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원서는 미얀마 태생의 스님이신 밍군 사야도의 역작 《마하붓다왕사》이다. 《마하붓다왕사》는 현재 영어로 번역되어 세계적으로 발행되고 있다. 수승한 미얀마 학자인 ‘우 코 래’와 ‘우 틴 르윈’이 영어로 번역한 《The Great Chronicle of Buddhas》만 해도 전체 6권 10책의 양으로, 3,000쪽을 훌쩍 넘어가는 방대한 저작이다. 본 《대불전경(마하붓다왕사)》은 밍군 사야도의 원 저서가 아닌 영역본을 기본 텍스트로 삼아서 한글로 번역한 것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원서나 영역서 모두 주요한 교리를 드러내는 술어나 경전 문장들에 팔리어를 병기하거나 팔리어로 소개해놓아, 20년 넘게 팔리어 문헌을 연구해온 역주자 최봉수 박사가 한글로 옮기는 데 별 어려움은 없었다. 더욱이 밍군 사야도의 원서에는 없는 미래 미륵불에 관한 내용이나 대승불교가 말하는 성불의 보편성에 대한 주장까지 언급하고 있어 우리나라 독자들에게 균형 잡힌 시각을 제시한다.
● 책의 특장점
고타마 부처님의 생애를 각색되지 않은 순수한 모습으로 만나다
고타마 부처님의 생애를 자세히 살피고 싶다면 팔리어 문헌을 봐야 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붓다왕사》, 《자타카》, 《차리야피타카》이다. 《붓다왕사》, 즉 《불종성경》에는 고타마 부처님뿐 아니라 4아승지 10만 겁이라는 장구한 세월 속에 연등불(디팡카라 부처님)로부터 이 세상에 출현하는 수많은 부처님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들어 있다. 《자타카》, 곧 《본생경》에는 부처님의 일생, 즉 이 세상에 오셔서 깨달음을 얻고 중생을 교화한 후 열반에 들기까지 80년간의 생애가 이미 어느 정도 예견되어 있고 정확하게 방향 설정이 되어 있다. 《차리야피타카》, 즉 《소행장》은 부처님이 이 생에 부처님으로 오기 전, 즉 전생의 보살 시절에 어떤 수행을 했는가 하는 내용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팔리어 문헌들은 하나같이 보살이 10가지 바라밀을 수행하여 이 생에서 부처님을 이루었음을 전하고 있는데, 이 10가지 바라밀에 초점을 두고 부처님의 전생 시절을 요약하고 함축하는 자료가 바로 《차리야피타카》이다.
그런 맥락에서 본 《대불전경(마하붓다왕사)》은 매우 독보적인 진전을 이루었다. 부처님 일대기와 관련해 남방 팔리어로 된 자료를 모두 포함하고 있어 부처님의 생애를 보다 순수하고 덜 각색된 모습으로 고찰하고 있는 것이다.
경전 자료들의 유기적인 연결
고타마 부처님 일대기에 대한 연구는 그 양적인 방대함 때문에 난관에 부딪치기 일쑤이다. 최소한 한역 자료인 본연부 경전 부분과 팔리어 문헌 중에 《쿳다카니카야》에 소속된 해당 자료, 그리고 율장 중 《마하왁가》 및 4나카야에 들어 있는 해당 자료들과 아울러 그 주석서들을 모두 살펴야 한다. 따라서 불타전(佛陀傳)에 대한 연구는 매우 힘든 불교학적 영역이 아닐 수 없다. 또 방대한 자료들을 모두 천착했다 하더라도 그 자료들 상호간에 어떤 유기적인 연결이 있는가에 대한 안목이 충분하지 않으면 성공적인 연구를 장담하기 힘들어진다. 경전 자료들이 대부분 시간적 정보를 배제하고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자료 상호간의 유기적인 연결이 어렵게 마련이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인 밍군 사야도는 삼장을 완전히 암기했을뿐더러 삼장의 주석서들에 대해서도 매우 박식하고 해박한 지식을 성취했다. 그래서 자신이 확보한 자료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고타마 부처님의 전생 시절부터 이 생에서의 탄생과 열반에 이르기까지 정연한 순서에 입각해 풍부하게 고찰하여 부처님 일대기에 대한 한 편의 대하드라마를 저술해낼 수 있었다.
