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양심

법과 양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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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현실에서 양심의 갈등과 도덕의 위험에 대한 섬세한 고찰
어떻게 법과 양심은 현실 속에서 움직이는 도덕과 윤리, 인간의 위엄과 행복의 원리가 될 수 있는가? 현대 한국인문정신의 절정, 김우창. 그가 보여주는 인간의 선함과 그 가능성에 대한 깊은 신뢰, 현실에서의 양심의 갈등과 도덕의 위험에 대한 섬세한 고찰! “지금 우리에게는, 도덕적 명분과 신념을 앞세우는 단정과 명령에서 벗어나 법과 사실을 존중하면서 인간의 깊은 양심을 생각하는 언어가 필요하다.”
저자

김우창

목차

도덕의빛과힘―타락한세계에서의양심과정의
정의와양심
양심의문제/민주화투쟁:자유와평등/평등의여러차원/정의와권리/생명의권리/생존의두방식/인간의평등과존재의고귀함/정의를위한투쟁과도덕적초월/투쟁과온화한덕성
양심의여러모습
양심의권형(權衡)/양심과정치/자존심과양심/관용과화해/부정의의상황/사려/자비/슬픔의인식론/현실과양심의비극적결단/산업근대화와민주화/사실적지혜와양심/근대화와민주화
행복과정신적덕성
도덕의영웅적차원과일상적차원/행복지수/경제,행복,윤리
짧은결론

법,윤리그리고생활세계의규범
법과형
교통규칙이야기
법치와덕치
동아시아의전통
법,규범,생활세계
황폐한세계에서의법
근대적법치와민주주의
정치와법의주체
자유와덕성
별이있는하늘과도덕률
윤리와인간상황
결론을대신하여

인문적사고:양심에대한단면적고찰―로버트볼트의『모든계절의사람』
서론:오늘의현실과인문과학의물음
볼트의『모든계절의사람』:양심
연극의주제
마키아벨리즘/작은사실속의큰주제
양심의현실시험
현실역사의진행:양심과현실정치의변증법
양심의실존적의미와인간적의미
자아의근본으로서의양심그리고여러가지의양심
양심의현실시험
양심의인간과역사
인문적사고

사회적도덕:이념과사실적조건
정의의문제?도덕의문제
도덕적결단과판단?시장논리와이익의관점
개인의이익?개인의자유/공공성?인간의자유
정의에대한확신과갈등
이성의보편적원칙
‘상생의계약’/사회적협약/사회적유대감
공동체주의
도덕적선택
칸트적이성의도덕과개인적집단적이해관계
신의율법과정치공동체의법
구체적현실에들어있는이성
도덕의기초,전통과서사
프로네시스,이성과덕성
비극은현실의일부
도덕과위선적명분
영광과포상에잠재된도덕적부패의가능성
그자체로존재하는도덕률
요약,결론을대신하여

법률인과부도덕한사회
시작하며
자기완성의행복
부도덕한사회의도덕적인간
생활,정신,윤리,법/법과윤리/부도덕한사회에서의도덕적인간/규범을위한결단
윤리의식의변화
윤리/인간관계의감정과이성/평등과규범
예의?윤리?인간존재에대한자각
예의
윤리적자각과그불확실성
규범과그기초.상호존중의사회/깨달음의복합적의미/개인적자유/사회적자유
판단의객관성과지각적균형
법과정의숙고와결단/윤리,도덕,양심/양심,규범,문화,보편성/법과이성/양심과법체제
체험의주관성과판단의객체성
지각적균형/삶의이야기로서의소설/공평한관측자/이반일리치의죽음/서열적인간관계/제도의허위/사실의진실
도덕률의지상명령

출판사 서평

1.선생은,초면의학생에게아주긴말씀을들려주셨다.1973년인가,74년인가.정확한연도의기억은없지만,재수아니면삼수생이었을때의일이다.뒤늦게친구로부터간신히<세대>지를구해황급히‘한국시의형이상’을읽었다.이상한글이었다.좀어렵기도했지만무엇보다문제는깊이와분위기였다.그처럼압도적인교양과지식으로무장된글들이그렇게담담하게쓰여지다니,한국현대시를서정주와함께형이상적실패의시로규정하는데도아무렇지도않게자연스럽게읽히게하는그글의고요한치열성은내마음에깊은자국을남겼다.
선생은단호한주장을하는데도서두름도,어떤설교의흔적도보이질않았다.깨닫고많이아닌이특유의가르치려하는거드름도오만함도전혀없었다.그당시의많은유명한글들과너무달랐다.명령하고단정하는글이아니라성찰하고스스로사유하는글은본적이없었다.설교를안하다니···.이상하고궁금했다.이글을쓴분은어떤분일까.고대영문학과에계셨다.망설이다용기를내어전화를드렸다.찾아뵙고싶다고.
지금생각하면참버르장머리없는행동이었다.선생의강의를듣는학생이나제자도아닌재수하는학생이마구전화를드려그냥찾아뵙겠다고하니난감한일이셨을것이다.선생께선그러나허락하셨다.날짜도요일도잊었지만시간은지금도정확하게기억한다.점심식사후그러니까오후한시에연구실에서보자는말씀이셨다.문과대어둡고어수선한복도를거쳐선생의연구실문앞에12시50분쯤도착했다.선생께선12시58분에오셨다.호주머니에서열쇠를꺼내시더니방문을여셨다.선생을따라쭈빗쭈빗들어갔다.그리고그날,몇시나되었는지모르겠지만아주어둑어둑해져서연구실을나왔다.먹먹했다.

