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그곳 오늘 여기 (아시아 이웃 도시 근대 문학 기행)

어제 그곳 오늘 여기 (아시아 이웃 도시 근대 문학 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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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시대정신을 담은 아시아 근대문학, 여행자의 지도가 되다
“아시아는 소수, 주변, 방언의 다른 이름이었다
인구가 전 세계의 5분의 3을 차지해도 늘 소수였고
서구 문명에 토대를 두지 않은 이상 늘 주변이었고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니 늘 방언이었다.
문제는 이때의 방언이 비단 언어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점인데
그건 사실 표준의 외부를 통틀어 일컫는 말이다.”
저자

김남일

소설가.1957년경기도수원출생.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네덜란드어를전공했다.
1983년『우리세대의문학』에단편소설「배리」를발표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장편소설『청년일기』,『국경』,『천재토끼차상문』,소설집『일과밥과자유』,『천하무적』,『세상의어떤아침』,『산을내려가는법』,산문집『염치와수치』,『수원을걷는건,화성을걷는것이다』,『책』등을펴냈고,청소년소설『모래도시의비밀』,『골목이여,안녕』,평전『민중신학자안병무평전』을썼다.이밖에특히아시아문학과신화에대한관심을바탕으로쓴『백개의아시아』와『꽃처럼신화』등이있다.
전태일문학상,아름다운작가상,제비꽃문학상등을수상하고권정생창작기금을받았다.‘베트남을이해하려는젊은작가들의모임’과‘한국과팔레스타인을잇는다리’,‘아시아문화네트워크’에서활동했다.

목차

책머리를대신하여비행기가‘대체로’사라진하늘아래
1아시아의드문기억─사이공
2신화와역사어디쯤의고도─교토
3중국이세계였을때─상하이
4돌이켜보면이미이도시에있지않고─상하이
5세작가의도쿄,세개의근대─도쿄
6일본의마음,텅빈중심─도쿄
7아직더기억해야하는이름─타이베이
8그래도하노이는옳았다─하노이
9일본‘너머’에있는─오키나와
10다시이광수를만나는법─서울
책뒤에

출판사 서평

발길은시간위를걷고눈길은정신을따라흐른다
하늘에비행기가없는것이이상하지않은시절,소설가김남일이가까운나라의여러도시를여행한기록을모아책으로묶었다.베트남의사이공과하노이,중국의상하이와대만의타이베이,일본의교토와도쿄와오키나와,그리고서울.모두그가가보거나,사람을만나거나,책으로읽은도시들이다.
저자는스스로이글을‘기행문일수도,독후감일수도,또어쩌면몽상의기록일수도있다’고말한다.땅위에서시작된발걸음은영락없이글속으로이어진다.혹은거꾸로,글한자락을따라걷기시작한걸음이시간도공간도뛰어넘어금세지금의그도시로내닫는다.감정이,욕망이,사상이,시대가담기는문학은‘도시’가그러하듯이미그자체로공간인셈이다.

중요한건땅이아니라사람이다
김남일은뇌리에깊이박인문학작품을지도삼아도시를걸었다.
이땅에서소설가로평생을살고도한국문학을충분히헤아리지못했다며우리근대작가들이숨쉬던세상으로들어갔던것처럼(『염치와수치』),『어제그곳오늘여기』의여행역시그에게는역사의궤안에서등을기댄이웃나라의‘그때’를더듬는순례길이었다.
도시를보는것은곧그곳에사는사람을보는것이다.글을읽는것역시사람을,삶을읽는것이다.김남일이찾은도시들은좋든싫든이방인의흔적이짙게드리운곳,한참뒤늦게평화와번영을누리는곳이다.낯설것도없는이도시들의이름이우리귀에익은것은언제라도쉽게날아가소비하고돌아올수있게된최근30여년간의경험에서비롯됐을뿐이다.해묵은더께마저낭만적인관광지.그런도시에서저자는포장아래켜켜이쌓인본토박이의오래된체취와정념의응어리를읽어냈다.여느관광과는시작도,끝도판이한소설가의여정은결코물리적인공간에머물지않는다.‘사람’을만나고‘지나간현재’를좇는그의뒤를따라걷다보면어느새눈앞에100년전어느광장과50년전골목이펼쳐지고,이제는글로남은사람들의밭은숨과땀내가공기에맴돈다.

식민의역사로근대를맞이한동아시아의이웃도시들
사이공과하노이
앙드레말로와조지오웰,헤르만헤세와마르그리트뒤라스가그린아시아는식민지라는렌즈안에존재했다.프랑스에이어미국까지,베트남의근현대사를관통한침탈의흔적이사이공과하노이곳곳에남아있다.서구제국이남긴흔적위에서베트남은통일이될때까지흉악하기그지없는전쟁을감당해야했다.그러나앞을보고내달리기시작한베트남은이후50년간대단히변화무쌍했다.그리고‘통일베트남의자존심’하노이는2019년2월,북미정상회담의무대로다시한번스포트라이트를받았다.지난세기큰전쟁을세번이나끝냈다는자부심이‘평화의수도하노이’라는수식어로빛을발했다.때마침저자김남일은문학하는동료들과함께그날그곳에있었다.

