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인문학자의 6.25

어느 인문학자의 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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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모든 이의 삶은 ‘그 자신의 특별함’으로 제각기 역사
『어느 인문학자의 6.25』는 지금까지의 6.25 회상기에서 보지 못한, 역사적이고 사회사적인 경직된 흐름에서 벗어나 소녀와 여성으로 1950년대를 살아온 저자가 섬세하고 예민하게 난리통 속 사람 냄새나는 삶의 세계를 담은 기록이다. 포탄이 매캐하게 전장을 메우고 총을 멘 국군과 인민군이 대립하는 살풍경이 먼저 연상되는 6.25이지만 결국, 이 또한 사람이 살았던 시대이다. 저자는 1950년대를 살아낸 여성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 우리가 지금까지 듣지 못했던 6.25 이야기를 들려준다. 전라도와 경상도로 두루 피난을 다니며 자신이 살던 곳과 다른 지역에서 경험한 말씨와 요리법, 의복, 가옥 구조들은 사람이 살았던 이야기 그 자체이다. 사는 모습만이 아니라 피난보따리로 보는 여러 삶들의 우선순위, 치마자락에서 읽는 아낙들의 마음, 부산 구덕산 산기슭에서 처음 겪은 남녀공학 학창 생활 등이 담겨있다.
저자

강인숙

목차

Ⅰ6.25이야기

1.그날우리는이사를했다
*강변으로가는길……1950년6월25일
*공중전
*근대국
*밤에온손님
2.내머리속의분당리는……6월28일-7월초순
*정체모를폭발음
*유엔군의참전소식
*한강건너기곡예
*남의밭의수박
*정자리전투
*같은말을쓰는적군
*그때내가본분당리는
*그날원효로의플라타너스
3.등화관제의계절……6월25일-9월28일
*그여름의무더위
*불타는도시
4.석달마다바뀌던애국가
*사흘만에국적이달라지다
*사람숨기기
*부역자의그늘

Ⅱ1.4후퇴……1951년1월3일-22일서울~군산

1.피난행로
*한강을걸어서건너다……1951년1월3일
*디아스포라……1951년1월4일
*먼저간자들의수난
*소한날……1951년1월5일
*오가吾可의밤
*피죽한수레
*홍성3제
-질서의의미
-어느이산가족의만남
-핸드카
*인해전술산조散調

Ⅲ임시수도부산의풍물지

1.부산점묘點描
*비로도치마
*서민호사건……1952년5월
*마리안앤더슨……1952년여름
*신라의달밤……1952년추석
*화폐개혁……1953년2월
*피난보따리의우선순위
2.「향수동」(소설)

Ⅳ나의프레시맨시절……1952년

1.구덕산캠퍼스
*길고긴방학
*산기슭의천막교실
2.남녀공학―파랄렐풀레이
3.바다

Ⅴ나의동숭동시절……1953년10월-1956년3월

1.하숙집의6.25
2.동숭동캠퍼스
*캠퍼스의흐슨한분위기
*무슈와마드모아젤
*아르바이트
3.캠퍼스커플
*긴방학의의미
*장난감놀이
*50년대식사랑법
*글쓰는사람과의동행
*오오!계절이여,성이여!

Ⅵ동숭동시절의문리대

1.국문과
*우리들의사설도서관?정병욱선생님
*서구적인외모의신사?전광용선생님
*패기있는산악인?이숭녕선생님
*두시언해杜詩諺解와양주동선생님
*일석一石선생님댁세찬상
2.불문과
3.영문과

에필로그흙으로집을짓다

출판사 서평

어느누구의삶도역사앞에서특별하지않다.
모든이의삶은‘그자신의특별함’으로제각기역사와연결된다.