보통 고타마 부처님의 경전을 살피게 되면 거의 대부분 다음과 같은 특징을 발견하게 된다. 어떤 사건을 설명하면서 그 사건이 벌어진 장소에 대해서 매우 자세하게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왓티 성의 제타와나 숲에 있는 아나타핀디카 장자가 바친 승원, 라자가하 시의 죽림정사 등으로 어떤 사건이 벌어진 장소에 대해서 매우 정확하게 명기하고 있다. 그러나 매우 아쉽게도 그 사건이 있었던 시간에 대해서는 자세한 정보를 전하지 못한다. ‘일시(一時, eka? samaya?)에’, 즉 ‘어느 때에’라는 한마디뿐이다. 예를 들어 부처님이 생문(生聞)이라는 바라문에게 12처(十二處)를 가르칠 때도 그렇다. ‘여시아문 일시 불주 사위국 기수급고독원(如是我聞一時佛住舍衛國祇樹給孤獨園)…’이라고만 나온다. 즉 생문이라는 바라문에게 12처를 가르쳤던 곳이 사위국의 기수급고독원이었다는 것은 분명히 기록되어 있지만, 언제 가르쳤다는 것에 대해서는 단순히 ‘일시’라는 한마디로 그치고 있는 것이다.
경전이 전하는 기록이 모두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경우 사건의 시점이 불분명하다. 물론 고타마 보살이 성불한 직후나 열반에 들기 직전과 같은 경우는 언급되어 있다. 또한 깨달음 직후 어느 곳에서 어떤 일이 있었다든지, 열반에 들기 직전 어디에서 어떻게 가르쳤다는 등의 기록은 남아 있다. 하지만 부처님의 설법은 무려 45년이라는 긴 세월에 걸쳐 진행된 사건이다. 그 기간의 가운데 부분에 대해서는 정확한 시간적인 연결고리를 찾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사야도 스님에게는 경전 상호간의 시간적인 선후를 연결할 수 있는 안목이 있었다.
사야도 스님은 해박하고 박식한 자료론적인 역량을 바탕으로 고타마 부처님의 생애에서 언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추적했다. 그리하여 많은 경우 시간적인 흐름을 재구성하는 데 성공을 거두었다. 그렇다고 해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완벽하게 시간적인 흐름을 찾아냈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깨달음에서 열반까지의 45년 중 약 반 정도, 즉 전 생애의 2/3 정도는 시간적인 흐름에 입각하여 사건을 나열하는 데 유의미한 성공을 거두고 있다. 다시 말해, 부처님이 깨달음을 성취한 첫 번째 해에는 주로 어느 곳에서 어떤 일을 했고, 다음해에는 어디에서 어떤 일을 했으며, 또 그 다음해에는 어떤 일을 전개했는지 연도별로 풀어나가고 있는 것이다. 나아가 부처님의 어린 시절에 대해서조차 연도를 비교적 정확하게 잡아내고 있다. 부처님이 29세에 출가했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이 되었다. 그러나 싯닷타 태자를 출산할 당시 마야 부인의 나이라든가, 야소다라 공주와의 결혼 시기 등을 구체적으로 아는 경우는 그리 흔하지 않다. 그런데 사야도 스님은 이 책을 통해 마야 부인이 56세에 싯닷타 태자를 낳았으며, 싯닷타 태자와 야소다라 공주가 16세에 결혼하는 것으로 밝히고 있다. 이처럼 밍군 사야도는 자신의 저서를 통해 시간적인 부분을 정확히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 책의 구성
본서는 모두 4부 10책으로 구성되어 있다. 해제부(제1권) 본생부(제2권~제3권), 교화부(제4권~제8권), 열반부(제9권), 부록부(제10권)이다.
