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아빠 (울고 싶어도 울 틈이 없는 맏딸의 애도 일기)

안녕 아빠 (울고 싶어도 울 틈이 없는 맏딸의 애도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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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연락에 병원으로 달려간 그날 밤
준비 없이 맞이한 아버지의 임종
우왕좌왕 경황없던 장례와 이후 1년간의 솔직한 이야기
이번에도 그럭저럭 퇴원하실 줄 알았다. 응급실에 실려 가신 게 벌써 여러 번, 몇 년 전에는 아예 병원 앞으로 이사를 했다. 젊은 날에 이미 목숨을 걸고 심장 수술을 했고, 평생 동안 병치레가 잦으셨다. 그래서였을까. 언제부턴가 아빠가 입원을 하셨다는 말에도 무감각해졌다. 그러던 어느 날 밤 갑자기 아빠가 떠나버리셨다. “누룽지가 먹고 싶다”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
저자

오채원

커뮤니케이션과동양철학을전공했다.‘우리옛사람들은어떻게생각하고소통해왔는가’에대한답을찾고자『조선왕조실록』을비롯한역사기록을파고든지십년이훌쩍넘었다.그속에서의미있는메시지를찾아오늘의언어와방식으로친절하게풀어준다.‘실록읽어주는여자’라는별칭으로강의를하고칼럼을쓰며,스토리텔링콘서트무대에서‘세종이야기꾼’으로활약하고있다.
아버지가세상을떠난뒤로부쩍생각이많아졌다.긴시간대중앞에서‘소통’을주제로이야기해왔음에도정작아버지와는끝까지편안하게교감하지못한채이별했기때문이다.죽음과애도앞에서맏이,딸,비혼여성,지식노동자로서의정체성을새삼다시자각하며,이제부터의‘삶’을더욱열심히일구고남아있는‘죽음’을준비하면서살기로결심했다

목차

프롤로그:이제는정말안녕

1전장의한복판에서
-양치기소년의거짓말이기를:아빠가위독하시다
-막판뒤집기는없었다:임종
-초짜상주의첫번째임무:장례를준비하다
-삼가알려드립니다:부고띄우기
-개와늑대의시간:상조업체와의줄다리기
-상갓집의품격:장례식의고정관념
-혼자인사람과죽음:조문방식도달라진다
-상주님,상주님:장례와여성
-장례의클라이맥스:상실실감
-엄마앞에서울면안돼:슬픔의위계
-돌아오는버스에서:장례이후의삶

2일상의한복판에서
-후의에감사드립니다:답례인사
-아빠의‘아끼다’에대하여:유품정리
-TheShowMustGoOn:일에몰두하기
-특수요원:일하면서보살피기
-독이되는‘따뜻한말’:건강한위로법
-죄인은웃으면안돼:자기검열에서자유롭기
-울게하소서:나를돌보기
-들리는사진관:영정사진프로젝트:과거와미래의삶점검하기
-이사의조건:아빠가안보이는곳으로:다시일에몰두하기
-졸업을축하하며,아빠가:놓아주기

3전장의입구에서
-환자와가족의제로섬게임:상처주는요인차단하기
-내겐엄마도소중해요:건강하게소통하기
-보름달빵이먹고싶어:후회를줄이려면
-유언,소중한이들을위한마지막선물:이별의후처리
-마지막얼굴:나의장례식풍경
-죽음을준비한다는것:사전부고ㆍ장례식기획ㆍ유언장작성
-산자와죽은자를잇다

작가의말:다들그렇다더니,그게아니더라

출판사 서평

미혼의프리랜서맏딸,상주가되다
저자오채원은무대에서역사이야기를펼쳐보이는공연진행자이자,강단에서‘소통’의각양각색을이야기하는대중강연전문가다.그럼에도정작아버지와는끝까지편안하게교감하지못한채영영이별하고말았다.생각이많아질수밖에없었다.
그렇게서글픈마음을달래며아버지를애도하는와중에,저자는아이러니하게도전혀원치않는방식으로‘맏이,딸,비혼여성,지식노동자’라는정체성을자각했다.관혼상제의일처리가으레그러하듯,부친상의상주가된맏딸의마음에는상실감말고도또다른생채기가남았다.‘네위치가여기’임을알려주는민망하고적나라한현실에발끈하는마음이일었다.
그래서글을쓰기시작했다.물론가장큰이유는살아생전살갑게받들지못한아버지에게뒤늦게나마글로써마음을전하고싶어서였다.그리고두번째는세상이확인해준‘프리랜서비혼맏딸’이라는위치에서스스로를단단하게북돋워‘삶’을야무지게일구기위해,그래서장차맞이할너와나,모두의‘죽음’을차분하게준비하기위해서였다.