평상시의사람들의삶에는평균치가있다.보편적인삶을뒷받침해줄질서가있기때문이다.비상시에는그것이없다.사회는파편화되고,질서는무너지고,내일의생존이위협을받는다.그런시기에는인간은대체로혼자서있는존재들이다.그래서각자가자기만의경험을가지게된다.나는열세살에한탄강철교를기어서건넜다.(···)나는그기간의나만의비상시체험을잊을수가없었다.그건파격적으로비극적인것은아니었지만,누구나겪는일도아니었다.그렇다고해서나만이겪는재난도역시아니었다.나의경험은,모든것을버리고남쪽으로오는것을선택한한무리의사람들과이어져있었고,교과서가없어국사를배운일이없는중학생들의것이었으며,전시에사춘기를맞는병약하고예민한여자아이들과공분모를가지고있는것이었다.가장개인적인이야기가많은다른사람들의이야기와접목되어있었던것이다.(프롤로그‘1950년대의연대기’중에서)


1.‘나는열세살에한탄강철교를기어서건넜다.’
소녀에서여성으로살아낸1950년대,
무심코지나쳐온6.25의또다른희비극을섬세하게복원한다

“우리는전쟁터의그꽃나무들과비슷했다.너무일찍철이들어서,
제대로어른이되지도못하여정신적인기형아가되어버린아이들.
사춘기를조기졸업해서우리에게는아직도그후유증이남아있다.”

2.1950년대폐허의시대,한국지성사의토대를닦은시대의스승들과
학문을향한생명력이움트던서울대동숭동문리대에대한생생한회상기

“폐허의돌더미위에서젊음을맞이한세대······.(···)
달이나바람을노래한시,자연의품에서유유자적하는신선같은경지를읊은시들은
우리의현실과는너무나먼곳에있었다.
우리는하늘에서불비가쏟아져내리는데도망갈장소도,몸을숨길동굴도찾지못한폼페이의주민들이었다.
그래서절망속에서각혈을하듯이뱉어지는절규같은시가아니면공감을할수없었다.”

피난을가다가들른빈집에서‘책도적질’을하며닥치는대로읽고,등화관제를피해어둠속에서글을읽다가눈을다버린세대,그들이1950년대학생들이다.목숨을부지하기급급한일촉즉발의시간속에서도학문에목마른학생들은손으로받아적으며교재를만들고오매불망책대여순번을기다렸다.
메마른토양위에서지적여정을시작하는학생들에게캠퍼스의선생님들은샘물과같았다.한국지성사에길이남는대학자들이사제간에나누었던깊은정과교류,인간적면모를느낄수있는둥숭동에서의에피소드들은폐허속에서우리학문의토대를다지던모습을불러일으킨다.
공부할거리를찾아헤매던학생들에게사설도서관이되어준정병욱선생님부터현대국어학의개척자이숭녕선생님,자유로운천재양주동선생님,『꺼삐딴리』전광용선생님,불문과의손우성,김붕구선생님,영문과의고석구,이양하선생님······.책의후반부에서는60여년이라는세월을거쳐거듭진보해온한국지성의발판이자시작이었던흑백사진속선생님들을지금이자리로생생히모셔온다.

3.‘시대의지성’이어령의동급생연인이자배우자로서
평생을그의그늘속에살았던문학평론가이며영인문학관관장강인숙의
사적고백을담은‘1950년대한국전쟁과청춘의체험적연대기’

“그는그날내게처음으로편지를썼다.“30도의술에취하여이글을쓰오”로시작된편지는
끝에가서‘작품을드립니다.곧보시고돌려주십시오‘라는깍듯한사무적인이야기로맺어지고있는데도,
웬일인지무언가사무치게절실한것이전해져왔다.외로움같은것이아니었나싶다.
그고독이그를내게접근시켰다.(···)
“그가마신두잔술에나는아직도취해있는것같다”는글을3일후의일기에쓴생각이난다.”

강인숙이라는이름은그동안많이가려졌었다.자신스스로도충줄한에세이스트이자문학평론가이며,국내대표문학박물관인영인문학관관장을지내고있지만‘시대의지성’이라는남편이어령이라는빛나는태양의뒤켠에서거의평생을보냈다.이책은이어령과서울대국문과동급생에서연인,그리고평생의반려자로60년이넘는시간동안남편의뒤에가려져있던저자가지금까지내놓았던저서들중가장솔직한사적고백을담은‘강인숙에세이’의정수이자6.25한국전쟁의체험적역사실록이다.

전쟁이터지던1950년6월25일에시작하여휴전전후까지를다룬이책에서는한강을걸어서건너던피난길부터천막학교에서의학창생활,부산에서시작해동숭동으로옮겨진대학시절로소용돌이같은시간을옮겨가며기록한‘1950년대의연대기’이자하늘에서불비가쏟아지던혼돈의대한민국‘비상시’를지낸아이가20여년동안한어른으로성장하는길고도험한,하지만아름답고따스한마지막통과제의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