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죽음을 묻는 일은 곧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묻는 일이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다가오지만, 그 의미는 시대마다 달랐다. 고대와 중세는 죽음을 초월적 세계로 향하는 이행으로 이해했고, 삶은 그에 이르는 준비 시간이었다. 그러다 20세기에 이르러 본격적으로 전개된 실존주의는 죽음을 삶의 바깥이 아닌 내밀한 차원에서 바라보았다. 이 책은 죽음을 깊이 성찰한 열 명의 실존주의 사상가의 사유가 담긴 아포리즘 모음집이다. 철학에 익숙지 않은 독자도 해당 사상가의 사유를 따라가며 실존주의를 이해할 수 있도록 직관적으로 구성되었다. 인간의 사고와 행동마저 알고리즘에 따라 예측 가능해진 오늘날 인공지능 시대에 실존주의는 여전히 유효하다. 인간이 단순히 정보의 집합이나 기능적 존재가 아니라 고유한 죽음을 향해 나아가는 존재임을 인식할 때, 삶의 태도와 방향 역시 새로이 성찰될 수 있다.
저자

마르틴하이데거,블레즈파스칼,쇠렌키르케고르,표도르도스토옙스키,프리드리히니체,

저자:마르틴하이데거
하이데거는독일의철학자이다.보통20세기최대의철학자로평가받는다.하이데거의철학은보통존재론이라불린다.존재론이란존재의의미를묻는철학을가리키는말이다.하이데거의존재론은현상학적성찰에서출발한다.현상학은보통에드문트후설의저술『논리연구』(1900/1901)에서비롯된철학운동으로규정된다.하지만하이데거가말하는현상학은더포괄적이다.하이데거는심지어철학이란본래현상학적이고해석학적인것으로서만가능한것이라고주장한다.하이데거에게존재란각자의구체적실존을근거로삼아생성되는현상으로서자신을드러내는것이다.그러나이드러남은동시에현상으로한정될수없는존재자체를가리는것이기도하다.그것은마치노장사상의도가모든사물을통해그자신을명백히드러내면서도,드러난현상에현혹된자에게는파악될수없는것으로서숨는것과같다.

저자:블레즈파스칼
파스칼은프랑스의수학자이자물리학자,철학자이다.파스칼은물리학에도조예가깊었고,회계사인아버지의실무를돕고자실용가능한최초의계산기파스칼계산기를발명하기도했다.철학적으로파스칼의사상은곧잘회의주의,신비주의등으로불린다.“인간은생각하는갈대”라는파스칼의유명한경구는인간이사유를통해어떤확실한진리도포착할수없음을알리는말로파악된다.하지만파스칼의사상을올바로이해하려면그가탁월한수학자였다는것을함께고려해야한다.파스칼의회의주의와신비주의는합리적사고에대한단순한부정의표현이아니다.그것은도리어합리적사고를극한에이르기까지추구한끝에도달한그결론이다.합리적사고의한계를명확히하고,구체적이고실존적인상황에대한이해가중요함을강조한다는점에서파스칼의사상은실존주의적경향을띤다.

저자:쇠렌키르케고르
키르케고르는덴마크의철학자이자개신교신학자이다.키르케고르의실존주의사상은주로당시지성인사이에서압도적영향력을행사하던헤겔과의대결을통해형성된것이다.키르케고르의실존주의에서가장중요한관점은‘주관성의길’이다.주관성의길이란진리는주관적이고상대적인것이라는생각과무관하다.키르케고르가강조하고자한것은자신의구체적실존속에서확고부동한삶의지침으로장악하지못한것은참된진리로서통용될수없다는것이다.즉,무엇이진리인지결정하는것은객관적타당성여부가아니라자기삶의실존적성격에대한주체의이해와결단이다.

저자:표도르도스토옙스키
도스토옙스키는러시아의소설가이다.그의어머니는온화하고신앙심이깊었던반면,아버지는엄격하고잔인한성격의소지주였다.어머니와아버지의성격적대립이그의인생관형성에적잖은영향을끼쳤다.도스토옙스키의첫작품『가난한사람들』(1846)은그의출세작이기도했다.도스토옙스키는유토피아적성향이강한사회주의자들과어울리다체포되어사형선고를받았지만,극적으로감형되어4년동안시베리아유형생활을하게된다.이후도스토옙스키의정치사상은매우보수적으로된다.하지만그과정에서도스토옙스키는근대이후합리적이성중심의세계관이지닌폭력성의근원에대해철저하게사유하게되었고,그럼으로써현대의위기를진단하고또극복할가능성을문학적으로형상화하게된다.