본생부(제2권~제3권)는 주로 수메다의 이야기와 그에 대한 아누디파니, 곧 주석서로 되어 있다. 그리고 보살 또는 미래의 부처님이 충족해야 할 여러 바라밀에 대한 내용과, 디팡카라 부처님에서 카싸파 부처님에 이르기까지 24명의 부처님에 관한 일대기가 실려 있다. 요컨대 고타마 부처님의 전생과 본생, 당시 보살에게 수기를 준 과거 부처님들 및 수기 후의 10바라밀 수행을 주제로 한다. 모두 5장으로 구성하여 정전 자료와 주석서 자료를 통해 그 주제들을 상세히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전체 5장에 대한 아누디파니를 총 7장으로 제시하고 있다.
교화부(제4권~제8권)는 고타마 부처님의 이 생에 초점을 둔다. 각 장의 대략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1장 : 미래에 부처님이 될 ‘세타케투’ 천신의 이야기를 다루고, 보살의 회임, 보살의 탄생, 위대한 사람의 32가지 특징 및 80가지 미세한 특징을 다루며, 더불어 ‘마하파자파티 고타미’가 보살을 양육하는 것까지 다룬다.
제2장 : 보살인 왕자가 농경제에서 행한 일들과 왕자의 궁전들, 궁술 시합, 세자 취임식 행사를 다루고 있다.
제3장 : 보살이 노인, 병자, 죽은 자, 사문의 모습을 보는 사건과 보살의 출가, ‘와사왓티 마라’의 방해 공작에 대해 다룬다.
제4장 : 보살이 아노마 강둑에서 머리를 깎아 사문이 되는 내용을 다루고, 머리털을 안치하는 ‘출라마니’ 사당이 삼십삼천에 세워지는 일, 왕가에서 입던 옷을 안치하기 위해 아카닛타 범계(色究竟天)에 ‘두싸’ 사당이 세워지는 일, 그리고 ‘찬나’를 카필라왓투 시로 돌려보내는 것에 대해 다루고 있다. 그리고 끝으로 보살이 ‘아누피야’ 망고 동산에서 7일을 보낸 뒤에 걸식하기 위해 라자가하 시로 들어가는 내용이 이어진다.
제5장 : 보살이 한 종교 집단의 지도자인 ‘알라라’를 만나는 사건을 다루며, 또 다른 종교 지도자인 ‘웃다카’가 자신의 집단을 모두 보살에게 바치는 사건에 대해 전한다. 또한 보살이 세속적인 선정의 결점을 봤기 때문에 그 위대한 스승들을 떠나는 것에 대해 다루고 있다.
제6장 : 보살이 격렬한 고행을 실천하는 내용에 대해 기술하고 있으며, 6년간 5명의 걸식자가 그를 시중하는 이야기 및 마라가 보살로 하여금 더 이상 노력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내용을 다룬다.
제7장 : 보살이 수행 방식을 바꾸는 것에 대해 상세한 설명을 하면서, 이윽고 부처님을 이루는 내용에 대해 다루고 있다. 아울러 마라의 방해와 그에 대한 부처님의 동정심, 삼명(三明)의 깨달음, 대금강지(大金剛智)의 수습, 부처님의 7가지 청정, 성불(成佛), 그리고 유쾌하고 근엄한 감흥어에 대해서 기술한다.
제8장 : 부처님이 보리수 근처에 있는 일곱 장소에서 머문 것에 대해, 그리고 각 장소에서 보낸 7일간에 대해서 자세하게 다루고 있다. 아울러 이귀의(二歸依)로 불제자가 된 ‘타푸싸’와 ‘발리카’의 두 형제가 바치는 공양에 대해 언급하면서 끝맺고 있다.
제9장 : 부처님이 법의 심심난해함을 성찰하고 위대한 사함파티 브라흐만이 법을 설할 것을 권청하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이어 부처님이 중생계를 둘러보고는 5비구에게 처음으로 설법하기를 결심하고는 《전법륜경》을 설하러 ‘이시파타나’의 ‘미가다야(鹿野園)’로 유행하고 도중에 고행자 우파카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