양의선들
3.언표:실천에대한명령
4.대상의배치장치와지평의배치장치
5.추상적개념(槪念)과실질적면(面)
6.바탕면과기관들없는몸들
7.바탕면과배치의선들

5장리좀의원리들
1.세유형의책
2.리좀의원리:나무-뿌리유형의모방-복사에따른사유에대한비판
3.리좀의원리5,뇌신경의리좀적연결망과지도만들기의원리
4.리좀의원리6,서양란과말벌의전사(轉寫)의원리
5.원리5,지도만들기
6.마지막,n-1의지도만들기

참고문헌
자료출처

출판사 서평

철저히해체된현대사회의위계질서,
부유하는천개의고원을리좀으로연결하다!

“하나의리좀은수많은고원으로이루어져있다.”

이책은들뢰즈와가타리의『천개의고원』중「서론:리좀」부분을따로추출하여그들의‘리좀’개념을심층적으로탐구한책이다.
리좀(rhizome)은‘땅속줄기’를뜻하는말이다.잔디의뿌리를보면기다란줄기에여러잔디가연결된것을볼수있다.들뢰즈와가타리는세계를구성하는수많은‘다양태’,곧‘고원(plateau)’이연결되어하나의리좀을구성한다고보았다.공고한위계질서를유지하던근대사회와달리,현대사회는모든위계와권위가해체되어파편화되었다.이렇게파편화된고원은상하좌우가없이상황과목적에따라연결되기도,분리되기도한다.이과정에서A와B의결합은A+B가되는것도아니고,AB라는통일점을향하는것도아니다.C라는전혀새로운가능성으로‘접속’되는것이다.리좀은잔디뿌리처럼모든가능성을열어둔채연결되어유연하고유동적인형태로우리주변을재구조화한다.
들뢰즈와가타리는리좀의원리를6가지로나누어살핀다.①연결접속의원리,②이질성의원리,③다양태의원리,④탈의미작용적인단절의원리,⑤지도만들기의원리,⑥전사(傳寫)의원리,이렇게6가지가그것이다.그러나리좀의원리6가지마저도단계별로이루어지거나각원리가분절되어작동하지않는다.저자조광제교수는잔디뿌리처럼복잡하게얽히고설킨리좀의원리가어떻게서로간섭하고,서로의다양태이자바탕이될수있는지다양한예시를통해친절하게해설한다.

들뢰즈와가타리가펼치는
탈(脫)의위상학

『천개의고원』의첫대목에서들뢰즈와가타리는이탈리아의작곡가실바노부소티의악보를전면에내세운다.그의악보는연주가능한악보라고부르기힘들정도로굉장히난해하고혼란스럽다.어떤곡은연주를위해작곡을했다기보다그냥악보위에그림을하나그린것처럼보이는것도있다.악보전체를가로지르는무분별하고거친선을두고저자조광제교수는이를‘탈주선’으로명명한다.이선들은정해진오선지를벗어나옆으로,아래위로자유분방하게그어져있다.그리하여‘탈지층화’가일어난다.여기에어떤특정한악기가주도하는영토도구별할수없으므로,‘탈영토화’가일어난다.
들뢰즈와가타리는여기서‘기관들없는신체’라는개념을끌어온다.이말은앙토냉아르토라는극작가가사용한말로서,마치유정란속의생명체처럼신체기관이형성되지않았지만,신체로인정받는상태를떠올리게한다.들뢰즈와가타리는끊임없이현재의틀을깨는탈영토화가궁극적으로도달해야할목표로‘기관들없는몸’을언급한다.
유기체적기관은우리의가능성을제한한다.예를들어‘손’은청중앞에서‘효과적인제스처를위한손’이되고,옮겨야하는물건앞에서‘일하기위한손’이되고,연인앞에서‘손을맞잡기위한손’이되고,언어장애인앞에서‘말하기위한손’이된다.곧신체는한가지기능에연결되는것을벗어나,때와장소,목적에따라무한한가능성을가지고변하는것이다.따라서들뢰즈와가타리는유기체적기관개념을거부하여‘기관들없는몸’을주장한다.이처럼‘탈주선’,‘탈지층화’,‘탈영토화’,‘기관들없는몸’이라는개념을통해들뢰즈와가타리는‘천개의고원’이연결접속되는방식을설명하는데,모든수직적이고수형적인관계를평면화시켰다는점에서그야말로‘탈의위상학’을보여준다할수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