저자:프리드리히니체
니체는독일의철학자이다.대학에서는고전문헌학을전공했다.20대중반의나이에지도교수에게학문적역량을인정받고,박사학위를취득하지도않은상황에서교수가된다.하지만니체의첫작품『비극의탄생』은동료학자들에게비난의대상이되었고,이후니체는많은저술을남기면서도학문적으로인정을받지못하고고독한생활을하게된다.니체철학은허무주의적이다.그러나니체의허무주의를통념적의미로이해하면안된다.니체는하나의가치관을절대화함은그가치관에상응하지못하는모든삶의형태에대한부정과폭력으로이어질수밖에없다는성찰에서출발한다.각자는자기고유의삶의관점에서삶을보존하고증진할가치관을스스로형성할권리를지닌다는것이니체적허무주의의핵심이다.

저자:칼야스퍼스
야스퍼스는독일의철학자이다.하이데거와함께독일실존철학의창시자로통한다.야스퍼스는법학과의학을공부하기도했지만,이후심리학,정신분석학등을연구하다결국철학에이르게된다.야스퍼스의실존철학은특히심리학과밀접한연관이있다.야스퍼스는1913년하이델베르크대학에서심리학교수자격을획득하기도했다.하지만야스퍼스실존철학의진정한의의는그가실존상황에대한이해와해명을강조하면서도,동시에초월로의도약을시도한다는점에서찾을수있다.이점에서야스퍼스의철학은실존론적으로칸트의사상을계승한것이라고볼수있다.물론야스퍼스의초월론과칸트의초월론은엄격하게구분되어야한다.야스퍼스에게초월로의도약은그자체로구체적실존성의표현이다.

저자:가브리엘마르셀
마르셀은프랑스의철학자이자극작가,비평가이다.보통유신론적실존주의자로분류되지만,마르셀은정작자신의철학을실존주의로규정하기를거부했다.그점에서마르셀은자신과동년배인하이데거와닮았다.하이데거역시자신의철학을실존주의로규정하는것을거부한것이다.흥미롭게도,마르셀과하이데거는모두사르트르의무신론적실존주의와비판적거리를두면서실존주의를거부했다.마르셀은합리적사유의한계를실존성에대한이해를바탕으로지적하면서도,동시에대화적사유를통해초월적진리를향해나아갈가능성을모색한다.이러한자신의입장을마르셀은신소크라테스학파라는말로불렀다.그점에서마르셀의실존철학은하이데거와구분된다.하이데거는철학이란본래무신론적이어야한다고보았는데,이는신의존재를부정해야한다는뜻이아니라신의존재여부에대한선입견을전제해서는안된다는뜻이다.

저자:장폴사르트르
사르트르는프랑스의철학자이자소설가,극작가,평론가이다.자신의철학을실존주의라고명명한최초의철학자로알려져있다.여성주의철학의선구자인시몬드보부아르와계약결혼을한것으로유명하기도하다.사르트르철학은그의주저『존재와무』(1943)의부제이기도한‘현상학적존재론시도’라고볼수있다.후기에마르크스주의적변증법을바탕으로삼아새로운철학을모색하기도했지만,『존재와무』에서개진한현상학적존재론의핵심관점은버리지않았다.사르트르의실존주의는의식초월적존재에대한형이상학적물음을거부하는현상학적성찰에서출발한다.이관점에서보면존재란실체적사물이아니라는점에서곧무이고,우리의의식역시마찬가지이유로무라는점에서사물사이의관계를지배하는인과율에서근원적으로벗어나있다.우리의실존적자유는결코무화될수있는것이아니라는사르트르사상의핵심명제는사르트르특유의현상학적존재론에바탕을두고있다.

저자:시몬드보부아르
보부아르는프랑스의철학자이자소설가,사회운동가이다.사르트르와계약결혼을한것으로유명하다.보부아르의철학에서가장중요한부분은여성의삶에관한실존주의적성찰이라고할수있다.“여자는태어나는것이아니라만들어지는것”이라는보부아르의유명한말은실존주의적인생관의표본과도같다.실존주의적으로,실존이란본래부조리한것이다.이말은인간의삶이부조리하고참혹하다는뜻이아니라,우리의실존에궁극적이고절대적인이유가될만한것은본래존재하지않는다는뜻이다.전통사회는“여자란모름지기현모양처가되어야한다”라는식의여성관을통해여성이마땅히걸어야만하는무조건적삶의길을제시해왔다.보부아르의실존주의는여성이마땅히걸어야만하는삶의길이란만들어진허상에불과하다는것을지적한다.여성의실존역시부조리하며,여성이어떤삶의길을무슨이유로가야하는지는여성이자기의실존에대한구체적이해를통해스스로결정할문제이다.