상하이
상하이의풍경은그자체로아이러니다.반식민지조계시절의유럽풍건물꼭대기마다오성홍기가펄럭인다.아시아에서가장먼저근대를맞은곳은‘탈아입구’의슬로건을내걸고과거와단절한도쿄였지만,베이징과서울과하노이는완강히빗장을걸어잠갔다.그런가운데상하이는극적인방식으로근대를맞이했다.영국이조계를설치한와이탄에는곧프랑스가,또다음에는영국과미국이공동조계를세웠다.도로가깔리고은행과극장과양행이쑥쑥자라나면서도시의모습은급격히달라졌다.이도시구상에는미국도빠지지않았다.대륙에남은제국주의의유산은혼돈의기억을품은채‘중국몽아적몽’구호와더불어천연덕스럽게21세기의첨단을달리고있다.
도쿄
이광수가세계일주를하겠다며건너간상하이에서우리는그와함께망명자홍명희를만난다.이후두사람은도쿄에서유학하며함께지낸다.대문호루쉰으로하여금조국의현실을고민하게만든도쿄,훗날전쟁에서패하고불안과자조가지배하던시기에미시마유키오가천황제국가재건을외치고롤랑바르트가기호화한그도쿄였다.일본유학시절루쉰은나쓰메소세키를읽었다.심지어루쉰이한때기거한집이소세키가살던바로그집이었다.그러나일본근대문학의선구자라는소세키는실상영국유학에서잔뜩주눅이든터였다.그런소세키를이광수역시중학시절부터애독했다.

타이베이
김남일의아시아목록에서대만과홍콩과티베트와오키나와는다른갈래로자리한다.
그는타이베이에서대만의또다른켜를보았다.한때일본의포장이씌워졌던이곳에는중국과의단층이오히려더뚜렷하다.대만의근현대는일본의식민통치를배경으로한다.사회인프라는물론이고서양의관습과제도,문화예술사조,음악과연극등이모두일본어로전수되고학습되었다.일본을통한서구화는한국의형편과다르지않지만대만은이를‘현대화’로받아들였다.하지만중국과의관계는양상이달랐다.일본이빠진뒤대륙에서건너온외성인이권력을차지했고,대만현대사의최대비극이라는2ㆍ28사건이일어났다.본성인과외성인의갈등,족군(성적)문제가대만문화예술의저변에깔리기시작했다.본성인들은“차라리일본이있을때가나았다”는말을가리지않는다.저자는우리나라에서누군가“일제때가나았다”고말하는장면을상상해본다.이어서그는본섬과구분되는대만의다른토박이들,산과바다에서태어난원주민작가들을만난다.타이베이를이야기하면서작은섬의부족이입는차별과피해를빠뜨리지않는것은저자의단단한작가정신이발동한결과일것이다.

오키나와
오키나와에남아있는비극의정서도마찬가지다.일찍이일본본섬과는문화도,풍속도달랐던이곳에는복속의설움과태평양전쟁의상흔이깊이새겨졌다.섬을제것으로흡수처리한일본은결정적인순간오키나와를버리다시피했다.한때왕국이던섬은군사기지로전락했고,우리에게도익숙한‘기지촌’의정서가오키나와에자리잡았다.패전이후거듭된피해와참혹한희생,나아가왜곡되고삭제되는역사속에서오키나와는이제더이상추상적인평화따위를믿지않는다.

근대의기억이남지않은도시,서울
그렇다면서울은어떤곳일까.소설가는서울의어떤빛을보았을까.
그는이렇게표현한다.‘감격은아득하고눈물은말라버린도시.’그리고연이어이렇게적었다.‘회고와향수야말로서울과는어울리지않는다.’그는서울을‘찾은’것이아니라이곳에서‘길을잃는’쪽을택했다.발길은갈지자다.소년염상섭을따라골목을걸었고,심훈의신혼집을찾았다.김동인과김유정의한때를엿본뒤에는참담한마음으로이상을떠나보냈다.그리고다시이광수를만난다.메이지시대의나쓰메소세키,신해혁명과루쉰의시대로연결되는우리근대문학의불편한상징이광수.소설가로서는시베리아의광야와일본의뒷골목을부유하다서울에몸과마음을맡긴춘원을피할길이없다.‘아시아의근대’라는범주안에서우리의당시를이야기할때,이런저런삶이속속들이포개진가운데서이광수가갖는상징성을무시할수없기때문이다.

아시아의근대,시대정신을보여주는믿음직한돋보기
김남일의여정은결코평평하지않다.뿔뿔이흩어져있던단편적인정보들이그의여행과더불어입체가된다.지금의모습을있게한과거의공간,우리모두가주연이기도조연이기도한문학작품이그가거닌세상이다.여행에서그는문학을이룬사람들,그안에서살아남은사람들을만난다.후대사람의한가지권한으로시대와무대를종횡으로엮으면서실재했던사람들,결코남같지않은작품속인물들을끄집어낸다.『어제그곳오늘여기』는그안에품은풍성한작품들과더불어또하나의행선지가되고지도가된다.담백한목소리,땅과가까운눈높이덕분에뚜벅뚜벅제발을믿고걸어간여행자김남일의발자국은믿음직한이정표가된다.