장례에프로가어디있나요─초짜상주를위한장례매뉴얼
『안녕아빠』를쓰기시작한이유가한가지더있다.누구라도‘초보’일수밖에없는부모의장례.갑자기상주가된젊은자식으로서,모쪼록다른이들은당황스럽거나멋쩍은일을덜겪으면좋겠다고생각했기때문이다.‘임종’으로시작해‘부고’와‘상조업체’,‘조문’,‘답례’를지나‘유품정리’,나아가‘이후의삶’이라는키워드로글을풀어나간이유다.저자의방식대로가볍게설명하자면『안녕아빠』는‘유용한장례매뉴얼’인셈이다.그런만큼상주의입장에서도,또조문하고위로하는입장에서도마음에새길만한현실적인이야기가착실하게담겨있다.
무엇보다두드러지는이책의힘은,솔직하고섬세한말로감정을잘골라가족의죽음이후의일상과변화를기록했다는데있다.남편을잃은아내와아버지를잃은자식들.같은자식이라도맏딸의입장과아들의태도는또다를수밖에없다.한사람의부재로세상에남은세사람의관계는크게달라진다.

상갓집도사람사는집─‘산사람’이할일들
일상처럼병을안고사신아버지이기에세상떠난뒤의대비도웬만큼은해두셨을줄알았다.그런데웬걸,유언은없었고사후정리는커녕당장장례준비도된게없었다.어느죽음인들황망하지않겠느냐마는,‘듬직하지못해’미안한맏딸은온정신부여잡고이리뛰고저리뛰며장례를치른다.
마흔줄이넘었어도아버지를보내드리고뒷정리를하는일은안해본일투성이다.너나없이쏟아놓는훈수는따갑거나무겁기일쑤고,남의경우와내경우가다르니고맙긴해도마땅치가않다.평생주부로살면서완고한아버지를수발하다혼자남은어머니,그런어머니와단둘이살면서생활을꾸리는일도조심스럽다.
건강하게이별하기─오늘도여전히,갈팡질팡애도중입니다
문제는‘애도’,나의마음이제일당혹스러웠다.아버지가세상을떠났다고해서데면데면하던마음이갑자기애틋해지지는않는다.뻣뻣하고투박하던관계,정리되지않는원망과미웠던기억.세상을떠나는마지막순간에고작“누룽지가먹고싶다”는말을남긴것마저생각할수록기가막히다.사는내내아버지와딸은서로의마음을읽고헤아리지못했다.미우면밉다,고우면곱다제대로표현을해본기억도별로없다.나쁜아버지여서도아니고,못된딸이어서도아니다.누군가는잘해드리지못한걸크게후회할거라했지만아직은잘모르겠다.아버지가살아오신다한들전에없이살가운딸로바뀔리도없지않은가.아버지생전에두사람의관계가그러했듯,그부재를실감하고애도하는데서도딸의마음은갈팡질팡엇박자다.

아버지부재1년,애도1년의기록
가족의모양새도,분위기도달라졌다.그럼에도저자는아버지생전과다를바없이살고있다.무슨일있었냐는듯나가서밥줄을챙기고,아무일없는듯일에몰두한다.그러나속사정은다르다.아버지를떠나보내며겪은문제들은시간이지나도쉽사리해결되지않았다.여전히마음은분노와비탄사이를오갔다.시원스럽게소리내우는건아직도어색하다.‘다들그렇다’기에그런줄로만알고입꾹다물고있었다.그런데,이제더는그러지않기로마음먹었다.
어째서이렇게애도가자연스럽지못한가.다들누군가를떠나보낸뒤에어떻게원통한속을풀어내는지,과연그때의후회와다짐을다져남은이들과잘살아가는지궁금해진저자는스스로이렇게묻고답했다.“나에게도,가족에게도정직하지못했다.난아빠에게사랑을갈구하는동시에미워했다.나의모든불행이아빠탓이니까.당신자신이가장중요한분이니까.(…)이제야알겠다.나의애도는아직시작조차안됐음을,내마음속시계는여전히그날에멈춰있음을.그래서중요한매듭을짓지못했음을,아직도아빠를보내드리지못했음을.”
일기쓰듯속마음을적어내려간1년은비로소온전히아버지생각에집중한시간이었다.소리내울수있었고,세상을떠난아버지와함께할수있었다.이모든과정이애도임을받아들인지금,이제야아버지에게“안녕”을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