저자:알베르카뮈
카뮈는프랑스의소설가이자실존주의사상가이다.당시프랑스령이었던알제리에서태어났지만,그의부모는알제리로이주해살던프랑스인이었다.카뮈는사르트르와함께프랑스실존주의를대표하는사상가로통한다.하지만카뮈는사르트르등후설의현상학에서출발하는당대의실존주의사상의경향에대해서매우비판적이었다.카뮈사상의핵심은니체의초인사상에서유래한것으로보인다.니체는영원회귀개념을통해삶이란무조건적으로긍정되어야하는것임을역설한바있다.한마디로,아무리고통스러운삶이라하더라도,그삶이무한정되풀이된다고하더라도,우리는삶을무조건긍정해야한다는뜻이다.니체가말하는초인이란바로이러한정신을가리키는말이다.하지만창조적이고비범한정신에서초인의길을모색한니체와달리카뮈는평범한노동자에게서초인의길을모색했다.삶을무조건긍정할수있는절대긍정의정신으로서의초인이될가능성을카뮈는묵묵히고된노동을하며살아가는모든사람에게서발견하고자한것이다.바로이것이시지프스신화에대한카뮈의실존주의적해석이뜻하는바다.

역자:한상연
하이데거와슐라이어마허를함께전공한철학자이다.철학과예술,문학은근원적으로하나라는관점을지니고있다.주된관심사는하이데거의현상학적존재론을고통과기쁨의근원적처소로서의살과몸의관점에서새롭게해석하면서존재론적윤리학을정초하는것이다.이러한작업을수행해나가면서하이데거,슐라이어마허,사르트르,푸코,들뢰즈등에대한많은논문을학회지에게재했다.
인문학이란삶을보다강하고아름답게만들고자하는의지의표현이라고여긴다.다양한교양도서를기획하고있으며,아이들과청소년들을위한철학동화도틈틈이쓰고있다.희망철학연구소의철학자들과함께철학동화집『쓸모없어도괜찮아』(동녘)를공저하기도했다.
현재가천대학교에서예술철학,문화철학,종교철학등을가르치고있다.2007년부터2014년까지한국하이데거학회의학회지『하이데거연구』및『존재론연구』편집이사를역임했으며,또한2015년부터2018년까지한국하이데거학회와한국해석학회의통합학회지인『현대유럽철학연구』편집이사를역임했다.2022년가을부터2024년여름까지한국현대유럽철학회및한국하이데거학회회장을역임했다.희망철학연구소에서여러철학자들과함께인문학살리기,민주주의교육등과관련한다양한작업을하고있다.
저서로『현대문화의근본관점들』(서광사),『현대미술의근본관점들』(서광사),『죽음을-향한-존재와윤리』(세창출판사),『순간의존재』(세창출판사),『그림으로보는하이데거』(세창출판사),『그림으로보는니체』(세창출판사),『문학과살/몸존재론』(세창출판사),『공감의존재론』(세창출판사),『철학을삼킨예술』(동녘),『우리는모두예술가다』(샘터),『시간과윤리』(서광사),『기쁨과긍정의종교』(서광사)등이있다.
독일보쿰대학교에서철학,역사학,독문학을전공했으며,동대학교에서니체와바흐친에관한논문으로철학석사학위를,하이데거와슐라이어마허에관한논문으로철학박사학위를받았다.

목차

블레즈파스칼
쇠렌키르케고르
표도르도스토옙스키
프리드리히니체
카를야스퍼스
마르틴하이데거
가브리엘마르셀
장폴사르트르
시몬드보부아르
알베르카뮈

책소개
엮고옮긴이후기
출처

출판사 서평

“누구나자기고유의죽을운명을떠안은채산다.
그러니누구나자기고유의삶을
실현하려는충동과의욕의존재로살아야한다.
오직이러한충동과의욕을통해서만
삶이의미로충만할수있다.”

