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애틋해질 어느 날을 살고 있다 (이진선 산문집)

나는 애틋해질 어느 날을 살고 있다 (이진선 산문집)

$15.00
Description
괜찮다 해도 괜찮을 리 없는 시간들,
어쩌면 우리는 모두 애틋해질 어느 날을 살고 있다
이 책은 오래전 할머니 댁 다락방에 대한 기억으로부터 시작한다. 흔히들 할머니, 다락방 하면 푸근함, 따뜻함, 신기함, 좁고 어둡지만 추억 속의 아련한 공간을 떠올릴 텐데 작가에게는 그렇지 않다. 오랫동안 조용히 있어줘야 할 때 겨우 출입이 허락된 곳, 어른들의 말소리를 엿들으며 밀가루 반죽이 새카매지고 굳을 때까지 있어야 했던 곳, 엄마와 같이 살지 못할까 봐 마음 졸이다 잠이 드는 곳이었다(〈나는 애틋해질 어느 날을 살고 있다〉).
두 번째 기억은 아침에 일어나보니 집에 아무도 없던 아홉 살의 어느 날이다. 학교를 빼먹고 아무도 없는 집에서 소파에 거꾸로 누워 뉴스를 보았다. 전날도 보았던 유괴사건에 관한 내용이었다. 인상착의며 이름이며 세세한 정보까지 계속 보다 보니 마치 아는 사이처럼 느껴졌고 전 국민이 그 아이를 애타게 기다린다는 말에는 부러움마저 일었다(〈보통의 나날〉).
기억은 오래될수록 미화되는 경향이 있어서 작가의 기억은 얼핏 평범해 보인다. 하지만 어떤 사람 혹은 어떤 사건과 만나 선명하게 대비되면 더 이상 평범해지지 않는다.
저자

이진선

상순딸,지수언니,복이누나

월요희비극프로젝트
2018년10월어느날염리동기타수업에서만난이진선과한인애(『아파트화분생태계』의저자)는좋아하는일을함께해보자고모의했다.새해에시작하는건진부하니까무조건해를넘기기전에시작하고자했으나정신을차려보니새해까지하루밖에남지않아12월31일부랴부랴첫작업을발표했다.그날이월요일이어서‘월요희비극’이되었다.이진선이글을쓰고한인애가그림을그린월요희비극은30주동안브런치에연재되었다.현재시즌2‘애도일기’를연재하고있다.

목차

1부
말도안될것같은일들이
아무렇지않게일어났던많은날들이

나는애틋해질어느날을살고있다
보통의나날
키위를먹는밤
엄마얼굴
엄마의집
아침이밝아도,
살아지는시간
안나
귀경전야
잊지않을게

2부
아무도되지않아도괜찮고
아무나되어도괜찮은

나밖에모르는사람
껍데기의의미
여름을기다리며
너를기억해
당분간은
여전하게무관하게
만약에
그순간만큼은
진짜라고할만한것
너에게

3부
다신없을사랑에대하여

외인부대미용실
봉남씨의지분
이상한위로
모든것이작고소중했던시절
불가능한것들
모르는일
모과나무를바라보며
우연한시간들
애쓰는밤
커다란책상에둘러앉아
나의종교

어쩌면근사한하루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지나치게솔직해서진짜라고믿고싶지않은이야기
‘월요희비극’이란이름으로브런치매거진에연재한이후작가가제일많이받은질문은이게다실화냐는것이었다고한다.실화이기도하고허구이기도하다고대답하니또이렇게물었단다.“실화가맞긴하다는말이네요?이렇게잔인한일들을정말다겪었다고요?”(〈작가의말〉)과거를완벽하게재현하는것은불가능하고,어떤부분은실재하는인물들을위해감추었으니실화이기도하고허구이기도하다.
누가말을걸어도제대로대답조차못하고누가뭘뺏어가면뺏기고놀리면가만히듣고만있던어린시절이야기(〈불가능한것들〉),야채를거의못먹는이야기(〈아침이밝아도,〉),잠잘들게한다는키위를사러가서번개탄을들고온이야기(〈키위를먹는밤〉),절친‘만’을상실한이야기(〈나밖에모르는사람〉),전세계에두건정도보고된‘통증’이야기(〈당분간은〉),서럽게울려고매일같이술을마신이야기(〈나의종교〉),엄마와똑닮은엄마같은동생이야기(〈엄마얼굴〉),그리고쉰살까지만돈을벌겠다더니일흔으로기한을연장한엄마이야기(〈엄마의집〉),나를모르면서도사랑한다고말하는할머니이야기(〈봉남씨의지분〉),뻔뻔하고사랑스러운강아지복이이야기등이책에는여러삶이등장한다.

