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크 ,첫 키스, 재회 (반양장)

아모크 ,첫 키스, 재회 (반양장)

$14.00
Description
슈테판 츠바이크 소설시리즈 6권. 이번에는 세 편의 작품을 한 권에 묶었다. 각 작품은 광기, 첫사랑, 회상 등 상이한 소재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지만, 인물이 내면의 욕망과 집착에 사로잡힌다는 점에서 맞닿는 지점이 있다.

충동과 죄책감으로 현실과 유리된 채 한곳으로만 향해 가는 광기를 비롯해, 착오와 자기기만 속에서 그릇된 대상으로 커져만 가는 첫사랑의 감정, 간절히 그리던 이와 재회했음에도 현실의 벽에 부딪혀 지연되는 욕망까지.

세 작품은 하나의 물음을 공유한다. 인간은 과연 자기 감정의 주인이 될 수 있을까. 충동은 합리적 판단에 앞서고, 사랑은 오해 속에서 비대해지며, 기억은 시간이 지난 뒤에도 욕망을 불러낸다. 츠바이크 특유의 정묘한 심리 묘사와 절제된 문장으로 극적인 사건, 그 이면에서 불안하게 흔들리는 인물의 감정이 생생하게 드러나고 있다.
저자

슈테판츠바이크

슈테판츠바이크(StefanZweig,1881–1942)

오스트리아빈에서태어난슈테판츠바이크는,20세기유럽문학의가장빛나고도섬세한목소리가운데하나였다.그는시로시작해소설과희곡,전기와산문에이르기까지장르를가로지르며끊임없이글을써냈고,「아모크」,「감정의혼란」,「모르는여인의편지」,「체스이야기」같은작품들로인간내면의열정과불안을음악처럼맑고격정적으로그려냈다.츠바이크는또한발자크,도스토옙스키,니체,마리앙투아네트,마젤란등역사와사상의인물들을불러내어,그들의삶속에서인간정신의극적인순간을포착한전기작가로도유명하다.그의글은언제나섬세한공감과비극적통찰로가득차있었다.또고리키,롤랑,베르하렌,보들레르등과교류하며번역과편집에도힘썼다.그러나그가살았던시대는파괴와추방의시대였다.나치즘이유럽을휩쓸며그의책은불태워졌고,그는유랑하듯여러나라를떠돌았다.끝내1942년,브라질페트로폴리스에서아내로테와함께스스로생을거두었다.그의마지막작품,자서전『어제의세계』는황금빛문화의절정과파멸로가라앉은시대를기록한애가(哀歌)이자,한작가가남긴가장빛나고아름다운이별의편지이다.

목차

아모크DerAmokläufer

첫키스GeschichteinderDämmerung

재회WiderstandderWirklichkeit

역자후기

출판사 서평

열대의숨막히는공기를헤치며
한사람이숨가쁘게달려간다

이성적인판단은작동을멈췄고,
남은것은막을수없는충동뿐이다
숨은더가빠지고시야는좁아든다
사건은순식간에돌이킬수없는
방향으로흘러가버린다

「아모크」는내면이기울어진채폭주하는한인물의감정을따라간다.감정은차츰고조되는음악처럼조급한속도와과잉된반응으로서사전체를잠식하고,독자역시자연히그리듬에보조를맞추게된다.
아시아에서유럽으로향하는배위에서누군가가자신의과거를고백한다.열대식민지에서의사로일하던그는한냉담한귀족여성의부탁을거절하고,그선택은돌이킬수없는결과로이어진다.한번의어긋난판단을시작으로잇따른오판이거듭되며인물은자신을멈추지못한채끝을향해밀려간다.독자역시저항할틈없이끌려가고이야기는점점통제불가능한방향으로치닫는다.

혼란한착각에서시작되어
끝내는아릿한감각으로남는첫사랑처럼

「첫키스」에서도사랑은이루어지지않는다.한번의강렬한접촉이소년의감각을한껏부풀리고,소년은저혼자오해속에서사랑을완성한다.하지만그감정은착오와자기기만위에세워진것이었으므로거기에순수한설렘은없었다.
황혼무렵의숲에서소년은정체모를누군가로부터기습적인포옹과첫키스를당한다.다음날그는동일한장소에서어제와같은열기를기다린다.얼굴도이름도모른채시작된감정은이윽고한소녀를향한확신으로굳어지지만그것은착오였다.오해가밝혀지는순간사랑은끝이나고,달콤한여운과함께쌉싸래한뒷맛이소년의마음깊은곳에감돈다.

“얼어붙고눈이내린오래된공원에서
두그림자가흘러간과거의흔적을찾고있네”(257면)

앞선작품이오해가해소되며금세사그라지는사랑을그린다면,「재회」는시간과현실에짓눌렸음에도사라지지않는사랑을다룬다.오랜시간후에다시마주한얼굴앞에서감정은형태를바꾸어모습을드러낸다.반가움보다먼저찾아오는것은망설임이며,그사이에축적된시간은관계를조용히그러나소란스럽게압박한다.
구년만에다시만난두사람이기차에오른다.흔들리는객차안에서주인공은과거로돌아간다.가난한청년이었던그는,한기업에채용되어사장의집에기거하며사장의아내를사랑하게된다.둘은서로의마음을확인하지만,곧그의출장으로이별을맞는다.재회후에도서로의감정이이전과다름없음을알아채지만두사람은끝내넘지못할선앞에머무르고만다.재회는욕망을불러오지만현실은그것을허락하지않는다.

“그의작품은거창한사건이나외부적드라마보다,
인간내면깊은곳에서일어나는갈등과충돌에집중한다.”(268면)

세편의작품은각기다른소재를가지고서사를전개하지만,인물이자기자신을통제할수있다고믿는바로그지점에서무너진다는점에서는꼭닮아있다.충동은합리적판단을앞서고,사랑은오해속에서비대해지며,기억은시간이지난뒤에도다시금욕망을불러낸다.작품속인물들은자신이감정을선택했다고믿는듯싶지만,실상은감정에의해자신이선택된채끝을향해한없이밀려나는것같다.
감정을거의해부하다시피하는정묘한심리묘사와,상황을냉정한시선으로분석해장면을문장속에고정하는츠바이크특유의절제된글쓰기는,사건자체보다그직전에스치는불안,망설임,자기기만,그리고균열이생겼음을알아차리지못하는순간들을파고든다.파국은두발로찾아오지않는다.이미기울어진내면이인물을마지막으로한번더움직였을뿐이다.인물들이미처통제하지못한감정은이내독자의몫으로남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