누구나언젠가는죽는다.제가끔다른형태로죽음을맞이할따름이다.그것이각자의것이긴해도,예기치않게느닷없이닥쳐오건마음먹은때에딱대어도착하건우리로하여금그자체로불안과공포를일으키는것은어김없는사실이다.죽음이두려운데에는미지에대한막연함그이상으로,내가나라고느껴온존재자체가사라지는공허함에서오는두려움도있을것이다.그런데죽음이꼭부정적인감정만을불러일으키는것은아니다.때로죽음은내가현재를,나자신을자각하게거드는듯싶다.죽음을느끼려들수록,그러니까이제더는나를느낄수없다는아득함을떠올릴수록바로지금,나라는존재에대해더잘실감하는수도있기때문이다.물론죽음에대한감각이야시기를막론하고저마다다르겠지만,죽음은시대별로그의미가다르게받아들여져왔다.플라톤에게서죽음이란영혼이육체의감옥에서벗어나이데아의세계로되돌아가는계기였고,삶은그것을준비하는과정이었다.중세기독교세계에서죽음은인간이원죄로인해마주해야할필연적운명이었지만,동시에그것은종말이아니라영원한삶의시작이었다.이렇듯내세를설정해영원이라는개념으로써죽음에대한두려움을물리치고자했는데,이때죽음은단지생명의끝만을가리키는게아니었다.다만이러한시각은우리가실질적으로삶을살아가는이세상을부정적으로바라보게했다.

죽음을묻고존재로답하다
죽음에대한실존주의적성찰

20세기에본격적으로전개된실존주의사상가들은이와는다른방식으로죽음을받아들였다.죽음을불안과공포를불러일으키는사실그자체로보았으며,죽음을외부의섭리나영원성에종속된것이아니라오히려삶그자체의의미를되묻게하는하나의계기로여겼다.죽음을외부에서주어진의미의틀안에가두지않고,오히려그것을‘존재의가능근거’로삼았던것이다.물론개개의사상가들사이에서도죽음에대한입장에는조금씩차이가있겠지만,하이데거를비롯한실존주의자들은우리가죽음을응시함으로써자기본연의고유성과존재의가능성을파악할수있다고보았다.이처럼실존주의는죽음을,기존의초월적?종교적틀에서벗어나삶의내면에서새로이사유하며,인간존재에가까운태도를보여주었다.이러한관점은20세기철학에서실존주의가중심사조로자리잡아가던흐름속에서뚜렷하게부각되었지만,비단이것이20세기에만해당되는것은아니다.인간의존재와정체성에대한고민이이전시대보다더욱절실해진요즘,특히인공지능을비롯한디지털기술이인간의사고와행동마저알고리즘화하려는오늘날에도실존주의는여전히유효하다.효율성과생산성의기준으로만인간이평가되는사회에서,실존주의는도구와구분되는인간만의‘고유한삶’을다시묻도록이끈다.인간이단순히정보의집합이나기능적존재가아니라,고유한죽음을향해나아가는존재라는인식은우리로하여금삶의태도와방향을다시성찰하게한다.결국죽음을고찰하는일은,삶의본래성을되찾고자하는질문으로이어지게되며이는곧오늘날의우리에게도여전히유효한물음이다.

파스칼에서카뮈까지,
죽음을사유한실존주의자들의문장들
그들을통해본죽음과삶의의미

엮고옮긴이한상연교수에따르면좁은의미의실존주의는20세기의철학과문학에국한되지만,니체와하이데거,사르트르의사상을중심으로그이전과이후의사상을살펴보면,실존주의사상의역사는이미오래전에시작되었다고한다.이책을구성하기위해한상연교수는실존주의의역사에서죽음에관해가장구체적이고깊이있는성찰을보인사상가들을선정하고,이들사상가의저술가운데역시죽음에관한가장구체적이고깊이있는생각을담은저술을선별했다.그다음으로각사상가특유의관점이잘드러내는문장들,특히사상가들사이의철학적연관성을파악하는데도움이될만한문장들을선택했다.이는실존주의사상에대해잘모르는독자들이라고하더라도해당사상가의텍스트를이해하는데어려움이없도록고려한엮은이의배려인셈이다.그리고이것은이책이각사상가들의통찰을출발점으로삼아독자가각실존주의사상을입문하게해주는입문서로서도손색없는까닭이다.이책에서제시하는열명의실존주의사상가들의성찰은우리가죽음을어떻게바라보고마주해야할지스스로생각해볼계기를마련해주고,이에대한우리의대답은다시우리가스스로어떻게살아가야할지에대한물음을불러올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