초면인,어린학생의그치기어린행동과질문에선생께선마다않으시고,특유의진지하고낮은목소리로,그렇게오랜시간말씀해주셨던것이다.엄혹한시대였다.아무나만나고아무말이나해서는안되는시기였다.까딱하면간첩단사건이요,이른바프락치들이날뛰던때였다.기억한다.선생은말씀하셨다.학생의그고민과열정을높이평가한다.공부해라.시간을아껴라.마르크스가혁명적일수있었던것은깊고넓게공부했기때문이다.깊이가없으면넓지않고,넓지않으면깊을수가없다.혁명을위한혁명이아닌,진정한혁명의사고는깊고넓지않으면결코가질수없다고그렇게선생은마르크스의예를들어설명하셨다.
충격이었다.국가보안법과반공법이시퍼렇게눈에불을켜고우리국민한사람한사람을감시하던때이다.미니스커트나장발단속은물론,금지곡과금서를만들고무슨불온서적소지죄인가하는것으로국민의정신상태까지국가가책임지고관리하겠다고으름장놓는시대였다.그런데마르크스라니.가슴에뜨거운무엇인가가들어왔다.그뜨거움을안고,하나둘켜지는캠퍼스의가로등을보며안암동고대운동장을한참을빙빙돌고또돌았다.

2.선생은,항상맨나중에주문하셨다.메뉴판에적혀있는것들중에값이낮은음식으로.선생을편집인으로모시고하는인문학계간지<비평>의편집회의는평창동의한카페에서매달점심식사를끼고진행되었다.편집위원과또편집담당자도함께하는회의는,식사주문을하게되는데으레선생께무엇을드시겠느냐고여쭈면항상먼저들시키라고하셨다.그리고다른사람들이고르면,후에선생께선이것으로하겠다고맨나중에주문을하셨다.처음에는몰랐다.선생께서시키시는음식이그집에서는제일가격이낮은음식이었는지.당신께서싼음식을주문하면다른사람들이혹시그것에따라먹고싶지도않은음식을가격때문에시키게될까염려하여그렇게하신것이다.물론아무말씀이없으셨기때문에그럴것이라고하는짐작이다.그러나그후로도선생을모시고하는식사자리에선언제나그러셨다.언제나그식당에서비교적값이저렴한음식으로,대부분다른사람이주문한다음시키신다는것은기실은오랜시간선생과식사를한후에,어느날,문득깨달은사실이다.

3.선생의방은어두웠다.선생께서고대대학원장을맡고계실때였다.무슨일인가로원장실을찾아갔는데방이너무어두웠다.마침사무보는과장님이계셔서“너무어둡네요,불좀켜시지요”하고여쭈니그분이웃으면서“원장님께선해가있을때는전등을안켜세요”라고한다.생각해보니선생댁도항상춥고어두웠다.그래도여긴고려대학교대학원장실이아닌가.물었더니원장님당신자신과연관되는모든비용은최소한도로다줄여놓으셨다고한다.(어쩔수없다.)

최근에야더이상어쩔수없어차를바꾸셨지만선생의차는오랫동안현대포니엑셀이었다.(최근바꾸신차도오래된초창기아반테이다.)너무낡고초라해그차를타본사람은다알겠지만당연히승차감도안좋고특히오래되어고장도많았다.선생이프랑크푸르트도서전의조직위원장을맡고계실때,조직위원장실이있던경복궁의고궁박물관쪽경비원이조직위원장의주차자리에이런‘똥차’를들어오게할수없다고가로막은일이있었다고도한다.선생께서대학원장을끝으로고대를정년퇴임하실무렵,선생의학문과사상을조명한논집《사유의공간》과대담집《행동과사유》를출간하고작은학술발표회와기념식을가졌다.선생을좋아하는몇몇기자가인터뷰를요청하고그중몇은선생의검소한삶을화제로삼아선생의차를문화뉴스로다루려하였다.선생은웃으셨지만단호했다.내차가그런것은내처지에그차가알맞기때문이다.어떤사람에게크고비싼차가있다면그것은아마도그사람이그럴만하기때문일것이다.내가내처지에맞아서타고다니는차가특별한문화기사가될수는없다는말씀이셨다.기사를쓸수없었다.(어쩔수없다.)

어느해인가겨울,선생댁에고양이들이아주많았던적이있었다.그런데가만히보니꽤많은고양이들이다리가불구인게아닌가.여쭈어봤는지기억이정확하진않지만,겨울평창동아스팔트언덕길에서차사고로다리를다친고양이들이자기먹을것을찾아먹지못하고얼어죽을까봐한두마리눈에띄는것들을데려다놓으셨다고하셨다.(어쩔수없다.)

선생의옷은대체로단정하시다.하지만선생이입고계시는와이셔츠의목깃이나손목깃이해져서너덜거리는걸아주다감추시진못한다.은발이너무나아름다우신사모님께서,선생께서옷을안사시고안버리셔서속상할때가많다고하실정도이다.(어쩔수없다.)

딱한번여쭈어본적이있다.“선생님처럼우리모두가산다면지구가지금처럼하나여도괜찮지않을까요.”선생께서대답하셨다.무슨근거에서인지는말씀안하셨지만“아마,한세개는있어야될거요”라고.
참,선생의자제들중한분이중학교1학년때검정고시에합격하여서울대학교에진학한,서울대역사상최연소입학및최연소졸업자이며금세기최고의업적을보여준수학자중하나인,영국옥스퍼드대학석좌교수김민형박사라는사실을알리면,선생께서야단치실까.(죄송하지만이미말하였으니또어쩔수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