“나여기살아있다”-나희덕
함께술을마시고다들뻗어잠든사이홀로깨어쓴글을보여주자지랄을한다면서도“잘읽히네”라는말을잊지않는충냉자(〈껍데기의의미〉),“저도옛날에그랬던적있어요”하며몇년만에만난지인처럼이야기를들어준심리검사자(〈모르는일〉),오래오래기억하고싶은성산동술방사람들(〈살아지는시간〉),“재주는그만하면됐고더많이아프거라”하며글쓰도록채찍질하는노교수님과무조건잘했다가아니라문장에서글쓴이도모르는감정을읽어준선생님(〈여름을기다리며〉),…
서툴고,어수룩하고,어설프고,아슬아슬하고,실수하고,엎어지고,주저앉고,겨우일어서고…삶의찬란한시간을곁에서지켜준이들에게작가는무한정바라고의지하고기대면서도그순간을지나고나면고마워하고든든해한다.고마우면서도짠하다는양가적감정을주저없이밝힌다.그러곤통과중인깊은동굴에서마침내나오려한다.그시작이어쩌면이책이다.마치장자크루소가전에도없었고앞으로도없을일을하겠다며자신이자초한가장어려운순간에평생의실수와실책과치부를용감하게드러내쓴《고백》처럼,《고백》이나온이후에도루소의삶이이어졌던것처럼.

소설쓰는일이좋아져버린어느예비소설가의비망록
작가는대학과대학원에서소설창작을공부했다.글쓰는일은어려서부터잘하는일이었고소설쓰는일은좋아하는일이되었다.

J고등학교교지편집부출신(폐부됨)
Y대학교고교백일장1등으로특기자전형합격
(수리영역미응시로최종불합격)
H예술대학교석사과정서사창작학과서류합격
(영어시험미응시로불합격)
M대학교문예창작학과석사과정수료(졸업못함)
조선일보신춘문예소설부문본선진출
경향일보신춘문예소설부문최종심진출(등단은아직)(〈애쓰는밤〉)

이책은브런치매거진‘월요희비극’의글에새로한편을추가해묶은것이다.함께연재했던한인애작가가글한편(〈모과나무를바라보며〉)을모티프로표지를그렸다.바람에흔들리며쉴새없이움직이는나무처럼,두사람이걸어온길이책의안과밖을장식했다.작가의자작곡〈어쩌면근사한하루〉악보도수록되어있다.
31편의글은다채롭게펼쳐진다.계절을통과하고시간을거치고장소를옮겨가며작가의삶은예사롭지않은탄탄한문장과긴호흡의장려한문체로다시태어났다.“재주는그만하면됐으니더많이아프거라”라고한노교수의말대로작가의첫소설을기다리게만든다.

월요일아침이면출근하는버스에서서월요희비극을읽었다.이렇게또하루가시작되었다는것이도무지믿기지않아서다른사람의이야기가필요했다.거기엔우리가돌아가고싶은시절이있었고,그럼에도끝내돌아가고싶지않은이유가적혀있었다.그때의우리는허깨비들이었을까.함께밥도먹고,문학에대해서떠들고,소문에옷을입히거나명동에가서쓸모없는것을고르는데잔뜩시간을들였지만이제는연기처럼사라졌다.우리에게도착한시간을즐겁게죽여가면서,하루가다시시작되는기이한일을함께망각했을지도모른다.지금은손아귀로쥘수없는그시간을우리는무어라부를수있을까.월요희비극을돌아나오며본그시절의묘비명은이렇다.
“내가잊어버리면그냥그대로끝나버리게되는기분이었어.” -서윤후(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